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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아서 이렇게 알려 드립니다. 본디메리는 일요일 날 밤에는 올라오지 않아요~ 기다리시면 아니 되어요 ㅠㅠ
*지금은 내렸지만 본디메리는 제가 한 때 모 사이트에서 썰로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사교 모임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대개 친목 도모를 주로 하는 작으며 비공식적인 모임, 인맥을 쌓고 정보 교류를 하기 위한 크고 공식적인 모임. 지난 번 드미트리가 방문했을 때의 모임이 전자에 속하고, 큐브 아일랜드에서의 모임이 후자에 속했다. 그리고 이번 사교 모임은 공식적이면서도 큐브 아일랜드보다도 더 큰 규모의 자선회 경매였다.
경매 마지막에 항상 유명 예술가의 크리스탈 장식품이 나와 일명 크리스탈 자선 모임이라 불리는 이 경매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데, 주최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금이 자선 사업의 기금으로 사용 된다. 이렇게 큰 규모인 것 치고는 그렇게 엄숙한 분위기의 모임이 아니라 딱히 복장요구가 까다롭지도 않았다.
참가비와 회원비가 꽤 들었지만 거금의 기부금을 투척한 사람이 종종 신문 기사에 실려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에도 좋고, 참가하는 사람들 중 거물이 제법 많기 때문에 인맥을 만들려 참가하는 이들이 꽤 되었다. 사실상 알맹이는 비즈니스와 사업, 그리고 친교 모임인 것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참가하는 게 좋아 회원들의 참석률도 좋았다. 노아도 두 세 번 테너나 윌리엄을 따라 크리스탈 자선 모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중간에 힘들면 말해. 먼저 돌아가도 되니까.”
노아는 괜찮다 말하면서도 이안이 나름 퍽 다정하게 굴 때마다 제 양심이 따끔거리는 걸 느꼈다. 어째서지? 이안이 대체 뭐 때문에 날 좋아하는 걸까! 그냥 전처럼 못 되게 굴면서 괴롭히면 이안도 저도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물론 시답잖은 일로도 첫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겠냐 만은… 어디 이안이 보통 사람이라야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던 터에 노아는 이안이 이따금씩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그가 들릴락 말락 한숨을 쉬는 것도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이안도 노아도 각각 다른 생각을 하느라 말이 없는 사이 리무진이 크리스탈 자선 모임이 열리는 호텔에 도착했다.
이안과 노아가 각자 내리자 모임 중에서는 손 꼽을 만큼 가장 큰 규모인 특성 덕에 여기저기서 차에서 내리는 이들부터 시작해 이미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까지 꽤 인원이 많은게 한 눈에 보였다. 어째 노아가 마지막으로 갔었던 모임 때보다 참석 인원이 많은 게, 해가 갈수록 크리스탈 자선 모임의 기부금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사실은 사실인 모양이다.
이안과 함께 호텔에 들어서자 마자 노아는 이따금 낯익은 얼굴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개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결혼 전까지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면서 얼굴이나 익힌 정도였다. 확실히 테너의 사업을 물려받을 윌리엄과는 달리 테너는 애초부터 경영 공부는 시키지 않았던 노아나 다른 일을 하겠다고 나선 벤자민을 이런 종류의 모임에 자주 데리고 가지 않았던 탓이었다.
모임이 열리는 회장에 들어서자 경매 물품들이 보였는데, 오늘의 경매의 주요 주제가 책이었는지 여기저기 전시된 물건들 중의 반은 좀 낡거나 아니면 심하게 낡은 책들이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시큰둥한 목소리로 이안이 말했지만 이전의 이안을 생각하자면 퍽 다정하기만 한 행동이었다. 노아는 책에 관심이 없으니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하지… 으으… 대체 어떻게 하냐고… 이혼을 해, 말아… 이안이 다정하게 굴 때마다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흔들거리며 노아의 마음 속에 갈등을 빚어냈다...
노아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사이 그저 몇몇 사람과 안면만 아는 정도인 노아와는 달리 이안은 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답게 인맥이 남달라서 굉장히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노아는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다닐 수 있는지 다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안은 스무 살이라는 젊다 못해 어린 것에 가까운 나이에 사업체를 경영하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13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 동안 지금 규모의 기업이 될 정도로 키워낸 장본인이기도 했고… 잘 생겼고, 능력도 좋으니 테너 말고도 결혼 이야기가 제법 들어갔을 법도 한데. 비록 성격이 좀 아름답지 못해서 그렇지.
노아는 이안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이안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멍하니 옆에 서서 그 모습을 구경했다. 뭔가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도 아는 내용이 있어야지. 게다가 경영인들의 대다수는 알파였고, 알파들의 상당수는 오메가는 이런 대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테너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노아가 옆에서 가끔 고개만 끄덕거리며 샴페인이나 홀짝거리고 있는데 막 세 번째 만난 사람과 꽤 긴 대화를 나누던 이안이 아까부터 자꾸 노아를 흘깃거리며 바라본다 싶더니 잠시 양해를 구하며 노아에게 완전히 뒤돌아 섰다.
“이야기 나누는 동안 살만한 물건들 좀 봐줘.”
말이 살만한 경매 품을 봐달라는 것이지 실제로는 좋을 대로 돌아다녀도 된다는 걸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이안의 말에 내심 지루해 죽을 지경이던 노아의 안색이 환해졌다. 냉큼 그러겠다고 말하고는 노아가 이안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게다가 저녁 때가 가까워져 배가 고파 뭐라도 먹고 싶기도 했고.
아까 여기 어디에 뷔페가 차려져 있었는데, 하고 걸음을 옮기던 노아가 뒤가 따끔거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안이 아까 그 사람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 여기 있다.”
경매가 열리는 회장 한 켠에 이런저런 핑거 푸드나 적당히 출출함을 달래줄 소담한음식들이 놓여 있는 뷔페를 발견한 노아가 매우 기뻐하며 다가갔다. 적당히 배를 채울 생각으로 다가간 노아가 냠 한 입 먹고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저택 요리사 요리가 훨씬 맛있네. 하긴 뷔페 음식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되겠지만, 이렇게 큰 경매에서 아무 요리사를 쓰는 것도 아닐 텐데...
생각해 보니까 이혼하면 더 이상 저택 요리사의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거잖아. 노아는 그 동안 저택 요리사만큼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역시 이혼보다는 좀 시간을 가지면서 이안에게 차분히 사실을 밝히는 편이… 점차 은근히 이혼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쏠려가던 노아가 아무 생각 없이 음료로 목을 축이며 고개를 돌렸다가 이번에는 확실히 안면을 튼 사람을 발견했다. 그러나 딱히 노아에게 반가운 사람은 아니었다.
얼른 못 본 척 하면서 고개를 돌려 음식을 더 살펴보는 척을 하는데 상대에서는 그렇지 않을 모양인지 어머, 노아? 하고 들으란 듯이 커다랗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던 노아가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도도한 인상의 미인이 제게 척척 걸어오더니만 노아를 위 아래로 올려다 보면서 샐쭉 웃었다.
“오랜만이다. 요즘은 모임에 잘 안 나오더니 어쩐 일이니?”
“안녕, 알리샤…”
노아에게 걸어온 미인, 알리샤 패터슨이 잘 정돈된 눈썹을 나붓거리며 다가와 짐짓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지만 노아는 그 말에 감추어진 수두룩한 가시들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노아는 학창 시절에 상당히 인기가 많은 편이었지만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호감만을 사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다니던 사립 학교는 노아처럼 쟁쟁한 집안의 자녀들이 다니는 곳이었고, 그러다 보니 항상 제가 관심과 인기를 누려야 성이 풀리는 여왕님 같은 스타일이 있었다. 그리고 대개 그런 스타일은 제 위치가 위협 받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노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편이었다. 가령, 상급 학교 7학년 무렵의 알리샤 패터슨처럼…
그러고 보면 알리샤도 참 예쁘고 성적도 좋고 집안 덕에 돈도 많았는데 성격이 영 아니네. 난 안 그러는데… 노아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렸다가 아차, 하고 생각을 바꿨다. 대신 난 변태잖아.
“듣자 하니까 이안 밀러와 결혼 했다면서?”
“으음…”
알리샤는 항상 자신을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을 냈기 때문에 성가셨던 노아가 이도저도 아닌 대답을 하며 이리저리 피할 구석을 찾았지만 유일한 회피 수단인 이안은 아직도 저만치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기에 노아가 포기하고 알리샤를 대면했다.
왜 하필 여기서 알리샤를 만난 걸까. 하긴 생각해 보니 알리샤는 베타인 그녀와는 달리 알파라 좀더 우월한 위치에 있던 제 남동생을 자신이 얼마든지 제치고 후계자가 될 것이라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곤 했으니,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늦었지만 결혼 축하해. 뭐, 이안 밀러가 조금 아깝긴 하지만…”
알리샤가 대놓고 너보다 이안 밀러가 아쉬운 사람이야! 하고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노아는 딱히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애초에 결혼 초기에 자신에 비하면 이안이 아깝다고 노아 자신도 생각했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알리샤는 정말 시비를 잘 못 건다. 네 엉덩이는 짝궁뎅이라는 공격 정도면 노아도 좀 기분이 상했을 텐데. 물론 제 엉덩이가 짝궁뎅이라는 건 절대 아니고.
몇 년이 지났는데도 자신의 공격에 노아가 여전히 별로 타격을 받지 않은 것 같자 알리샤가 분한 기색을 얼굴에 띄우면서 재차 시비를 걸었다.
“그건 그렇고 요즘 그 이야기 들었나 몰라? 소문으로는 이안 밀러가 F&N의 주식을 매각한다면서?”
마치 남이 듣기라도 할 것처럼 알리샤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패터슨 가문은 언론사의 반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집안이었는데, 덕분에 그 집안 사람들은 온갖 정보와 소문에 빠삭했다. 알리샤도 자칭 후계자가 된다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아는 알리샤의 말에도 멀뚱히 눈만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F&N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노아의 반응을 기대하며 싱글거리던 알리샤의 고운 미간이 구겨졌다.
“이… 멍청아, F&N은 너네 아버지 자회사 중 하나잖아!”
“아, 미안. 나 경영 수업은 거의 안 받아서.”
노아가 해맑게 대답했다. 알리샤가 분통이 터져 못 견뎌 하는 게 오히려 노아가 보기에는 더 재미있었다. 학교 때도 알리샤는 항상 제가 먼저 시비를 걸고 자신이 되려 모욕을 당했다면서 펄펄 뛰곤 했었다. 어째서 이런 오메가보다 더 우수한 자신이 인기가 없는 거냐는 요지의 말을 하면서…
“큰 자금 줄이 되는 회사를 매각하는 이유가 뭐겠어? 이안 밀러가 너네 아버지 뒤통수를 치려고 하는 거라고.”
요즘 이안이랑 사이가 꽤 안 좋았던 모양이야? 일각에서는 일부러 이안 밀러가 테너 프로스트에게 엿을 먹이려고 너랑 결혼했다는 말까지 돌더라고… 사실이 어떨까, 노아? 알리샤가 그제서야 고고한 모습으로 턱을 치켜 들며 비아냥거렸다.
물론 알리샤의 말에도 노아는 큰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애초에 이안이 제 아버지에게 보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과 결혼한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금 줄 이야기는… 아마도 테너가 자신과의 강제 결혼 건으로 한번 협박한 적이 있었으니 이안이 그런 약점을 그대로 내버려두진 않을 것 같긴 했다. 아, 그래서 저번에 드미트리에게서 그 광산을 뜯어낸 거구나.
하지만 제 반응을 기대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알리샤를 보니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노아가 입술을 달싹였다. 알고 있었다고 하면 또 펄펄 뛰겠지? 이만 나 좀 떠나 줬으면 하는데… 아직 음식을 먹다 말았다고.
알리샤를 어떻게든 떨궈 내고자 노아가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어깨를 잡는 손길이 있었다. 고개를 돌린 노아가 움찔 놀랬다. 왜 항상 이안은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오는 걸까? 아님 내가 둔한 건가?
그러나 알리샤도 언제부터 서있던 건지 모를 이안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는 걸 보니 자신이 둔한 것 같지는 않았다. 몹시 싸늘하면서도 사나운 얼굴을 한 이안이 한 쪽 입 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그 얼굴에 알리샤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단지 이안의 표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나불대는군, 하는 이안의 독설 때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