소설리스트

미열 소년-64화 (64/174)

#64

“아, 아아….”

“나 없으면 힘들 거 아냐. 이렇게 자지 물고 허리도 돌려야 하고, 혀도 빨아야 하는데.”

다시 혀를 문질러 주자 이겸이 앓는 소리를 내며 권태정을 바라보았다. 그새 땀에 젖어 위아래로 흔들리는 몸이 예뻤다. 커다란 손으로 목덜미와 머리를 한 번에 감싼 권태정이 그대로 깊게 입술을 마주해 머릿속이 엉망으로 흐트러질 때까지 깊게 혀를 섞었다. 그리고 숨이 흐트러져 내쉬는 이겸을 보며 위로 세게 허리를 쳐올렸다.

“하으…. 으응!”

“자기야, 또 쉬한 거야?”

맑은 물을 또 제 배에 싼 이겸을 보며 놀린 권태정이 수치심에 물들어 울먹이는 얼굴을 보며 더 진지한 얼굴로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너무 좋으면 그럴 수도 있지.”

“…죄송해요…. 흐윽, 정말 죄송해요, 실장님….”

숨이 흐트러진 채로 울기까지 하니 터져 나오는 말이 불분명하게 들렸다. 놀릴 때마다 반응하는 게 귀여워 더 놀리고 싶은데 헐떡이며 서럽게 우는 걸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권태정은 생각보다 귀여운 것에 약했다. 저도 32년 만에 알게 된 취향이었다.

“아니야, 내가 장난친 거야. 쉬한 거랑 비슷하긴 할 텐데 뭐 똑같은 건 아니야. 그러니까 울지 마. 응?”

“…저 때문에 괜히…. 안 그러셔도… 흐윽, 괜찮아요….”

“달래려고 괜히 하는 말 아니고 진짜. 내가 그냥 너 귀여워서 장난친 거야. 아니면 진짜 좋아서 쉬할 때까지 해 볼래? 진짜 쉬 한번 해 보면 다른 거 알 거 아냐.”

“…그, 그건 싫어요…. 안 할 거예요…. 아니라는 거 믿을래요.”

극단적인 예를 들자 그제야 놀라 고개까지 저어 가며 믿는 이겸을 보고 소리 내어 웃은 권태정이 따뜻한 손으로 눈물을 문질러 닦아 주었다. 그 손길이 좋은지 손바닥에 뺨을 비비는 게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자기야. 난 아직 안 쌌는데.”

이겸의 뺨에 깊게 입 맞춘 권태정이 그대로 흐트러진 이불을 당겨 그 위로 이겸을 눕혔다. 제대로 좀 다시 잘 정돈해 놓고 하고픈 맘도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불 정리에 시간을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씨발, 또 흘리네. 이겸이 기대했나 보다.”

접합부에 뜨거운 것이 고이고 스며 나오는 느낌이 웃은 권태정은 그대로 이겸의 두 다리를 제 어깨 위에 올린 채 넣고 있던 성기를 거의 끄트머리만 걸치도록 뺐다가 단번에 가장 깊은 곳까지 처박았다.

“하읏…!”

박을 때마다 터지는 신음이 좋았다. 그 소리에 감각이 고조되며 불이 붙는 것도 맞았다. 권태정은 다시 가빠지는 숨만 내뱉으며 제 움직임에 하릴없이 흔들리는 이겸을 눈에 담았다.

주사 안에 담긴 약 몇 밀리미터면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는 히트나 러트를 굳이 파트너까지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왜 발정기라는 저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읏, 아….”

완전히 깊은 곳까지 성기를 처박고 탁, 탁 잘게 안을 쳐 주니 이겸이 다시 어쩔 줄을 모르며 허리를 들썩이고 비트는 게 보였다. 권태정은 그 모습을 보며 흥분했다. 단순한 성기의 자극이 아니라 제 움직임에 이겸이 몇 번이고 쾌락의 극점에 오르는 것을 보는 게 더욱 흥분을 부추겼다.

“이겸아. 하…. 또, 읏…. 박을 때마다 싸네.”

정말 이겸은 권태정이 잘게 안을 쳐 줄 때마다 성기 끝에서 물과 비슷한 것을 픽픽 쏟아 냈다. 아니, 쏟아 낸다고 하기에는 양이 적지만, 그래도 뭔가를 분명 흘리고는 있었다.

“으응…. 흐윽, 이상, 이상해요…. 실장님…. 아…! 계속, 응, 계속….”

“응, 아…. 윽, 계속 가는 거 신기하지.”

젖은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긴 권태정이 고개를 살짝 돌려 이겸의 발목과 종아리에 차례로 입 맞췄다. 그리고 아직 하얀 양말을 신고 있는 이겸의 다른 발목에도 양말 위로 입을 맞춰 주었다.

“…아, 으응, 좋아…….”

잘게 쳐 주다가 깊게 몸을 맞물린 채 멈추자 이겸이 길게 느끼며 허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온몸이 녹아 버릴 것처럼 다정한 쾌감에 이겸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가시지 않는 긴 쾌감이 고인 허리를 매만지는 손길에는 수치심도 잊은 채 잔뜩 신음하며 권태정을 찾았다.

“이겸아. 좋아?”

“…좋아요…. 으응, 너무 좋아….”

드디어 두 팔 안에 안기는 권태정을 보고 싶어 눈을 뜬 이겸이 정신없이 맞물리는 입술을 마주 머금으며 혀를 섞었다. 그리고 그 기분 좋게 잔뜩 고인 쾌감 사이로 몸이 세게 한 번 맞물리는 순간 아무것도 쏟지 않은 채 또다시 극점에 올랐다.

“하….”

권태정 또한 그런 이겸을 보며 사정했다. 머리와 발끝으로 동시에 확 퍼지는 쾌감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권태정은 그대로 몸을 늘어뜨려 애처럼 이겸을 잔뜩 뒤덮었다.

“아, 미안. 무겁지.”

저보다 한참 크고 무거운 저를 얹고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옆으로 몸을 내리자 숨을 고르던 이겸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권태정은 꼭 떨어지기 싫은 것처럼 먼저 제 품에 안겨드는 이겸을 잠자코 보다가 온몸으로 가득 그 사랑스러움을 끌어안았다. 다리가 뒤엉키고 땀과 체액으로 엉망이 된 몸이 아무렇게나 마주해도 그저 좋았다.

“좀 잘래?”

“…네에….”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권태정을 끌어안은 이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처럼 열이 올라 따뜻한 몸에서 나는 권태정의 체향이 너무 좋아 힘이 빠지고 자꾸만 눈이 감겼다. 이겸은 제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을 느끼며 조금 더 권태정을 가득 끌어안았다. 기분이 너무너무나 좋았다.

“잘 자. 이겸아.”

그리고 권태정이…. 좋았다. 머리와 마음에 동시에 떠오른 감정을 누르지도 못한 채 이겸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또 낮인지 밤인지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방 안이 어느 정도 환하면 아침이나 낮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완전히 어두우면 해가 졌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눈이 마주치면 입을 맞추고, 혀를 섞다가 당연하게 몸이 맞물렸다. 누가 먼저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손을 뻗고 마주하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내내 몸을 이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잠이 들고, 깨면 다시 서로를 찾아 입술부터 마주 무는 것의 반복이었다.

다행이기도 하고 아쉽다면 아쉽기도 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래도 점점 이겸의 몸이 안정되어 간다는 것이었다. 권태정은 사정과 동시에 까무룩 정신을 잃은 이겸을 내려다보며 허리를 움직이며 생각했다.

도대체 지금은 몇 시이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걸까. 궁금하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냥 이렇게 바깥일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겸과 내내 처박혀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후우….”

제가 움직일 때마다 말간 이겸의 몸이 따라 흔들렸다. 시도 때도 없이 눈만 마주치면 붙어먹고 있는데도 이겸은 제가 움직일 때마다 느끼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게 좋아서 권태정은 조금 더 집요하게 이겸을 몰아붙이며 저에게 매달리는 이겸을 끌어안고는 했다. 그러다가 물론 까무러칠 때까지 해 버렸지만.

잠이 든 이겸의 몸 위로 제 몸을 내려 유두를 할짝이던 권태정이 어디선가 들리는 진동에 다시 상체를 세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대충 처박힌 제 옷가지 아래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당연히 꺼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게 아직 몇 퍼센트 남아 있었다. 권태정은 백 비서에게 전화가 온 것을 보고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대었다.

“응, 진우야.”

-태정아.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무슨 일 있는 거야? 집에 가 봤는데 집에도 없는 것 같던데. 너 어디야?

“나 며칠이나 연락 안 됐어?”

-뭐?

“언제부터 연락이 안 됐냐고.”

-한 사흘 됐지? 사모님이랑 점심 식사한다고 나간 날부터니까. 도대체 어디야?

제가 벌써 사흘째 이겸과 방에 처박혀 뒹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권태정은 잠에서 깨어 가는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는 이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허리를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사정이 좀 있었어.”

-무슨 사정? 너 혹시 러트 왔어? 아, 아닌데 아직.

“러트 때문에 그런 거 아냐. 그냥 좀 사정이 있었는데 이제 거의 해결 됐어. 내일이나…. 음, 늦어도 모레면 될 것 같은데.”

굳이 백 비서에게 이겸의 히트 때문에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겸의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고, 또 굳이 성적인 것과 연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권태정은 이겸의 이런 모습을 저 이외의 사람이 떠올리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너 정말 뭐 어디 아프거나 무슨 일 생겨서 그런 건 아닌 거지?

“응, 그런 거 아니야. 미안, 진작 연락해야 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얘기해.

“음…. 그럼 먹을 것 좀 사다 줘. 그…. 고메 나인 가서 게살수프랑 그런 부드러운 거 몇 가지 사서 이겸이 집 앞에 두고 가 주라. 아, 거기 초콜릿도 좀 사 오고. 누나가 좋아하는 거 있잖아.”

-연이겸 씨 집에 있어?

“나중에 얘기할 테니까 지금은 묻지 말고 부탁 좀 들어줘.”

알았다는 백 비서의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권태정은 배터리가 완전히 나간 휴대폰을 대충 다시 구석에 처박고 어느새 잠에서 깨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 이겸을 내려다보았다. 얼른 그 손을 잡아 부드럽게 뗀 권태정이 작게 웃었다.

“입은 왜 막고 있어. 답답하게.”

“통화하시는데… 흣, 소리 나면…. 아, 안 되잖아요….”

“뭐 어때. 들리면 아, 둘이 떡치는구나. 생각하겠지.”

장난스럽게 웃은 권태정이 이겸의 안으로 깊게 파고들어 사정하며 말간 얼굴 여기저기에 뽀뽀를 퍼부었다. 그게 간지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해서 웃은 이겸이 다시 몸에서 힘을 빼고 늘어져 눈을 감았다.

“우리 사흘이나 여기서 이러고 있었대.”

“…사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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