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하?”
뚱딴지같은 소리에 계원이 헛기침을 한다. 마신 것도 없는데 사레들리기는 또 처음이었다.
“밥 잘 먹고 왜 개소리를 해요?”
“항상 강아지 부르듯이 부르시길래…….”
그러면서 백이서는 흘긋 차계원의 손을 본다. 방금까지 까딱이던 손이다.
“참나.”
“…….”
계원이 헛웃음을 친다. 아무리 생각해도, 백이서는 자신이 귀엽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아니면 딱 한 걸음만 두고 저 지랄 할 수가 없다. 한 걸음을 앞에 두고 발가락을 곰지락거리며 흘긋대는 게 요망하기 그지없다.
“으앗!”
차계원이 이서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계원의 위로 넘어진 이서가 버둥거린다. 고정된 한쪽 팔 때문에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진강 데려온다고?”
계원이 버둥대는 백이서를 바로 앉혀 준다. 얼떨결에 계원의 위에서 마주 보고 앉게 된 백이서가 시선을 피한다.
“오는 게 좋겠…… 죠? 본인도 원하니까요.”
“…….”
“요즘 주목받는 배우잖아요. 또……. 또. 인성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답 없는 계원이 불안한지 백이서가 주저리주저리 덧붙인다.
“인성이라…….”
인성 같은 소리. 전에 백이서가 데리고 있던 배우들이나 저나 인성 좋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백이서는 사람 보는 눈이 바닥이다.
계원이 백이서의 허리를 끌어안고 목과 어깨 사이에 제 얼굴을 느릿하게 부빈다. 백이서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가 계원의 콧등을 적셨다.
“그리고 아무래도……. 소속 연예인이 부족한 실정이니까요.”
“……그래요.”
“저, 계원 씨?”
계원의 손이 헐렁한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허리께를 매만진다. 백이서가 불편한 듯 허리를 비틀었다.
“계원 씨, 손 좀.”
허리를 진득하게 매만지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온다. 당황한 이서가 멀쩡한 한 손으로 차계원의 어깨를 밀려 했으나 밀리지 않았다.
“아흐.”
“쉬. 가만있어야죠. 팔 다쳤잖아요.”
차계원이 어느새 붉어진 목선을 혀로 핥아 올리면서 속삭인다. 그의 손은 옷 안에서 어느새 이서의 가슴께로 다다랐다.
“읏.”
계원이 손가락으로 이서의 유두를 튕겼다. 백이서의 피부는 아직도 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마, 만지지 마세요.”
“……왜.”
반발적인 빛을 띤 차계원의 눈이 이서를 올려다봤다.
“그야, 안 건들기로……. 악!”
차계원이 이서의 옆 목을 세게 문다. 그에 콰득 소리가 난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꽤 아프게 물린 목은 상처가 났을 게 뻔했다.
“붕대는 왜 젖었어요.”
치아로 문 자리를 반복해서 잘근거리며 묻는다. 이서는 자신이 꼭 맹수에게 물린 사슴이 된 기분이 들었다. 와중에도 차계원의 한 손은 집요하게 유두 근처를 맴돌고 있었고, 나머지 한 손은 허리를 지분거리고 있었다.
“씻느라…….”
“불편했겠네. 내일부터 도와줄게요.”
“뭐, 뭘……. 흡.”
허리를 매만지던 손이 이서의 머리통을 잡는다. 입술에 차계원의 숨결이 느껴졌다.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당기던 차계원이 예고 없이 입술을 짓씹고는 이서의 입 안을 파고들었다.
“흐…… 으…….”
이서의 입에서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신음이 섞여 나왔다. 차계원은 부드럽게 입천장을 긁다가도 난폭하게 혀를 움직였다. 유두를 지분거리던 손은 이서가 몸을 일으키려 할 때마다 이서의 골반을 내리눌렀다. 그리고 골반이 내리눌러질 때마다 단단해진 차계원의 성기가 여실히 느껴졌다.
숨이 차올라 이서의 입가에 침이 질질 흘러나올 때가 돼서야, 차계원은 이서의 머리를 놔주었다.
“후아……. 하……. 하아……. 비켜…….”
이서가 있는 힘을 다해 차계원의 품에서 다리를 빼낼 때였다. 차계원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시야가 돌아갔다. 침대에 바로 눕혀진 이서 위에서 차계원이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었다. 숨을 참느라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이서와 달리 계원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나오라고!”
“……반말하니까 귀엽네. 종종 해 줘요. 마음에 드니까.”
화내는 이서를 피식 비웃은 계원이 이서의 옷을 벗긴다. 고정된 팔 때문에 움직임이 힘든 이서가 버둥거린다. 그 몸짓이 같잖아 계원이 이서의 가슴을 꾹 누른다.
“놔……. 놔 봐요. 좀!”
젖은 머리카락이 침대 위에 흩어진다. 은은한 단내와 물 향도 함께 흩어졌다. 이서의 버둥거림이 무색하게 차계원의 손이 빠르게 윗옷과 바지 모두를 벗겨내었다. 흰 속살 위에 일전에 남긴 자국들이 옅게 자리하고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옅어진 자국들이 아쉬웠다.
“왜 사람 말을 듣지를…….”
“속옷도 안 입어 놓고 뭘 자꾸 놔 달래.”
속옷을 죄다 욕조에 던져 버린 장본인임에도 차계원은 당당했다.
“속옷을……. 안 줬잖아요…….”
“아. 내 속옷 입고 싶었어요? 말을 하지 그랬어요. 얼마든지 입혀 줬을 텐데.”
계원이 육욕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한다. 마디가 굵은 손이 이서의 나체를 목부터 아래까지 천천히 쓸었다.
“으응…….”
“만져 달라는 거지, 이게.”
이서의 미약한 신음에 계원의 목소리가 습기를 머금는다. 손을 뒤로 넣어 꼬리뼈 부근을 살살 쓸어 주자 신음이 짙어진다.
“아. 아니. 흣……. 아니야.”
이서가 고개를 도리질 친다. 그럴 때마다 물 향이 더 짙게 배어 나왔다.
“씹…….”
계원이 욕을 짓씹는다.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백이서 안에 당장이라도 쑤셔 박고 싶었다. 백이서는 계원을 부추기기라도 하려는 듯 몸을 바르작거렸다.
“아니기는…….”
꼿꼿이 선 이서의 성기를 계원이 한 손에 그러쥐었다. 짙은 산호색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성기는 백이서와 쏙 닮았다.
“흐응……. 읏, 흐윽. 하, 하지 마, 하……. 응…….”
계원이 엄지로 요도 구멍을 진득하게 문지른다. 한참을 문지르며 성기를 위아래로 쓸어 주자 백이서가 앓는 소리를 냈다. 젖혀지는 고개가 탐스럽다.
“하악…… 읏. 흐으.”
“후…….”
계원이 다른 손으로 백이서의 유두 끝을 긁는다. 물기 어린 유두를 짓눌러도 보고 손가락 사이에 넣어 죽 잡아당기기도 한다. 와중에 계원은 백이서의 어깨며 갈비뼈, 쇄골 등을 입으로 빨아 당기기까지 했다.
“싫다니……. 흐응…… 까.”
도리질을 치면서도 착실히 반응해 오는 백이서의 몸을 보며 계원이 다른 쪽 유두를 입에 머금는다. 높아진 백이서의 체온이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성기를 쥔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혀로 둥글려 주자 백이서의 허리가 들썩인다. 이걸 두고 어제는 어떻게 참았는지. 저 자신이 용했다.
“하윽!”
계원의 손에 정액이 사출되고, 백이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무감각한 표정의 계원이 제 손을 내려다봤다.
“하, 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백이서의 중얼거림은 히끅거림과 비슷했다. 계원이 물끄러미 바라보던 제 손을 혀로 핥는다.
“그, 그걸 왜.”
백이서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다.
“제, 제 집으로 갈래요.”
순간적으로 계원을 밀친 이서가 침대 아래로 발을 디딜 때였다.
풀썩.
“이렇게 싸질러 놓고 도망가면 안 되지.”
손쉽게 이서를 잡아 눕힌 계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손에서는 이서의 정액이 뚝 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표정한 계원이 이서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보란 듯이 제 손을 한 번 더 핥아 올렸다. 살짝 꺾인 고개와 느릿하게 움직이는 혀가 그를 외설적으로 보이게 했다.
“……나쁜 맛은 아니네요.”
“부, 분명 안 건드린다고 했었잖아요. 약속, 약속까지 했는데…….”
백이서가 억울한 듯 줄줄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백이서의 표정이 썩 마음에 들어, 계원은 그 억울함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걱정 마요. 안 할 테니까.”
백이서가 도망가지 못하게 무릎으로 누른 계원이 이서의 입술을 더듬는다.
“대신 좆 좀 빨아 볼래요?”
그렇게 말하는 차계원의 투는 퍽 나긋해서 이서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일었다.
“싫…….”
“정 안 되겠으면 집세라고 생각하든가.”
“제, 제가 있고 싶어서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차계원 씨가 있으라고 해서.”
귀찮다는 듯 이서의 볼을 손가락으로 한 번 툭 친 계원이 이서의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기대게 했다.
“싫으면 벌리고만 있어요. 그건 쉽잖아.”
턱을 매만지는 차계원의 눈빛이 육욕으로 일렁거린다.
“아니, 웁…….”
손아귀로 이서의 턱을 벌린 계원이 제 성기를 밀어 넣는다. 귀두 끝을 감싸는 입 안의 축축함이 느껴졌다.
“하…….”
“흐으…….”
“잘 좀……. 벌려 봐요. 입 벌리는 것도 못 하면 어떡하자고. 혀라도 써 보든가.”
“으…… 흐읍…….”
“그때 한 번 해 봤잖아요. 그대로만 해요.”
이서가 한 손으로 계원의 허벅지를 때린다. 그에 개의치 않은 차계원이 상단부를 더 밀어 넣었다.
“우읍.”
헛구역질이 올라온 이서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계원의 입매가 비틀린다. 발간 얼굴로 좆을 물고 있는 얼굴이 안 그래도 곧추선 아랫도리에 더 열을 오르게 했다.
“물고만 있으면 어떻게 해요.”
차계원이 검지 한 마디를 이서의 입에 넣는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데, 손가락이 들어오자 입술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혀라도 쓰라니까. 밤새 물고 있고 싶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