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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 안락함-89화 (89/100)

#89

“진짜 미친놈인가.”

남자는 알몸으로 벽에 기대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젖어 있는 몰골을 보니 씻으려는 시도는 한 것 같았다.

“이봐요. 씻어야죠. 오물 덕지덕지 묻히고 섹스할 수는 없잖아요.”

남자의 뺨을 톡톡 치며 계원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찬 벽에 기대앉아 있는 나체가 나쁘지 않았다. 육감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그저 볼품없는 마른 몸인데 이상하게 꼴렸다. 어차피 더러워질 거 꼭 씻겨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으응.”

남자가 칭얼거리며 느리게 눈을 떴다. 계원이 그의 턱을 잡아, 엄지로 볼을 진득하게 문질렀다.

“이름이 뭐예요?”

“……이름?”

몽롱한 표정의 남자가 입을 오물거리며 되물었다. 계원이 볼을 문지르던 손으로 이번에는 입술을 문질렀다. 제 손가락 아래에서 짓뭉겨지는 붉은 입술이 마음에 들었다. 짓뭉길수록 입술을 우물거리는 것도.

“그래. 이름.”

“이서.”

“이서?”

이서. 계원은 남자가 말한 발음 그대로를 따라 되뇌어봤다. 둥글고 유순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다.

“응.”

몽롱한 눈을 하고 있던 남자가 눈을 접으며 사르르 웃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누르고 있는 계원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끌어당겨, 그 위에 본인의 얼굴을 문질렀다. 손바닥에 뜨끈한 체온이 펴졌다. 뜨거울 정도로 따듯한 체온은 자신의 것과 달랐다.

“이서야, 해 줘.”

이번에는 다른 걸 요구하는 남자가 볼을 손에 문지를 때마다 입술이 스쳤다. 입술이 스칠 때면 숨결도 같이 느껴졌는데, 그건 그의 체온보다 더 부드럽고 따듯했다. 이대로 손을 떼고 씹어 먹고 싶을 정도였다.

“……아까는 뽀뽀해 달라면서요.”

“맞아, 그것도 해 주고.”

구미호에 홀려 길을 잃고, 종래에는 간까지 내어줬다던 설화 속 머리 빈 나그네가 떠올랐다. 이렇게 곱게 웃으며 꼬리를 흔들어대면 그깟 거 내줄 만도 하지.

“뽀뽀도 해주고 ‘이서야.’도 해 줘요?”

“응. 다 해 줘.”

계원이 몸을 일으키며 가운을 벗었다.

“아직 다 안 씻었죠.”

“응? 으응”

“같이 씻죠. 나도 씻어야 하니까.”

계원이 이서를 들어 올려 마주 안았다. 체구가 작아 보여 마냥 가벼울 것 같더니, 꽤 적당한 무게였다. 맨몸이 닿으니 뜨끈한 체온이 더 잘 느껴졌다. 샴푸 향이 나는 걸 보면 거의 다 씻긴 했던 것 같다. 이서가 계원을 올려다보며 눈을 느리게 끔뻑였다. 그 둥근 눈이 몇 번이고 천천히 감았다가 떠지는 동안, 계원은 이 깨끗한 얼굴이 자신의 좆물로 잔뜩 적셔진 후를 상상했다. 저 얼굴은 정액으로 범벅이 된 후에도 말갛기만 할까.

“같이?”

“네.”

“부끄러운데.”

“아하하.”

한참 동안 끔뻑거린 후에나 한다는 말이 겨우 그거였다. 계원은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주제에 제법 내숭도 떨 줄 알았다.

“저도 부끄러우니까 동등한 셈 치죠.”

낮게 속삭이며 입을 맞춰 주자 이서가 샐쭉 웃는다.

계원은 널따란 욕조에 적당한 온도의 물을 받아 그를 눕혔다. 그리고 씻는 내내 이서의 나신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남자의 성기가 산호색을 띨 수도 있다는 걸 그는 오늘 처음 알았다. 일주일을 굶은 상태에서 잘 차려진 만찬을 보고만 있는 기분이었다.

곧추서 있는 제 성기는 안중에도 없는지, 이서는 넓은 욕조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계원은 거품을 다 씻어내자마자 이서의 턱을 틀어쥐었다. 아까부터 서 있던 아랫도리가 이제 욱신거리는 지경에 다다랐다.

“흐응…….”

츕, 츄브, 으읍.

상체를 숙여 무작정 입을 맞췄다. 입을 벌려 혀를 섞고 숨을 들이마셨다. 입술만 마주 닿았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캉하고 습했다. 남자의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이상한 포만감이 들었다.

“으응……. 응.”

취기가 가시려면 멀었는지 이서는 입만 벌리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싫지는 않은 듯 힘없는 팔은 계원의 목에 걸어 왔다. 술 탓에 응해 오는 몸짓은 어설펐지만, 계원의 흥을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하아.”

혀로 이서의 고른 치열을 핥고, 입 안을 죄 누비던 계원이 입술을 뗐다. 그리고 턱을 잡고 있던 손의 엄지로 이서의 혓바닥을 느리게 문질렀다.

“츕…….”

이서는 기특하게도 제 입에 들어온 걸 구음이라도 하듯 열심히 빨았다. 부드럽고 물컹한 혀와 입 안을 오므리는 축축한 살덩이들이 느껴졌다. 움찔대는 혓바닥이 마음에 들었다.

첨벙.

계원은 망설이지 않고 넓은 욕조에 들어가 이서를 자신의 위에 앉혔다. 잔뜩 발기한 자신의 성기가 이서의 배에 닿을 때마다 그대로 쑤셔 넣고 싶었다. 제 성기에 문질러지는, 자신의 것보다 한참 작은 산호색 성기는 한입에 털어 넣고 싶었다.

“으응……?”

아래를 내려다보던 이서가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렸다. 계원은 그 입에 손가락 두 개를 넣고 헤집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꼬리뼈 부근을 더듬으며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유두를 핥아 올렸다. 질척한 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씨발.”

이 인간은 젖꼭지마저도 붉었다. 핥는 거로는 감질이나 버틸 수 없었다. 계원은 다급하게 이서의 유두를 빨아들이며 다른 손으로는 반대쪽 유두를 튕겼다.

“아읏, 아파…….”

몇 번 깨물자 엄살을 떤다. 얼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퉁퉁 부은 유두가 아까보다 더 탐스러웠다. 계원은 이서의 목 아래부터 비부까지 손끝으로 쓸어내리며 옆구리를 빨아들였다. 붉은 울혈이 바로 자리 잡았다.

“아……. 좋아.”

이서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했다.

“아직 한 것도 없는데, 뭐가 좋아.”

계원이 이서의 엉덩이를 잡고 양옆으로 벌렸다. 탄력 있는 피부가 손바닥에 착 감겼다.

“흐읏.”

이서가 계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러나 계원은 그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나만 넣었을 뿐인데 이서의 내부가 손가락을 조여대고 있었다.

철썩.

“읏.”

“힘 좀 빼요.”

계원이 이서의 엉덩이 위쪽을 때렸다. 손가락 하나를 더 넣자 그의 상체가 부들부들 떨린다.

“돌겠네, 진짜.”

더 사정을 봐주기에는 계원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구음이나 수음을 시키기는 싫었다. 우선 저 하얀 나신에 파고 들어가야만 성이 찰 거 같았다.

“하읏……! 윽! 아, 아파.”

쑥 손가락을 뺀 계원이 그대로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겨우 귀두 끝만 들어갔을 뿐인데 이서는 양팔로 계원의 어깨를 짚으며 버텼다. 어깨 위로 손톱이 파고드는 게 느껴졌으나 기꺼웠다.

“흣! 하앙.”

계원이 허리를 얕게 움직이자 이서의 신음이 커졌다. 아직 풀어지지 않은 내부가 미친 듯이 조이며 달라붙어, 이대로 사정까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엄살이 심하네요. 응?”

성기가 절반가량 들어가자, 이서가 계원의 어깨를 퍽퍽 때렸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얕은 추삽질을 반복했다. 입으로는 이서의 목이며 빗장뼈며 눈에 보이는 대로 맛봤다. 살에서 희미한 단내가 났다. 남기는 대로 붉게 올라오는 울혈도 미친 듯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 전 빨아 줘서 한껏 부풀어 오른 양 유두를 손가락으로 빙글 굴렸다.

“거, 거기 좋아.”

쾌감에 젖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계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흔한 목소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들으니 교태롭게 들렸다.

“거기가 어딘데. 말은 똑바로 해야죠.”

철썩.

유두를 잡아당기며 허벅지를 때리자 구멍이 확 조여들었다 풀렸다. 계원은 때를 놓치지 않고 뿌리 끝까지 쑤셔 넣었다.

“하윽! 가, 가슴. 흐앙……!”

이서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허리를 젖혔다.

“하아, 힘 빼라니까. 아니면 구멍을 벌리든가.”

계원이 쉴 새 없이 피스톤질을 반복했다. 움직일 때마다 찰박찰박하는 물소리와 아랫도리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천박하게 울렸다.

“으윽, 읏, 하읏.”

“하…….”

“흐응. 나, 나올 거 같아. 그만……. 흣…….”

애원하는 목소리가 더 계원의 허리 짓을 유발했다. 계원이 속도를 높이며 이서의 성기를 몇 번 쓸어 주자, 얼마 안 가 몸을 기대 오며 사정했다.

“윽.”

사정하며 수축하는 내부에, 계원도 정액을 토해냈다. 그는 사정이 끝나고도 성기를 빼지 않은 채 진득하게 이서의 내부에 머물렀다.

“흐윽.”

이서가 계원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비볐다. 계원은 이서의 유두를 죽 잡아당기며 희고 곧은 목덜미를 물었다.

“읏, 흐응. 같이 씻자며……. 빼 줘야 씻는데.”

이서가 불만 어린 목소리로 칭얼댔다. 삽입돼 있는 부분을 보고 있는 뾰로통한 얼굴이 재밌었다.

“씻었잖아요.”

“나는 아직 덜 씻었는데.”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계원은 이서를 안아 들고 욕실을 나섰다. 열기로 범벅된 몸이 필사적으로 매달려 왔다. 제 허리와 목을 감싸 안는 팔과 다리를 보며, 이상한 충만감이 들었다. 타인의 체온인데 불쾌하지 않았다.

“내일 같이 씻어요.”

계원이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어느새 제 위에서 곯아떨어진 몸을 토닥이다, 몸을 얽은 채로 자신도 잠이 들었다.

비도덕적 안락함 본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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