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5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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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무진을 타고 가는 내내 몹시도 무거운 침묵이 드리웠다. 다니엘은 혹여나 이안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마치 없는 사람인 것처럼 일체의 미동도 없을 정도였다. 노아가 이제까지 봐온 중에서도 가장 기분이 나쁜 것 같은 이안을 힐끔거리며 바라봤다. 

 회사로 다시 돌아왔을 때 다니엘은 최대한 빨리, 그러나 이안을 거슬리지 않는 내에서 차에서 빨리 내려 업무를 보러 사라져 버렸고, 결국 이안과 단 둘이 차에 남게 되었을 때 노아는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이안의 눈치를 보았다. 기분 되게 나빠 보이는 걸 보니 오늘은 좀 심하게 괴롭혀 주려나...

 아까 손 봐준다고 아예 공언했으니 오늘 밤 있을 플레이가 몹시 기대가 되는 한 편 노아는 알렉스에 대한 걱정이 되었다. 이안에게 맞은 건 미안하긴 했어도 약 바르면 하루면 낫는 거고… 그보다는 이 뒤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안은 돈이 많다. 제 아버지 테너만큼은 아니어도 원하는 걸 마음대로 살 수 있을 만큼은 돈이 차고 넘쳤다. 거기에 성격까지 좋지 않았다. 지난 번에 드미트리를 등쳐 먹거나 이제까지 자신을 괴롭힌 것만 봐도 아름답지 않은 성격임은 훤하지 않나. 성격 좋지 않은 사람이 권력과 돈을 차지하고 있을 때 벌어지는 결과는 안 봐도 훤했다. 그러니 이안이 주먹까지 날리게 만들 정도로 열 받게 만든 알렉스의 신상이 걱정될 수 밖에…

 예상보다 빨리 저택에 도착한 뒤 이안은 말도 없이 성큼성큼 저택으로 걸어 들어갔다. 노아는 일단 말이나 좀 꺼내보자 싶어서 조심스럽게 이안을 쫓았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오히려 이안은 분위기가 더욱 흉흉해져 있기만 했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면 나을 텐데 아무 말도 없는 게 노아까지 긴장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안은 서재로 노아가 자신을 따라 들어 왔는데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안이 코트를 벗어 거는 동안 노아는 우물쭈물 말을 꺼낼 타이밍을 엿 봤다. 마침내 이안이 의자에 앉아 무표정하게 노아를 바라봤다.

 “말 할 게 있나 본데… 할 말 있으면, 해 봐.”

 이안은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제 마음대로 노아를 잡아 눌러 범하고도 남았을 텐데 오히려 할 말이 있으면 들어나 주겠다는 모습에 노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에야 말로 이혼을 하게 되는 걸까? 아니, 하지만… 아까 알렉스에게 한 말을 들으면 꼭, 절대 이혼 같은 건 안 할 것 같았는데.

 “저기, 오늘… 알렉스 말이에요. 정말 결혼 하는 동안 만나 오거나 한 게 아니에요. 오늘 우연히 만난 거라서…”

 사실 그 동안 이안이 불러 내어 외출이 잦았다고는 해도 항상 운전 기사를 대동하고 있기도 했고, 딱히 혼자 남아 있던 적이 없어서 이안도 노아가 따로 알렉스를 만난 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왜 이렇게 자신과 알렉스가 무슨 짓이라도 저질렀다는 것처럼 이안이 행동하는 건지 노아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안이 차갑게 대꾸했다. 노아는 평소랑은 영 다른 이안의 태도에 당황해 하면서도 알렉스가 이안의 화풀이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말을 이었다.

 “그게, 알렉스가 원래 그렇게 무례… 한 사람이 아닌데… 요즘 여자친구와 잘, 안 되는 모양인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노아가 생각해도 영 궁색한 변명에 의자에 앉아 있던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언제 침착하게 굴었냐는 듯 위협스럽게 노아에게 다가섰다. 노아가 긴장하며 저도 모르게 조금 뒤로 물러났다.

 “아, 혹시나 내가 그 놈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이렇게 변호하고 나서는 건가? 참 눈물 나는 우정이군.”

 어째 이안의 기분은 더욱 안 좋아진 것만 같았다. 이젠 숫제 이안의 눈빛에서 등골이 쭈뼛 설 만큼 위험한 기분을 받은 노아가 생각했다. 알렉스, 미안해… 혹여나 뭐…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갑자기 직장에서 짤린다거나 아니면 집을 빼앗긴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내가 꼭 보상해 줄게. 근데 여기엔 네 잘못도 조금 있는 건 꼭 알아 둬야 해…

 “그런데 어쩌지? 난 꼭 그 놈의 무례함을 되갚아 줘야겠는데.”

 정말 이안은 어지간히도 열 받은 모양이었다. 하긴, 자신의 비서나 다른 이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알렉스가 이혼이니 어쩌니 하면 화가 날 법도 했다. 이안이 대놓고 알렉스에게 나쁜 짓을 하겠다 말하자 노아가 고민했다. 아무리 자신이 보상해 줄 거라고는 해도, 안 좋은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게 좋지 않나… 게다가 알렉스는 자신을 걱정해 줘서 그런 건데.

 “이안… 저기, 제가… 제가 어떻게든 보상해 드릴게요.”

 일단 이안을 말리고자 말을 꺼내고 보니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자신은 이안이 괴롭혀 줘서 좋고, 이안은 화풀이 하니 기분이 회복되어 좋을 거고, 또 알렉스에게는 피해가 미치지 않으니까 일석 삼조 아닌가?

 “어떻게든 보상을 한다고?”

 “네, 네에… 그러니까, 제가… 부주의해서 오해하게 만든 잘못도 있고…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 게요, 이안 기분이 풀린다면…”

 그러나 이안의 얼굴을 본 노아가 정말로 긴장해서 목 울대를 울렸다. 왜… 더 이안의 기분이 나빠진 것 같을까? 보통 이러면 이안이 얼씨구나 하고 날 괴롭혀야 하는 거 아냐? 안 그래? 한참을 노아를 노려보던 이안이 아주 천천히 입 꼬리를 들어 입만 웃었다.

 “좋아, 네가 그렇게 몸소 희생하는 걸 원한다면. 지난 번에 네가 뭐라고 했었지?”

 노아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 쉬며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몹시도 성이나 공격적인 알파 페로몬이 얼마나 진하던지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안이 꽈악 노아의 옷깃을 쥐어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결혼 했으니 성적 취향은 이해해 줘야 한다고 했지, 아마. 그럼 오늘은 아주 잘 이해해 줘야 할 거야.”

 그렇게 말한 이안이 확 노아를 밀치듯이 옷깃을 놓으며 코트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서재를 나섰다. 노아가 잠시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 휴 저도 모르게 숨을 쉬었다. 대체 오늘은 무엇을 하려고 하기에…? 반쯤은 두려우면서도 반쯤은 기대하며 노아가 한참 뒤에서야 서재를 나갔다.

 ***

 “안드로이드 내놔.”

 폭풍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들이닥친 이안을 보고서도 미하일은 썩 놀라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지금 이안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 같았다.

 “오, 역시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안드로이드가 괜찮게 여겨지는 모양이지?”

 “닥쳐.”

 이안이 이를 악물면서 으르렁거렸다. 누구 한 명이라도 걸리면 잡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살기 등등한 눈빛이었다. 그 모습이 퍽 재미있었지만 티는 내지 않으며 미하일이 느릿느릿 이안의 복장이 터지도록 안드로이드 주문 책자를 꺼냈다. 미하일이 주문 책자를 꺼내자마자 이안이 사납게 탁 낚아챘다.

 빌어먹을, 뭐가 어쩌고 어째? 어떻게든 보상해 준다고?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주겠다고? 그렇게 싸고 돌만큼이나 그 알파와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하자 누군가 제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친 것만 같았다. 이제까지 이안을 좋아한다면서 고분고분 따랐던 모습이 사실은 알렉스와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이안은 노아가 알렉스와 몰래 만났을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이야 차마 Tear에 들여 놓을 수가 없어서 노아 혼자 남게 되었던 거지, 이제까지는 내내 저택에서 거의 나오는 일 없이 조용히 지내던 노아가 아닌가. 

 그러나 그 알파가 자신에게 보내던 눈빛을 떠올리자 이안의 속이 또 한 번 들끓었다. 노아에게 보내던 그 시선… 노아가 그 자식에게 별 감정이 없을지는 몰라도 그 놈은 분명 감정이 있다는 걸 이안이 확신했다. 그리고 질투를 한다고? 내가, 노아 프로스트 때문에 질투를 한다고? 이안이 이를 악물었다.

 세상에 일부러 보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혼한 상대를 괴롭히다가 좋아하게 된다는 것보다 우스운 꼴도 없을 터였다. 이안은 자신을 분명 순간이나마 우습게 보던 알렉스의 시선을 떠올렸다. 오늘 자신이 이토록 열이 받은 건 어디까지나 노아가 주제도 모르고 자신을 우스운 꼬락서니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자신을 만만히 보아 제 앞에서 다른 알파나 감싸는 짓거리를 했기 때문이라…

 마침내 이안이 안드로이드 책자를 거칠게 미하일의 책상 위로 내려 놓았다. 자신이 왜 이혼을 해줘야 하나? 누구 좋은 꼴을 보라고… 그는 오늘 기어코 노아의 입에서 제발 이혼해 달라는 말을 들어야 속이 편할 것 같았다. 노아가 괴로워하며 자신이 그 알파를 변호한 것을 후회하여 울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말 것이라, 그 어느 때보다도 잔인한 가학 심이 이안의 마음 속에서 치솟았다. 미하일이 흥미로운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는 가운데 어둡게 눈을 빛내며 이안이 주문 했다.

 ***

 이안이 그렇게 나간 뒤 반쯤은 기대하고 반쯤은 불안해하며 기다리던 노아가 저녁을 먹고 난 뒤 한참이 지나도 이안이 돌아오지 않자 시무룩해졌다. 언제 오는 건데? 벌써 저녁 다 되어가잖아… 그 와중에 알렉스가 문자를 보내왔다. 난처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문자였다. [넌 대신 얼굴을 맞았잖아. 괜찮아.] 라고 답을 보내주고 난 뒤 노아의 귀가 쫑긋했다.

 노아의 방이 1층에 위치해 있어서 좋은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누군가 저택에 들어오면 재깍재깍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안이 돌아왔나? 그런 것 치곤 밖이 너무 조용한 것도 같고… 그 뒤로는 다시 조용하길래 노아가 슬슬 씻고 자자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드디어 벌컥 방문이 열려 노아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항상 저렇게 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사람은 이안 뿐인 것이다.

 “이안… 아?”

 조심스럽게 이안의 이름을 부르던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방에 이안만이 아니라 다른 남자 셋도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무슨 컨셉이라도 짠 것처럼 한 명은 검은 머리에 청회색 눈, 다른 한 명은 갈색 머리에 갈색 눈, 그리고 다른 하나는 화사한 금발 머리에 아주 새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이건 그건가, 갱뱅? 노아가 마른 침을 삼켰다. 지난 번 자신의 생일 때 알렉스와 함께 갱뱅 플레이를 하려다가 테너의 부름 때문에 무산 되었을 때 얼마나 아까웠던가. 하지만 이제까지 이안이 해온 걸 보았을 때, 그래도 노아를 다른 사람의 손에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좀 이상하기는 했다.

 “이안, 이 사람들은… 누구에요?”

 좀 이상하거나 말거나 속으로는 몹시 기뻐하면서도 노아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 Tear에서 데려온 사람들이겠거니 하면서도 노아는 세 남자에게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자제해도 숨길 수 없는 체취가 이 세 남자에게서는 아예 나지 않았다.

 “네가 내 기분이 풀리기 위해 뭐든 지 한다고 했지.”

 비아냥거리며 말한 이안이 팔짱을 끼며 노아의 방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가 살짝 턱을 치켜 들며 말했다.

 “난 네가 안드로이드로 ‘자위’하는 걸 봐야 기분이 풀릴 것 같거든.”

 “네…?”

 노아가 입을 조금 벌렸다. 안드로이드라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섹서로이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아가 알기로는 현재 이 나라에서 섹서로이드를 파는 건 Tear가 유일무이했다. 보통 안드로이드는 단순 반복 작업이나 하는 맨둥맨둥한 금속 골조였지만 Tear에서는 완전히 한 10년은 뛰어 넘는 것 같은 기술로 완전히 사람 같은 안드로이드를 판매했으니까…

 전에는 여자 안드로이드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남자 안드로이드도 출시된 모양이다. 세상에, 완전 짱이다. 내가 남자 안드로이드 나오기를 얼마나 바랬는데. 노아는 안드로이드를 세 대나 구입한 이안에게 감사의 키스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보통 일반 사람은 이런 안드로이드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다.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노아가 홀린 듯이 안드로이드의 가슴팍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여성 안드로이드의 가슴에 반짝이는 홀로그램 이름이 있었던 것처럼 이 남성형 안드로이드의 가슴에도 홀로그램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아주 솔직하게도 검은 머리가 블랙, 갈색 머리가 브라운, 그리고 금발 머리가 블론드라는 이름이었다.

 “왜, 얼마나 좋아? 어느 알파가 오메가를 위해 이렇게 비싼 안드로이드를 사주겠냐고. 부담 없이 즐겨.”

 이안이 매우 즐겁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노아를 바라보는 눈은 아주 음습하다 못해 어두웠다. 노아가 일단 고개를 저으며 간절하게 이안을 바라봤다. 실은 얼른 빨리 시작하라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안…”

 “언제든지 싫으면 싫다고 해. 지금이라도 상관 없어. 그럼 그냥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 하러 가면 되거든.”

 돌려 말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알렉스에게 보복을 하러 가겠다는 이야기였다.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고 외치려는 걸 참으며 노아가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척)하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잠시 이를 악물었으나 이안이 이내 차갑게 입을 열어 명령했다.

 “옷 벗겨.”

 “아…!”

 무표정하게 눈만 깜박이며 미동도 없이 서 있던 안드로이드들이 이안의 명령에 반응했다. 그토록 사고 싶던 안드로이드에게, 그 것도 하나도 아니고 셋에게 당하는 상황이라니, 노아는 설레다 못해 가슴이 몹시도 빠르게 뛸 지경이었다. 노아가 제 옷을 벗기는 손길에 반사적으로 몸을 버둥거렸으나 이내 팔과 다리를 잡히고 말았다. 

 이안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아는 치례 차례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겨지고 말았다. 스웨터와 바지, 양말과 드로즈까지 모두 발가벗겨진 노아가 가늘게 떨었다. 안드로이드가 이안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안은 설명서처럼 보이는 작은 책자를 뒤적였다. 곧 그의 얼굴에 그린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 이게 좋겠군.”

 이안이 책자를 닫으며 아무렇게나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며 명령했다.

 “자율모드 타입 감마로,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안드로이드들이 노아를 무릎 꿇렸다. 아까 노아의 옷을 벗길 때보다 더 거칠어진 손길이었다. 이안은 노아를 바닥에 엎드리게 만드는 안드로이드들에게 침대와 서랍에서 찾아낸 검은 마스터 박스도 각각 던져 주었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우수하던지 안드로이드들은 자연스럽게 박스에 반응해 열었다.

 안드로이드 블랙이 상자에서 젤을 꺼내자 이안이 지시했다. 아니, 그 오메가는 윤활액 없이 삽입하는 걸 좋아하니 잘 알아두라고. 뒤도 풀지 마. 이안의 명령에 노아가 몸을 떨었다. 정말… 이안은 어쩌면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취향만 맞춰 줄 수가 있지…

 “잘 알겠습니다, 마스터.”

 이안의 명령에 대답하며 안드로이드 브라운이 노아의 뒤에 자리잡았다. 인간과 달리 준비 시간도 없이 금새 부풀어 단단해진 물건이 쿡 엉덩이 사이에 와 닿자 노아가 몸을 떨었다. 이안, 이안… 노아가 애원하듯 불렀으나 이안의 반응은 더 싸늘했다.

 “말 했지? 싫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지만, 아읏, 으… 아!”

 노아의 허리를 꽉 부여잡은 안드로이드가 삽입해 오는 바람에 노아의 입에서는 말 대신 신음 소리가 터졌다. 정말 인간과 똑같은 느낌의 물건이 꾹꾹 안을 짓눌러가며 들어오는데 그저 움직임만으로는 사람과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브라운이 느릿느릿 노아의 뒤로 삽입하는 동안 블랙은 노아의 앞에 자리 잡아 신음하고 있는 입에 제 물건을 밀어 넣었다.

 “웁, 흐으… 읍…!”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뜨끈하게 느껴지는 물건이 입 안을 벌리며 목구멍까지 밀고 들어왔다. 노아가 반사적으로 이를 세워도 안드로이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허리를 움직일 뿐이었고, 그 사이 블론드는 노아의 몸을 어루만지며 애무를 돕기 시작했다.

 “응, 으… 응!”

 그 사이 끝까지 삽입을 끝낸 안드로이드 브라운이 추삽질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블랙이 노아의 입에 허리를 움직이고 있고 뒤에서는 브라운이 퍽퍽 박아대니 두 안드로이드의 움직임에 따라 노아의 몸도 흔들거리며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안드로이드에게 강제로 범해지는 상황에 지나칠 정도로 흥분한 노아의 것에서 말간 액체가 뚝뚝 느리게 흘러 바닥을 적셨다.

 이안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아는 번갈아 가며 안드로이드에게 입과 뒤를 내주어야 했다. 사람과 엇비슷한 정도로 시간이 걸려 사정까지 한 다음에는 순서라도 지키듯 안드로이드가 노아의 뒤에 제 것을 삽입했다. 마치 개처럼 엎드렸다가 다름에는 치부를 활짝 드러낸 자세로 안드로이드에게 흔들리기도 하는 자신을, 점점 차가워져 가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안과 눈이 마주칠 때면 노아는 몹시도 흥분해 뒤를 꽉 조이곤 했다.

 이안은 노아가 범해지는 횟수가 늘어질수록 점차 가혹한 지시를 내렸다. 대게 더 세게, 그리고 더 거칠게, 무리한 체위로 다루라는 지시였다. 마침내 몇 번이고 범해진 끝에 노아가 헐떡거리며 안드로이드가 움직이는 대로 따르며 다리를 벌릴 때였다. 내내 앉아서 지켜 보기만 하던 이안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으… 이안…”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알파 페로몬에 철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안드로이드 블론드에게 아프게 박히고 있던 노아가 저도 모르게 이안을 불렀다. 쉬지도 않고 혹사 당한 뒤가 얼얼한 것이 기분이 좋았다. 이안이 제 바지 버클과 지퍼를 풀으며 명령했다.

 “자세 바꿔. 네가 아래로 내려가.”

 엎드려서 박히고 있던 노아가 돌연 아직 안드로이드의 물건이 박힌 채로 체위가 바뀌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아으으…흐으… 노아가 바들거리는 동안 블론드는 이안의 명령에 충실하게도 노아를 제 위에 올린 채 허리를 움직였다. 활짝 다리를 벌린 노아의 엉덩이 사이로 인간의 것과 똑 같은 안드로이드의 성기가 젖은 소리를 내며 들락거렸다. 

 “우, 아읏, 읏, 으…!”

 이안은 무표정하게 노아의 다리를 더 벌려내며 하도 여러 번 삽입 당해 안드로이드의 인공 체액이 조금씩 흘러 나오는 뒤를 손가락으로 벌렸다. 붉게 부은 입구 사이에 손가락이 하나 밀려 들어가자 노아가 반사적으로 허벅지를 움츠렸지만 도로 다른 안드로이드에 의해 고정되고 말았다. 

 “너만 즐기면 난 재미 없잖아.”

 “아, 아!”

 아직도 안드로이드의 물건이 들락거리는 중인 뒤에 이내 손가락이 하나 더 삽입 되자 노아가 우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안은 억지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잡아 당겨 틈을 만들었다. 다음 순간, 이안의 것이 억지로 만든 틈에 부벼지자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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