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이불을 그러쥘수록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갔다. 활짝 열린 방문에서 느린 클래식 음악이 흘러 들어온다. 차계원은 보통 선율이 어지럽지 않은 재즈나 클래식 음악, 간혹 올드팝을 틀어 놓기도 했다.
“하읏……!”
오늘 차계원이 선택한 클래식 음악은 템포가 잔잔했다. 그리고 그 느린 선율과 상반된 과격한 허리 짓이 마치 그의 성미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하, 한 번만 한다며 아까 네가…….”
“후…….”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릴수록 계원의 조급함이 짙어진다. 제 밑에서 잔뜩 열이 오른 나체가 바르작거리고 있었다. 멍울을 가득 매단 채 몸을 뒤틀고 있는 모습이 야했다.
“네가 분명…… 흐윽.”
유두를 질척하게 핥아 올리자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우는 소리를 낸다. 잡은 옆구리가 바르르 떨린다. 한껏 지친 몸짓으로 헐떡이는 숨이 아까웠다.
“흐으…….”
계원이 이서의 입을 열어 혀를 빨아 당겼다. 달큼하다. 턱을 세게 쥔 그의 손에 힘줄이 돋아났다.
“하아.”
비집고 들어갈수록 움찔거리는 내부는 이미 한 번 사정한 뒤임에도 빡빡했다.
“구멍이 대표님 닮았어요. 알아요?”
“닮긴 어디가 닮……. 하응. 그런 말 좀 하지, 읏…… 마.”
외설스러운 말에 달아올라 있던 피부가 더 붉어진다. 차계원은 외설적인 말을 할 때면, 가뜩이나 낮은 목소리가 더 낮고 습해진다.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은 원래의 의미보다 한층 더 난잡하게 들렸다.
계원이 골반 조금 위쪽을 깊게 물어 빨아들인다. 이서가 신음하는 것과 동시에 그가 잘게 움직이던 허리를 크게 추어올린다.
“하으윽……!”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성기가 하단부까지 밀고 들어간다. 들락거리는 횟수가 빨라질수록 이서의 신음이 커졌다.
“대표님처럼 말을 얼마나 안 듣는지, 몇 번을 박아 줘도, 후. 조이는 게.”
차계원이 철썩 소리가 나도록 엉덩이를 때린다. 흔들리는 하얀 엉덩이에 남은 붉은 손자국이 만족스럽다. 쿨쩍이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 듬뿍 싸질러 준 정액이 계속해서 흘렀다. 계원이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찬다.
징. 징.
침대 위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백이서가 정신없이 몸을 버둥거릴 때 팽개쳐진 것이다.
핸드폰 화면에는 이진강이라는 이름 석 자가 떠 있었다. 차계원이 정신 못 차리고 울먹이는 이서의 눈앞에 핸드폰 화면을 들이댄다. 와중에도 추삽질은 속도만 느려졌을 뿐 멈추지 않고 있었다.
“얘랑 진짜 뭐 있었어요?”
비소를 머금은 음성에는 빈정거림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서는 지금 핸드폰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정감이 잔뜩 몰린 제 성기와 비부를 밀고 들어오는 난폭한 움직임에만 온 신경이 곤두섰다.
“흐윽……. 아니, 없었어.”
“전화 불나겠네. 애인도 이렇게는 안 하겠어.”
“으응……! 하윽!”
계원이 이서의 유두를 손톱으로 긁어내리고는 손가락 사이에 넣고 비튼다. 잠시 느려졌던 피스톤 질이 다시금 빨라지고 있었다.
“으읏…… 천, 천천히.”
“지금 받아 볼까요?”
진짜 통화 버튼을 누를 것처럼 계원이 손안에서 핸드폰을 굴린다. 팔을 뻗어 보지만 닿을 리가 없었다. 핸드폰을 뺏으려 하는 이서의 유두만 아프게 잡아당길 뿐이었다.
“안 돼, 안 돼…… 하지 마. 흐으……. 하지 마.”
잔뜩 울상이 된 이서가 애원했다. 차계원의 입매에 질 나쁜 미소가 걸린다. 자신은 정말이지 백이서의 이런 표정이 좋았다. 울상이 돼 애원하거나 절절하게 바라보거나 아니면 뭐 마려운 개새끼처럼 낑낑거릴 때.
“하지 마?”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힘이 추어 올려진다.
“아으……. 제발…….”
“하지 마?”
다시 한번 추어올리자 젖은 얼굴이 도리질을 친다.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눈에는 눅진한 이채까지 돌았다.
“천천히 제발…… 응? 계원아, 제발.…….”
“이렇게 열심히 연락하는데 한 번쯤은 받아 주지 왜요.”
계원이 손바닥으로 이서의 성기를 문질렀다. 이서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시, 싫어 안 받아. 안 받아도 되니까 천천히 좀…….”
“매정하네.”
핸드폰을 바닥에 던진 계원이 한 번에 성기를 쑥 빼냈다가 다시 끝까지 밀어 넣는다.
“아흑. 흐아…….”
계속해서 이어지는 과격한 피스톤 질은 이서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멈춰지지 않았다.
* * *
막 운동을 끝마친 진강이 상의를 벗어 세탁 바구니에 넣는다. 그물처럼 촘촘한 근육들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운동 강도를 높여서인지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후우.”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평생 운동을 쉰 적이 없었다. 여가 시간에는 난이도 높은 운동 종목을 즐겼고, 틈틈이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첫 직업으로 경호 업무를 선택했던 것도 체력이나 힘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뒤진 적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신이 차계원의 악력에 한 번에 제압됐다는 사실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점심시간…….”
시곗바늘은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서, 휘준과 점심을 먹고 있을 시간이다.
진강이 진한 눈썹을 찡그리며 생수 한 병을 꺼낸다. 회사 근처에 다니는 헬스장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진강은 워낙 운동을 즐겨 하는 덕에 웬만한 운동 기구가 자택에 구비돼 있었다. 아예 방 하나를 트레이닝실로 만들어 두기까지 했다.
“문자를 다시……. 하, 아니지.”
진강이 써 내려갔던 문자를 지운다. 어차피 답은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처음에는 밥이나 한번 같이 먹을 생각이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좋은 사람과의 식사 시간은 나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초밥을 사 들고 방문한 첫날 이후, 그저 한 번이라 생각했던 시간을 계속 반복하게 됐다. 매번 혼자 하던 식사였으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도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꼬집지 못하겠다. 초밥을 열심히 우물대던 볼이나, 바른 젓가락질에 시선이 계속 갔을 뿐이다. 그것도 이유라면 이유가 될까.
진강이 샤워실로 가기 전, 통화 버튼을 누른다.
* * *
“그러니까 휘준 씨한테 오늘도 연락이 왔다는 말이죠.”
제일 먼저 전화를 건 대상은 늘 그렇듯 백이서였다. 역시나 신호음만 갈 뿐 응답은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그의 통화 대상은 휘준이 됐다.
[예. 별 이야기 없으셨습니다. 평소랑 같았습니다.]
“언제 출근하실지는 말씀 없으셨습니까?”
[푹 쉬다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예의 바르고 평온한 목소리는 여전히 진강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둘은 일전에 말을 놓기로 했었으나, 서로 반말을 어려워하는 탓에 여전히 존대를 사용했다.
“휘준 씨는 걱정도 안 되십니까.”
[연락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쉬고 싶다고 하시는 게 반가워서 말입니다. 제대로 쉬신 적 없었습니다. 휴식이 필요할 겁니다.]
“제대로 쉬신 적도 없는 분이 쉰다는 게…….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제 선배가 하는 대로 따르고 믿을 뿐입니다. 제 선배는 열 살짜리 애가 아니고요. 어리숙해 보이는 면이 있기는 해도 마냥 어리숙하기만 한 분은 아닙니다.]
“……그렇군요.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께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연락하면 되지 않습니까?]
진강이 핸드폰을 고쳐 쥐었다. 사실 휘준에게는 대표님이 자신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정말 큰일 없이 쉬고 싶을 뿐이라면, 괜히 일을 크게 만들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휴식이 필요해서 자신의 연락은 피하는 걸 수도 있다. 휘준이야 오래 친하게 지낸 사이고, 일적으로 대화할 게 많겠으나, 자신은 아니니까.
자신의 일정에 대한 논의도 매니저 혹은 직원들과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어딘가 계속 찝찝했다. 그의 휴식이 자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예. 그럼 되죠. 걱정은 되는데 바쁘실 것 같아서 연락 안 드렸습니다. 휘준 씨 말 대로 잘 쉬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아무것도 아닌 제가 대체 뭐라고.
‘이건 참견이다. 과한 걱정이다.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그러나 계속 되뇌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궁금하고 또 걱정됐다.
[알아서 하실 겁니다. 그보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이번에 논의하던 핸드폰 광고요. 그쪽에서 컨택을 철회해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신경이 다른 데 쏠려 잊고 있던 일이었다. 그러나 철회라는 말에 아침에도 보게 된 광고가 떠올랐다. 자신에서 차계원으로 모델이 바뀐 그 광고.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차계원이 높은 차체에 올라 뻥 뚫린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이나 단추가 몇 개 풀린 셔츠는 그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중간중간마다 배치돼 있어서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됐다.
광고주들의 선택은 틀렸다. 대중들의 시선은 광고 대상인 차보다 차계원에게 더 갈 테니.
[계약한 게 아니라 알았다고는 했습니다. 들어오는 다른 광고도 적지 않고요. 다만, 그렇게 목매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는 게 걸립니다.]
“혹시 그 광고 찍게 되는 사람…….”
[차계원 씨는 아닙니다. 유단 씨라고 신인 모델입니다.]
“그래요.”
[이진강 씨한테 제의하던 광고를 신인한테 준다는 건 석연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일이기도 해서…….]
“예 그럴 수 있죠.”
[광고는 다른 제안서들 정리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곧 영화 촬영 일정도 있으니 나중에 검토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들어온 제의는 보내 드려 보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쉬십시오.”
진강이 끊긴 핸드폰을 턱에 대며 생각에 빠진다. 딱히 광고 욕심도 없었고, 논의 중이던 광고 모델이 바뀌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럴 수 있는데…….”
자신은 왜 이리도 찝찝할까. 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