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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다음편에 대한 공지가 있으니 후기를 봐주세요~!
“제가 가겠습니다.”
노아가 걱정과 탄식으로 넘쳐 흐르는 분위기를 깨며 결연히 나섰다. 그러자마자 바로 격한 반응이 돌아왔다. 당연하지만 테너와 노아의 형들에게서 온 반응이었다.
“그럴 순 없다, 노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프로스트 가가 그대로 멸문할 거에요. 부디, 저를 보내 주세요, 아버지. 저도 자랑스러운 프로스트 가의 일원으로써 한 몫을 하게 해주세요.”
노아가 파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간청했다. 현재 프로스트 공작 가는 마왕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본보기로 아주 손쉽게 근처 산 하나를 날려버린 뒤 그 자리에 하루 만에 으스스한 성을 한 채 세운 뒤 짧게는 1년에 한 번, 길게는 몇 년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자신이 쓸 제물을 요구하던 마왕이 이번엔 공작 가의 일원 중 한 명을 보내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테너 프로스트의 만용에서 비롯된 요구이기도 했다. 위협적인 존재인 마왕을 없애버리기 위해 원정대를 모아 보냈다가 실패한 뒤 전에 없이 마왕이 공작 가의 일원을 요구했으니까. 문제는 공작 가 일원 중 마왕이 원하는 ‘수태가 가능한 순결한 몸’에 해당되는 사람이 노아 프로스트 밖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테너는 말할 것도 없고 노아의 형인 윌리엄과 벤자민 모두 알파였으니까.
당연히 테너는 죽는 한이 있어도 노아를 못 보낸다 길길이 날뛰었지만 노아가 말한 대로 그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오메가가 노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외는 다들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내가 무슨 짓을, 하면서 한탄하는 테너에게 노아가 일부러 밝게 웃어 보였다.
“적어도 마왕은 제물로 보낸 사람을 죽이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죽는 것보다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
“아버지…”
마왕은 제물로 보내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몇 년만 지나면 다들 마왕의 충실한 부하가 되어 발이라도 핥을 기세로 굴곤 했다. 그렇다고 마왕이 그 사람들에게 친절히 구는 것도 아니었다. 쫓겨난 이들은 목줄을 차고 있거나 몸에 맞은 자국이 남아 있어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마왕님 마왕 님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테너는 그걸 마왕의 사악한 술수라고 보았다. 더 잔인한 것은 마왕이 그렇게 사람들이 충실하게 변하게 되면 도리어 성에서 내쫓아버리고 남은 이들은 눈물로 탄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노아는 몇 번이고 테너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겨우 자신을 마왕성에 제물로 보내겠단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한번 마왕성에 들어가면 내쫓길 때까지는 다신 볼 수 없으므로 프로스트 가의 가족들은 눈물로 제 막내 아들을 떠나 보내야 했다.
마지막 날, 노아는 애써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마왕 성으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아마 무섭고도 두려울 것이라 다들 노아 프로스트를 연민하였지만 사실 노아의 기분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랐다.
***
“마왕 성이다…!”
마차 창문에 바짝 얼굴을 댄 노아가 잔뜩 설레서 저도 모르게 작게 외쳤다. 반짝거리는 파란 눈에 비치는 것은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누가 봐도 으스스한 마왕 성이었지만 노아는 잔뜩 들떠 있었다. 왜냐면… 마왕 성에 가게 되는 건 예전부터 노아가 항상 바래왔던 것이니까.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는 것과는 다르게 마왕은 그다지 사악한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매 해마다 프로스트 가문에서 공물을 뜯어내고 제물을 바치라고 하긴 했어도 마왕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하면 그렇게 사악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노아는 마왕이 제물로 바쳐진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마왕님의 충실한 노예들의 모임’, 일명 ‘마노모’는 마왕성에 제물로 바쳐졌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노아는 어렸을 적 우연히 마왕성에 제물로 바쳐졌던 사람인 헤더를 만날 수 있었다. 헤더는 궁금해하는 프로스트 공작 가의 막내 도련님에게 마왕성에서 지냈던 경험이 썩 나쁘지는 않았노라 이것저것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제물로 바쳐졌던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소모임인 ‘마노모’도 소개해줬다.
헤더가 ‘마노모’를 노아에게 소개시켜 준 것은 노아가 ‘마노모’의 회원들과 동일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그 공작 가의 사랑 받는 막내 도련님에게 손을 댈 사람은 거의 없어서 노아는 겨우 엉덩이나 좀 맞아가며 매일매일 마왕성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마왕님께서는 아름다운 백금발을 가지셨지.”
“백금발이요?”
“응, 백금발에 노아 너처럼 예쁜 파란 눈이야.”
노아가 공작 가 일원인 걸 모르는 ‘마노모’ 회원이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손을 맞잡으며 중얼거렸다. 나도 한번 마왕 성에 가보고 싶다. 17살, 아직 철이 들려면 멀었던 노아가 헤 하고 상상했다. 마왕에게 이렇게 저렇게 능욕당하는 상상을…
그리고 이따금 마왕에게 능욕당하는 야한 꿈이나 꾸면서 3년, 마침내 하늘이 노아에게 마침내 마왕 성에 제물로 간다는 아주 커다란 선물을 하사해주었다. 테너가 마왕 성 공격을 실패했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좋나 노심초사 걱정하던 노아는 마왕이 무얼 요구했는지를 듣고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나! 나 갈래, 나! 내 몸 바쳐 공작 가 식솔들도 구할 수 있고, 자신은 그렇게 꿈에도 바라던 마왕성에 갈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그래서 노아는 아주 정성스럽게 테너를 설득했다. 괜찮을 거다, 마왕은 제물을 죽이지는 않지 않냐, 길어 봤자 몇 년뿐일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금 마차를 타고 마왕성에 가게 된 것이다. 현재 노아가 탄 마차는 제물들이 타는 마차로 마차 앞은 으르렁거리는 머리 셋 달린 거대한 케로베로스가 끌고 있었지만 두렵기는커녕 노아의 가슴은 떨렸다. 나도 막 이런저런 거로 엉덩이 맞아 보고 싶어. 막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죠렇게…! ‘마노모’ 회원들에게서 들은 온갖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노아의 상상이 잔뜩 부풀었다.
마침내 마차의 문이 열리고 노아는 마차 안으로 불쑥 들어온 팔에 끌리다시피 마차에서 내렸다. 비틀거리며 내리자 보이는 사람은 ‘마노모’ 사람들이 묘사하던 것과 아주 똑 닮게 생긴 사람이었다. 마왕이구나! 노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마왕 님이세요…?”
“아니. 마왕님은 이쪽.”
남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노아가 눈을 깜박였다. 그 곳에는 아주 성격 나빠 보이는 사람이 팔짱을 끼며 노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색상의 미하일이란 남자의 머리 양 쪽에 난 뿔까지도 하얀 것에 비해, 아주 검고 사악한 뿔을 가진 마왕은 아주 싸늘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로 위아래로 노아를 훑더니 한 쪽 입 꼬리만 매끄럽게 올려 웃는다. 노아가 마른 침을 삼켰다.
“미하일, 이게 그 건방진 공작의 아들인가?”
“그런 것 같은데.”
노아는 어리둥절해 그 마왕이라는 사람과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마노모’는 마왕이 백금발에 파란 눈이라고 했는데, 여기 마왕은 갈색 머리카락에 눈동자를 가지지 않았나. 쭈뼛거리며 노아가 남자에게 등을 떠밀려 다가갔다. 굉장히 위압적인 분위기를 가진 남자가 노아의 멱살을 잡았다.
“이름.”
“노, 노아 프로스트입니다.”
노아가 몸을 떨면서 대답하자 힘주어 가까이 노아를 끌어 당긴 마왕이 노아의 귀와 목덜미 사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중얼거렸다. 한 번도 경험이 없는 몸이군. 마왕의 말대로였다. 엉덩이를 좀 맞아보긴 했어도 노아는 한번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한 적이 없었다. 마왕에게서는 아주 짙은 알파 페로몬이 훅 풍겨왔는데 눈 앞이 아찔할 정도였다.
“내 이름은 이안이다. 잘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노아가 조금 숨을 헐떡이면서 마왕을 올려다보자 마왕, 이안이 아주 비열하게 웃었다. 네 아비에 대한 분노가 풀리기 전까진, 내가 네 주인이니까.
***
이안은 노아를 질질 끌어다가 작은 방 한 켠에 밀어 넣어 던져 두었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 노아가 몸을 돌리자 적당히 아담한 방에 침대와 옷장이 덜렁 하나 놓여 있었다. 노아가 이제까지 지내던 방에 비하면 허름하긴 했지만 딱히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조금 불안한데. 왜 마왕이 헤더나 다른 사람이 말했던 거랑은 좀 다를까? 침대에 누우면서 노아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긴 뭔들 어떠랴, 자신을 잘 괴롭혀주기만 하면 좋은 것을… 노아가 보기에는 이안은 자신을 아주 잘 괴롭혀 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노아가 꾸벅꾸벅 졸 때였다. 침대 위에 동그마니 몸을 말고 색색 막 잠들려고 하는데 다시 쾅 하고 놀라 노아가 파득 몸을 일으키자마자 억센 손이 어깨를 밀어 침대에 눕혔다. 그림자가 져 거의 까맣게까지 보이는 눈이 흥미롭게 노아를 훑었다.
“그래서, 듣자 하니 여기 자진해서 오겠다 했다고. 아주 기특한 걸.”
“흐…”
“그렇게나 기특하니 내기 하나 할까.”
이안이 아프도록 노아의 턱을 꽉 잡으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노아는 지금 남자에게 깔려 있는 이 상황조차도 흥분되는 바람에 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해야 했다. 무슨, 무슨 내기요? 노아가 간신히 목소리를 내어 물었다.
“한 달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하던지 빼지 않고 버티면 성으로 돌려 보내주지.”
에이… 겨우 한 달만? 그러나 이안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반항할 때마다 네가 여기서 지내는 시간은 일주일씩 늘어나게 될 거야. 이안의 말에 노아가 무서운 듯 눈을 내리깔면서도 속으로는 예쓰, 하고 외쳤다.
“그럴 수 있어?”
“하, 할 수 있어요…”
“뭐든지?”
“뭐든지요…”
뭘 시킬 건데? 노아가 가련하게 입술을 깨무는 얼굴을 하며 속으로는 신나서 생각했다. ‘마모노’ 회원들에게 듣기로는 고작해야 남자의 성기 모양을 딴 게 전부인 나무 장난감들과는 다르게 마왕성에는 상상을 넘는 도구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노아의 말에 이안이 어디 한번 보자며 꺼내든 것은 검은 상자였다.
“옷 벗어.”
“네?”
검은 상자 안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 홀라당 정신이 팔린 노아가 뒤늦게 반문하자 이안이 어떻게 착각했는지는 몰라도 상자를 열며 잔인하게 웃었다. 옷 벗으라고.
“앞으로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옷 못 입을 줄 알아.”
“그, 그런…”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노아의 손은 슬며시 옷의 단추를 푸르고 있었다. 물론 얼굴은 몹시 수치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거짓된 표정만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수치스러웠으니까. 다만, 노아는 그 수치심을 다른 방향으로 받아 들였을 뿐… 그리고 이안은 노아가 하는 모양을 보면서 느긋하게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목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