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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평소 생활은 매우 규칙적인 편이었다. 보통 아침에 깨어나고 나서도 완전히 잠이 달아날 때까지 침대에서 늦장을 부린다. 그러고도 워낙 잠이 많은 편이라 얕게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이면 어느새 아침 아홉 시나 열 시였다. 그 때쯤은 노아의 아버지나 형들이 아침이라고도 할 수 없을 이른 시간에 일어나 모두 일을 하러 나가고도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럼 노아는 그제서야 고양이 마냥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그의 소위 ‘대학 친구들’과 매우 ‘건전한’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낮 12시쯤이 되어서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난 뒤에서야 노아의 하루가 시작 되는 것이다.
노아는 월요일에는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하거나,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 카페를 가거나 도서관을 갔다. 화요일에는 상류층에 필수적인 교양 수업을 전반적으로 지도하는 가정 교사가 오고, 수요일은 올리비아와 오페라나 연극 따위를 관람하러 간다. 목요일은 노아가 좋아하는 ‘대학교 동창들과의 모임’이 있었으며 금요일에는 이미 익숙하게 익힌 프랑스어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는 프랑스어 지도 가정 교사가 왔다. 주말은 대게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선행사나 파티 참여 등 그 때마다 하는 일이 달랐다.
그리고 노아가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날을 꼽아 보자면 단연 목요일과 금요일이었다. 대학교 동창들과 즐겁게 노는 날과 자신의 프랑스어 가정교사 가브리엘이 오는 날.
“어서 오세요, 가브리엘.”
“잘 지내셨나요, 노아 도련님.”
노아가 홀에서 자신의 가정 교사를 맞이했고, 가브리엘은 가볍게 노아를 끌어 안고 비쥬(*뺨에 살짝 입으로 뽀뽀하는 인사 법)를 했다. 보통은 아주 친밀하지 않는 이상 쪽 하는 소리만 내지만 가브리엘은 한쪽 뺨에는 가볍게 부딪힌 뒤 고용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쪽에는 입술을 거의 내리 누르다시피 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방식의 인사 법이었다.
“도련님, 차를 내오도록 할까요?”
고용인이 정중하게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래, 라고 대답하려던 노아는 자신의 옆에 바짝 가까이 서 있는 가브리엘이 어깨를 꽉 쥐자 멈칫했다. 이 양반이 오늘은 좀 급한 모양이네. 속으로 웃으며 노아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고용인에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리사. 필요할 때 말할게.”
“예, 알겠습니다.”
잘 했다는 듯이 가브리엘이 노아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가정 교사치고 지나치게 친근하고 격이 없는 스킨쉽이었지만 노아와 가브리엘이 알고 지낸 지 5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둘이 매우 친한 것으로 알고 있는 고용인들은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고용인이 물러난 뒤 노아는 가브리엘과 함께 3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노아의 움직임은 어딘가 좀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그럼 지난 주 동안 잘 공부했는지 알아 보도록 할까.”
노아의 방에 들어서자 마자 공손한 말투가 싹 변한 가브리엘이 싱긋 웃었고, 노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네에, 하고 작게 대답했다. 평소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 앞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소심한 태도였다. 영락없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노아의 모습에 가브리엘은 만족한 기색을 드러냈다.
가브리엘은 노아가 성인이 되어서도 영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자 테너가 불러들인 가정 교사였다. 보통은 어머니가 자식들의 교육을 맡아 상류층의 예의 범절과 언어를 가르쳤고, 두 형이 어머니에게 직접적으로 교육을 받은 데 비해 노아는 아무래도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 모친이 사망한 탓에 교육에 있어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 노아는 서서히 자신이 어떤 취향을 좋아하는 지 어렴풋이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처음 시작은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에서 주인공이 적에게 붙잡혀 심문 당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였다. 줄에 양 팔이 묶여 매달린 주인공이 채찍질을 당할 때마다 노아는 아우, 아프겠다… 하고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이상하게 신음하는 주인공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두 번 더 처음부터 고문 당하는 장면을 돌려 보기까지 했다.
누군가 맞는 장면을 볼 때마다 몸이 달아 오르는데 평범한 포르노 따위로는 전혀 만족감을 얻을 수가 없고, 자연스럽게 찾아 보는 것은 험악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었으니 노아가 자신의 성향을 눈치 채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정숙한 상류층 자제로써 교육 받아 온 것이 있기에 포르노에서 남이 맞는 모습을 보며 마른 침만 삼키다가 마침내 어느 날 16살의 노아는 가족들이 저택을 비워 집에 고용인 밖에 남지 않은 날 평소와 다른 방식의 자위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몇 번이나 문이 단단히 잠겼음을 확인한 뒤 어린 노아는 머뭇거리다가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거울에 희고 토실토실한 자신의 엉덩이를 비춰 보다가 마침내 찰싹, 제 손으로 엉덩이를 때려 보았다. 따끔했지만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노아는 몇 번을 더 찰싹이며 제 엉덩이를 때렸는데 그렇게 많이 때리지도 않았거늘 엉덩이보다 손이 먼저 더 아파 와 계속할 수가 없었다.
지금보다 더 아파도 괜찮을 것 같은데… 다른 적절한 물건이 어디 없을까 책상을 뒤적이던 노아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플라스틱 자였다. 자를 만지작거리는 어린 노아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리고 그 날 노아는 피부가 빨개질 정도로 제 엉덩이를 자로 때리고 또 때렸다. 손으로 때릴 때보다 좀더 강도가 강한 자극에 엉덩이가 점차 쓰라려왔지만 노아는 그 고통과 쓰라림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한번도 누굴 때려보거나 맞아 본적이 없이 곱게만 자란 그였기에, 양쪽 엉덩이가 붉게 달아 올랐을 쯤에는 부끄럽기도 했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해서 중간에 그만 두고 말았다. 그 후에는 방에 혼자 있을 때나 몰래 야한 포르노를 보며 종종 엉덩이를 조금씩 때리거나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곤 하던 노아가 자신의 취향을 확고하게 깨닫게 만든 것이 바로 가브리엘이었다.
노아와 만나 첫 날부터 가브리엘은 화사한 금발에 순진해 뵈는 파란 눈, 그리고 사랑스러운 외모의 노아를 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노아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대게 사람들은 그를 온실 속에서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른 채 순진하게 자라난 도련님으로 봤다. (순진하다는 점을 제외하자면 크게 사실과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니 가브리엘에게 노아는 아주 훌륭한 어린 양으로 보였으리라.
테너야 나름 신경 써서 노아처럼 오메가인 가브리엘을 가정교사로 고용한 모양이지만, 같은 오메가면 안전할 거라는 선입견은 왜 툭하면 가브리엘이 이전에 과외 하는 학생들이 자주 바뀌곤 하였는지는 테너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프랑스 어 교사였고, 계속 고용을 받기 위해서라도 노아의 프랑스 어 실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브리엘은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 두 세시간 동안은 노아에게 프랑스 어를 가르치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그 날 수업할 분량을 마치고 나면 남은 시간에는 그제서야 본색을 드러냈다. 노아는 이 시간이 싫다는 듯 일부러 고개를 숙여 책상만을 바라봤고 가브리엘이 상냥하게 지시했다.
“노아, 숙제 검사를 해야지.”
“네, 선생님…”
노아가 마른 침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가브리엘에게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상대로 가브리엘은 노아가 겁 먹어 떠는 모습을 볼 때마다 노골적으로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보다 대단한 집안의 자제인 노아를 깔아 뭉갤 때마다 즐거움을 느꼈다.
가브리엘이 처음 노아에게 손을 댄 것은 과외를 시작한 지 한 달째의 일이었다. 한 달 동안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가브리엘은 노아가 몹시 순하고 고분고분한 성격이라 반항을 잘 못할 거란 판단을 내렸는지 그는 어느 순간부터 개인 교습을 하는 동안 슬쩍 노아의 허벅지나 허리쯤을 쓰다듬곤 했다. 그러다 노아가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면 가브리엘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얼굴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브리엘의 희롱은 그 정도가 심해져서 어느 날은 실수인 척 노아의 다리 사이를 무릎으로 건드릴 정도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노아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으므로 자신이 당하는 것이 성추행에 해당 되는 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테너가 얼마나 노아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 따위와 관련된 교육을 철저히 했던가. 노아는 자신이 소리를 지르기만 해도 곧장 경비가 달려와 가브리엘을 끌어 내 감방에 쳐 넣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지금 상황이 가브리엘이 가장 좋아하는 동영상 컬렉션과 몹시 흡사했던 탓이었다. 바로 가정교사에게 억지로 덮쳐지는 학생 말이다. (물론 동영상에서는 가브리엘과 달리 가정교사가 알파였다) 그 상황이 지금 막 지척에 다가와 있는데 노아는 그걸 걷어 차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노아는 그 뒤 일부러 우물쭈물 하거나 겁 먹은 얼굴로 가브리엘의 가학 심을 자극했다. 그러고도 한 달을 더 조심스럽게 노아의 몸을 질척하게 쓰다듬기만 하며 주변을 살피고 나서야 가브리엘은 프랑스어 교습을 시작한 지 두 달 째 되는 날부터 드디어 노아가 그렇게 기다리던 매를 들었고, 그 뒤 5년 동안 아주 충실히 노아의 기대대로 움직여 주었다.
아무도 모르는 노아 프로스트의 비밀스러운 모습과 사생활의 시작은 바로 그 때부터였다.
이제는 매우 익숙하게 겁을 먹은 몸짓으로 가련하게 몸을 파르르 떨면서 노아가 머뭇거리는 손으로 천천히 바지의 버클을 풀러 내렸다. 가브리엘이 원하는 가정 교습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