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칫 놀라는 희완의 이마가 깁스를 멘 승도의 어깨에 닿았다.
한 번에 뭉친 시트를 척척 걷어 안방을 빠져나간 승도가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동안 우두커니 서 있던 희완이 덜덜 떨리는 손바닥으로 제 입술을 꾹 눌렀다.
꿈을 꿨다. 한동안 꾸지 않아 왔던 꿈이었다. 숨이 막혀서 눈을 떴는데 밑이 축축했고 당황하여 벌떡 일어나 이불을 걷어 보니 시트가 흠뻑 젖어 있었다. 충격을 받아 굳어 있는 순간 남자와 눈을 마주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손이 붙잡힌 희완이 그대로 욕실로 끌려갔다.
움직이는 게 불편해 어깨에 멘 붕대를 빼는 승도가 한 손으로 희완의 옷을 능숙하게 벗겨내었다. 티셔츠와 젖은 하의를 구석에 던져 놓고 물로 대충 헹군 후 샤워볼을 끌어와 희완의 어깨에 흘려준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기색이 창백하게 굳은 몸 곳곳에서 읽혀졌다. 스스로도 충격인 듯했고, 승도에게 바로 발각되어 더 놀란 듯했다. 별거 아니라고, 쓸어라도 주고 싶은데 깁스를 한 손이 불편해 절로 욕지거리가 뱉어진다. 결국 샤워볼을 걸어 놓고 희완을 끌어다 욕조에 앉힌 승도가 제 옷을 훌렁 벗으며 그 안으로 들어섰다. 욕조 마개를 막아 놓고 벽에 등을 기대는 승도의 손에 이끌려진 희완이 그의 다리 사이로 들어앉게 되었다. 제 가슴에 등을 맞댄 희완의 굽어진 어깨를 가만 매만진다. 몹쓸 흔적이다. 오늘 낮의 그 사건이 계기가 되었을 거란 생각에 미치니 그 깡패 새끼들에게 더 이가 갈린다. 얼굴을 굳히던 승도가 빠르게 차오르는 온수를 창백하게 질린 피부에 끼얹어 주었다. 괜찮다는 듯이 차갑게 식은 몸을 어루만져 주며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춰주기도 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겨우 희완의 몸이 풀려갔다. 미세하게 번져가던 떨림이 차츰 거세어지며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는 희완이 몸을 잔뜩 웅크려 앉아 제 무릎에 눈가를 문대었다.
“미안합니다.”
간신히 뱉어 놓은 소리에 그럴 거 없다, 나직이 대꾸하는 승도가 그대로 희완을 안아 귓가에 입을 맞춰 주었다.
원하는 만큼 물속에 있게 해주고 미지근하게 물이 식을 때마다 뜨거운 물로 바꿔 주었던 승도가 한참만에야 희완을 끌고 욕조에서 나왔다. 물기를 닦아주고 욕실을 나오니 창밖으로 새벽이 비치고 있었다.
하얗게 질렸다가, 새빨갛게 익었다, 겨우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 희완을 게스트 룸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충격이 가시자 무안하고 창피한 마음만 남은 희완을 엎드리게 한 승도가 그 어깨에 입술을 붙였다. 날개뼈가 도드라지는 피부를 훑어 내려오며 등허리를 진득하니 빨다 하얀 둔덕에 입술을 댄다. 움찔하는 희완의 몸이 가볍게 굳어졌다. 가까이 대기만 하면 바짝 굳던 평소보다는 많이 풀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긴장을 하는 희완이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입매를 누그러뜨렸다.
꽉 닫힌 항문을 가리고 있는 둔덕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축축한 혀가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입술을 꽉 깨무는 희완이 그 생경하고 간지러운 느낌에 어깨를 움츠리며 무릎을 조금 굽혔다. 아랑곳 않고 내민 혀로 꽉 닫힌 비부를 쪽쪽 핥던 승도에 의해 희완의 허벅지가 벌어졌다. 벌어지며 좀 더 드러나는 곳으로 다시 혀가 파고든다.
“으음.”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승도는 입술을 떼지 않았다. 경직된 그곳이 말랑말랑하게 풀릴 때까지 좁은 구명에 혀를 밀어 넣고 주변을 핥으며 부드럽게 빨아 올렸다. 간질간질하고 뜨거운 감촉이 계속되자 오금이 저린 듯 무릎을 뒤트는 희완이 결국 다리를 좀 더 벌리며 허리를 들었다. 흰 엉덩이가 불쑥 솟아오른다. 새빨개진 얼굴을 계속 베개에 파묻은 채 엉덩이와 허리만 들어 가슴을 바짝 붙인 희완의 가랑이 사이에서 축 늘어진 성기가 달랑거렸다. 그걸 잠시 손으로 굴리던 승도가 고개를 숙여 입에 쏙 넣고 쪽쪽 빨아주었다. 목덜미까지 빨개진 희완이 앓는 듯한 소리를 내며 얼굴을 비볐다. 젖은 머리칼이 베개와 희완의 피부에 엉키며 흩어졌다.
가볍게 빨던 것을 놓아준 승도가 좀 더 가까이 붙으며 엎드린 희완의 엉덩이에 입술을 붙였다. 날렵한 코가 둔덕 사이에 파묻히며 뜨거운 콧김을 흘려낸다. 그 아찔한 감각에 부들 허벅지를 떠는 희완이 눈을 질끈 감았다. 헐 때까지 밑을 빨리는가 하여, 속까지 떨어대는 희완의 이지러진 눈가를 타고 작은 물방울이 투둑 굴러떨어졌다. 이윽고 축축하게 젖은 혀가 진득하니 항문을 빨아왔다. 전혀 더럽지도 않다는 듯이,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전혀 힘들지도 않다는 듯이, 주름을 하나하나 세듯이 빨고 핥으며 겉과 안을 질척하게 적셔갔다. 이대로라면 남자의 혀만으로도 항문은 헐 것 같았고, 밑은 수월히 벌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꽉 닫힌 곳은 좀처럼 안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부드럽게 훑고 빨아 당겨 보아도 요지부동으로 꽉 닫힌 항문으로 손가락 하나가 조심스레 닿아 왔다. 흠칫. 경직하는 희완의 어깨가 굳는다. 그걸 감지한 승도가 항문을 건드리던 손을 떼고 다시 혀를 대었다. 이러면 좀 덜 굳는 게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였다. 오랜 애무로 미세하게 벌어진 구멍에 뜨거운 숨을 느리게 불어 넣으니 움찔하는 희완의 엉덩이가 튀었다. 양옆으로 벌어졌던 둔덕이 도로 붙으며 꽉 닫힌 항문이 감춰진다. 거길 혀로 핥는다. 스스로 옆으로 벌어질 때까지 오래도록 핥는다. 견딜 수 없다는 듯 무릎을 떨던 희완에게서 결국 끊어지는 흐느낌이 뱉어졌다. 힘이 들어가 가운데로 딱 붙어졌던 둔덕이 벌어지며 흠뻑 젖은 항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승도에게 쉼 없이 빨려져 번들거리는 그곳은 주름이 보다 더 선명해져 있었다. 그걸 다시 빠는 승도의 오른손이 앞으로 돌아가 희완의 것을 부드럽게 주물러주었다. 어느덧 발기해 있던 희완의 성기가 커다란 손 안에 따뜻하게 찼다. 살이 문질러지는 소리와 살을 빠는 소리가 번갈아 가며 울리기도 하고 한데 뒤섞이기도 했다. 어깨를 잔뜩 오그린 채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희완이 바륵바륵 떨었다.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 이 몸 전체를 오싹오싹하게 하는 감각 때문인지 좀 전의 그 서러움이 가시지 않아 그런 건지 알 수 없어졌다.
흐려진 머릿속으로 아득하게 몽중을 더듬는다. 꿈을 꿨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의 그러한 꿈이었는데 희완은 무섭고 절망적인 감각만 선명할 뿐, 자세한 것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눈을 뜬 순간 해일처럼 밀려오는 장면들에 저도 모르게 그만 오줌을 지린 것을 알았다. 잠을 자면서 시트를 적신 게 아니라 눈을 뜨는 순간 그런 것이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동시에 피에 흠뻑 젖어 있던 남자가 번쩍 눈을 뜬 희완의 시야로 밀려들었다. 차체가 으스러지며 유리창이 깨어지도록 우악스럽게 휘둘러지던 흉기들, 그리고 그 야차 같은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잘 보이지도 않던 남자의 뒷모습. 그것들이 죄다 새빨갛게 변해버려 희완의 눈앞을 뒤덮어 왔다. 그렇게 꼼짝도 못 한 상태에서 신음을 했다. 찌그러진 차 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벌벌 떨던 몸을 남자가 끌어내어 줄 때까지.
사실 희완은 조금도 괜찮지 않았었다. 제 손을 잡고 난장판이 된 좁은 골목을 헤쳐 나가는 남자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검붉은 핏물과, 찢어진 옷깃 사이로 비치는 상처들을 아연히 담아내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었다. 피먼지로 엉겨 있는 남자의 손에 꽉 붙들린 손끝은 하얗게 질려 피라는 게 흐르지 않는 것만 같았고, 얼어붙은 심장은 뛰지 않고 느리게 고여 있었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져 남자를 잡은 손에 힘을 주니 돌아보는 시선에 겨우 숨을 뱉을 수 있었다. 사라지려 하는 것을 가까스로 잡아 세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없어질 것같았고, 그 역시 언제든 희완의 눈앞에서 불쑥 사라져 버릴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가슴에 맺혔다.
엎드려서, 제 치부를 완전히 드러낸 채로, 항문을 빨려지고, 좆은 주물려지면서, 베개에 얼굴을 문대고 있던 희완에게서 작은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그냥 쑤셔주세요.”
“안 됩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음성을 뱉어내는 승도의 숨이 항문 주위로 번지자 희완이 허리를 떨며 울먹였다.
“뜨겁고, 간지럽습니다.”
압니다. 항문에 입을 댄 채로 그리 말하니 또 숨이 쏟아져 들어온다. 호스를 꽂고 열을 훅훅 불어 넣는 것처럼 그의 숨이 벌어진 틈새로 훅훅 스며들어 와 내벽을 타고 저 내장 깊은 곳 까지 흘러드는 듯했다. 관장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고, 소변이 마려울 때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다.
“뜨겁고, 간지러워요.”
같은 말을 반복해서 뱉은 희완이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었다. 남자의 혀를 떨치려고 그랬는지 오히려 그 혀가 더 깊숙이 들어오길 바라서 그랬는지는 희완 역시 알 수가 없었다. 안달 난 수캐 같다. 그러다 제 추태를 상기해 낸 희완이 다시 눈가를 잔뜩 이지러뜨리며 짧게 숨을 토해내었다.
“안 벌어, 아직도 안 벌어졌,”
묻는 희완의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새끼손가락 하나 들어가기 힘듭니다.”
여전히 항문에 입을 대고 속삭이니 승도의 손 안에서 잔뜩 발기해 있던 희완의 성기가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곧 축축한 것을 빼내었다. 허리가 뒤틀리고 엉덩이 근육이 도드라지며 움찔움찔, 겨우 조금 벌어져 있던 구멍이 숨을 쉬듯 개폐한다.
“하아, 흐으, 흐으.”
간지러워서 죽을 듯이 몸을 비트는 희완은 사정을 하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바르작거리다 허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앞으로 허물어지는 희완의 아랫배로 깁스를 감은 승도의 왼손이 둘러졌다. 쑤욱- 도로 허리가 세워지며 볼기가 벌어진다.
“미칠 것, 같,”
끝이 허물어지는 희완의 목소리가 베갯잇으로 스며들어 갔다.
“아랫배가 너무 간지럽고, 밑이 너무. 너무, 간지럽습니다. 아흐윽. 손가락 넣어서 긁어주면,”
정말 너무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지 좀 전보다 더 크게 엉덩이를 흔드는 희완이 쿡쿡,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박아대었다.
“어서요, 어서.”
재촉하는 희완의 일그러진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주룩 흘렀다.
할 수만 있다면 남자의 손가락이 아니라 긴 꼬챙이를 길게 쑤셔 저 배 속 간지러운 곳까지 긁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안 된다는 남자는 여전히 혀만 쑥 내민 채 슬쩍슬쩍 벌어져 있는 항문을 핥기만 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새빨갛게 물든 얼굴이 새하얀 베개와 까만 머리칼 사이로 불룩하니 드러났다. 응, 응, 읏. 아이가 칭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애타게 조르는 것 같기도 하는 신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아직, 아직도요?”
묻는 건 아직도 벌어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손가락 두어 개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승도는 혀를 좀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예민한 혓바닥으로 바짝 흡착해 오는 내벽의 움직임이 고스란하다.
“하지, 하지 마.”
흐은. 고개를 젓는 희완이 애원한다.
“넣어줘요. 그만해. 손가락이라도 넣어서, 간지러워.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아. 흐으으윽.”
급기야는 크게 흐느끼는 희완의 등으로 남자의 건장한 몸이 가득 덮어졌다.
쉬이, 아이를 달래듯 귓가에 속삭임을 밀어 넣어 주는 승도가 그 입술로 귓불을 살짝 빨았다. 화드득 몸을 떠는 희완의 성기에서 또 말간 액이 울컥울컥, 토해졌다. 그럼과 동시에 새끼손가락 두 개가 겨우 들어갈 것 같았던 항문이 크게 벌어졌다가 도로 다물어 졌다. 승도에 의해 축축이 젖었고, 많이 느슨해 졌고, 말랑말랑하게 풀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살을 벌리고 삽입을 해도 찢어지지는 않을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탄력 있게 벌어지며 승도의 성기를 꽉 물어올 것이었다. 정말 딱 좋은 정도였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희완이 안달을 해도 서두르지 않고 밑을 충분히 녹여 놓은 승도가 귓가에 제 숨을 불어넣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혼자 발기를 하는 희완의 것에서 뚝뚝 말간 탁액이 떨어졌다.
“손가락보다 더 좋은걸 넣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