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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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생각하던 이겸이 모르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귀여워 침음한 권태정은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겸의 입술을 깊게 마주 물었다. 정말 예뻐 미칠 것만 같았다.
이겸은 입술을 벌려 제 안으로 들어오는 권태정의 혀를 가만히 마주 문질렀다. 뜨겁고… 달콤하고, 또 부드러웠다.
“으응….”
“하…. 우리 결혼했잖아. 여보라고 불러 봐, 이겸아. 전에 한 번 하고 그 뒤로 안 해 줬잖아.”
사실 신혼여행 때 이겸이 잔뜩 부끄러워하며 섹스할 때 소리 냈던 뒤로 한 번도 다시 여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딱히 그 호칭이 아니더라도 넘치게 행복하고 좋아서 별로 의미를 둔 적이 없었는데 그냥 오늘은 한 번 더 이겸에게 듣고 싶다는 짓궂은 생각이 불쑥 솟았다.
취했으니까 어쩌면 쉽게 말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겸은 취한 와중에도 그 말은 쉽지가 않은지 입술만 달싹일 뿐 소리를 내 주진 않았다.
그런 이겸을 보며 권태정은 하루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처럼 눈을 맞춘 채 입을 벌렸다.
“여, 보.”
“…….”
“따라만 하면 되는데. 다시. 여, 보.”
“…여….”
“…….”
“보….”
“응, 여보.”
“…여보오….”
“씨발, 미치겠다, 진짜. 이겸아. 누가 이렇게 예쁘랬어. 응?”
부끄러워하면서도 제가 웃으니 따라 웃는 이겸의 허리를 두드린 권태정이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우리 여보 얼른 씻고 자자. 눈에 잠이 가득해.”
셔츠 단추가 전부 풀린 것을 본 이겸이 손을 뻗어 권태정이 입고 있는 겉옷을 어깨 뒤로 넘겼다. 취해서 대담해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제 옷까지 먼저 벗기는 이겸이 새로워 권태정은 가만히 이겸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았다.
“…….”
정확도가 떨어지는 손길로 권태정의 티셔츠를 아래에서 들어 올린 이겸이 기꺼이 팔까지 빼 주는 도움을 받으며 완전히 벗겨 냈다. 그러고는 드러난 권태정의 단단한 몸을 보며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굴렸다. 그동안 수도 없이 보고 만지고 닿았는데도 여전히 이겸은 권태정의 몸이 너무나 야하게 느껴져 보는 게 너무나 부끄러웠다.
“같이 씻자고 벗기는 느낌이 아닌데.”
“…….”
“다른 거 하고 싶어?”
“…….”
“응? 여보, 자기야.”
천연덕스럽게 여보라 말하는 권태정을 보며 복숭아처럼 달아오른 이겸의 페로몬 향이 더 짙어졌다. 살짝만 쥐어도 손끝에서 뭉그러지며 과즙이 튈 정도로 달아오르고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을 만큼 짙어지는 페로몬에 권태정이 이겸의 셔츠까지 어깨 뒤로 넘겨 벗겼다. 그리고 제 바지 버클을 풀었다.
“만져 줘, 이겸아.”
이겸의 손을 잡아 윤곽이 확연히 드러난 속옷 위에 얹은 권태정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겸의 손이 닿기만 했는데도 성기는 무섭도록 발기했다.
“…커졌어요….”
“응, 자기 손 닿아서 그래. 자지 더 만져 줘.”
“…….”
“…아, 읏….”
안에 넣어서 만져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속옷 안으로 손을 넣는 이겸을 보며 권태정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 달아오른 얼굴로 시선을 내리깐 채 자지를 만져 주는 얼굴이 지나치게 야했다.
“하…. 이겸아, 아, 커지는 거 느껴져? 아…. 기분 좋아. 네 손 뜨거워.”
인상을 쓴 얼굴이 풀리며 눈이 감기고 고개가 살짝 뒤로 젖혀졌다. 골격이 단단해 보이면서도 유려하게 흐르는 권태정의 얼굴을 멍하니 보며 손에 쥐어지지도 않는 성기를 빠듯하게 쥔 이겸이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단단한 기둥을 쓸다가 더 아래로 손을 넣어 고환을 만지면 뜨겁고 긴 숨이 흐트러졌다. 그대로 다시 기둥을 쓸어 올려 귀두를 쥔 채 엄지 끝으로 막듯 살살 선단을 문지르자 권태정의 숨이 짧게 끊겼다.
“…읏, 아…. 후우, 아, 이겸아.”
“하아….”
권태정의 낮은 신음에 흥분한 이겸은 손끝이 찌릿대는 것을 느꼈다. 성기를 만지는 것은 저인데 이상하게 손을 대면 제 다리 사이도 저릿하며 젖는 느낌이 났다.
“아, 윽….”
이겸의 손끝이 귀두를 조금 더 세게 문지르는 순간 뜨겁고 희끄무레한 것이 확 튀었다. 이겸은 젖은 손으로 조금 더 권태정의 성기를 만지다가 손을 빼냈다. 생각한 것처럼 손은 권태정의 정액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하아….”
취해서 그런지 묘한 용기가 피어올랐다. 이겸은 권태정의 것이 묻은 손끝을 혀로 할짝이다가 한 마디를 입술 사이에 넣고 쪼옥 빨았다.
“…….”
“…….”
사정의 여운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엄청난 장면과 마주한 권태정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이겸이 야하다는 걸 처음 안 것도 아닌데 온몸이 미친 듯이 뜨거워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순간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대로 러트가 터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열기였다.
“이겸아.”
“하고… 싶어요….”
조금 전까지 손을 넣어 쥐고 있던 성기를 다시 꺼내는 이겸을 보며 인상을 쓴 권태정이 가만히 다리 사이로 가는 뒤통수를 내려다보았다. 말려야 하는데 입을 열면 지나친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욕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거친 숨만 내쉬었다. 권태정은 곧 축축하고 뜨거운 점막이 성기 끝을 가두는 느낌에 고개를 젖혔다.
“읏, 그렇게까지… 아, 안 해도 돼….”
두 팔을 뒤로 해 침대를 짚은 권태정의 상체가 느릿하게 기울어졌다. 자연스럽게 더 젖혀진 고개로 신음하자 툭 불거진 울대가 일렁였다. 권태정은 흥분에 매끄럽게 젖은 눈을 떠 하얀 천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려 제 성기 끄트머리만 겨우 입에 물고 있는 이겸을 짙은 눈동자로 가득 담았다.
제대로 무는 것도 버거워 끝만 물고 낑낑대면서도 조금 더 깊게 넣으려는 움직임이 야하면서도 애처로울 정도였다. 권태정은 뒤로 뻗어 침대를 짚고 있던 손 하나를 들어 결 좋은 이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게 좋은지 성기를 물어 튀어나온 볼을 한 채 이겸이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맞췄다.
“자기야, 나 진짜… 하, 죽을 것 같아. 몸이 이상해. 아…. 페로몬이 너무….”
과장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페로몬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온몸이 다 홧홧하고 정말 머리가 확 돌 것만 같았다.
이겸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머무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충동은 그 가학심에 자꾸만 불을 지폈다. 권태정은 이 느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겸과 만나기 전에는 늘 미리 센터를 방문해 막았지만, 이겸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뒤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던 바로 그 감각이었다.
러트 사이클.
러트가 시작돼도 이겸과 함께 보내면 되니 걱정할 게 없기도 했지만, 이겸이 임신을 하며 히트 사이클이 오지 않게 되면서 각인을 한 알파인 권태정도 자연스럽게 러트 사이클을 임신 기간 동안 겪지 않아 솔직히 이쪽으로 신경을 덜 쓰고 있었다.
물론 하루를 낳고 키우면서는 자연스럽게 다시 히트와 러트가 찾아왔지만, 이겸의 공부와 건강을 위해 센터에서 호르몬 제어를 해 컨트롤을 하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공부하면서 육아까지 하느라 힘든데 거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사이클까지 겪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히트, 러트와 마주하지 않은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런 사이클이 없어도 늘 호르몬 제어가 안 된 모양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머리가 녹아 버릴 것 같은 섹스를 했다. 그래서 전혀 사이클의 부재를 눈치채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랬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충동을 누르기도 어렵고, 이겸을 마냥 예쁜 마음으로 보는 것도 힘들었다.
“하….”
손에 쥐고 싶었다. 학교 따위 다니지 못하게 만들고 싶어 괴로웠다. 이겸을 부축하고 있던 타인의 손이 떠올라 불쾌해지고 이 예쁜 얼굴에 닿던 시선들이 떠올라 화가 났다. 권태정은 페로몬에 절은 손을 들어 제 성기를 물고 있어 볼록해진 이겸의 뺨을 문질렀다.
“더.”
그대로 이겸의 머리칼 사이로 파고든 기다랗고 유려한 손가락이 느릿하게 머리를 눌렀다. 더 깊게 젖은 곳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좋으면서도 너무 좋아서 괴로웠다. 권태정은 이겸의 입 안에서 더 발기하는 성기를 느끼며 달아오른 숨을 내쉬었다.
“흐읍….”
점점 더 커지는 성기를 머금는 것만으로도 벅차 헐떡이는 이겸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눌렀다가 놓는 것을 반복하던 권태정이 마지막 이성을 끌어모아 이겸의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위협적으로 튀어나온 성기가 이겸의 눈가에 부딪쳤다.
“하아…. 하으….”
“…후우, 이제 그만.”
여기서 딱 멈추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일까지 벌어질 것을 예감한 권태정이 성기를 빼내며 늘어진 침으로 번들대는 이겸의 입술을 문질러 닦았다.
“…실장니임…. 저 너무 더워요…. 으응, 실장님 향이 너무….”
반쯤 눈이 풀린 이겸이 권태정의 성기에 뺨을 비볐다. 숨을 헐떡일 때마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짙은 복숭아 향이 터져 나왔다.
“…읏, 씹.”
전혀 갈무리할 수 있는 농도가 아닌 이겸의 페로몬 향을 마주한 권태정이 어떻게든 제 페로몬을 조절하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페로몬은 점점 더 쏟아져 나와 방 안을 전부 채웠다. 조금도, 정말 조금도 제어가 되지 않았다.
페로몬 조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우성알파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단 하나 뿐이었다. 러트. 권태정은 이미 러트가 시작되었음을 느끼며 욕을 짓씹었다.
“하….”
제가 이 정도라면 제 페로몬에 노출된 이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각인한 알파의 공격적으로 쏟아지는 페로몬을 어떻게 거스를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제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술에까지 취해 있는 상태라 더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겸아, 잠깐만…. 잠깐만 거실에 가 있자. 이대로는….”
“…같이, 같이 있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