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열 소년-73화 (73/174)

#73

그대로 이겸의 젖은 속옷과 바지를 발목까지 내린 권태정이 한쪽 발목을 빼내고 허벅지를 쥐어 다리를 벌렸다. 그 사이는 벌써 엉망이었다. 흘러넘친 애액 때문에 허벅지 안쪽도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고, 다리가 벌어지며 드러난 구멍에서도 계속해서 애액이 흐르고 있었다.

“흐윽…. 보지 마세요….”

“빨아 주는 건 돼?”

장난스럽게 웃은 권태정이 상체를 납작하게 숙여 혀끝으로 구멍을 할짝였다. 뾰족하게 만들어 제가 들어갈 입구 주위를 핥다가 아예 입술을 대고 빨아들이자 이겸의 신음이 위에서 크게 울렸다. 권태정은 그대로 입술을 떼지 않은 채 혀를 안으로 넣어 뜨거운 내벽을 문질렀다.

“하읏! 응, 아…. 응, 흐으읏, 거기는….”

안 된다는 듯 머리를 밀던 손이 어느 순간 제 머리칼 사이로 파고들었다. 권태정은 제 머리칼을 쥐는 이겸을 느끼며 혀로 안을 잔뜩 헤집었다. 이겸은 다시 말간 것을 흘리며 극에 달했다. 연달아 몇 번이나 극에 달한 쾌감에 머릿속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것만 같았다.

“후우….”

이겸의 체액으로 젖은 입술을 혀로 문지르며 상체를 세운 권태정이 눈물로 흠뻑 젖은 채 할딱이는 이겸을 보고 달아오른 숨을 내쉬었다. 웃으며 더 장난을 치고 싶은데 웃음이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아플 만큼 발기한 성기는 달라붙지 않는 홈웨어 위로도 윤곽이 드러날 정도였다. 권태정은 어렵지 않게 속옷 안에 갇힌 성기를 꺼냈다. 위협적으로 튕겨 나온 것을 쥔 다음에는 곧바로 이겸의 다리 사이에 가 구멍에 귀두를 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 아, 씹.”

문지를 때마다 넘친 애액이 권태정의 귀두를 축축하고 미끌거리게 만들었다. 잔뜩 젖은 곳끼리 문질릴 때마다 듣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질 것 같은 야한 소리가 울렸다. 이겸은 아래에서 나는 느낌과 물소리에 잔뜩 달아오른 채 손등으로 신음이 흐르는 입술을 눌러 막았다.

“왜 자꾸, 하…. 막아.”

아까부터 입을 가리는 게 거슬렸던 권태정은 이겸의 가느다란 두 손목을 머리 위로 올려 한 손으로 결박했다. 손을 쓰지 못하게 된 이겸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숨을 내쉬며 권태정을 바라보았다. 놓아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이겸을 보며 권태정은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넣을게. 씨발, 못 참겠어.”

이겸의 손목을 결박한 채 권태정은 다른 손으로 성기를 잡아 구멍에 맞췄다. 잔뜩 젖은 위를 누르자 귀두가 빨려들어 가듯 안으로 사라졌다.

“아…….”

“하으읏….”

권태정은 낮게 신음하며 천천히 이겸의 안으로 저를 완전히 가두었다. 정신없이 열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뒤섞이던 히트 사이클 때 하던 섹스와는 또 느낌이 달랐다.

“아…. 실장님….”

페로몬에 이끌려 하는 섹스가 아니었다. 알파와 오메가라는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닿고 싶고, 이어지고 싶었다. 떠오르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권태정과 닿고 싶었다. 온몸이 마주 닿고, 또 가장 깊은 곳까지 그가 들어오기를 원했다. 이겸은 배 속을 가득 채우며 들어오는 권태정을 느끼며 안도와 마주했다.

권태정은 이겸을 늘 안도하게 해 주었다. 그 어떤 불안한 상황에서도 권태정을 보면 괜찮아지고는 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이라고, 또 가장 무서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인가부터 저는 권태정을 보며 안도하고 있었다. 그게 당연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그에게 기우는 감정을 바로 세울 수가 없었다.

너무 무거워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무거워져서 저 혼자서는 감정을 바로 세울 수도, 원래 자리로 옮길 수도 없었다. 이겸은 그 자리에 선 채 가만히 제 감정이 점점 더 권태정에게 급격히 기우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 흣, 너무 깊어요….”

단단하고 큰 것이 깊은 곳을 짓누르며 배 속에 가득 찬 느낌에 이겸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너무 깊어서 권태정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겸아. 하…. 내가 지금 어디까지 닿았는지 알아?”

고개를 숙인 권태정이 남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듯 소곤대는 것에 이겸이 헐떡이며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겸을 보던 권태정이 더 고개를 기울여 이겸의 귀에 입술을 댄 채 속삭였다.

“아기집.”

낮은 목소리에 이겸이 몸을 떨었다.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걸 권태정에게 듣고 나니 눈을 마주하기가 어려울 만큼 부끄러워졌다. 오메가라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오메가의 징후가 모두 사라진 뒤로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권태정이 속삭인 말이 더 부끄럽게 다가왔다.

아기집이라니…. 제가 권태정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니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절대 함부로 쉽게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 러트 오면 내가 불러도 오지 말고 숨어 있어.”

“…….”

“그땐 정말 제정신 아닐 거라 이 안까지 채울지도 몰라.”

농담인 듯 경고인 듯 말한 권태정이 결박한 손목을 조금 더 세게 쥐며 고개를 내려 혀끝을 문질렀다. 위와 아래 동시에 쾌감이 퍼지는 것에 이겸은 신음하며 마구 흔들렸다. 권태정이 꽉 쥔 손목에서도 쾌감이 퍼지는 것만 같았다. 그에게 잡혀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하아…. 응, 하으읏, 아….”

숨기려 노력하지 않는 페로몬이 흘러 방 안을 채우는데도 그런 것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권태정은 오롯하게 두 눈에, 머리에, 또 마음에 가득 차는 이겸을 보며 거칠어진 숨을 내뱉었다.

“이겸아, 하…. 우리, 읏, 씹. 그냥 섹스하는 거야. 히트도 아니고, 아…. 페로몬 때문에 꼴린 것도 아니고, 그냥…. 아, 그냥 하고 싶어서. 내가 씨발, 널 존나 좋아해서.”

“아…. 으응, 아…. 실, 실장님…! 아, 너무 빨, 빨라요….”

빠르다는 말에 권태정은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마른 몸과 부닥칠 때마다 퍽, 퍽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찔꺽찔꺽한 소리가 뒤섞였다.

“하으, 으응…!”

완전히 몸이 맞물리는 느낌과 함께 세게 치고 들어간 순간 이겸의 고개가 젖혀졌다. 마른 배와 허리가 들린 채 바들바들 떨다가 침대로 풀썩 힘이 빠져 내려왔다.

권태정은 이겸이 쏟아 내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며 그대로 안에 사정했다. 안 그래도 좁은 안이 더 꽉 조이는 느낌에 권태정은 사정을 한 후에도 오싹오싹 몸에 달라붙는 쾌감과 마주했다. 기분이 좋아서 완전히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하….”

흐트러진 숨을 내쉰 권태정이 깊게 박고 있던 성기를 느릿하게 빼냈다. 이겸은 성기가 빠져나가며 내벽을 문지르는 것으로도 몸을 떨었다.

“힘들지.”

땀이 났는데도 향긋하고 예쁜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춘 권태정이 웃음 지었다.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권태정의 웃음에 눈을 겨우 뜬 이겸이 가물가물한 두 눈으로 기어이 그의 웃음을 담은 채 잠이 들었다.

“자?”

잠이 든 이겸의 볼을 살짝 눌러 본 권태정이 웃으며 흐트러져 아래로 흘러내린 이불을 들어 이겸의 몸 위로 덮어 주었다. 그리고 저도 이겸을 보며 옆으로 누웠다.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눈을 감은 그대로 자던 이겸의 몸이 곧 권태정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잠결에도 저를 찾는 것처럼 다가오는 이겸이 사랑스러웠다. 팔을 벌려 작은 몸을 따뜻하게 끌어안자 그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다시 고요해졌다.

“잘 자.”

잘 알지 못할 때도 전했던 밤 인사를 변함없이 전하며 이겸의 머리칼에 가볍게 입 맞춘 권태정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참이나 고른 이겸의 숨소리를 들으며 제집에서 함께 보내는 첫날을 만끽했다. 다시는 이겸을 철거촌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 * *

이겸은 단순해진 하루가 낯설었다. 아침에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일어나 먹고 싶을 때 맛있는 것을 먹고, 병원에 가서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식사가 나올 때쯤 권태정을 만나 그때부터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쭉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의 전부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 봐서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이겸에게는 너무나도 낯설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싫은 것은 아니었다.

권태정의 집은 아주 넓고 쾌적해서 아주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또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있으니 무엇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걱정이라면 말도 안 될 만큼 아주 빠른 속도로 권태정에게 더더욱 빠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겸은 권태정과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한 번도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는 이겸은 여유가 넘치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매일이 저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곳에서 지내다가 원래 제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다시 적응해 지낼 수 있을지, 또 권태정이 있다가 없게 되면 견딜 수 있을지 따위를 매일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겸은 권태정을 좋아하게 될수록 아주 많이 불안해졌다. 이렇게 마음이 흔들려 본 적도 없고, 저를 향한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받아 본 적도 없어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권태정을 보는 순간 전부 사라졌다. 저를 향하는 웃음과 다정한 목소리, 그리고 결코 어긋나지 않는 시선을 마주할 때면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권태정이 있으니까. 그가 저를 보고 있으니까.

이겸은 늘 저를 어른스럽게 안아 주는 권태정이 좋았다. 직접 전하지만 못했을 뿐, 잔뜩 무거워진 마음은 이미 권태정에게 전부 닿아 있었다.

“이겸아.”

“네?”

“요즘 생각이 많네.”

생각에 잠겨 있던 이겸은 정신을 차리고 제 옆에 앉은 권태정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권태정이 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조금 멍했던 머리 안으로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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