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107)

Bondage & Marriage

01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베타.

 세상은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로도 부족해 세 가지의 성(性)으로 다시 나뉘었다. 두 가지 구분에 더해 세 가지 구분으로 다시 나누어지니 얼핏 복잡해 보일 법도 하지만 실상은 간단했다. 남자와 여자로만 나뉘어지는 베타, 누구에게나 제 씨를 뿌릴 수 있는 알파, 누구에게나 씨를 받을 수 있는 오메가. 알파와 오메가는 남녀의 구분 없이 임신 시킬 수 있고, 임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알파와 오메가는 특징 또한 몹시 두드러졌다. 알파가 대게 강인하고 맹렬하면서도 상대를 찍어 누르려 하는, 한마디로 정복자나 짐승 따위와도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오메가는 부드럽고 말랑하며, 사랑스러우면서도 베타는 상대하기조차 꺼려하는 위압적인 알파를 감당하여 온순하게 만들 수 있었다. 베타에 비하면 그렇게 수가 많지 않은 알파와 오메가지만, 이 두 인종은 서로에게 이끌리도록 설계된 것이나 마찬가지었다.

 이런 각 종의 육체적 특징은 자연스럽게 알파가 오메가의 위에 군림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지역에서 오메가란 이따금 사람만도 못한 취급을 받곤 했다. 특히나 남자 오메가면 보통 그 취급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그 누구에게도 차별이란 존재할 수 없다, 라는 이른바 인권이란 것이 보편적인 개념이자 상식이 된 사회에 와서도 그 영향은 강력했기에 사람들은 적건 많건 무의식 중에 오메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차별적인 행동을 했다. 

 그러나 노아 프로스트는 오히려 자신이 오메가로 태어난 것을 반기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오메가임을 반기다 못해 다행이자 행운이며, 자신의 매력으로 여겼다. 

 노아 프로스트, 올해로 나이 25살로 정재 계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가진 프로스트 일가의 온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 아들이자 사랑스럽고 얌전하며 순종적인 오메가. 취미는 고상하게도 바이올린과 피아노며 반짝거리는 금발과 순한 파란 눈동자를 가져 모범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자 온갖 가문의 러브 콜 (이 경우에는 문자 그대로 ‘Love’ 콜인 것이다)을 받은 그. 순하고 얌전한 외모에 단정한 옷차림까지 어딜 보나 온실 속에서 고이 자란 오메가 도련님인 노아에게는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모습이 있었다.

 아니, 노아와 어렸을 때부터 죽마고우나 다름없이 같이 자라온 친구인 제임스는 그 모습을 알고 있으나 가족들은 전혀, 꿈에도 상상 못할 모습이니 그 누구도 모르는 이라 충분히 할 법했다. 

 “키티, 제대로 안 빨래? 응? 고양이는 싫어? 우리가 암캐 취급을 꼭 해줘야겠어?”

 “흐으…웅…”

 알렉스가 머리카락을 아프게 쥐어 흔들자 콜록거리던 노아는 파란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제 입술과 뺨을 툭툭 치고 있는 성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소파에 앉아있던 알렉스는 나지막한 신음을 뱉으며 다리를 편하게 벌렸고, 노아는 고개를 열심히 움직여 가며 남자의 성기가 마치 맛있는 것이라도 되는 양 빨았다. 

 키티라는 호칭에 걸맞게 노아의 머리에는 노란 털의 고양이 귀가 씌워져 있었는데 벌거벗은 몸은 부드럽고 희었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한 상체에 비해 하체로 내려 올수록 끈적하게 말라가는 정액이나 젤 따위로 반들거렸다. 특히나 엉덩이는 매 자국으로 붉어 흰 부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키티, 뒷 입도 소홀히 하면 안 돼지. 헐렁거리잖아.”

 “우, 흐으…”

 노아의 뒤에서 허리를 꽉 붙잡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여대던 남자가 붉게 부어 오른 엉덩이를 손으로 내려쳤다. 안 그래도 추삽질을 할 때마다 남자의 피부에 쓸려 쓰라리던 엉덩이를 세차게 맞자 노아가 움찔하며 뒤를 꽉 조였다. 남자가 욕설을 뱉으며 더욱 세게 속도를 올려 박다가 잠시 멈추고는 이내 제 것을 빼냈다. 몇 명이나 뒤에 박아 댔는지 엉덩이 사이로는 희멀건 액체가 뚝뚝 흐를 정도였다. 룸 안에 있는 남자들이 여덟 명에다, 그 중 반은 일반인보다 사정 량이 월등히 많은 알파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윽, 흐으… 컥, 콜록…”

 알렉스의 성기를 거의 끝까지 삼켜내다가 못내 괴로워 붉어진 얼굴로 뱉으면서 노아가 기침을 했다. 그러나 낄낄거리는 소리만 높아질 뿐, 룸 안의 그 누구도 노아를 전혀 불쌍하거나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들의 가학심만 부추길 뿐이었다.

 “키티, 정말 이럴 거야? 실망인데…”

 “이젠 구멍도 헐렁해서 박을 맛도 안 난다고.”

 “뭐? 그럼 안 돼지, 큰일이잖아.”

 알렉스가 아직도 콜록거리고 있는 노아의 턱을 잡아 올렸다. 알렉스의 것을 빠느라 부은 입가가 침인지 뭔지 모를 액체로 번들거렸고, 발간 혀가 야하게 입 안에서 조금 움직였다. 알렉스는 손가락으로 혀를 짓누르면서 짐짓 상냥한 말투로 윽박질렀다.

 “키티, 어떻게 할 거야? 제대로 빨지도 못하고 뒤는 벌써 헐렁해. 난 아직 네 뒤에 박아 보지도 못했다고.”

 “잘못, 잘못 했…어요…”

 “사과는 필요 없어. 내가 말했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암캐 취급 한다고…”

 점차 위협적으로 낮아지는 목소리에 노아가 헐떡거리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몹시 흥분하다 못해 발씬 거리는 뒤에서는 정액과는 다른, 말간 액이 스물스물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개처럼 박혀 보고 싶어? 문자 그대로, 개랑 하고 싶은 거야? 말만 해. 이 클럽에는 네가 좋아하는 큰 좆을 가진 개들이 있거든. 당장 말해서 네 헐렁한 구멍에 박게 만들 수도 있어. 알렉스의 말에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싫어… 그러나 싫다는 말과는 달리 그 상황을 상상이라도 하듯 뒤는 아까보다 더 젖어가고 있었다.

 “싫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헐렁해진 구멍을 책임져야겠어.”

 알렉스가 고개 짓을 하자 노아가 범해지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던 남자 중 한 명이 룸 안에 있던 상자에서 딜도를 꺼내 들었다. 색상에 핏줄 묘사까지 아주 사실적인 물건으로, 알렉스가 노아의 머리를 잡아 눌러 엉덩이를 높게 들게 만들었다. 여러 남자들이 보는 가운데 노아의 엉덩이 사이로 딜도가 밀어 넣어졌다. 헐렁해졌다는 말이 사실이기도 한 듯 별 무리 없이 살색의 물건이 거의 끝까지 밀려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 때마다 노아는 숨을 헐떡이며 알렉스의 바짓단을 잡아 당겼지만 몸을 버둥거릴수록 뒤를 들락거리는 딜도의 움직임이 빨라질 뿐이었다. 한참을 딜도를 가지고 놀다가 마침내 한 남자가 지퍼를 내리며 잔뜩 단단해진 제 것을 엉덩이에 비볐다. 아직 노아의 엉덩이에는 딜도가 물려 있었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고 노아는 귀두가 문질러질 때마다 몸을 떨었다.

 “키티, 좋지?”

 “하으, 으…”

 “너도 뒤가 헐렁하니까 하나 더 넣어줬으면 좋겠지?”

 응? 하고 채근하며 알렉스가 노아의 머리카락을 쥐어 마구 흔들었다. 뒤에서는 남자가 엉덩이를 꽉 쥐어 벌리면서 금방이라도 삽입할 듯 제 것을 세게 문지르고 있었다. 얼른 대답하지 못해? 알렉스가 윽박지르자 노아가 발간 입을 열었다.

 “네, 네에… 흐윽, 하나 더, 넣어 주세요…”

 “말하는 거 봐라. 하나 더 뭘 넣어 달라는 건데?”

 뒤에 있던 남자가 억지로 손가락을 하나 밀어 넣자 노아가 나지막한 비명 소리를 질렀다. 딜도의 끝을 잡아 벌리자 뒤가 열리며 발간 속살이 드러났고 제 것을 주무르며 관전하던 남자 한 명이 휘파람을 불렀다. 괴롭게 바닥을 긁다가 마침내 노아가 다시 야한 말을 뱉기 위해 입을 열 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어디선가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엉덩이를 흔들던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노아를 조롱하던 남자들도 벨 소리에 조용해 졌다. 알렉스가 소파 옆에 있던 테이블 위에서 핸드폰을 들어 건넸고, 액정에 뜬 ‘아버지’라는 이름에 노아가 안타까운 한숨을 쉬며 엎드렸던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 남자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며 노아가 핸드폰을 받았다. 

 “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아까까지만 해도 남자들의 성기를 빨고 한꺼번에 두 개의 물건을 받아 들이려던 야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얌전하고 순한 목소리로 노아가 대답했다. 네, 아뇨… 네, 지금 대학교 친구들과 놀고 있었어요… 그럼요. 네, 금방 들어 갈게요. 이따가 뵐게요. 방긋방긋 잘도 웃으면서 대답한 노아는 이내 시무룩한 얼굴로 통화 종료를 했다. 

 “뭐야, 벌써 가봐야 해?”

 “응… 오늘 일 있다고 하시더니 취소되셨나 봐. 같이 생일 기념 겸 저녁을… 읏… 먹자고 하시네.”

 엉덩이 사이에 박혀 있던 딜도를 빼내면서 잠시 신음한 노아가 매우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안타까운 건 노아 뿐만이 아니었다. 노아가 엎드려져 범하는 모습에 침만 꼴깍거리며 제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남자들도 김 샜다면서 투덜거렸다. 

 “이게 뭐야. 오늘 생일 기념으로 갱뱅 플레이 한번 하자고 해서 애들 부른 건데.”

 “그래도 다들 한 번씩은 뺐잖아. 대신 오늘 술 값은 내가 다 낼게.”

 “그렇다면야, 뭐…”

 그들이 투덜거리면서도 노아에게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는 이유는 노아가 이 클럽의 VVIP이자 거의 아이돌이나 다름 없는 수준의 이 동네 단골이기도 했지만, 같이 놀 때면 노아가 돈을 자주 내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족과 친구들이 이런 노아의 모습을 상상도 못하는 것처럼, 그들도 노아의 다른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노아에 대해 아는 것은 단지 돈이 많고 얼굴이 반반한 오메가라는 것 정도였다.

 오랫동안 노아의 섹스 파트너로 같이 지내왔던 알렉스가 오랫동안 엎드려 있느라 약간 비틀거리는 노아가 일어나는 걸 돕는 동안, 내심 아쉬웠던 노아가 룸에 딸려 있는 욕실로 향하기 전에 살짝 눈을 내리깔면서 물었다. 알렉스랑 나는 샤워하러 갈 건데, 누구 한 사람 더 갈 사람 없어? 아무래도 영 부족해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지만, 그만큼 못 들어가서 안달인 사람들이 차고 넘칠 만큼 물 좋은 이 클럽의 여왕이나 다름 없는 오메가, 그것이 프로스트 가문의 고명한 막내 아들 노아 프로스트의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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