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화 (73/107)

73

 아니, 식당은… 왜? 노아가 의아해하면서 이안이 이끄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양말만 신고 있던 터라 발이 조금 시려서 발가락을 움츠리는데 이안이 쾅, 하고 한번 테이블을 내려치면서 노아를 협박… 아니 경고했다.

 “거기 그대로 앉아 있어. 만약 도망치면…”

 “얌전히 있을게요.”

 이안이 말을 잇지 않고 흐리며 눈을 번득이자 노아가 재빨리 대답했다. 노아의 대답을 듣고 나서도 이안은 한참을 노아를 쏘아 보다가 홱 어디론가 향했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이안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대체 무얼 하고 온 건지 몰라 의아해 하는 사이 이안이 테이블에 앉기는커녕 식당 안쪽 주방으로 향했다. 안쪽에서 조금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이안이 트레이에 식사를 가지고 나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요리사의 혼이 담긴 요리들로, 고용인은 다 나갔어도 요리사는 안에 남아 있던 모양이었다.

 노아는 이안이 거칠게 그릇을 테이블에 내려 놓는 것을 얌전히 바라보았다. 힐끔 시계를 바라보니 아직 저녁 시간이 되려면 좀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난 배 별로 안 고픈데… 하긴 아까 그 난리를 쳤으니 이안이야 배가 고플 법도 했다. 

 “먹어.”

 금세 한 상 차려낸 이안이 식기를 던지듯이 노아의 앞에 두고는 자신도 테이블에 앉았다. 다시 한 번 이안의 눈치를 보며 노아가 식기를 집어 들었다. 무릇 사람이란 배가 고프면 사나워지고, 배가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 노아는 부디 이안이 식사를 하고 좀 분노가 누그러지기를 바랬다. 

 조심스럽게 야금야금 샐러드를 먹는데 이안이 노아 앞으로 육질이 연한 양고기 요리를 밀어냈다. 그 행동에 이제 화가 좀 풀렸나, 하고 약간 안도하면서 노아가 고분고분하게 양고기를 썰어 입에 넣고 씹었다. 마치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맛이었다. 

 노아가 샐러드 한 접시, 양고기 요리 한 접시에 마지막으로 디저트까지 약간 부족하지만 깔끔하게 식사를 마쳐갔을 무렵 이안은 고작 접시 하나를 먹는 둥 마는 둥 했을 뿐이었다. 노아도 일단 먹으라고 해서 먹기는 했지만 옆에서 내내 이안이 자신을 노려 보고 있으니 대체 음식이 넘어가는 건지, 안 넘어가는 건지…

 적당히 배를 채웠다 싶자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갔다. 노아가 쫓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자 이안이 나가다 말고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썼다.

 “빨리 안 와?”

 아, 쫓아 가라는 거였구나… 하면서 노아가 얼른 이안 뒤를 쫓았다. 설마 또 팔 들고 벌 서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팔을 들고 벌을 서느니 차라리 다르게 벌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엉덩이만큼 때리기 좋은 곳이 어디 있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노아가 이안의 뒤를 쫓아 부부침실로 들어갔다.

 침실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노아는 자신이 팔을 들고 벌 서는 것 따위를 걱정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차라리 도망가는 게 나았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이안이 왜 뜬금없이 노아에게 이른 저녁을 먹였는지도…

 ***

 부부침실을 사용한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데도 노아는 이 훌륭한 침실이 단 한 번도 질렸던 적이 없었다. 이안의 성질이 얼마나 더럽고 까다로운지를 알 수 있는 증거가 이 저택 구석구석에 널려 있었는데 이 침대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아주 훌륭한 요리사를 거금을 주어 고용할 정도로 까다로운 입맛만큼이나 안목도 까다로운지, 가구의 질이며 인테리어까지 뭐 하나 모자란 것이 없었다. 그다지 잠자리에 까다롭지 않은 노아도 푹신하게 감기는 침구에는 몹시 감탄할 정도였으니까.

 그건 그렇고, 이건 역시 그건가… 성인이 되고 난 뒤 처음으로 이렇게나 오랫동안 욕구불만이었던 적이 없는 노아가 우물쭈물하면서 이안과 침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안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한참을 침대를 쏘아보더니 마침내 노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한풀 분노가 꺾인 듯한 분위기를 보니까 가구 좀 박살내고 음식 좀 먹었더니 정말 이안의 화가 좀 풀린 모양이었다.

 휙 다가온 이안이 노아의 허리를 잡으며 침대로 끌고 갔다. 괜히 이안을 자극해 다시 화를 내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노아는 이안이 제 옷을 벗기도록 순순히 굴었다. 노아는 응접실은 몰라도 이 훌륭한 침실이 망가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 뭐, 원래 흔히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분노를 섹스로 승화시키곤 했으니 이안의 행동이 영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노아 자신이 욕구불만인 만큼 이안도 욕구불만일 테니까… 

 아까부터 짙게 깔리는 알파 페로몬이 얼마나 짙던지 노아는 잠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안은 노아의 피부를 손이며 입으로 지분거리면서 귀를 깨물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 노아가 몸을 움츠리며 이안이 미는 대로 더듬거리며 뒷걸음질 쳐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이안은 한참을 갈 울혈이 생길 때까지 귀를 빨고 아프게 깨물었다. 뜨끈한 혀가 스치고 단단한 이빨이 잘근잘근 귓바퀴를 씹을 때마다 노아가 조금 몸을 떨었다. 귀 페티쉬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집착하던 이안이 이내 목덜미로 내려와 애무를 하면서 입고 있던 와이셔츠를 벗었다.

 이안이 침대로 밀어 넘어트리는 손길에 순순히 몸을 누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노아가 이안의 턱이 좀 까칠까칠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항상 깔끔하게 깎고 다니는데 오늘은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아… 이안이 노아를 깔아 뭉개다시피 타고 앉자 노아가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그렇게 물건을 박살 내고 음식도 먹었으니 섹스까지 하면 이안 화가 그럭저럭 좀 풀리지 않을까. 어쨌든… 이왕 이렇게 다 밝혀진 거, 이안만 괜찮다면 차라리 이렇게 계속 이혼 같은 것 없이 예전처럼 살면 좋지 않겠나. 이안의 얼굴이 좀 싸늘한 것 같긴 한데 아까처럼 그렇게 화난 것 같지는 않았기에 노아가 나름 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안이 이렇게 다정하게 나오는 건 영 취향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최대한 비위를 맞춰줘야겠다. 어쨌든 내가 좀 잘못하긴 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지, 이안 취향도 내 취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았는데…

 그 때 이안이 완전히 노아의 옷을 벗겨 내고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다정하게 키스하면서 이번에는 입술을 깨물었다. 달착지근한 것처럼 들리기까지 한 소리를 내며 이안의 혀가 부드럽게 감겨왔다. 응… 하고 나지막이 신음소리를 내면서 노아가 어쩌면 제 생각이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러면 난 곤란한데. 전엔 분명이 이안이 가학성향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열 받은 상태에서도 다정하게 나온 걸 보니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제까지 가져왔던 모든 관계들에 비하자면 마치 솜사탕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안이 아주 아주 부드럽고 다정하게 노아의 몸 여기저기를 애무했다. 하도 욕구불만이었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는 한 백 만년 정도 먼 상냥한 애무에도 노아의 것이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이안이 노아의 몸 구석구석을 제 페로몬 범벅으로 만들 정도로 여기저기 잇자국과 울혈을 빼곡하게 새겼을 때에는 노아도 제법 흥분한 상태였다.

 이안은 단단해지기 시작한 노아의 것을 부드럽게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노아의 허벅지를 손으로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히 밀어 벌렸다. 내내 이안이 눈을 내리 깔았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궁금해 하며 노아가 이안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순순히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이안은 푹신하고 커다란 베개를 가져와 노아의 허리 아래 밀어 넣기까지 하고는 뒤에 손가락을 하나 밀어 넣었다.

 아주 감질 맛 나게 이안의 손가락이 천천히 들락거렸다. 노아는 당장 이안이 손가락을 한 네 개쯤 밀어 넣고 마구 쑤셔 줬으면 했지만, 지금 그런 걸 조를 처지가 아니었기에 안달이 나 끙끙거리며 이안의 손가락을 조일 뿐이었다. 이안은 아주 한참이 지나서야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었고, 엄청나게 정성을 들여 노아의 뒤를 흐물흐물하게 풀어 주었다.

 아무래도 오메가인데다가 이안의 알파 페로몬에, 오랜만의 자극까지 겹쳐 노아가 제법 흥분했지만 절정에 이르기에는 이안의 애무가 너무나도 담백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새 이안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져 노아가 엉덩이를 살짝 들썩이며 제 뒤를 쿨쩍이며 느리게 들락거리는 이안의 손가락을 꽉 조였다.

 분명 그걸 눈치챘을 텐데도 이안은 느긋했다. 이안의 것도 엄청나게 단단해진 게 눈에 보이기에 노아가 더 안달이 났다. 얼른 저 훌륭한 물건을 사용하란 말이야… 노아가 시트를 꾹 쥐면서 애원하는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안은 노아의 뒤가 무리 없이 손가락 세 개를 받아 들일 때까지 풀고 나서야 노아의 위로 몸을 겹칠 뿐이었다.

 노아의 벌린 다리 사이로 들어간 이안이 윤활액 없이도 흥분으로 잔뜩 젖은 노아의 엉덩이 사이로 쿡 제 것을 가볍게 찔렀다. 하지만 넣지는 않았다... 애타게 끄트머리로 문지르기만 하자 노아가 아, 하고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이안…”

 차마 넣어 달라 말은 못하고 노아가 이안의 이름을 간절하게 불렀다. 이안은 스윽 스윽 노아의 엉덩이 사이로 제 것을 문지르기만 하며 노아의 애를 몹시 태우다가 아주 느긋하게 제 것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노아는 이안이 평소와 달리 너무 신사답게 굴자 답답해 죽을 것만 같았다. 이건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이안의 것이 천천히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안이 너무나도 잘 풀어 놓았기 때문에 노아의 뒤는 좀 크다 싶은 이안의 물건을 무리 없이 받아 들였다. 평소에는 약간 버겁다 싶을 정도였는데 얼마나 잘 풀어 놓았는지 딱히 고통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안달이 난 노아가 끙끙거렸다. 아, 미치겠다… 흐으… 원하던 삽입인데도 성에 차지 않았던 노아가 시트만 움켜 쥐었다. 그러는 동안 천천히 제 것을 밀어 넣고 빼기를 반복하던 이안이 제 것을 거의 끝까지 빼내더니, 갑자기 아까와는 다르게 거세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 흐으…”

 너무나 애가 탔었기 때문에 갑자기 퍽, 이안의 물건이 박혀 들어오자 노아는 눈 앞에서 순간 무언가 튀는 듯한 자극을 맛 보았다. 이제까지 이안의 애무가 너무나도 온건했던 지라 빈말로도 이전에 비하자면 거칠다고는 못할 움직이었지만 욕구불만이었던 노아에게는 절정까지 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노아는 이안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신음하기에 바빠 이안이 벗어뒀던 제 와이셔츠를 집어 머리위로 팔을 뻗는 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응, 읏…!”

 이안이 앞으로 몸을 숙이는 바람에 삽입이 깊어져 노아가 신음하다가 제 손목이 묶이는 느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시 움직임을 멈춘 이안이 와이셔츠로 노아의 손목을 너무 조이지는 않게, 그러나 손을 빼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묶자 원래 구속당하는 걸 좋아하는 노아가 더 흥분했다. 고작 손목 묶이는 정도로 흥분하다니 자신이 어지간히 굶었나 생각하면서…

 노아의 손목을 잘 묶은 이안이 다시 허리를 움직여 박기 시작하자 노아가 흐으으, 하고 우는 듯한 소리를 냈다. 정말 오래간만에 남의 손에 의해 곧 절정이 눈 앞에 보였다… 조금만 더, 아… 조금만… 노아가 입술을 핥으며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일 때였다.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이안이 콱 노아의 것을 움켜 쥐었다.

 “…흐, 아으… 이, 이안…?”

 급소이자 가장 예민하기 짝이 없는 곳을 쥐이자 노아가 울상이 되어 몸을 들썩였다. 막 절정을 눈 앞에 둔 상태에서 강제로 가지 못하는 그 느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로운 것이었으니까. 예상치 못한 이안의 행동에도 손목이 묶여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노아가 이안이 어디론가를 손을 뻗는 걸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았다가… 익숙한 상자의 모양새에 입을 벌렸다.

 지난 번에 노아가 그토록 찾았을 때는 없던 그 검은색 Tear 마스터 상자가 왜 이제서야 여기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입술만 달싹이던 노아가 이내 커다란 상자 옆에 올라오는 작은 상자에 눈을 더 크게 떴다. 아까 성인용품점에서 제가 구입했던 그 상자가 아닌가… 그것도 미하일이 샘플을 잔뜩 넣어주던…

 “이…안?”

 왠지 불길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 노아가 조금 겁에 질린 채 물었다. 음습하고 어둡다 못해 뭔가 시커먼 것으로 일렁이는 이안의 눈을 보자 노아는 대체 왜 자신이 아까 이안의 화가 좀 풀렸다고 착각한 걸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보니 이안은 화가 풀리기는커녕 아까보다도 더 분노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전에 네가 그랬지, 노아.”

 이안이 아주 상냥하고 느긋하게 말하면서 노아가 사왔던 상자를 열자 노아는 뭔진 몰라도 벌써부터 자신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정하고 싶어졌다. 이안이 여전히 한 손으로는 노아의 것을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상자를 뒤적였다.

 “사람마다 성적 취향이 다를 수도 있으니 이해해 준다고… 하지만 한 쪽 취향에만 맞춰 주는 건 좀 그러니까 적절히 취합해 보는 건 어떨까 해.”

 “아,…아니요… 그냥, 그냥 전 신경 쓰지 말구 이안 취향 대로 하면… 되는데…”

 어떻게든 이안의 손에서 빠져나가 보려고 노아가 무의미하게 바르작거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안은 그럴 수야 없다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노아가 시선을 내려 이안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헉 숨을 집어 삼켰다. 그 손에 들린 물건은 익숙한 것이었다. 오늘 신제품이라며 미하일이 선물로 준 그 볼펜이었으니까.

 “다칠 수 있으니까 얌전히 있어야 해?”

 아주 시커먼 눈을 하고서도 이안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남자인 양 다정하게 말할 때마다 노아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안이 얼마나 빡쳐 있는 가를 새삼 보여주는 듯 해서…

 “아흐, 읏, 이안, 이안…”

 이안이 검은 상자에서 소독용 젤이라고 쓰여진 튜브를 한 가득 짜 영락없이 얇은 볼펜으로 보이는 요도 플러그에 흠뻑 짜내는 걸 보면서 노아가 빠져나가는 건 포기하고 애원했다. 그럼, 한번 만… 가게 해주면… 그러나 이안은 부드럽게 노아의 애원을 묵살했다.

 “가고 싶어도 좀 참도록 해, 노아. 오늘은 아주 오래… 동안, 사랑을, 나눌 거라서.”

 “흐… 아, 아…!”

 한 마디 한 마디 강조하여 말하면서 이안이 젤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은 요도 플러그를 노아의 것 끄트머리에 문질렀다. 손가락 반의 반도 안 되는 굵기의 물건이었지만 밀려 들어오는 순간의 압박감이 대단해 노아가 바들바들 떨었다. 저도 모르게 제 것에 손을 뻗으려다가 노아가 애꿎게 골반 근처를 긁었다.

 “벌써 지치면 안 되거든… 그래서 아까 먼저 미리 식사도 했잖아.”

 “아으, 으…”

 식사한 게 그래서였… 아! 미끄럼 방지처럼 된 요철 부분이 몹시 예민하기 짝이 없는 안쪽을 들들 문지르며 들어가자 노아가 힉,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젖혔다. 다치면 안 되니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말라며 사람 좋게 말하면서도 이안이 더 꾹 안 쪽으로 밀어 넣었다. 

 “잘 안 들어가네. 그렇지?”

 “아…!”

 겨우 반 절쯤 밀려 들어와 헐떡이고 있던 노아가 이안이 짐짓 상냥하게 말하며 요도 플러그를 빼내는 터에 몸을 퍼득거리며 떨었다. 다시 쿨쩍이며 플러그가 밀려들어오고 조금 빠져나가기를 반복할 때마다 노아가 몸을 움찔 움찔 떨었다. 마침내 버튼을 누르도록 되어있는 볼펜 뚜껑 같은 부분을 남겨두고 모두 삽입한 이안이 살살 노아의 것을 쓰다듬었다.

 “혹시 모르니까 예방용으로 하나 더하자.”

 “시, 싫…”

 노아가 채 싫다고 말하기도 전에 이안이 사정 방지링까지 꺼내 찰칵 작은 소리와 함께 채웠다. 가지 못하는 욕구도 괴로운데 이안이 어떻게 해주기 전에는 절대 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채워지기까지 해 노아가 울먹이자 이안이 아까부터 몹시 두렵기 만한 그 다정한 태도로 노아의 엉덩이를 토닥이고는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노아가 낼 수 있던 건 오로지 신음과 애원하는 말 뿐이었다.

 ***

 “아… 아으흐…”

 뒤에서 철썩철썩 일정한 박자로 부딪혀 오며 잔뜩 느끼는 곳만을 찔러 오는 이안의 허리 짓에 노아가 온 몸을 벌벌 떨었다. 아까부터 가지 못한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아주 길게 느껴질 만큼 괴롭기 만한 시간이란 건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갈 수 없는 고통이 이렇게 괴로운 것인지 노아는 처음 깨달았다. 최소한 어느 하나라도 풀어 줬으면, 아니면 이안이 그만 하기라도 했으면… 괴로워 바르작거리며 노아가 작게 흐느꼈다.

 지금 이안이 하는 건 그냥 평범한 섹스 그 자체일 뿐이지만 몹시도 예민해져 달아오른 노아에게는 모든 자극이 심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유두를 부드럽게 문지르거나 목덜미나 귀를 빨기만 하는, 평소에는 노아에게 간의 기별도 안 갈 부드럽기만 한 애무도 지금은 하나 하나가 몸을 비틀 게 만들기만 했다. 과도한 쾌감에 이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안이 노아의 허리를 아플 정도로 꽉 잡아 붙들어 맸고, 손목도 묶인 상태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 이안… 제발… 아, 아…! 흐아, 아,…”

 “또 밀려 나왔잖아, 노아.”

 가슴을 다정하게 도닥이더니 이안이 노아의 것에서 어느새 손가락 한 마디쯤 밀려 나온 요도 플러그를 도로 밀어 넣고는 다시 퍽, 퍽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아가 괴로워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시트에 문지르며 우는 소리를 냈다. 아까부터 노아가 몇 번이나 사정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면 이안은 되려 꾸우욱 노아가 느끼는 부분을 제 것으로 강하게 압박할 뿐이었다. 그러면 그 때마다 노아는 허리를 저리도록 울리는 감각에 아, 아…! 하고 신음만 해야 했다. 사정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절정 가까이 아슬아슬하게 닿기만 하니 지금 같아선 이안이 뭘 시키던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온 몸이 예민해져 시트가 바스락거리는 감각조차 자극적으로 느껴져 노아가 꼼짝도 못하고 시트를 움켜 쥐었다. 노아가 애원하면 짐짓 사랑스럽다는 듯이 키스를 하며 허리를 움직인 이안이 두 번째로 사정했다. 자신도 사정하고 싶어 끙끙거리던 노아가 비명을 질렀다. 이안이 노팅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자주 당하던 노팅이었지만 지금과도 같은 상황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아, 아… 아!”

 노팅하는 순간 이안이 슬쩍 허리를 빼자 딱 절묘한 지점에서 이안의 것이 부풀어 올랐다. 극단적인 쾌감에 노아가 비명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내자 웬일인지 이안이 노아의 허리를 꽉 잡고 있던 손을 놔주었다. 노아는 이안이 손을 놔주자마자 몸을 비틀며 빠져 나가려고 했지만 곧장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노팅은 오메가가 꼼짝도 못할 만큼 버거운 물건이 아니던가.

 오히려 이안이 제 것을 뒤로 빼자 노아도 우는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같이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움직이면 괴롭기만 해서 노아가 꼼짝도 못하고 엎드려 있는 동안 이안은 가만히 노아의 목덜미며 등에 입을 맞추고 이를 세 워 몸 앞에 그런 것처럼 뒤에도 최소한 며칠은 갈 진한 흔적을 남겼다. 그러다 애무를 멈추고 이안이 슬쩍 허리를 흔들자 노아가 흐느끼며 애원했다.

 “아파, 아파요…”

 “흐음, 이렇게 하면, 아프다고? 하지만... 노아.”

 이안이 더 몸을 앞으로 숙이며 귓가에 달콤하게까지 들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넌 아픈 거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아프게 해줄게. 그 말에 노아가 고개를 저었지만 이내 입에서는 높은 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흐으…그만, 그만…! 흐아, 아, …하으…”

 이안이 이미 잇자국이 선명하게 난 노아의 귀를 길게 핥으며 더 크게 허리를 움직였다. 노팅을 한 채로 움직이는 건 알파나 오메가 둘 모두에게 힘겹고 굉장히 자극적일 텐데도 이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노아만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쾌감에 하으, 으… 하고 갸냘프게 숨을 할딱거리며 미친 듯이 시트를 긁었다. 묵직하게 부푼 것이 안을 있는 대로 짓누르며 들어갔다 나오는 움직임은 느렸지만, 느린 만큼 더 괴로운 것이었다. 

 이안은 노팅이 다 가라 앉을 때까지 움직이고 나서야 제 것을 빼냈고, 벌써 지친 노아는 발산할 길 없는 열기에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가 눈물로 그렁그렁했다. 이안이 따끈따끈한 노아의 몸을 탐욕스럽게 탐하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기승위는 한 번도 해 본적 없지.”

 “흐으… 으…”

 “기승위랑 펠라치오랑, 어느 쪽이 더 좋아… 노아? 응?”

 노아는 이제 이안이 다정하게 나올 때마다 겁이 날 지경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전처럼 사납게 윽박지르고 자신을 즈려 밟던(?) 이안이 노아는 너무나 그리웠다… 아흐, 힘들, 어… 멍한 머리로도 나름 굴려보니 어쨌든 기승위보다는 펠라치오가 날 것 같아 노아가 겨우 펠라치오요, 라고 대답했다. 

 “그래? 정 그렇다면야…”

 뭐가 정 그렇다면야 인데…? 어쨌든 노아가 바르작거리며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으려고 할 때였다. 이안이 몸을 일으키려던 노아의 어깨를 밀어 도로 눕혔다.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해 노아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이안이 몸을 내리고는 음산해 보이기까지 한 미소를 지으며… 노아의 것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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