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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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사용하는 남성용 스킨 병은 날렵한 디자인으로, 이제까지 수도 없이 스킨 병을 집어 들면서 노아는 한번도 이 병으로 자위를 해야겠다거나 하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젠 전과 달리 아주 훌륭한 자위 도구인 것처럼 보였다.

 차가운 스킨이 줄줄 노아의 엉덩이 골 사이를 타고 흐르자 자주 쓰는 스킨 향이 작은 방에 가득 퍼져 나갔다. 이안은 일부러 보란 듯 찔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노아의 뒤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벌리며 쑤셨다. 아까와는 생판 다른 움직임이었다. 처음 노아를 범했을 때와 달리 한참을 부드럽게 뒤를 풀어준 이안이 벌벌 떨고 있는 노아의 뒤에 뭉툭한 스킨 병을 문질렀다. 차갑고 매끄러운 유리 병이 뒤를 문지를 때마다 노아의 몸이 떨렸다.

 “흐으… 아, 아…!”

 이안이 조금 힘을 주자 충분한 윤활제 덕에 무리 없이 병이 아까 혹사 당해 조금 부은 뒤를 벌려내며 미끄러지듯이 진입했다. 딱딱하고 차가운 병이 밀고 들어오자 노아가 몸을 움츠렸다. 앞으로 다가올 것이 뭔지 대강 짐작한 노아의 얼굴이 살짝 울상이 되었다.

 느릿느릿 부드럽게 들락거리던 것은 노아의 뒤가 충분히 풀리자 각도가 아래쪽으로 기울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처를 입히지 않을 정도로 뭉툭하지만 조금 각이 진 끄트머리가 안을 길게 긁을 때마다 노아의 몸도 떨렸다. 차가운 병으로 뒤를 자극 당하는 건 아까 이안에게 박힐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제발…”

 희미하게 소리를 내면서 노아가 빠져나가려고 끙끙거렸지만 두 손목이 침대 머리맡에 넥타이로 단단히 결박되어 있어 몸을 비트는 것 밖에는 수가 없었다. 이안은 바지락거리는 노아의 모습을 즐겁게 감상하면서 아까 맞아 붉어진 노아의 왼쪽 엉덩이를 힘주어 주무르며 본격적으로 스킨 병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아까 노아의 뒤에 들락거리던 이안의 성기처럼 스킨 병이 질척거리는 물기 어린 소리를 내면서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점차 체온으로 따뜻하게 덥혀지는 유리 병이 아까 이안이 했던 것처럼 집요하게 한 쪽 구석만을 문지르자 노아는 눈앞이 번쩍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골적으로 스팟만을 쑤셔진 지 얼마 안 되어 노아가 흐느끼면서 몸을 버둥거렸다.

 질척이는 소리가 점점 크게 날 때마다 노아의 신음 소리도 야하게 변했다. 힉, 흐익, 아…. 흐읏, 읏,… 노아는 엉덩이를 흔들어도 보고 허리를 비틀어도 보였으나 묶여 있는 이상 이안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오메가로 태어난 노아는 계속 뒤를 일정하게 쑤셔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흐으, 아! 싫, 어…아으,….으…”

 얼마 안 되어 진저리가 절로 처질 정도로 눈 앞이 까마득해지면서 끔찍할 정도의 쾌감이 찾아 들었다. 노아는 높은 신음 소리를 내며 시트에 괴롭게 뺨을 부볐다. 사정한지 얼마 안 되어 앞은 그저 말간 액이 조금 나오고 말 뿐이었지만 뒤에서는 거의 뜨끈하게까지 느껴지는 무언가가 줄줄 흐른다. 그런데도 노아의 뒤를 계속 범하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것 봐, 박아 주기만 해도 질질 싸잖아. 심지어 이건 그냥 스킨 병인데 말이야.”

 “흐윽, 으….”

 막 드라이 오르가즘에 올라 온 몸이 예민하기 짝이 없는 노아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안의 손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연속해서 사정을 강제하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고 있기에 노아가 어쩔 수 없이 자극을 줄이기 위해 이안이 밀어 넣는 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허리도 아주 잘 돌리는데. 비아냥거리며 마침내 이안이 손을 멈추었다.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 스킨 병이 다시 꾸욱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을 잔뜩 긴장하던 노아는 단순히 스킨 병을 깊게 삽입하는 것에 불과하단 사실에 안도했다. 이안은 노아의 몸이 고통에 움츠려들 때까지 스킨 병을 거의 끝까지 밀어 넣은 다음 제 것을 노아의 엉덩이 사이에 문질렀다. 

 설마… 이러고 삽입하려고? 첫 날 밤부터? 아까 지나친 쾌감에 괴로웠던 것도 홀라당 잊고 노아가 매우 혹해서 생각했으나 이안은 완전히 젖은 뒤와 회음부를 꾹꾹 문지르다가 몸을 겹쳐 노아의 다리 사이에 자신의 것을 밀어 넣을 뿐이었다. 아까처럼 뜨끈하고 단단한 것이 노아의 성기 바로 아래 비벼졌다. 

 “다리 붙여. 안 그러면 이번에는 네 뒤에 핸드폰을 쑤셔 넣을 테니까.”

 노아는 몸을 움츠리면서 허벅지를 바싹 붙였다. 핸드폰을 뒤에 넣는 건 좋지만 아까처럼 노골적으로 자극만 해대는 것은 싫다. 최대한 다리를 붙이다 보니 엎드린 자세조차 힘들어 노아가 비틀거렸고, 이안은 쯧 혀를 차면서 골반을 꽉 잡아 고정시키고는 허벅지와 성기 사이 비좁은 틈에 제 것을 치대기 시작했다.

 보통 스마타는 전혀 고통이 없는 행위이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이안이 세게 쳐 올릴 때마다 아직 뒤에 삽입 되어 있는 스킨 병까지 퍽퍽 박혀 안쪽 깊은 곳까지 피스톤 질 당하는 듯한 충격이 와 닿았다. 

 “읏, 으윽, 아…윽, 윽….”

 노아가 신음하고 괴로워했지만 그럴수록 철썩철썩 치대는 이안의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얼얼한 뱃속이나 아까 맞아 따가운 엉덩이, 그리고 쓰라린 입구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노아는 오히려 그 감각을 반기면서 이안이 더 거칠게 치대도록 엉덩이를 살짝 살짝 흔들었다. 안쪽 예민하기 짝이 없는 곳을 스킨 병으로 문지르기만 했던 아까보다는 지금이 훨씬 좋았다.

 마침내 이안의 움직임이 멈추며 노아의 아랫배는 물론이고 가슴까지 뭔가 뜨끈하고 끈적한 게 튀었다. 노아가 엎드려 헉헉거리고 있는 동안 이안은 뒤에서 버클을 채우고 지퍼를 올렸다. 그는 아까보다 조금 더 밀려 나와 있는 스킨 병을 다시 꾹 밀어 넣었다. 

 “아으읏, 읏….”

 숨을 고르던 노아가 바들바들 떨며 몸을 낮췄다. 스킨 병은 꽤 긴 편이다. 노아가 최대한 납작하게 몸을 낮췄는데도 이안은 억지로 밀어 넣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뱃속이 뻐근하다 못해 못 견디게 아파 와 결국 노아가 다리를 버둥거릴 정도가 되었어도, 이안은 기어코 스킨 병이 노아의 엉덩이 사이로 모습을 모두 감출 때까지 밀어 넣었다. 노아가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이 편이 훨씬 보기 좋군.”

 노아가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바짝 엎드린 모습을 보며 조롱하고는 모든 볼 일을 마친 이안이 방을 나갔다. 쾅, 하고 커다랗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남겨진 노아가 조금 훌쩍거렸다. 치사하게, 난 아직 못 갔는데 혼자서만… 어쩔 수 없지. 노아가 겨우 스킨 병을 삼켜낸 뒤 다시 밀려 나가지 않도록 뒤를 버겁게 조이고 있는 입구 위를 꾸욱 눌렀다. 아, 하고 다시 배가 뻐근해지는 고통을 느끼며 신음한 노아가 입구를 손으로 꾹꾹 눌러 압박하면서 제 것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곧 노아가 절정에 이르며 달콤한 소리를 내는 것은, 금방이었다.

***

“으윽…”

 이안이 가고 나서도 너무 지나치게 즐기다 보니 끙끙거리며 뒤를 한참 헤집은 끝에서야 노아는 다시 스킨 병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잔뜩 뒤섞여 뭔지 모를 액체로 끈적한 스킨 병을 다시 써야 하는 걸까, 노아는 잠시 고민했다가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뭐, 다시 사면 되지. 다음엔 혹시 모르니까 더 굵은 거라 던지 뭔가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병으로 사야겠다.

 “헤헤…”

 잠옷 바지를 추스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노아가 행복해 했다. 정액이나 이안이 잔뜩 쏟아낸 스킨 따위로 시트가 좀 축축했지만 지금 그런 건 거의 신경 쓰이지 않았다. 노아는 오랜 금욕 끝에 찾아온 고양 감을 느긋하게 즐겼다. 이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과거의 자신을 몹시 칭찬해 주면서.

 오늘 첫 날밤을 평가해 보자면, 엉덩이를 때리던 손도 제법 매웠으니 좋고, 거칠게 다루는 태도는 말할 것도 없이 만족스럽고… 브레스 컨트롤도 좋았으며 주변 물건 활용도(?)까지 죄다 마음에 들었다. 다만 걱정이라고 해야 하나 별로 였던 게 있다면 이안의 테크닉이 너무 좋은 게 좀…

 평소에 노아의 취향은 아주 확고했다. 수치스러운 상황과 모욕을 받는 것? 좋다. 묶이던지 깔아 뭉개든지 브레스 컨트롤을 당하든지 억압 받는 상황도 좋다.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로 맞거나 뱃속이 뻐근해질 때까지 깊게 삽입 당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노아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아가 싫어하는 게 있다면, 상대가 억지로 몇 번이고 자신에게 사정하기를 강제하는 것이다.

 노아도 인간이니만큼 사정의 쾌감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몸이 아무리 괴롭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얼마든지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쾌감만 느끼고 있으려면 인내심이고 뭐고 와르르 무너지는 그 것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엉덩이가 터지도록 맞아도 좋아서 더 때려 달라고 할지언정 자신을 놓지는 않는 노아는 반대의 상황에서는 몇 분 지나지 않아 항복을 외치며 애걸복걸하곤 했는데, 다른 말로 하자면 너무 느껴서 괴로웠던 것이다. 그렇게 이성도 못 차릴 정도로 질질 싸다가 나중에 상황이 끝나 멍 하니 뻗어 있노라면 자존심까지 좀 상했다.

 고통뿐인 관계라면, 좋다. 노아에게는 고통이 쾌감이었으니까. 고통 반 쾌감 반인 관계라면 그것도 좋다. 하지만 쾌감뿐인 관계는 싫었다. 남들이라면 반대였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고통을 즐겨오던 노아는 최소한 그 부분에서는 매우 확고했다. 졸음으로 슬슬 다시 슬금슬금 눈이 감겨 노아가 이불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좋아. 어차피 이안은 자신을 괴롭히는데 목적을 둔 사람이야. 최대한 신경 써서 잘 심기를 거슬려 대면 느끼게 하기보단 아프게 하지 않을까? 

소질이 있는(?) 다른 사람을 은근히 부추겨 자신을 괴롭히게 만드는 데에는 아주 능숙한 노아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제 짝이 자신을 시기하여 괴롭힐 때에도 노아는 선생님에게 말하기 보다는 그저 짝이 자신을 꼬집고 때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가끔씩 짝이 자신을 괴롭히는데 흥미가 가실 쯤에는 다시 시기하도록 부추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나중에 고용인이 목욕 시중을 들다가 자신의 몸에서 멍을 발견하고는 집안이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평소 짝이 자신을 괴롭히는 걸 보았다는 친구들의 제보로 노아는 아쉽게도 다시는 그 짝과 같이 앉을 수가 없었다…)

그 외에 학교를 다니는 동안 자신에게서 비싼 물건이나 돈을 뜯으며 은근슬쩍 몸을 더듬던 제이도 있다. 어느 날 멍청하게도 제이가 주먹을 잘못 휘둘러 제 얼굴에 멍을 남기기 전까진 그럭저럭 괜찮게 잘 지냈는데… 아, 항상 왕따 주동자로 애들 괴롭히며 다니던 루시 무리도 있었지. 노아는 루시 무리가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걸 보고는 쟤는 싫어하니까 괴롭히지 말고 대신 날 괴롭혀줘! 하는 마음에서 나섰다. 그랬더니 감질 맛 나게 쬐금 괴롭혀지다가 갑자기 자신의 행동에 감격했다며 학우들이 다같이 편을 들어 비난했고, 루시의 무리는 아예 해체되어 버렸더랬다. 당연히 노아는 학우들이 자신의 인성을 칭찬하는 내내 내심 시무룩해했다. 

 그 외에 손이 유달리 매웠던 로이, 매일 음식 재료를 배달해 오던 입이 걸걸한 프레넷, 발을 잘 활용할 줄 알았던 다이어 등등부터 최근에는 클럽의 여러 파트너와 알렉스, 그리고 이안까지. 노아는 문득 자기 반성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자신이 남들에게 툭하면 괴롭혀지는 사람으로 보일 터, …테너가 가끔 좀 심하다 할 정도로 자신을 싸고 돈 게 쬐금 이해가 갈 것도 같다. 

 하지만 가끔은 노아도 신기할 정도였다. 프로스트 가문의 사람이면 자제할 법도 한데 그런 걸 싹 무시하고 괴롭히려 드는 사람들이 꼭 있단 말이지… 자신이야 뭐 좋긴 했지만. 여하간 노아는 그간 경험으로 이리 저리 잘 구슬려 이안이 자신을 괴롭게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나저나 모든 걸 다 떠나서 몹시 훌륭한 첫 날밤이었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노아가 하품을 하고는 이내 푹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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