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
이서가 안절부절못하며 무릎 위에 얹어 둔 손으로 제 바지만 쥐어뜯는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그죠. 어찌나 간사한지 막 억울한 거야.”
차계원의 어투가 속삭이듯 낮아진다. 나긋한 목소리가 이서의 귓가를 울린다. 계원이 손등으로 이서의 뺨을 닿을 듯 말 듯 하게 쓸어 올린다. 살짝 언 피부는 아직도 녹지 않고 있었다.
“대체 어……. 어떤 게.”
“어떤 게?”
차계원이 입매를 비틀어 올리고 픽 웃는다. 놀란 표정의 백이서가 말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계원이 그 눈 주위를 천천히 쓸다가 이서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가늘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계원의 손등을 간질였다. 백이서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백이서답다. 그래서 한입에 씹어 먹고 싶다가도, 그냥 한 발자국 떨어져 제 손에 올려 둔 채 구경하고 싶기도 했다.
“이 여우 새끼는 내가 뭘 했다고 도망만 칠까……. 왜 서럽고 막 그런 거 있잖아요.”
“도망친 건…….”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 줬어요. 파리 새끼 꼬이는 것도 눈감아 줘. 답답한 우리 대표님 생각해서 일일이 입 아프게 설명도 다 해 줘.”
차계원이 우악스러운 힘으로 한 손을 뻗어 이서의 턱을 쥔다. 계원의 힘에 억지로 치켜 올려진 고개가 일직선이 된다.
“그…….”
“말 잘 들으라고, 기어오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알려 주기까지 해.”
“턱…… 놔주시면…….”
“얼마나 더 친절하게 해 달라고, 대체. 대표님 눈에는 내가 호구 새끼로 보여요?”
으르렁대는 계원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오히려 화가 배가 된 것만 같다. 고개가 치켜 올려진 탓에 차계원의 성난 표정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한 번 더 침을 꿀꺽 삼킨 이서가 입을 연다.
“어떻게 하면…….”
“…….”
“어떻게 하면 화 푸실래요?”
“…….”
“차계원 씨가…… 말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리실지…… 정말 모르겠어서.”
잠깐의 침묵이 거실을 감쌌다. 바람 소리 하나 나지 않는 공간은 고요했다. 눈 깜빡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착각이 인다.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는 듯 계원의 입에 질 나쁜 웃음이 걸린다. 턱을 감싸고 있던 손이 아래턱을 눌러 이서의 입을 벌린다. 힘없이 벌어진 입 속이 코끝처럼 붉다.
“……빨아 볼래요?”
“……예?”
이서의 눈이 빠르게 깜빡인다. 당황으로 물든 뺨이 뺨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목으로 범위를 넓히며 물들어 갔다.
“뭘 그렇게 놀라요. 좆 빠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무, 무슨…….”
“무슨 뜻인지 몰라요? 대표님 멍청해도 아예 병신은 아니잖아.”
열린 입으로 엄지손가락 하나가 들어와 축축한 혓바닥을 느릿하게 문지른다. 엄지를 뺀 나머지 손가락은 이서의 턱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저번에 보니까 혀 감도가 좋던데요.”
혓바닥을 둥글게 문지르던 손가락이 구음을 하듯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한다. 이서가 몸을 일으키기 위해 바르작거렸다.
“왜, 또 도망가게?”
그 움직임을 기민하게 알아차린 차계원의 목소리가 무겁게 이서의 정수리로 떨어진다.
“대표님이 먼저 기어들어 왔잖아.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차계원이 남은 한 손으로 이서의 어깨를 눌러 앉힌 다음, 제 욕실 가운의 끈을 당겨 푼다. 단단하게 곧추선 아랫도리가 꺼떡거리며 쿠퍼액을 흘려대고 있었다.
“그냥은 못 나가죠.”
“으, 이…… 러지 마요…….”
입 안의 손 때문에 발음이 새어 나간다. 그 말마저도 차계원이 다음 말을 못 하게 자른다.
“내가 또 마음이 여려서……. 대표님 이런 식이면 상처받을 수도 있거든요.”
허리를 숙인 차계원이 이서와 눈을 맞춰 온다. 숨결까지 느껴지는 거리에서 그가 나직하게 속삭인다.
“……어떻게 할래요?”
“흐…….”
혀에서는 질척이는 소리가 계속됐다.
“시사회까지 얼마 안 남은 거 같은데. 빨리 선택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서와 시선을 마주친 계원의 눈이 일렁이고 있었다.
* * *
“벌려 봐요.”
그의 아랫도리가 툭 무게감 있게 이서의 뺨을 때렸다. 계원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절절 끓었다.
“시, 싫어…….”
이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눈앞에 들이 밀어진 차계원의 성기는 무지막지하게 컸다. 저런 걸 입에 넣었다가는 찢어질 게 분명했다. 그런 이서의 의사는 상관없다는 듯 쿠퍼액으로 젖은 살덩이 끝이 살짝 열려 있던 입 안으로 들어온다.
“으, 읍…….”
이서가 고개를 뒤로 물리려 했으나 커다란 손이 뒤통수를 감싸 퇴로를 차단한다. 제 입 안의 것을 빼내려 혀로 밀었지만, 그게 더 계원을 부추기는 꼴밖에 안 됐다.
“하……. 씨발…….”
퍽.
계원이 허리를 살짝 뒤로 물렸다가 강한 힘으로 추어올린다.
“으흡……!”
이서의 눈이 크게 홉떠진다. 커다란 눈에 생리적인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눈을 내리깔자 반쯤 들어온 성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서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 얼굴이 퍽 가엾어 계원이 제 성기를 한 번 더 추어올린다. 까칠한 음모가 이서의 안면에 닿았다.
“목구멍, 더 벌려요. 하……. 옳지.”
입 안 가득 찬 성기에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차계원의 성기는 빈 공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숨을 쉬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이 이서의 목구멍을 열게 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헐떡였다. 하얀 손이 차계원의 가운을 부여잡는다.
“후우…….”
계원이 낮게 그르렁거리며 숨을 내쉰다. 이 안이었다. 뜨겁고 말캉한 구멍. 이 구멍 맛을 못 잊어, 차계원은 근 3년 동안 반강제적으로 욕구를 풀지 못했다. 참다못해 다른 사람을 안으려 해도 도저히 맛이 안 났다. 저 야살스러운 몸은 심지어 꿈에까지 나와 처연한 눈으로 저를 올려다봤다.
퍽.
퍽.
“흐으……. 읍…….”
질펀한 움직임이 계속됐다. 뒤통수를 감싸고 있던 손이 이서의 머리칼을 움켜쥔다.
“하…….”
차계원은 추삽질을 하면서도 이서의 얼굴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렸다. 귀를 비틀듯 잡아당기기도 하고 툭툭 떨어지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훑어 가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잘게 추삽질하던 계원의 허리 짓이 멈춘다.
“으읍…….”
목구멍에 그대로 사정된 정액이 끈적하게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이서가 얼굴이 새빨개지며 계원을 때렸지만, 계원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삼켜요.”
야릇한 웃음을 짓고 있는 계원이 볼을 진득하게 쓰다듬으며 말한다. 뒤통수의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가 있었다.
“흐윽……. 으읍.”
“그렇지. 다.”
성기를 입에 문 채 겨우겨우 정액을 삼켜낸 이서가 빼 달라는 듯 계원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는 성기를 빼낼 생각은 하지 않고 외려 입천장을 귀두로 긁어내렸다. 계원이 올려다보는 이서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좆 물고 있는 게…….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요.”
“흐…… 흐읍…….”
“이쁘기도 해라.”
눈가가 붉어진 채,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올려다보는 백이서의 얼굴은 짜릿할 정도로 꼴렸다. 방금 물을 뺀 성기에 다시 열기가 몰렸다.
계원이 예고 없이 쑥 제 성기를 뺐다.
“쿨럭, 켁……. 흐윽, 쿨럭, 쿨럭…….”
밭은 숨을 몰아쉬며 콜록대는 이서의 머리통은 아직도 계원의 손에 잡혀 있었다. 계원이 이서의 가는 목에 제 성기를 비비며 묻은 정액을 닦아냈다.
“이, 이제……. 하아, 됐, 된 거죠. 흐…….”
타액과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바들바들 떨린다. 조금 찢어졌는지 입꼬리 끝이 갈라져 피가 맺혀 있었다. 채 삼키지 못하고 입술 근처를 적시는 액이 퍽 외설스러웠다.
“되긴 뭐가 돼. 시작도 안 했는데.”
피식 낮게 비웃은 차계원이 이서의 패딩을 벗겨 던진다.
“싫……! 웁!”
계원이 허리를 숙여 고개를 모로 꺾는다. 아직도 이서의 마른 손은 계원의 가운을 그러쥐고 있었다. 계원의 혀가 입술 사이를 파고든다. 농밀한 입맞춤이 이서의 혀를 빨아들인다. 혀뿌리가 뽑힐 것 같은 감각에 이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차계원은 느릿하게 이서의 혀를 핥다가도 순식간에 난폭하게 굴었다.
“하아…….”
어느새 이서는 윗옷은 물론이고 바지까지 벗겨져 있었다. 벗어나려는 이서의 몸을 차계원의 무릎이 누른다.
계원의 혀가 이서의 치열을 쓸어내린다. 이서의 혀를 가져가 깨물기도 했다. 타액을 빨아올리는 소리가 질척하게 거실을 울린다.
“흐아. 흐윽……. 그만……. 흑…….”
차계원이 입을 떼고 그만이라 소리치는 이서의 입에 제 손가락 두어 개를 넣는다. 멋대로 입 안을 휘젓고 나간 손가락이 이윽고 비부에 닿는다.
“뭐, 뭐 하려는!”
“얌전히 있어야죠.”
놀란 이서가 퍼덕거리며 벗어나고자 용을 쓴다. 그 소용없는 움직임을 한 손에 제압한 계원이 젖은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는다.
“아흣!”
한동안 관계를 하지 않은 몸은 손가락 하나로도 빠듯했다. 그러나 계원은 인정사정없이 손가락 하나를 더 넣었다. 몸에 들어간 손가락 두 개가 가위처럼 구멍을 넓힌다. 굵은 계원의 손가락 뼈마디가 여실히 느껴졌다.
“으흑……. 흡……. 하지, 하지 마세……. 으…….”
“쉬이…….”
계원이 다른 손으로 달래듯 이서의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의 혀가 빗장뼈 근처에서 맴돌았다. 축축하고 농밀한 감촉이 이서의 몸을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