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별빛달빛-72화 (72/123)

이제야 겨우 희완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 말하는 음성은 다정하기까지 했다.

넓게 벌어져 겨우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희완의 허벅지 바깥쪽으로 남자의 단단한 허벅지가 바짝 밀착되며 눌려졌다. 더 커질 수도 없이 단단하게 발기 되어 있는 남자의 음경이 젤리처럼 벌어진 희완의 둔덕 사이를 꾹 압박한다. 스스로 숨을 쉬며 닿아 오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려는 항문 주위가 기대감으로 바르르 떨렸다. 항문을 누르고 있던 음경의 말초 신경을 통해 그것을 고스란히 느낀 승도의 숨이 거칠어진다. 한 손으로 바닥을 짚어 무게를 지탱하고, 깁스를 한 손으로는 희완의 아랫배를 꽉 붙잡아 그의 엉덩이와 제 성기를 바짝 붙인 승도의 가슴으로 희완의 등이 한 몸처럼 붙여졌다. 가볍게 허리를 돌리니 희완의 허리도 같이 따라간다.

아니 오히려 허리를 좀 더 뒤로 당겨 엉덩이를 더욱 바짝 붙이는 희완이 커다란 베개를 두 팔로 꽉 쥐어뜯었다. 어서 쑤시고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뜸을 들이는 남자가 야속하다. 희완이 느끼기에는 항문은 이미, 벌써, 훨씬도 전에 크게 벌어져있었다. 남자의 것도 무리 없이 넣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보다 더 한 것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의 것이 들어와야만 저 배 속 깊은 곳을 끊임없이 간질이는 감각이 사라질 것 같았다. 남자의 것이 정신없이 퍽퍽 들쑤시고 들어와야 차라리 내장을 쥐어뜯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저릿저릿하게 야릇한 감각이 해갈 될 것 같았다. 어느새 식은 눈물 자국 위로 땀방울이 맺힌다. 매트리스를 짚은 남자의 손이 떨어지니 그의 무게가 희완에게로 구욱 쏟아졌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가슴을 바닥에 납작하게 붙이고 엉덩이를 더 쑤욱 빼는 희완이 진저리를 쳤다. 거대하게 발기한 음경을 손에 쥔 남자가 항문에 귀두를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열하는 항문이 여린 나뭇가지처럼 떨었다. 그 주변을 진득하니 문질러 오는 귀두가 접착제라도 발린 것마냥 뻐끔 열린 구멍에 쑥 박혔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기한 물건이 기어 들어왔다. 좁은 구멍을 벌리고, 빛이 겨우 통과하는 동굴을 파고들듯 내벽을 길게 뚫어 넓게 확장하는 움직임에 희완의 머리가 젖혀졌다.

“허억.”

등 뒤를 콱 덮어 오는 남자의 뜨거운 체온에 경련을 하는 희완의 귓가로 거친 숨소리가 쏟아졌다.

“들립니까.”

아무것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희완은 그저, 정신이 없었다. 저 몸속의 내장 기관까지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은 감각이, 좋아서, 너무 좋아서, 그저 좋아서. 이 속을 깊숙이, 넣게, 그러나 빈틈없이 꽉 메우고 들어오는 남자의 것이, 아직 채 다 들어오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희완은 광란할 것처럼 좋았다.

대답하지 못하는 희완의 귓불을 쩝쩝 빨며 입 안에서 뒹굴리는 승도가 이제 반이 조금 못 되게 들어간 음경을 계속해서 천천히 밀어 넣었다. 쩌억 탄력 있는 살이 갈라지며, 점성 좋은 내벽들이 아우성을 치며, 승도의 것에 쫙쫙 달라붙는다.

헐떡이는 희완의 뺨에 입술을 붙인 승도가 다시 속삭였다.

들려?

붉게 상기된 뺨이 바르르 떨어온다.

부피를 완전 늘린 음경은 아직도 들어가는 중이었다.

뜨거운 숨을 듬뿍 쏟아부으며 작게, 속삭인다.

내 좆이 들어가는 소리가.

그 순간 희완의 항문이 크게 벌어졌다가 완전히 오므라들었다.

말 한마디에 흥분하여 날뛰는 점막들이 예민한 표피를 갉아 먹기라도 할 듯이 게걸스럽게 달라붙어 온다. 반쯤 밀어 넣던 승도의 근육이 육중하게 튀었다. 박아 넣은 것을 끊어내기라도 할 듯이 미쳐 달라붙는 살점들에 낮은 숨이 뱉어져 나온다. 그러나 그 그악스러운 것들의 주인인 희완은 거의 숨만 헐떡거리는 채로 바닥에 붙어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천천히 밀려들어 왔던 음경이 주욱 빠져나갔다. 동시에 가슴이 들썩이도록 크게 숨을 들이쉬던 희완의 입이 그만 크게 벌어졌다.

“아아아-!!”

점막이 딸려 나갈 정도로 주욱 빠져나갔던 음경이 곧장 항문을 푹 찌르고 들어와 쑤욱 뿌리 끝까지 박혀졌다. 출렁, 내장이 기우뚱하며 내벽이 요동친다. 벌어진 입으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는 희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매트리스를 쥐며 앞으로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아랫배를 꽉 붙잡힌 희완은 외려 밑으로 더욱 당겨지며 콱- 처박혀 버리고 말았다.

“아아아아!”

진저리를 치는 희완에게서 울음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완전히 벌어진 것만 같던 항문은 찢어지지 않았다. 다만 남자의 것이 너무 컸다. 길어서, 그 끝이 직장을 넘어선 것 같은 감각에 다시 한 번 진저리를 친다.

“어흑, 어, 억, 으그윽.”

숨이 턱턱 막혀 괴로운 신음을 지르던 희완의 입술로 남자의 입술이 겹쳐졌다. 두꺼운 것이 왈칵 밀려들어 오며 힘없이 벌어진 목구멍으로 커다란 숨이 가득 불어 넣어졌다. 그러나 밑은 여전히 꽉 막혀 있었다. 숨을 들이 부어지는 목구멍으로 그 좆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줄줄 흐르는 눈물이 희완의 얼굴을 형편없이 적셔왔다. 몸부림을 치던 희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허리가 무너졌고 세워져 있던 무릎이 떨어지며 늘씬한 종아리가 저 밑으로 쭉 펴졌다. 그 위를 올라타는 승도가 전신을 등 뒤로 붙여오며 베개에 푹 파묻힌 희완의 얼굴 관자놀이에 입술을 붙였다. 이윽고 위에서부터 직각으로 박혀 들어간 음경이 내벽으로 푹 처박혔다.

이미 축축하게 젖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희완의 눈에서 눈물이 수도꼭지처럼 떨어졌다. 부드럽게 빠져나간 것이 다시 퍼억, 쑤시고 들어온다. 희완의 몸 전체가 들썩거렸다. 그러나 아무런 저항도, 움직임도 보이지 못하는 희완은 마냥 벌어진 채였다. 오래 인내한 남자의 욕망은 끝이 보이지 않았으나 그는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음미하듯 희완의 내부를 점령해 갔다. 진즉에 허락한 구멍으로 천천히 쏟아 부어지는 욕정과 격정은 그 자체로 광기였으나 잔뜩 숨을 죽인 채였다. 희게 도드라진 희완의 등 뒤로 완전히 들러붙은 남자의 전신이 육감적으로 역동하며 서서히 밑을 들이쳐 왔다. 하윽. 자지러지는 희완은 괴롭게 숨을 토해내면서도 남자가 주는 열락에 흠뻑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더 밀착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파고들었던 것이 느리게 빠져 나갔다. 음경에 붙어 한껏 딸려 나갔던 빨간 점막들이 도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했다. 그것을 보던 승도가 허리를 숙였다.

미처 다 딸려 들어가지 못한 점막을 혀로 물어 빠니 축 늘어져 있던 희완이 울면서 반응을 보였다. 내장 속을 빨리는 것 같다. 남자의 혀가 내장으로 기어들어와 안쪽 살갗을 사정없이 빨아 당기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힘없이 늘어져 있는 희완의 구멍으로 다시 그의 것이 밀려들어왔다. 등 위로 완전히 밀착하여 엎드리는 그에 의해 희완의 몸이 매트리스에 반쯤 파묻혔다. 직각으로 박힌 음경은 그대로 배를 뚫고 나오기라도 할 것 처럼 안을 그득 채운 채 뿌리처럼 심어졌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희완을 배려해 바짝 밀착했던 상체를 들어 올리는 승도의 팔이 희완의 가슴 밑을 파고들었다.

꽉 당겨 안고 그대로 몸을 뒤집으니 승도의 위로 희완의 몸이 올려 태워졌다. 늘씬한 두 다리가 승도의 탄탄한 허벅지 옆으로 축 늘어지며 흰 등이 그 가슴에 기대어졌다. 여전히 내벽을 깊숙이 차지하고 있는 음경은 단단하였으나 거세게 들이치는 힘이 없어 희완은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깁스를 한 손으로 희완의 가슴을 받쳐 안고 상체를 침대 헤드에 붙이는 승도의 자세가 바뀌자 삽입되어 있던 음경이 각도를 달리 하며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갔다.

“으흐.”

낮게 신음을 흘리는 희완이 헐떡이듯 숨을 나누어 쉬며 승도의 가슴 위에 등을 완전히 기대었다. 납작한 아랫배를 만지면 남자의 성기가 만져질 것 같았고, 활짝 벌어져 더 벌어질 것도 없을 것 같은 밑은 꽉 틀어막혀 묵직하게 몸을 눌러왔다. 멍하니 시선을 놓고 있던 희완이 문득 제 시야를 가득 채우고 오는 남자의 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깁스를 한 그 팔에 못이 박힌 듯이 시선을 붙이고 있던 희완이 힘겹게 상체를 들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갈증으로 바짝 메말라 있는 입술이 그 깁스 위로 내려앉았다. 반듯한 이마를 타고 후두둑 떨어지는 땀방울이 곧 깁스 위로 번져갔고  희완의 움직임을 따라 상체를 일으킨 남자가 등 뒤에서부터 희완을 꽉 틀어 안아왔다. 고개를 숙여 희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파리하게 혈관이 튄 살갗을 부드럽게 당겼다. 발기한 것처럼 꼿꼿하게 선 유두 전체로 아릿하게 번지는 통증에 잠시 어깨를 떨던 희완이 저를 꽉 끌어안은 남자의 팔뚝에 눈가를 부비며 몸 안에 담고 있는 것을 깊이 받아들였다.

그의 것이 제 안에서 뜨겁게 열을 뿜고 있었다. 고통이어도, 살 것 같았다. 수백만 마리의 개미가 혈관을 기어 다니며 간질이는 것 같은 감각을 뜨거운 용광로처럼 녹여주는 남자의 것으로 인해 희완은 그래도 살 것 같았다. 이제는 다시 밑을 경직하여 남자를 거부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진 숨을 뱉어 놓는다. 완벽하게 길이 들여졌다. 이로써 희완은 승도에게 완벽하게 길이 들여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허하지 않고 텅 빈곳을 꽉 들어차 벅찼다. 남자를 품고 있으니 오줌을 지릴 만큼 무섭고 절망적이었던 감각들도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에게 기대 앉아 깊이 안도하는 희완을 가득 끌어안고 살을 만져주던 승도가 희완을 바로 눕히며 그 위를 덮어왔다. 그러느라 빠져나온 음경을 손쉽게 밀어 넣는다. 느리게, 음미하듯, 삽입이 시작되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와 벌겋게 부어오른 눈두덩, 그리고 잔뜩 달아오른 뺨을 골고루 혀로 핥아주며,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고통에 저며지듯 비명을 지르던 희완이 쾌락에 저며지듯 환희를 지르게 된 것은 그 새벽 내내였다. 날이 밝고 정오가 지날 무렵까지도 희완을 안고 추삽질을 멈추지 않던 승도가 마지막 사정을 마치며 뜨겁게 입을 맞춰 왔다. 온몸이 녹아들고 있었다.

희완이 남자의 품에 안겨 눈을 뜬 것은 창밖이 어둑해질 무렵이었다.

퉁퉁 부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나른하게 밀어 올리던 희완이 앓는 소리를 내자 그를 꽉 끌어안고 있던 승도가 눈을 떴다.

“왜.”

묻는 말에 눈가를 가만 이지러뜨리고 있던 희완이 탱탱하게 부어오른 입술을 열었다. 그러나 하도 소리를 많이 지르고 울기도 많이 울어서 꽉 잠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겨우 마른침을 삼키고서야 목울대를 울리는 희완은 많이 지쳐 있었다.

“밑에, 빼주셔야.”

그 말에 뒤에서부터 희완을 가득 안고 있던 승도가 상체를 떨어뜨리며 그 사이를 보았다. 이불 속에 있어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승도의 것은 희완의 항문에서 빠져나와 그 둔덕 사이에 묵직하게 붙어 있었다. 그걸 제 눈으로도 확인한 승도가 답한다.

“뺐습니다.”

“…….”

그 말에 한참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으로 시야가 흐린 앞을 멍하니 응시하던 희완이 중얼거렸다.

“들어 있는 것 같은데….”

이물감이 대단해서 아직도 속이 들어찬 것만 같은 거다. 이상하다는 투로 중얼중얼하던 희완이 다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든 중요한 것들이 둥둥 떠다니는가 싶더니 저만치로 떠내려갔다. 수마가 몰려오고 있었다. 등 뒤에서 저를 가득 덮어 오는 남자처럼 아득하고 편안한 수마가, 너울너울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깁스를 다시 해야겠다는 윤박사의 말에 반응을 보인 건 희완이였다.

등을 보이고 돌아서서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던 희완의 귓불이 발갛게 물들었다. 단 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유자차 두 잔을 소파에 앉은 승도와 윤 박사의 앞에 내밀어 준 희완이 절룩이는 걸음으로 소파 끄트머리에 앉았다.

아직도 속이 더부룩했다. 뭘 잘못 먹어서가 아니라 남자의 것이 너무 오랫동안, 여러번, 깊숙이 박혔다가 빼어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그 증상을 물어 윤 박사에게 전달해 주는 승도는 부끄러움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항문외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도 나오는 구멍에 뭘 넣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가니 적당히 하셔야 한다는 윤 박사의 말은 그러나 강제성이 전혀 없는 것이어서 희완의 공감을 전혀 이끌어 내지 못했다. 대신 승도에게 수축 기능이 떨어지는 부위니 각별히 유의하시라 간단히 덧붙인 윤 박사가 도구들을 챙겨 일어섰다.

망가진 깁스를 새로 갈아야 했다. 그뿐 아니라, 희완을 완전히 열어 놓는 동안 봉합했던 곳이 터져 등과 가슴 아래쪽에 난 자상도 다시 손봐야 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에게 미친 듯이 매달려 있던 스스로가 정말 이상했다. 눈가를 이지러뜨리는 희완이 절로 잠기는 현관문을 응시하다 뒤돌아섰다. 답답한 듯 소파에 앉아 깁스를 단단히 맨 왼쪽 팔을 내려다보던 남자가 손을 뻗어 희완을 제 곁에 앉혔다. 씻지도 못해 푸석푸석한 머리 위로 입술이 내려앉았고 곧 짧게 입술이 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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