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107)

24

 고통은 얼마든지 감내해도 쾌감에는 지극히 약했던 노아는 한 단계 더 진동이 올라가자 얼마 더 못 기어가고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바이브레이터를 어떻게든 그 위치에서 밀어내고 싶어 은근슬쩍 힘을 주어봐도 이제는 조금씩 질척하게 젖어가는 꼬리의 털이 물려 있는 덕분에 바이브레이터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 아, 흐으… 읏…”

 오메가는 성기로 받는 자극보다도 뒤로 받는 자극에서 더 큰 쾌감을 얻는다. 노아도 거기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몸을 움츠리며 신음한 노아가 덜덜 떨면서 다시 기었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점점 더 거세게 진동하는 바이브레이터가 내벽을 짓누르면서 성기에서 말간 액이 흘러 나왔다.

 겨우 다시 한 바퀴를 마저 돌아온 노아가 이안의 발치 앞에서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헐떡거렸다. 이제는 진동소리가 귀에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다. 노아가 카펫을 긁고 애타게 이마와 뺨을 부비며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헤더가 있긴 해도 어디까지나 부추기기만 할 뿐, 직접적인 지시나 명령을 내리는 것은 이안이었기에 애원을 하려면 이안에게 해야했다. 

 “난 아직 그만 기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 이안… 제발요…”

 어쩔 줄 몰라 하며 노아가 애원했다. 진동이라도 줄이거나 아니면 꼬리라도 어떻게 해줬으면 싶었지만 애초에 노아를 괴롭힐 목적으로 헤더까지 불러온 이안이 그 애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제발, 뭐? 더 해달라고? 일부러 이해하지 못한 척 이안이 손에서 굴리고 있던 스위치를 올렸다. 순식간에 진동이 제일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자 노아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아, 응, 으응, 읏!… 그만, 그만…!”

 아까의 진동이 간질이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거의 후벼 파다시피 하는 수준이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흐려지며 눈 앞에 흰 쾌감이 튀고, 엉덩이 사이에 꽉 물려 있는 꼬리의 털은 축축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노아의 흰 발가락이 곱아 들더니 참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부드러운 카펫을 밀어내려 들었다. 

 온 몸을 녹이는 쾌감에 반쯤 이성이 먹힌 노아가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에 삽입되어 있던 꼬리가 이리저리 흔들리자 이안이 거의 흐느끼고 있는 노아의 턱을 잡아 개한테 하듯이 간질이며 즐겁게 웃다가 이내 머리를 잡아 바닥에 눌렀다. 

 “이 것 봐, 좋다고 꼬리를 흔들어대는 게 영락 없이 암캐 같군.”

 “아으, 응! 아, 아니야…”

 “아니라고? 하긴 암캐는 사람의 말을 하지 않지.”

 상체를 더욱 세게 짓누르면서 이안이 노아의 꼬리를 잡아챘다. 그리고는 곡선형의 단단한 플라스틱 심지를 꽉 잡고는 손잡이를 돌리는 것처럼 천천히 돌렸다. 노아의 몸이 파득파득 튀었다.

 “악, 아… 아!”

 한쪽 방향으로 들려져 있던 바이브레이터가 강렬하게 진동하는 것도 모자라 내벽 안쪽을 뭉개며 빙글 돌아가는데 노아에게 뱃속에서 뭔가가 마구 분탕질을 치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쾌감과 더불어 둔탁한 고통이 동시에 노아의 몸을 점령했다. 노아가 카펫을 긁으며 울다가, 이안이 다시 반대 방향으로 바이브레이터를 돌릴 때는 몸을 벌벌 떨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내질렀다. 노아의 성기에서 사정액이 느릿하게 뚜욱 바닥으로 흘렀다.

 이안이 원하는 대로 노아는 제대로 된 단어를 꺼내지도 못한 채 간신히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며 숨만 헐떡거렸다. 아, 너무, 좋아… 한번만 더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며 노아가 손에 쥐고 있던 카펫을 놓았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터라 카펫의 올 몇 가닥이 손에 달라붙어 있었다. 노아에게는 안타깝게도 이안은 꼬리를 잡아 당기며 삽입한 걸 다시 꺼낼 뿐이었다. 플러그 형태의 바이브레이터가 입구에 걸려 멈출 때까지 이안의 손길에 완전히 질척하게 젖은 꼬리가 끌려 나오는 내내 노아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이안의 바지 앞섬이 제법 부풀어 올랐지만 그는 그걸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안이 더 세게 꼬리를 잡아 당기는 터에 노아가 우는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뒤로 뺐으나 끝내 거세게 웅웅거리며 진동하는 바이브레이터가 뒤로 뽑혀 나오며 바닥에 굴렀다. 헤더가 짐짓 한숨을 쉬었다.

 “당신 오메가는 복종보다도 참는 법부터 먼저 배워야 하겠는데요.”

 참는 훈련은 어때요? 헤더의 말에 숨을 고르고 있던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헤더가 노아를 지나 테이블로 걸어갔다. 응접실에는 손님을 위해 기본적으로 온갖 음료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당연하지만 그 중에는 생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헤더의 팔이 테이블 아래에서 생수병을 집어냈다.

 일반적으로 매점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게 응접실에 비치된 생수는 매끄럽고 유려하게 디자인된 형태의 유리병에 담겨져 있었다. 노아의 눈에도 익숙한 브랜드의 생수 병이었다. 이안이 별 말 없이 헤더의 행동에 동의하는 가운데, 헤더가 뚜껑을 열어 노아 옆에 놓았다. 투명한 병 안쪽에서 맑은 물이 찰랑거리는 게 보였다. 노아는 즉각 헤더가 무얼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앉아. 어떻게 앉는 건진 말 안 해도 알지?”

 이안과 헤더를 번갈아 본 노아가 체념한 것처럼 울먹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마른침을 삼키며 유리병을 다리 사이에 두고 손으로 쥔 채 노아가 엉덩이를 내렸다. 서늘하고 매끄러운 병 입구가 곧 뒤에 와 닿았다. 바이브레이터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 굵기인지라 위치를 찾느라 조금 더듬거린 것 외에는 이내 손쉽게 병이 엉덩이 사이로 파고 들었다. 

 끙끙거리며 한 뼘 정도 병을 삽입하고 나자 헤더가 착하네, 하고 노아의 뺨을 도닥거리고는 병을 잡았다. 헤더가 생수 병을 잡아 들어 올리자 노아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엎드리며 엉덩이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엉덩이에 삽입된 병이 비스듬히 들려 꿀럭거리며 서늘한 물이 뒤로 흘러 들어갔다.

 “으으… 흐읏….”

 바이브레이터와 같은 고체와는 다른 삽입감에 노아가 작게 신음하며 카펫을 쥐었다. 액체 류는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괴로워진다. 헤더가 병의 각도를 잘 조정해 물을 모두 뒤로 흘려 보냈다. 빈 유리병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놓아졌다. 그런데 뭐가 불만인지 시큰둥하게 보고 있던 이안이 턱을 까닥거렸다.

 “하나 더.”

 “하, 하나… 더요…?”

 노아가 조금 더듬거렸다. 이전에 최대 1000ml까지 넣어 본 적은 있지만 1000ml를 넣었다고 몇 백미리를 넣는 게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네 주인이 하나 더 넣자네, 이쁜아. 헤더가 노아의 엉덩이를 도닥거리며 생수 병 하나를 따 이번에는 자세를 바꾸는 일도 없이 그냥 밀어 넣었다. 그 통에 물이 조금 밖으로 새어 나갔지만 그 외에는 말끔하게 뒤로 흘러 들어 갔다.

 시간이 흘러 차근히 물을 흘려보낸 뒤 두 번째로 비어진 유리병도 테이블 위에 놓아졌다. 슬슬 배가 아파 와 노아가 끙끙거리는데 이안이 삐뚤게 웃으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꼬리를 들고 다가왔다.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런, 거… 안 들어가요…”

 “그거야 넣어보면 알겠지.”

 이번엔 싫다 소리도 없이 잘 따랐건만 버둥거리는 노아를 찍어 누르는 이안의 얼굴에는 심술이 가득했다. 아니… 싫다고 안 해서 이러는 건가? 그런데 바이브레이터까지 넣는 건 정말… 아윽!

 “윽, 아, 아파…! 흐으, 악…!”

 이번에는 바이브레이터가 밀려 들어오는데 압박감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안 그래도 생수를 두 병만큼의 물이 들어차 있던 터였다. 당연히 고통도 배가 되었다. 느릿하게 꼬리가 다시 삽입되는 동안 노아는 흐느끼면서 카펫을 쥐어 뜯었다. 온 몸에 오싹오싹하니 소름이 돋아 올랐다.

 이안이 바이브레이터를 끝까지 삽입하자 노아는 배가 다 그득 찬 것 같아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배탈이라도 난 것처럼 살살 배가 아팠고, 몸을 움직이면 안에서 흡사 물이 찰랑거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아까 못 다한 걸 이어서 해볼까.”

 이안이 꼬리의 부드러운 털을 쥐어 쓸면서 말했고, 노아가 할딱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아까 못 다한 거라면 응접실을 기는 행동을 말하는 것일 터다. 두 바퀴가 남았었다. 이안이 꼬리를 살짝 흔든 것뿐인데도 노아가 끙끙거리면서 몸을 들썩였다. 목덜미며 이마에 조금씩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노아가 울먹거렸다.

 “못, 못 하겠어요… 흐으… 아…”

 “못하겠다고? 아까 훈련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나 본데.”

 게다가 내가 아까 경고했었지. 한 쪽 입 꼬리만 올려 웃은 이안이 응접실에 연결된 문을 벌컥 열었다. 손님방이 있는 곳과 연결되어 있는 긴 복도였다. 이안은 바닥에 엎드려 있던 노아를 끌어내 복도에 밀어 넣었다. 뒤따라 나온 헤더가 응접실 문을 닫자 노아가 가엾게도 발발 떨면서 몸을 웅크렸다. 늦은 밤이라 고용인들이 없이 한적하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라도 사람이 나올 수 있는 복도였다.

 “흑, 흐…”

 “장소를 바꿔서 하도록 하지. 헤더의 방까지 기어가도록 해.”

 “하, 하지만… 이안…”

 발가벗겨진데다가 뒤에는 꼬리를 꽂은 채, 언제라도 다른 고용인이 나올 수 있는 복도에 내던져진 노아가 치부를 가리려는 몸짓으로 몸을 웅크렸다. 물론, 치부를 가리려는 것 보다는 지나치게 흥분한 게 역력한 제 것을 가리기 위한 의도에 매우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잔뜩 세우고 있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전에 빨리 가는 게 나을 텐데.”

 이안이 팔짱을 끼며 네 사정 알바 아니라는 얼굴로 말했다. 노아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며 복도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몸을 움직이는 게 버거웠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배가 더욱 아파 노아는 신음하고 멈췄다가 다시 기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복통이 올 때마다 움찔움찔 뒤가 조였고, 노아의 것도 발씬거렸다.

 하지만 응접실을 기는 것보다는 여기가 훨씬 쉬운데. 헤더의 방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다. 사실 배가 아프다 뿐이지 노아로써는 아까보다는 훨씬 기어가는 것이 쉬웠다. 거리가 짧은 걸 아쉬워하며 일부러 아파서 제대로 못 기어가는 척 느리게 몸을 움직이며 목적지까지 반쯤 당도했을 때였다. 

 “아…?!”

 노아가 기어갈 때마다 얌전히 뒤에 물린 채 꼬리나 살랑거리고 있던 바이브레이터가 갑자기 거세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아픈 뱃속을 거세게 진동하며 진탕을 쳐 놓으니 노아는 덜덜 떨며 그 자리에서 엎드릴 수 밖에 없었다. 

 “흐으, 아, 흐… 제발… 이안…”

 금방이라도 바이브레이터를 밀어 낼 듯 뒤가 불룩해지며 떨렸다. 응접실에 오기 전에 미리 안을 비워둔 터라 나오는 건 물 정도 밖엔 없겠지만, 그래도 괴로운 것은 괴로운 것이었다. 

 “복도에서 흘렸다간 바로 사람을 불러내 치우라고 할 거야.”

 노아가 애원해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진동의 강도를 더 세게 올리며 이안이 잔인하게 말했다. 노아는 헐떡거리고 낑낑거리면서 억지로 다리를 움직였다. 간혹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배가 아플 때면 물을 배출하고 싶은 욕구보다도 금방이라도 사정하고 싶은 걸 참는 게 더 힘들었다. 

 마침내 노아가 거의 흐느끼면서 힘겹게 기어 헤더의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돌연 헤더가 꼬리를 붙잡았다. 노아가 악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지만 헤더가 꽉 잡은 채 바이브레이터로 안을 쑤셔대며 잡아 당겨 빼내자 노아도 속절없이 뒤에서 말간 물을 줄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뒤를 조이며 사정하지 않는 게 최선이었지만 다음 순간에는 그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참기 싫었는지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안이 노아를 바닥에 밀어 누르고는, 언제 풀어낸 건지 단단하다 못해 뜨끈하게까지 느껴지는 걸 단숨에 삽입했던 것이다. 

 “악, 아파요, 아, 아…!”

 아직 뒤에 차 들어 있는 물을 채 다 비워내기도 전에 성난 이안의 성기가 삽입되자 노아가 괴로워하며 바닥을 긁었다. 퍽, 소리가 나도록 깊이 박아 넣자 노아가 소리 없이 입을 벌리며 고개를 젖혔다. 하으… 흐으… 헐떡거리는 숨은 이내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로 변했다. 

 골반을 잡아채 꽉 끌어 당기며 이안이 박을 때마다 노아는 고통에서 비롯한 쾌감에 아, 아… 하고 신음했다. 단단한 성기가 안을 짓누르며 범할 때마다 퍼져나가는 둔중한 통증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노아의 것은 한 풀 시들해져 있었지만 그건 고통 때문보다는 이안이 거칠게 삽입했을 때 이미 한 번 사정한 탓이었다.

 노아가 바닥에서 고통과 쾌감에 바르작거리고 있는 동안 헤더는 숨을 헐떡이고 신음 소리를 내기에 바쁜 노아의 입술을 벌려내며 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잘 다듬은 손톱이 입 안을 살짝 긁어내는 감각마저 지금 노아에게는 자극이었다. 노아가 헐떡거리면서도 발간 혀를 내밀어 헤더의 손가락을 핥았다. 

 “이안, 나 그거 써도 되요?”

 “…큭, …그러던가.”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손가락을 깊이 밀어 넣는 터에 노아가 뒤를 조이자 미간을 찌푸리며 이안이 대답했다. 헤더가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을 빼내어 콧노래까지 부르며 제 가방을 뒤지러 간 사이 이안은 뒤를 조인 행동에 대한 벌이라도 주는 것처럼 있는 힘껏 자신의 것을 밀어 넣으면서 첫 번째 사정을 마쳤다.

 “흐으… 으…”

 사정을 마치고 나서도 이안은 삽입한 채로 느리게 흔들며 자극을 주어 다시 제 것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아마 그대로 다시 박을 작정인 것 같았다. 그 사이 뭘 하는지 가방을 뒤적이며 무언가 몸에 착용하기에 바쁘던 헤더가 킥킥 웃으면서 다가왔고,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내가 알파였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알파가 아니라서.”

 하긴 이렇게 밝히는 걸 보니 이 오메가에게는 가짜라도 상관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다가온 헤더가 부착한 건 노아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헤더의 허리와 다리 사이를 가로질러서 속옷처럼 밀착하여 착용하게 된 벨트 앞쪽으로 제법 크고 굵은 검은 딜도가 달려있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상대방에게 딜도를 박아 넣으면서 벨트를 착용한 본인의 성기도 짓눌리며 압박 자위를 하는 식이었다. 다른 말로는 착용자가 절정에 달할 때까지 박혀야 한다는 이야기와 똑같았다. 노아가 진심으로 긴장해 목울 대를 울렸다.

 이안이 다시 허리 짓을 시작했기 때문에 헤더는 노아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고개를 세우면서 딜도를 입에 물렸다. 뭉툭한 딜도 끝이 거칠게 목구멍을 찌를 때마다 노아가 욱욱거리면서 고개를 젖혔다. 앞뒤에서 두 사람이 무언가를 밀어 넣고 허리를 움직이고 있으니 노아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후으…응…읏! 으…!”

 오늘 따라 이안의 움직임이 거칠어서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면 목이 울럭거릴 정도로 딜도가 깊이 밀려 들어와 노아가 찔끔찔끔 생리적인 눈물을 흘렸다. 다리 사이에서도 어느새 흘러 나온 프리컴이 뚝뚝 아래로 떨어졌다. 노아는 최대한 헤더의 움직임에 버텨 자극을 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헤더가 어떤 식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지 잘 아는 노아로써는 결코 헤더에게 오래 박히고 싶지 않았다

 얼굴이 벌겋게 변할 정도로 한참을 억눌린 신음을 내며 노아가 둘에게 흔들린 끝에 이안이 두 번째 사정을 마쳤다. 그가 깊숙한 안 쪽에 정액을 흩뿌린 뒤 제 것을 빼내자 벌겋게 부어 느슨해진 뒤로 줄줄 정액과 뒤섞인 희뿌연 물이 흘러내렸다. 미지근한 물이 흘러내리는 느낌에 노아가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안은 만족한데 비해 헤더는 아직 만족을 하지 않았다. 

 “이, 이안…”

 헤더가 매우 기대하는 얼굴로 아래에 자리를 잡자 노아가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이안에게 애원했다. 이안이 시큰둥한 얼굴로 노아를 흘깃 바라봤다. 

 “제발요, 이건 싫어요… 아흑, 읏…”

 “걱정 마, 아주 예쁘게 울게 해줄 테니까…”

 붉은 입술을 섹시하게 핥으며 헤더가 긴장해서 몸을 떠는 노아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손톱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뒤를 벌리자 미처 못 빠져 나온 물이 스며 나와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헤더가 딜도를 잡고 뒤에 문지르며 단숨에 안을 찔러 올렸다. 노아가 어깨를 움츠리며 헤더가 딜도를 둥글게 굴리는 움직임에 신음하다가 움찔했다. 노아가 ‘좋아하는’ 부분을 찾은 헤더가 잔뜩 신나서 크게 찔러 넣기 위해 다시 딜도를 빼낼 때였다…

 “하기 싫다고?”

 헤더에게 멈추라는 손짓을 보내며 이안이 노아의 턱을 잡았다. 이 때가 기회다 싶어 노아가 최대한 눈물을 예쁘게 글썽이면서 눈썹을 파르르 떨며 겁 먹은 얼굴로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표정을 지을 때면 누구나 다 노아를 괴롭히고 싶어 안달을 내곤 했다. 그건 이안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오늘 따라 영 반응이 시원찮았다. 노아의 입술을 엄지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이안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응?”

 “그,…게…”

 “구체적으로 말해야 내가 들어주지.”

 이안의 얼굴은 어쩐지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노아가 입술을 달싹이며 머뭇거렸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게 맞겠지? 

 “이, 이안이…”

 “내가?”

 “이안이,… 제게 박…아 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노아가 부끄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내리 깔았다. 이안이 흐음, 하고 짐짓 고민하는 소리를 냈다. 노아가 속으로 안도했다. 쾌감에 못 견뎌서 우는 건 아까 응접실의 경험으로 족했다. 게다가 헤더가 상대라면 그건 우는 수준으로 끝날 리가 없다. 그게 노아가 웬만해서는 헤더가 섭(Sub) 위치를 고수할 때만 같이 플레이를 응하는 이유였다.

 “그렇게 원한다면 들어줘야겠지.”

 노아가 휴 하고 속으로 안도했다. 당연하지만 막 노아를 울릴 생각에 몹시 신나 있던 헤더가 실망하며 항의했다. 

 “나는 무슨 구경만 시키려고 데려온 거에요?”

 “그럼 뭘 하고 싶은데?”

 이안에게 안긴다고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설정상으로는 자발적으로 안기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눈에 글썽이던 눈물이나 예쁘게 흘려주면서 이안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일으키던 노아가 움찔했다. 헤더가 이안의 질문에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박지는 못해도 빨게는 해줘요.”

 헉… 이, 이게 아닌데… 노아가 진심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이안이 노아를 잡아 당겨 제 앞에 앉히는 자세로 삽입하며 버둥거리는 노아의 다리를 벌려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헤더가 사악하게 웃으며 노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

 “노아? 노아, 문 좀 열어 봐.”

 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헤더가 소곤거렸다. 노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이불 속에서 웅크리며 헤더의 말을 씹었다. 하지만 헤더는 그걸 싹 무시하면서 기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헤더는 뭔가 숨기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있었지만 잔뜩 토라져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있던 노아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삐졌어? 응? 누나가 좀 귀여워해줬다고 삐진 거야?”

 우리 아가 삐졌쪄요, 하는 말투로 헤더가 어르자 노아가 발끈해서 이불을 제치고 상체를 일으켰다. 전부터 원하던 소원을 어제 마음 것 풀어 낸 덕에 오늘따라 해사한 얼굴로 헤더가 생글생글 웃었다.

 “아직도 내 거기가 쓰라리단 말이야.”

 노아가 제 다리 사이를 가리키면서 항의했다. 어젯밤 이안에게 기승위로 당하면서 헤더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던가. 뒤에서는 박히고, 앞에서는 문자 그대로 쪽쪽 빨리느라 나중에는 거의 진심으로 울먹이기까지 했는데도 이 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던 헤더는 멈추지를 않았다.

 이안이 괴롭히는 건, 항상 그렇듯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문제는 헤더였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옷 대신 시트를 둘둘 걸치고 격한 플레이의 영향으로 조금 훌쩍거리면서 방에 돌아온 노아가 살펴보니 건들기가 무서울 정도로 제 것이 벌겋게 부어 따끔거리기까지 하는 상태였다. 내가 분명 전에 싫다고 했는데… 노아가 다시 항의하려 들자 헤더가 얼른 말을 돌리며 숨기고 있던 걸 내놓았다.

 “참 그렇지, 노아! 네가 좋아하는 가게의 마카롱 사왔어.”

 “……”

 헤더가 살살 달래고 구슬리면서 오늘 아침에 직접 들려서 사온 마카롱 한 상자를 열었다. 미리 하지 말라고 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사과 표시였다. 아직도 토라진 상태로 노아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하지만 힐끔 시선이 마카롱에 향한 걸 확인한 헤더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직접 포장까지 까 조금 삐죽거리는 노아의 입에 물려 주었다. 

 “맛있지?”

 “…응.”

 사실 진심으로 삐진 것도 아니었기에 노아가 냠 헤더가 입에 물린 마카롱을 베어 먹었다. 금새 평상시 상태로 돌아와 금새 세 개째 먹고 있자 헤더가 팔짱을 끼면서 짐짓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재생 연고 안 발랐어? 왜 아직도 쓰라리게 놔둔 건데?”

 “……”

 귀를 조금 붉힌 노아가 딴청을 부리며 마카롱 포장이나 하나 더 뜯었다. 잔뜩 토라진 척 해놓고 옷이 스칠 때마다 쓰라린 감각이 좋아서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고 하기에는 노아도 좀 민망했다. 헤더가 모르는 척을 해주면서 새삼 방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나쁜 방은 아니지만, 이 저택에서 노아의 위치를 고려해 보자면 절대 좋은 수준은 아니다.

 “그나저나 너 정말 이런 방에서 지내는 거야?”

 “응, 이안이 날 싫어하거든.”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며 노아가 열심히 마카롱 상자를 비웠다. 벌써 반이나 비운 걸 본 헤더가 노아의 손에서 상자를 빼앗아 멀찍이 두었다. 노아는 눈을 굴리며 헤더가 상자를 빼앗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단 군것질을 하다가 주변 사람에게 압수 당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던 지라…

 한편 헤더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노아는 이안이 자신을 싫어해서 헤더를 고용해 가며 괴롭히고, 이런 방을 내준다고 말했고 헤더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젯밤 이안의 행동들을 되짚어 보면 뭔가 걸리는 점이 있었다. 하긴 보니까 노아를 굉장히 열심히 괴롭히기는 하더만은…

 이안에 대한 생각은 멀리 밀어두며 헤더가 방긋이 노아에게 웃었다. 그녀가 이 방에 찾아온 건 노아에게 사과하려는 목적만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노아, 어제 보니까 저택에 실내 정원이 있던데… 어때?”

 헤더의 은근한 뉘앙스를 금새 알아 차린 노아가 솔깃해져서 귀를 쫑긋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너무 내 욕심만 채운 것 같아서. 오늘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어차피 다들 내가 그냥 너를 괴롭히는 걸로 알걸.”

 이 저택에는 추운 겨울에도 얼마든지 따뜻하게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직사각형 모양으로 건축된 건물 한 가운에 있는 널찍한 공터에 정원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장미 정원에 분수대, 벤치까지 아름다운 정원이었는데 겨울에는 온실처럼 따뜻하도록 유리 돔을 씌워 놓곤 했다. 

 정원에서 한다니... 그럼 정원플인가? 노아는 금새 혹해서 홀랑 넘어갔다.

 “이안이 있으니까 삽입은 안 돼.”

 “나 손톱 잘 다듬어 놨는데… 손가락까진 돼?”

 “응.”

 앉은 자리에서 금방 합의를 한 둘이 신나서 실내 정원으로 향했다. 물론, 가는 길에는 고용인들의 눈에는 헤더가 강압적으로 노아를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사실 별 건 없었다. 그냥 헤더가 앞서 걷고, 노아가 뒤를 따라 걸은 것뿐... 뭘 하던 노아에게 동정심 가득한 고용인들에게는 헤더가 노아를 괴롭히는 것으로 보였을 터다.

 둘이 실내 정원에 도착했을 때는 정원사가 막 장미 덤불을 정성스럽게 다듬어가는 과정을 끝내가는 중이었다. 이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이안의 애인인 헤더가 노아를 잔뜩 괴롭히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기에 나이 지긋해 보이는 정원사가 멀찍이서 놀란 눈으로 무슨 일인가 하여 둘을 바라봤다.

 “정원사에게 정원 좀 비워 달라고 말하고 올게.”

 “오, 아냐. 그럴 것까지 없어. 이러면 되는데, 뭐.”

 섹시하게 웃은 헤더가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노아의 머리카락을 아프게 쥐었다. 윽, 하고 노아가 휘청거리자 헤더가 그대로 노아를 밀어 넘어트리고는 가슴을 구두로 지그시 밟았다. 잔디 위로 넘어진 덕에 충격이 크지는 않았지만, 시선을 돌려 보니 크게 당황한 정원사가 허둥지둥 작업을 끝내며 정원을 빠져 나가는 중이었다.

 “원래 이렇게 잘 사는 집안에서 소란이 일어나면 대부분 휘말리지 않으려고 자리를 피하기 마련이거든.”

 헤더가 느릿하게 발을 내려 노아의 다리 사이를 꾹꾹 밟으면서 말했다. 쓰라린 감각에 노아가 읏, 하고 반사적으로 다리를 움츠렸다. 헤더가 입술을 핥으며 다시 노아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노아의 것도 어느덧 슬며시 단단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헤더와 노아 둘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헤더가 노아를 잡아 넘어트리는 장면을 본 정원사는 하이든만큼이나 이 저택에서 오래 일해 와 저택에서 제법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나이든 정원사는 현재 저택의 총 관리를 하이든 대신 맡고 있는 미리엄과 친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간만에 이안이 여유가 생겨 출근하지 않고 집에 남아 있었으니, 정원사에게 말을 전해 듣고 안절부절 못하던 미리엄이 이안에게 달려가 알리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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