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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네가 잘 했었어야지.”
노아가 울먹이거나 말거나 실컷 괴롭힌 이안은 지껄이면서 노아를 바닥에 눕힐 뿐이었다. 이안이 그렇게 아프게 짓밟았어도 노아의 것은 조금도 시들거나 하지 않았다. 흥분해서도 그렇고 밟히는 둥의 자극을 받은 노아의 것은 불그스름해진 상태였다. 울먹이면서도 노아는 이안이 시키는 대로 다리를 벌렸다.
“아으…”
이안이 지그시 손바닥으로 다리 사이를 짓누르며 엉덩이 사이 골에 단단해진 물건을 문지르자 노아가 나지막이 신음했다. 노아는 이안이 제 뒤를 얼마나 훌륭하게 박아주고 쑤셔주었는지를 기억했다. 그 때를 무수하게 기억하는 노아의 몸이 움찔했다. 금방이라도 들어올 것처럼 이안의 것이 꾹꾹 뒤를 눌러댔다. 붉게 부어 오른 유두를 손톱으로 아프게 긁으며 이안이 구슬렸다.
“넣고 싶지?”
의사가 삽입하면 안 된다고 했던 게 떠올라 응, 응… 노아가 고개를 젓는 건지 끄덕이는 건지 모를 고개 짓을 했다. 뒤를 묵직하게 채우는 그 느낌이 자꾸 떠올라 노아의 몸이 잔뜩 달았다. 무언가 잔뜩 울퉁불퉁하고 두꺼운 것을 뒤에 넣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안 되는 건 잘 알지만…
꾹꾹 문대어지던 이안의 것 끄트머리가 뒤를 벌리며 조금 밀려 들어오자 노아가 힉 숨을 집어 삼켰다. 밀어내는 건지 잡아 당기는 건지 알 수 없는 손으로 어깨를 잡자 이안이 들으라는 듯 혀를 찼다.
“삽입하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야하기는.”
제가 먼저 삽입하려 해놓고는 그렇게 지껄이며 귀두 부분을 밀어 넣었던 이안이 몹시 달아 오른 노아에게서 제 것을 빼내며 노아의 다리를 모으게 만들었다. 한쪽으로 밀어 잡아 누르며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 사타구니 좁은 틈에 밀어 넣자 노아가 몸을 떨었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욱신거리는 제 것과 이안의 것이 비벼지는 느낌이 굉장히 묘했다.
“아으, 읏...”
단순히 허벅지 사이에 이안이 제 것을 끼워 넣고 흔드는 것이었지만 워낙 잔뜩 흥분해 있던 상태였기에 그것만으로도 노아가 절정에 달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이안의 것이 스칠 때마다 욱신거리면서도 쓰라린 느낌에 금새 노아의 다리 사이가 흰 파정 액으로 젖어 들었다. 하지만 노아가 가고 나서도 이안이 계속 제 것을 넣어 흔들자 노아가 바르작거렸다.
“그만… 아, 아!”
거의 예민함이 최고조에 다다른 성기에 가해지는 자극은 부드러운 것이라도 참기 힘들어서 노아가 버둥거리는 걸 이안이 무게를 실어 허벅지를 찍어 누르며 몸이 들썩일 정도로 제 것을 쳐올렸다. 쓰라리다 못해 겉 표피가 벗겨지는 것 같다고 느낄 때쯤에서야 이안도 마침내 약간 허리를 뒤에 빼어 일부러 노아의 것 위에 사정했다.
축축하고 쓰라린 감각을 동시에 느끼며 노아가 가슴을 할딱이고 있자 이안이 슬쩍 노아의 다리를 벌렸다. 설마 또 하려나 싶어서 노아가 움찔했지만 이안은 대신 제가 문지르고 밟은 다리 사이 상태를 확인할 뿐이었다.
완전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로는 욕구를 해소했지만, 잔뜩 저를 약 올린 이안의 행동에 노아는 매우 토라지고 말았다. 이안이 노아가 토라진 걸 깨달은 건 아무 생각 없이 조금 쓸린 노아의 것에 바를 연고를 가져온 때였다. 서랍에서 꺼내 들고 오니 노아가 다리를 꽉 오므린 채 연고를 바를 틈을 보이질 않았다.
“왜 그래?”
괴롭히다가도 해줄 듯 하면서도 안 해주기를 반복했으니 토라진 이유는 충분히 짐작했지만 이안이 짐짓 모르는 척 묻자 노아는 약이 올랐다. 전이었다면 그저 시무룩하고 지나갔겠지만 요즘의 노아는 조금 달랐던 지라…
“오늘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거에요?”
“너 괴롭히는 거 좋아하잖아.”
“그런 거 말고요!”
노아가 발끈했다. 노아는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식의 괴롭힘과 이안이 괴롭히는 식의 괴롭힘의 차이점을 잘 안다.
전에는 양처럼 온순하더니 오늘은 꽤 성질이 있네… 어쨌든 이번엔 노아보다는 자신이 좀 더 즐긴 게 사실이긴 하였으니 이안이 살살 노아를 달랬다. 슬쩍 허벅지를 문지르면서 잽싸게 연고를 쭉 짜 바른 이안이 귀엽게도 인상을 쓰고 있는 노아에게 상의를 입혔다. 하체면 몰라도 상체가 차가우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아래는 아무 것도 안 입히고 이안이 이불만 쓱 덮었다.
“어쩔 수 없잖아. 삽입을 하면 안 되는 걸. 삽입을 제외하면 그게 최선이었어.”
“……”
노아의 표정이 제 턱을 슬슬 문지르는 손을 와작 깨물어 버리고 싶은 것만 같길래 이안이 톡톡 입술을 건드렸다. 그러나 예상 외로 노아가 제 손을 깨물지는 않아 이안이 조금 실망하고는 마저 노아를 달랬다.
“대신 Tear에 갈까? 원하는 대로 사게 해줄게.”
이안의 제안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노아는 잠자코 있었지만 뒤에서 거의 끌어 안다시피 하던 자세를 취하고 있던 이안은 노아가 조금 움찔한 걸 느낄 수 있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이안이 더 혹하는 제안을 했다.
“내일 바로 가서 사는 건 어때? 쓰지는 못하겠지만 사기만 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없잖아.”
“…내일요?”
“아예 사서 여기도 Tear처럼 전용 룸을 하나 만들어 두자고. 원하는 인테리어로 골라서 꾸며도 되고.”
자신 같으면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자존심이 상해서 들은 척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안의 제안에 굉장히 솔직하게도 표정을 꾸밀 생각도 없이 노아가 솔깃한 얼굴로 이안을 돌아보았다. 그 사이 이안이 살살 노아의 다리 사이 예민한 부위에 연고를 발랐다. 엉덩이는 맞고 난 뒤 방치해도 괜찮지만 성기는 아무리 별 거 아닌 생채기나 쓸린 상처라도 방치하는 건 좋지 않았다.
연고의 미끈덕거리는 감촉이 별로였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안의 제안에 노아는 귀를 쫑긋 기울였다.
“기분 나쁠 때마다 나한테 말하면 가서 세 개씩 사게 해줄게. 기분 전환도 할 겸, 외출도 할 겸… 너무 집 안에만 있는 것도 건강에 안 좋으니까. 상자에서 일일이 골라 쓰는 것도 성가시니까 아예 방 안에다가 유리 진열대를 설치해 두는 것도 좋겠지.”
원래 이안과 이혼하여 독립하는 계획안에는 개인 저택을 구입해 노아 자신의 취향’대로 방을 꾸미는 것도 있었는데, 그건 노아가 제 취향을 자각한 청소년기 이래로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서 취미 생활을 즐기느라 내심 마음 한 켠에 간직해온 오랜 소망 중 하나였다. 지금이야 이안과 같이 사니 딱히 눈치 보면서 즐기지 않아도 되지만 SM물품들이 가득한 제 취향의 방이 있는 건 지금도 노아의 소박한(?)꿈이었다.
생각만해도 좋은지 노아의 눈이 반짝거렸다. 된통 토라진 것이 언제냐는 듯 냉큼 변하는 노아의 좀 변덕스러운 기분도 귀엽다고 느껴지니 이안은 자신이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정말 노아를 좋아하고 있긴 한 모양이다. 자신은 이런데 노아는 과연 언제쯤 저를 좋아해줄까 궁금해하며 이안이 마지막으로 달랬다.
“그리고 아기를 낳을 때까지 요 근래처럼 음식 남기지 않고 잘 먹으면 안드로이드를 한 대 사줄게. 억지로 먹으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적어도 요리사에게는 뭐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란 말이야.”
노아가 음식을 남기는 게 걱정되었던 이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꾸짖는 것처럼 말하자 노아가 물끄러미 이안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자신을 그렇게 쳐다 보는 건지 시선의 의미를 알 수 없던 이안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왜? 안드로이드 별로야?”
“아, 아뇨…!”
노아가 얼른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이 참으로 이상했다. 사실 요즘 들어 이안이 저렇게 말할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지곤 했다. 그러니까, 이안이 진짜로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저렇게 드러내곤 하면 가슴에 깃털이 한 대여섯 개 들어찬 기분이 되는 것이다. 순간 몹시도 설레는 것을 노아가 안드로이드를 살 수 있기 때문인가 생각하며 이내 별 생각 없이 그 기분을 흘려 보냈다.
“정말로 안드로이드 사도 괜찮아요?”
“뭐 어때?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고.”
안드로이드는 충분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안이나 노아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 다만 이안이 구매한 안드로이드를 사자마자 박살을 내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지난 번 안드로이드가 있었을 때 얼마나 좋았는가를 떠올린 노아가 동시에 이안이 안드로이드를 무슨 식으로 박살을 냈는지도 기억했다. 아직도 정원에 파묻혀 있던 안드로이드의 손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물론, 이안은 노아에게 안드로이드를 제대로 사줄 생각이 없었다. 안드로이드를 사준다고 했지 이안은 어떤 안드로이드를 사주겠다고는 말하진 않았던 것이다. 이안은 지난 번 미하일에게 화풀이를 하느라 안드로이드를 고장 낸 일을 떠올렸다. 미하일이 아직도 그 ‘고자’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있으려나. 안드로이드라도 노아와 하는 건 용납 못하지만, 플레이를 할 때 안드로이드가 못 움직이게 노아를 잡고 있는 정도면 이안도 그럭저럭 받아 들일 수 있었다.
이안이 열심히 달랜 보람이 있어 노아는 안드로이드 이야기까지 나오자 완전히 기분이 풀렸다. 예전처럼 온순해진 노아를 끌어 안고 노팅을 못하는 대신 목덜미며 귀를 물고 빨며 이안이 만족스러운 숨을 내뱉었다.
하도 귀를 질겅이며 물고 빠는 터에 이안은 노아의 귀가 원래도 좀 붉어져 있는 상태였다는 건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물론, 노아도 자신의 상태를 눈치채진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
이안이 어느 정도 욕구를 해소시켜준 탓인지 노아는 그 날 밤 깊게도 푹 잠에 잠들어서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안이 연락해 나오라고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날 오후 4시쯤이 되어서야 이안은 회사 일이 바빠서 못 간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최근에 자주 일찍 퇴근한 여파가 하필 그 날에서야 터진 것이다.
자신이 못 가는 대신 이안은 노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날 저택으로 리무진과 다니엘을 함께 보내왔다. 일하기 바쁜 와중에 보내진 터라 다니엘은 속으로는 안절부절 못했지만 가능한 노아에게는 티를 내지 않았다. 이안에게서 노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를 조져… 아니 너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라는 이안의 무시무시한 경고를 들었기 때문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다니엘.”
“노아, 오랜만에 뵙네요.”
노아의 인사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이 노아를 리무진으로 안내했다. 노아의 상태도 잘 알고 있고 또 이안의 신신당부도 있었기 때문에 노아를 대하는 다니엘의 태도는 평소보다도 특히나 더 정중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바쁜 와중에 자신은 여유롭게 노아를 Tear까지 안내하니 좋지 않으냐고 다니엘이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제 책상 위로 계속 쌓여가는 서류들은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항상 그랬듯이 노아와 다니엘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Tear에 들어섰는데, 아직 시간대도 괜찮은데도 오늘따라 Tear에는 사람이 딱히 많지 않았다. 오늘 이안이 특별히 위험 분자인 회원들의 출입은 제한했음을 모른 채 노아가 그저 무심히 지나치며 바로 샵으로 향했다. 언제 노아가 오는 걸 알았는지 카운터에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미하일이 인사를 건넸다.
“오, 노아. 임신 축하해.”
지난번 미하일이 일부러 이안에게 들키게 만들었던 걸 떠올린 노아가 뭐라 따지기도 전에 미하일이 이안이 축하 선물이라며 내밀었다. 노아가 미하일이 내민 종이를 받아 들고는 입을 다물었다. 미하일이 준 건 반년 동안 신상품을 테스터 할 수 있는 이용권이었다. 미하일에게 따지려는 생각도 훌쩍 날아가 나중에 잘 써줘야지, 하고 노아가 주섬주섬 이용권을 챙겨 들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뭐… 미하일이 일부러 그러긴 했어도 어차피 이안이랑 좋게 좋게 되었잖아? 결과가 좋으면 어쨌든 좋은 거라고...
천성이 딱히 악의나 원한을 가지는 편이 아니었기에 노아는 이내 즐거운 쇼핑을 즐겼다. 아직까지 노아의 취향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 채 여전히 이안이 시켜서 이런 흉악한 물건을 산다고 생각한 다니엘이 측은한 눈길을 보내는 가운데 노아는 이안이 지난 번에 또각 부러 트려 버린 '뱀장어'와 그 외 흉악해 보이는 것 두 개를 샀다. 세 개밖에 못 사는 건 아니지만, 원래 이런 것은 한 번에 다 사버리면 재미가 없을 터였다. 어차피 이안이 앞으로 기분이 나쁠 때마다 찾아와도 된다고 했으니까.
확실히 이안의 제안대로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오는 길에 디저트 가게에 들려 디저트도 많이 사면서 쇼핑을 하자 요 근래 우울해져 있던 노아의 기분은 많이 상승 된 상태였다. 다니엘이 노아와 같이 동행하는 것은 Tear까지였던 지라 노아는 Tear를 나와서 디저트 가게에 들린 뒤, 비서들 먹으라고 다니엘의 편에 여러 가지 다과를 한 가득 쥐어 보냈다. 다니엘과 헤어진 뒤 이안에게 집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보낸 노아가 리무진에 올라탔다.
리무진이 안전한 속도 기준을 철저히 지키며 느리게 가는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던 노아가 리무진 창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몹시도 어두웠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저택에서 나올 때부터 꾸물꾸물 어둡던 하늘이 한 두 방울씩 투둑 물방울을 떨어트리더니 이내 쏴아 하고 소나기에 비슷한 정도의 비를 떨구기 시작했다. 1월 달이라 날씨가 많이 추웠던 지라 노아가 내일은 밖에 나가는 걸 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거의 저택에 다 도착했을 때쯤, 창 밖으로 이상한 걸 본 노아가 눈을 깜박였다. 노아가 타고 있었기에 평소보다도 매우 느리게 운전하는 리무진 밖으로 보이는 건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불쌍하게 잘 정돈된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여자였다.
“잠시만 멈춰 주세요.”
노아가 요청하자 리무진이 곧 멈췄고, 동행한 고용인이 헐레벌떡 나와 우산을 씌워주기도 전에 노아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미 리무진이 꽤 달린 상태라 여자와는 꽤 거리가 있어 비를 맞으며 긴 거리를 총총 걷는 동안 기겁한 고용인이 얼른 달려와 목도리도 둘러주고 우산도 씌워 주었다. 그러나 노아의 관심은 이 추운 날씨에 경련하듯 몸을 떨며 웅크리고 있는 여자에게만 쏠려 있었다.
“아가씨?”
노아가 얼음장처럼 차게 느껴지는 어깨를 잡자 흠칫 놀라며 여자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흠뻑 젖어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익숙한 것이었다. 사샤 메르데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