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외전 中 (1)
편의점으로 가는 길엔 온통 소모적인 이야기뿐이었다. 민재는 보폭을 좁혀 속도를 늦추었다. 두 친구는 쉬지 않고 입을 놀리면서도 민재의 속도에 맞춰 걸음을 늦추고 있었다. 민재는 눈치 없는 타입의 인간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민재는 듣지도 않은 이야기에 반응하듯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는 척했다.
“야. 어제는 내가 샀으니까 오늘은 너다.”
“알겠다고. 존나 쪼잔한 새끼, 진짜.”
오른쪽으로 붙은 두 놈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비틀거렸다. 덕분에 민재의 어깨와 한 친구의 어깨가 살짝 스쳤다.
씨팔, 안 그래도 기분 좆같은데.
민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늘어지는 하품을 숨겼다. 한쪽 눈이 반쯤 감기다 떠졌다. 어색하게 웃는 척하며 다시 하품이 나오려는 입술을 손등으로 가렸을 때였다.
“아. 아까 말인데. 이호정 그 새끼, 네 말도 쌩까지? 그 새끼가 원래 그래. 그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왜, 원래 어떤데?”
비로소 흥미가 가는 이야기였다. 더 국지적으로 좁혀 말하자면 흥미가 가는 이름. 민재는 눈썹뼈를 긁으며 일부러 관심 없는 척 눈을 굴렸다.
“그거 완전 개새끼야. 이거 욕 아니고 말 그대로 개새끼. 지 주인 하나 빼고는 다 무시해버리는 거지.”
주인. 민재는 기분 나쁜 단어를 들은 사람처럼 눈을 찌푸렸다. 그 단어는 혀끝에서조차 굴려지지 않아 태어나 처음 들은 것처럼 생경하게 느껴졌다.
“주인 있는 개새끼라고?”
심지어 충성스럽기까지 한? 민재는 두 번째 질문을 곱씹으며 말을 뱉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 약아빠진 새끼라 주인 빼곤 다 투명인간 취급이야. 한재영이라고 있거든. 존나 잘생겼는데 전교 1등까지 하는 도라이 새끼. 이호정이 걔 좋아서 졸졸 따라다녀. 따까리 짓 할 만큼 잘났긴 한데... 야. 김태웅. 나 빵 두 개 먹어도 되지? 너 어제 두 개 처먹었잖아.”
끝맺지 못한 말 뒤에는 또 전혀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말이 따랐다. 민재는 불편한 기색을 가까스로 숨기고 웃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으나 그새 몇 차례나 더 부딪힌 어깨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민재는 티 나지 않게 옆으로 비켜났다. 친구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천천히 풀어냈다. 되묻고 싶은 게 하나에서 두 개, 서너 개로 급격히 늘어갔다. 모두 호정에 대한 질문이었다. 민재는 수포처럼 표면으로 올라오는 질문을 꾸역꾸역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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