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107)

20

 “아… 읏, 으…”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던 노아의 팔이 결국 꺾이자 침대 헤드에 걸려 목에 매여 있던 목줄이 목을 조여 왔다. 숨이 막혀 왔기에 노아는 다시 억지로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고, 뒤를 쑤시는 움직임은 더욱 거칠어졌다. 일부러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든 굵은 딜도가 콱콱 박혀 들어 올 때마다 뱃속이 아프고 찌릿했다. 

 오늘 이안은 노아를 제대로 괴롭히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보통은 길어도 30분을 넘지 않고 방을 나가 버리곤 했는데 노아의 뒤에 온갖 도구들을 밀어 넣고 쑤셔 박으며 괴롭힌 것이 벌써 30분을 훌쩍 넘었다. 그 동안 내내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느라 이제 팔과 다리가 뻐근해져 왔다. 침대 위라서 자세를 제대로 잡는 것도 쉽지가 않아 몇 번이나 목을 졸렸는지 (그리고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는지) 노아는 알 수가 없었다.

 이안이 딜도를 밀어 넣었다 뺄 때마다 뒤에서 뭔지 모를 체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렸다. 노아를 온갖 도구로 괴롭히다가 심심하면 이안이 그대로 박고, 또 괴롭히다가 동하면 박아댔기 때문에 아마 뒤에서 새어 나오는 것의 절반 이상은 정액일 것이다. 딜도가 안을 쑤실 때마다 안에 몇 개나 들었는지 모를 로터들이 진동하며 내벽을 꾹꾹 짓누르는 통에 노아가 허리를 비틀며 숨을 헐떡거렸다.

 “그만, …아! 흐으…”

 “그만하기는, 이렇게 좋아하면서 그만해 달라고?”

 이안은 쑤셔대던 딜도를 손잡이만 남을 때까지 최대한 깊게 밀어 넣고는 스위치를 올렸다. 단순한 딜도가 아니라 바이브레이터였던 모양이다. 안에서 울려대는 로터로도 괴로운데 딜도까지 거세게 진동하며 표면에 난 돌기가 내벽을 긁자 노아의 신음 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흐아, 아… 읏, 아흐으… 싫어, 아, 싫… 머리를 젓던 노아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젖혔다. 이안이 진동을 더욱 세게 올리자 어쩔 줄 모르고 흔들리던 흰 엉덩이가 뚝뚝 말간 액을 흘리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지만 손잡이가 바닥에 눌리자 노아가 우는 소리를 내면서 엉덩이를 다시 어정쩡하게 올렸다.

 이안은 노아가 바들바들 떨며 애처로운 신음소리를 내는 걸 즐기면서 이따금 딜도가 밀려 나오면 다시 밀어 넣거나 손잡이를 잡아 휘저었다. 그러면 노아가 야하게 울면서 그 움직임에 따라 엉덩이를 흔들었는데, 그렇게 박아대고서도 노아가 괴롭게 울며 허리를 비트는 모습이 오늘따라 몹시 동해 이안이 다시 딜도를 빼냈다. 벌겋게 부은 입구로 주륵 희끄무레한 액이 흘러내렸다. 덜덜 떨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노아의 팔과 다리를 보면서 이안이 생각했다. 오늘은 이쯤 해둘까. 

 그러나 물론, 이쯤 해둘까라고는 했으나 쉽게 끝내줄 생각은 아니었다. 

 “자세 유지하라고 했잖아.”

 “으윽… 흐… 아윽!”

 허리를 잡아 자세를 교정한다는 방법도 있었으나 이안은 굳이 질척하게 젖은 입구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는 갈고리처럼 걸어 위로 잡아 당겼다. 안 그래도 오래도록 자극 당해 몹시 예민한 뒤인지라 노아는 벌벌 떨면서 힘이 다 빠진 다리에 힘을 주어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노아가 겨우 제대로 자세를 잡자 이안이 이제는 완전히 흐물흐물하게 풀린 뒤에 제 것을 쑥 밀어 넣었다.

 “흐으…아… 이젠 그만…”

 단단한 성기가 꾹꾹 로터를 짓누르며 밀려 들어오자 노아가 반쯤 진심을 담아 애원했다. 지금 하는 플레이는 마음에 드는데, 체력이 따라주지를 않았던 탓이다.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으려니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목도 뻐근했다. 자세만 바꿔주면 좀 더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삽입이 더 깊어져 노아가 신음했다.

 “그만이 아니라 더 해달라고 말하는 거겠지.”

 “아으으… 으, 아, 아…!”

 처음과는 달리 이제 완전히 삽입하기에는 안이 좀 빠듯하게 느껴졌지만 이안은 노아의 골반을 잡아 당겨가며 제 것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깊은 삽입에 뱃속이 아파 노아가 시트를 잡아 당기고 긁었다. 고통과 쾌감에 절로 노아의 손과 발이 움츠러들었다. 이안은 그 상태를 유지하며 자신의 것 끝에서 징징 울리는 진동을 즐겼다. 제일 민감한 귀두에서는 적당히 기분 좋게 진동이 울리지, 노아의 내벽은 우물우물 계속 죄어드니 정말 자위기구 같지 않은가, 하고 이안이 생각했다.

 이대로 가만히 제 것을 쑤셔 박은 채 아까 중간에 했던 것처럼 알아서 사정할 때까지 방치하는 수도 있었지만 이안은 마무리를 다른 식으로 하고 싶었다. 그는 자꾸 앞으로 튀어 나가려고 하는 노아의 몸을 잡아 채 뭉근하게 안을 몇 번 찔러 넣었다. 그리고는 그 움직임에 다시 팔이 꺾여 앞으로 무너지려는 노아의 머리카락을 쥐어 당겼다. 신음하면서 노아가 고개를 젖혔다. 내내 목이 졸려 붉은 자국이 남은 흰 목에서 이상한 만족스러움을 느끼면서 이안이 명령했다.

 “무릎 꿇고 벽 짚고 서.”

 이제야 자세를 바꾸는구나 싶어 노아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무릎을 꿇고는 침대 헤드 위 벽을 짚고 서자 엉덩이 사이에 삐죽 나온 색색깔의 전선을 타고 체액이 흘렀다. 자세를 바꾸자 로터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듯 해 노아가 몸을 떠는 동안, 조금 상자를 뒤적이는가 싶던 이안이 다가왔다.

 이번엔 무엇을 할까 노아가 조금 긴장하는 가운데 이안은 흠뻑 젖은 엉덩이를 벌려내며 또다시 웅웅 진동하는 로터를 하나 밀어 넣었다. 엄지 손가락만한 로터가 별 무리 없이 뒤로 삼켜지면서 여러 색의 전선 위에 검은 색의 전선이 하나 더 늘어졌다. 그런데 그 걸로 끝이 아니었다. 

 “으읏…. 하…으…”

 로터에 이어 물렁한 고무로 된 작은 구슬이 연이어 밀려 들어갔는데 지금까지 삽입한 것에 비하자면 구슬 하나 하나가 고작 손가락 한 마디 조금 될까 말까 한 작은 크기였으나, 그 작은 구슬이 여러 개가 밀려 들어가자 더 이상 작은 크기라고 할 수가 없었다. 로터는 아닌지 전선조차 연결되지 않은 고무 구슬들은 꿀꺽거리며 잘도 뒤로 삼켜졌다. 

 몇 개인지 모를 작은 고무 구슬까지 모두 밀어 넣은 다음 이안은 벽을 짚고 몸만 떨고 있는 노아 보란 듯 침대 헤드 높은 곳에 묶여 있던 목줄을 풀러 내어 길이를 짧게 하며 제 손에 단단히 감았다. 노아가 마른 침을 삼켰다. 

 “흐으.. 컥, …아…”

 이안이 목줄을 아래로 잡아 당겨 목을 졸리지 않기 위해 손으로 벽을 더듬거리며 몸을 아래로 내려 앉던 노아가 엉덩이 사이에 와 닿는 성기의 감촉에 움찔했다. 이안이 멈추지 말라는 의미로 거세게 목줄을 한 번 더 잡아 당겼다. 노아는 콜록거리며 몸을 더 낮추었고, 자연스럽게 이안의 성기가 엉덩이에 파고 들었다.

 “그대로 앉아.”

 “아윽, 하, 하지만… 너무… 윽!”

 저항하자 이안이 말 안 듣는 개 길들이듯 목줄을 잡아 당겨 콜록거린 노아가 바들바들 떨면서 엉덩이를 내렸다. 뒤로 이내 귀두가 삽입 되면서 아까 넣었던 구슬을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올리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노아가 저도 모르게 뒤를 꽉 조였다. 노아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이안의 손에도 순간 힘이 들어갔다.

 바닥에 손을 짚으며 엉덩이를 내리던 노아가 이안의 것을 품으며 앉다 말고 멈칫했다. 고작 중간쯤 삽입했는데도 벌써 넣기가 버거웠다. 노아가 머뭇거리자 가차없이 이안이 확 목줄을 잡아 당겼다. 목이 죄여 끅끅거리면서 노아가 억지로 몸무게를 내려 삽입했는데, 몇 번이고 몸이 움찔거리며 반사적으로 튀어 올랐고 그 때마다 노아의 것도 점점 더 단단해져 갔다. 

 “콜록, 흐., 아윽… 아, 아파요… 제발… 악!”

 “아픈데 제발, 뭐… 더 해 달라고?”

 이안이 힘을 주어 어깨를 잡아 앉히자 노아의 몸이 퍼덕거렸다. 겨우 손가락 한 마디쯤 남겨 놓고서 덜덜 떨리던 허벅지가 이내 버티질 못하고 풀썩 주저 앉았다. 노아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손마디가 희게 질리도록 침대 헤드를 붙잡고 매달렸다. 노아가 야하게 할딱거릴 때마다 조금씩 까닥거리는 성기는 프리컴을 줄줄 흘리고 있을 정도로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이안이 여전히 목줄을 꽉 틀어쥔 채 잡아 당기면서 명령했다. 

“누가 가만히 있으래? 움직여.”

 노아가 고통과 쾌감에 흐느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이안이 노아의 골반을 잡고 허리를 퍽퍽 쳐 올렸다. 그에 노아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저도 모르게 벗어나려고 몸을 일으키면 다시 목줄을 잡아 당겨 앉도록 한다. 몇 번 그걸 반복하고 나니 노아는 스스로 엉덩이를 찧으며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철퍽 철퍽 소리를 내며 스스로 몸을 위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노아의 입에서는 악, 윽, 하는 괴로운 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러다 마침내 힘이 빠져 바들거리며 풀썩 주저앉자 쯧 하고 혀를 찬 이안이 노아를 앞으로 밀어 엎고는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거칠게 박아 올렸다. 

 “악, 으, 아으… 그만, 그만…!”

 노아가 시트를 쥐어 당기면서 괴로운 소리를 냈지만 이안은 오히려 더 허리 짓을 세게 해 노아가 비명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내질렀다. 어찌나 뒤를 꽉 죄이던지 눈썹을 조금 찡그린 이안이 노아의 목덜미를 잡아 누르며 있는 힘껏 자신의 것을 밀어 넣으며 사정했다. 아예 거의 올라타다시피 한 이안이 여운을 즐기며 꾸욱, 느긋하게 허리를 돌리자 노아가 가늘게 신음했다. 

 실컷 욕구를 풀고는 미련 없이 제 것을 빼낸 이안이 목줄의 손잡이를 아무렇게나 던져 놓으려다 말고 무슨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침대 헤드에 풀기 힘들도록 꽉 묶었다. 아까처럼 몸을 내린다고 해서 목이 졸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상체를 들어 올릴 수가 없는 낮은 위치였다. 침대에 뺨을 대고 엎드린 노아가 할딱거리며 이안이 옆에 굴러다니던 딜도를 들어 올리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읏, 으…!”

 아까 뒤를 몹시도 괴롭혀 대던 딜도가 다시 뒤에 밀려 들어와 노아가 신음하면서 침대 헤드를 붙잡았다. 상체를 들어 올리려다 말고 목이 죄여 노아가 다시 엎드리는 동안 이안은 손잡이만 남도록 쳐 박은 뒤, 아예 밀어내지도 못하도록 뒤로 삐져 나와 흔들거리는 전선들을 꼬아 손잡이에 묶기까지 했다.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이안이 엉덩이를 툭툭 쳤다.

 “잘 즐겨 보라고.”

 “자, 잠시만…! 아, 아…! 싫어요… 이안,…”

 노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안은 가차 없이 스위치를 꾹 끝까지 밀어 올렸다. 즉시 살이 떨릴 정도로 웅웅거리며 뒤에서 거세게 딜도가 진동을 했다. 목줄에 매인 상태라 노아가 제대로 발버둥을 치지도 못하고 바르작거렸지만 볼 일이 다 끝난 이안은 신경 쓰지도 않고 옷을 제대로 추스르며 방을 나갔다. 

 그리고 시트를 쥐어 잡으며 윽윽 거리고 있던 노아가 확실히 이안이 방을 나섰다 싶자 참았던 신음을 내뱉으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으응, 응…!”

 그건 아까 자꾸만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 고통스러워 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노아는 가르랑거리면서 시트에 뺨을 부비고 누군가 뒤에서 박고 있는 것 마냥 몸을 비틀거나, 일부러 목이 조이도록 고개를 몇 번 젖히며 몸을 떨기도 했다. 한참을 그러고 끙끙거리고 나서야 노아가 침대 헤드에 묶인 목줄에 손을 뻗었다.

 얼핏 봐도 몹시도 꽉 묶여 푸르기 힘들겠다 싶은 매듭을 노아는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잘도 풀러 냈다. 몸이 자유롭게 되고 나서는 이내 뒤로 손을 뻗어 이안이 전선을 꼬아 손잡이에 묶은 걸 풀어내고는 딜도를 빼내기는커녕 침대 헤드를 붙잡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아까 이안이 시켰던 것처럼 다시 엉덩이를 찧기 시작했다. 뒷골이 찡하도록 울리는 쾌감에 노아가 발간 입술을 벌리며 달콤하게 신음했다.

 “아, 아…! 아, 흐으, 좋아, 아앗, 좋아…”

 노아는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잡이가 조금 파묻힐 정도로 깊게 몸을 내리 누르며 고통에 바르르 떨다가, 다시 몸을 들어 올려 딜도가 어느 정도 밀려나가면 다시 푹 깊이 몸을 내리 눌렀다. 그리고는 몇 번이고 혼자서 허리를 움직이면서 높게 앙앙거리며 울었다. 더, 좋아, 따위의 단어를 내뱉으며 엉덩이를 찧어대던 노아가 최대한 몸무게를 실어 기어이 손잡이 절반까지 삼키고 말았다. 배가 몹시 뻐근하여 아플 정도라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데도 노아의 것은 풀이 죽기는커녕 이내 울컥거리며 묽은 정액을 내뱉었다. 그 때서야 헉헉거리며 노아가 침대에 엎어졌다.

 여전히 딜도며 안에 든 로터들이 웅웅거리며 진동했기에 노아가 흐으… 하고 신음하다가 마침내 뒤에 든 것들을 꺼냈다. 침대 위로 체액에 반들거리는 진동 기구들이 아무렇게나 꺼내져 굴러다녔다. 돌기가 잔뜩 난 바이브레이터, 작은 구슬들, 그리고 로터… 절정의 여운에 움찔거리며 에그와 마지막 로터를 꺼내던 노아가 조금 시무룩해졌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딜도의 두꺼운 손잡이에 피가 묻어 있었다. 아까는 몹시 흥분해서 미처 확인을 못했는데 지금 보니까 손잡이 표면이 별로 썩 삽입하기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아, 이런… 피 봤네…”

 어쩐지 뒤가 좀 따끔거리더라. 노아가 끙끙거리며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끌어 침대 맡 서랍장으로 기어가다시피 했다. 서랍장 첫째 칸을 연 노아가 재생 연고를 꺼내 따끔거리는 입구와 그 안쪽에도 충분히 들어가도록 살살 펴 발랐다. 그러고는 옷을 제대로 입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으으 하면서 배부른 고양이 마냥 나른하게 쭉 늘어졌다. 연고 덕에 서서히 따끔거리는 통증이 가시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졸린 눈을 비비던 노아가 아까부터 내내 궁금해하던 걸 떠올리며 눈을 굴렸다. 이안이… 예상보다도 훨씬 능숙했다. 그 능숙하다는 의미가 어떤 것이냐면 상대가 상처를 입거나 입지 않을 한계를 잘 알고 있다의 능숙함이다. 그 동안 이안에게 몇 번이고 박히고 삽입 당하고, 엉덩이를 맞으면서도 노아는 아직 딱히 약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지금 피가 나는 것도 이안 때문이라기 보다는 노아가 확인하지도 않고 함부로 바이브레이터를 뒤에 쑤셔 넣은 탓이었다.

 그러고 보면 클럽 다니던 초반에는 알렉스에게 좀 많이 혼났지… 처음 클럽에 왔을 때, 매일 상상만 하던 걸 실제로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신이 났던가.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자마자 노아가 당장 한 일이 [Tear]에 들려 성인용품을 왕창 사다가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몹시 흥분해서 뒤를 마구잡이로 쑤시다가 난처한 상황을 몇 번 맞이했었다. 하루는 룸을 하나 빌려서 사들인 도구들을 마구 사용하다가 뒤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터에 얼마나 당황했던가… 

 허둥지둥하다가 인터폰으로 클럽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치료 도구를 들고 나타난 게 알렉스였다. 알렉스는 쯧쯧 혀를 차고는 노아의 뒤를 치료해 주면서 즐기는 건 좋아도 몸을 막 다루면 안 된다고 점잖게 꾸짖으며 주의 사항에 대해 알려 주었고, 그게 노아가 알렉스와 알고 지내게 된 계기였다. (물론 그 뒤로도 노아는 너무 깊이 들어가 빠지지 않는 로터라던가 안에서 피가 나는데 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등의 초보적인 사고로 몇 번 더 알렉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그 날 이후로 알렉스는 노아가 흥분하면 자제하지 못하고 막 나가며 몸을 험악하게 다루는 타입이란 걸 알아 차리고는 (알렉스가 초반에 매일 경고했다. 넌 절대 혼자 자위도 하지마!) 아예 정기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으며 노아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왔었다. 노아도 누군가 자신을 제어하고 이런저런 상식을 가르쳐 줄 사람이 필요했던 지라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알렉스만큼 괜찮은 사람이 없었는데…’

 노아는 이내 알렉스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옆길로 잠시 빠졌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면… 노아는 대체 왜 이제까지 클럽에서 이안을 한번도 보지 못했느냐가 궁금했다. 알렉스가 말하기로는 클럽에서 유명하기만 할 뿐 같이 잔 사람이 거의 없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봤을 법도 한데. 게다가 노아를 괴롭히는 솜씨가 일반인(?)의 솜씨가 아니다. 이안이 노아를 다루는 정도는 평범한 사람은 절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었지만 절대 막 나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클럽을 다니는 내내 알렉스에게 철저하게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은 노아는, 사실 이 결혼을 하면서 제일 걱정되는 것이 이안이 도를 넘어서는 짓을 해도 자신이 자제하지 못하고 그에 응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라, 이안이 생각보다 나름대로 꽤 안전을 지키는 스타일이라 이거다. 오늘 내내 목줄을 죄여 브레스 컨트롤을 하면서도 노아가 힘이 빠져(버리는 척 일부러) 오랫동안 목이 죄이게 되면 이안은 머리카락을 쥐어 잡아 당기는 방법일지라도 꼬박꼬박 숨은 쉬게 하지 않았나.

 매우 비매너스럽게도 뒤처리나 치료를 절대 해주지는 않았지만 얼굴이나 명치 등의 급소를 가격 하는 등의 폭력을 휘두른 적도 없었다. 딱히 이안이 노아의 상태를 염려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정말 노아의 상태를 염려했더라면 매일 찾아와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뭔가 숙련된 자의 냄새가 풀풀 풍겼다. 하다못해 침대 헤드에 묶인 목줄의 매듭까지도 범상치 않았다.

 뭔가… 뭔가 있어… 고작 몇 명과 관계해서 나오는 솜씨가 아니야…! 하지만 그것 치곤 너무 클럽에서 이안의 존재가 잠잠하다. 노아가 가물거리는 눈을 부릅뜨며 벌떡 일어났다가 끙 하고 허리를 두드리면서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Tear]의 검은 상자를 요리보고 저리 보았다.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색상이야. 다이아몬드 박스보다 높은 단계의 VIP인가? 그 정도면 클럽을 어지간히 드나든 정도가 아닐 텐데? 으, 궁금해… 

 오늘 점심 때부터 지금까지 꽤 체력 소모가 컸던 지라 노아가 더 이상 생각을 잇지 못하고는 크게 하품을 하면서 대강 로터니 딜도니 죄다 쓸어 모아 상자에 밀어 넣었다. 근데 기분탓인가...? 배가 아까보다도 더 욱신거리는데… 배를 여기저기 꾹꾹 눌러보던 노아가 울상을 했다. 아까 너무 함부로 했나 봐… 

 몹시 시무룩해진 노아가 다시 첫째 칸을 열어 좌약 형태의 약을 집어 들었다. 내상에 좋은 약이었다. 밤새도록 배가 좀 꾸룩거린다는 단점이 있어서 그렇지… 노아가 샤워도 할 겸 치료를 위해 터덜터덜 힘 없이 욕실로 기어 들어갔다.노아가 검은 상자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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