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는 건 문제없고.”
-그건.
답을 하던 희완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덮는 손에 의해 막혀지며 저를 부르는 소리에 답하는 게 웅웅 들려왔다. 곧 음질이 깨끗해졌다.
-죄송합니다.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그리고 물어보셨던 건-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희완은 개인의 가장 더러운 행위, 즉 배설의 관한 이야길 하면서도 더 민망해하거나 쑥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럼 운전 조심하시고, 저녁에 뵙겠다는 희완과 통화를 마치고 나오니 1층 로비였다. 입구에 미리 차를 대기시킨 철진을 보며 걸음을 옮긴 승도가 그제야 담뱃불을 당겼다.
“씨앙! 내가 이대로 곱게 물러날 줄 알아? 앙? 연희완 지가 뭔데! 지가 뭐라고! 완전 걸레에 그런 상 걸레가 없는 허섭스레기 주제에! 야, 너 걔가 옛날에 뭔 짓 하고 돌아다녔는 줄 알아? 걔가 빚 갚으려고 무슨 짓 하고 돌아다녔었는 줄 아느냐고!! 누구긴 누구야~ 연희완이지 연희완! 연희완 몰라? 왜에 얼마 전에 호모 연기로 확 떴었던! 근데 걔가 진짜 호모야, 호모! 그냥 호모기만 해? 남창이라니까! 돈만 주면 개 새끼하고도 붙어먹었대! 아니, 돼지 새끼라고 그랬었나? 몰라, 몰라, 몰라. 아무튼, 걔가 그렇게 더러운 새끼라고, 더러운 새끼. 응? 똥구멍을 보며는 하도 좆을 쑤셔 넣어서 안 들어가는 게 없었대. 안 들어가는 게. 얼마나들 쑤셔댔는지, 똥구멍이 헐어가지고 완전 너덜너덜, 그런 걸레가 없었다더라! 나아? 내가 그런 걸레랑 뭐 볼일 있다고? 걔가 진짜 어땠는 줄 알아? 돈 없어가지고 나한테 쩔쩔매면서, 얼마 주세요, 얼마 주세요, 원하는 거 해드릴게요. 쌍으로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그 소문난 쌍 걸레. 도우진 말이야 도우진. 그 약쟁이 걸레에~ 그 소문난 걸레랑 얼마나 붙어먹었을 줄 알고? 걔 둘 호모라니까아? 둘이 쌍으로 남창 짓 하고 다녔다고오~! 내가 아무리 얼굴 밝힌다지만 연희완 걔랑 도우진은 아니지이. 그 똥구멍에 뭐가 쑤셔졌을 줄 알고? 응? 에비~ 더러워. 자고로 우리 아빠 말씀이, 그런 천한 것들하고는 말도 섞지 말랬어어~ 응? 불쌍해 오냐오냐 해줬더니, 날 뭘로 보고! 에이, 퉤! 더러운 호모 새끼들! 에이즈나 걸려서 콱 뒈져버려라!”
아직 손님이 몰려들기 전인 이른 저녁부터 호스트 무리를 우르르 끌고 들어와 룸도 아닌 테이블 두 개를 차지하고 앉아 아주 걸레를 문 입을 잘도 나불거리고 있던 소영을 웬 미친년 보듯 쏘아보다 진작에 끌어내려 했던 택수의 눈살이 보기 좋게 찌푸려져 있었다. 안 그래도 오늘 예정에도 없던 시찰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웬 미친년 하나가 장사 시작도 전엔 물 다 흐리는가 싶더니, 아주 그냥 똥을 짝으로 끼얹는다 짝으로. 생각 같아서는 머리끄덩이를 붙잡아 질질 끌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저것도 손님이라고, 참는다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던 택수의 시선이 저쪽으로 향했다. 미친년 테이블과 바로 등을 맞대고 있는 테이블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두 명의 사내는 바로 이 클럽의 오너와 VIP였다.
철진 역시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시찰차 온 것으로 해 뒀지만 눈앞의 남자가 오늘 이 클럽을 방문한 목적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러나 자리 앉기 전부터 시끌벅적했던 옆 테이블에서 연신 들려오는 익숙한 이름 때문에 바짝 긴장해야 했던 건 되려 철진이었다. 저년이 돌았나. 그 역시 마음 같아선 저 미친년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아 질질 끌어내고 싶었으나 불편한 얼굴로 눈앞에 앉은 백승도의 눈치만 내내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연희완 그 씹쌔기! 씨앙~ 지가 그렇게 잘났어? 뭐야, 내가 지금 구라 까고 있다는 거야? 내가 하준우한테 똑똑히 들었다니까아? 업자들한테 하도 얻어터져 가지구 주먹만 쳐들어도 그렇게 오줌 질질 싸면서 벌벌 떤다잖아! 너 맞을래, 벌릴래, 하면 지가 먼저 다리 벌리고 쑤셔달라고 그렇게 조른다잖아! 도우진은 깡이라도 있지, 연희완 걔는 깡도 없어. 좆 달린 기집이라니까? 기집? 너 맞을래, 좆 뗄래, 그러면 걘 좆 뗀다고 그럴지도 몰라. 깔깔깔깔. 하긴 하도 쑤셔 넣어서 똥구멍이 보지처럼 쫘악 찢어졌다는데 그 쓸모도 없는 좆 달고 있을 필요가, 꺄아아아악!!! 뭐야! 뭐야! 뭐야!! 놔! 놔! 꺄아악!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흐어어어엉! 뭐야, 뭐야! 당신 뭐야!! 이거 놔!! 이거 안 놔?!!!”
더 듣고 있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려던 철진에 앞서 불쑥 몸을 일으킨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리고 막 목젖을 드러내며 웃는 소영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끌어내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개처럼 질질 끌려가던 소영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는 그녀와 함께 우르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사내 대여섯도 소영을 짐짝처럼 끌고 가는 남자의 기세에 눌려 누구도 도와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며 끌려가던 소영이 허우적허우적 마구 손을 젓다가 손에 잡히는 것을 꽉 붙잡았다. 각 테이블을 나누고 있는 기둥이었다. 그걸 깨닫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소영의 손톱이 부러지고 잡힌 머리채에서 두둑 소리가 났다.
“아악!! 아악!! 살려줘!!! 살려줘!!! 왜 그래! 나한테! 아악아악!!!!”
여기서 끌려가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질려 손톱이 부러지든 말든, 머리가 뜯겨 나가든 말든, 손가락이 휘어져 부러지든 말든, 온갖 비명을 질러대며 기둥에 매달려 있던 소영에게서 악착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제발 좀 도와달라고 악을 써보지만 다들 고개만 돌릴 뿐이었다. 그 꼴을 보던 택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입이 갈보 같은 년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여자를, 하던 택수마저도 마음을 돌아서게 만드는 소리가 소영에게서 터져 나왔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아아악!! 내가 누군 줄 알고!! 우리 아빠가 누군 줄 알고!! 하지 마!! 하지 마!! 우리 아빠한테 이를 거야!! 우리 아빠한테 다 이를 거라구!! 이 깡패 새끼들!! 이 더러운 호모 새끼들!!! 이 개만도 못한 씨발놈들아!!! 내가 다 조져버릴 거야!!! 니들 내가 다 찾아내서 조져버릴 거라구!!! 꺄악!!!”
철썩!
밑에까지 끌고 갈 필요도 없이 여기가 제 죽을 자리라고 악을 쓰는 소영의 목을 휘어잡은 남자가 사정없이 그 얼굴을 후려쳤다. 남자에게 멱살을 잡혀 나가떨어지지도 못하고 달랑거리는 소영의 뺨으로 다시 흉기 같은 손바닥이 갈겨졌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구멍이란 구멍에선 핏물이 줄줄 새어 나오도록 인정사정없이 소영의 뺨을 후려치던 남자가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만진 듯 그 팔랑거리는 몸뚱이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흐윽, 흐으, 흐윽.”
엄청난 충격과 고통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버러지처럼 바르작대는 소영을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이 차가웠다. 피가 묻어 나오는 손을 행거칩으로 닦으며 천천히 그 앞에 키를 낮춰 앉는다. 영문도 모르고 남자에게 머리채를 잡혀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은 소영이 흐으으으, 눈물콧물을 질질 흘리며 이가 몇 개나 부러져 나간 주둥이로 살려달라 애원했다. 그러나 그건 제대로 된 소리가 되어 나오지도 못했다. 정말 그녀 스스로 비웃기를 서슴지 않았던 개새끼처럼 말도 못하고 흐느끼기만 하는 그녀를 묵묵히 내려다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게 저를 살려주겠다는 구원의 소린 줄 알고 허겁지겁 핏줄 터진 눈을 빛내며 매달리는 그녀에게로 성마른 음성이 던져졌다.
“입 닥치라고 썅년아.”
툭, 제 발에 매달리는 소영을 떨쳐내는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끌고 와.”
이미 소영과 같이 온 사내들을 억류시키고 있던 철진이 그 말을 눈치 빠르게 알아듣고 그들을 질질 끌고 가 죄다 그 앞에 꿇려 놓았다. 흐으흐으, 아직도 정신을 잃지 않고 있던 소영의 눈으로 진한 공포감이 번져갔다. 그걸 무심한 눈초리로 내려다보던 남자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맞겠습니까, 벌리겠습니까.”
눈을 크게 뜨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걸 아무 감흥도 없는 눈으로 쳐다보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맞을래, 벌릴래.”
그제야 남자가 제게 이런 이유를 깨달은 소영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애원하는 그녀를 보는 순간 남자의 눈에서 싸늘한 빛이 번뜩여졌다.
클럽을 나온 승도가 차에 올랐다.
무어라 말을 찾지 못하는 철진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차를 출발시키는 승도의 눈은 사납게 가라앉아 있었다.
잠을 자다 오줌을 지리던 희완이 떠오른다. 정신적인 궁지에 몰리면 어디든 구석으로 기어들어 가 벌벌 떨며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던 희완이 떠오른다. 극한까지 밀어붙이면 바르작거리다 아득하게 질려가는 희완의 얼굴을 떠올리던 승도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거칠게 차올랐다 가라앉아 가는 숨 너머로 바들바들 떨며 스스로 밑을 벌리던 희완의 모습이 번졌다.
희완을 누구보다 값싼 창부로 취급했던 건 다름 아닌 승도였다.
아무나 씹었다 뱉는 껌도 그리 처참하게 씹히진 않을진대, 화대라고 돈 몇 푼 쥐여 주며 알량한 물주 노릇이나 할 때 희완은 묵정밭을 뒹굴며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그리 치욕을 삼키고 견뎠던 것이다. 승도가 창부 취급을 하니, 희완 스스로도 자신 창부로 여기며 저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들을 묵묵히 감수했을 것이다.
벌리라 하면 벌리고, 삼키라 하면 삼키고, 흔들라 하면 흔들던, 그 순종이 있기까지 그 스스로 깨지며 부서졌던 순간들이 만 번이었을 것이다.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고 비참하게 매달리며 애원을 하던 희완에게 돈을 내밀면 흰 얼굴이 하얗게 굳어져 가며 손을 내밀었었다. 영혼이 부서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매 순간을 승도는 즐겼다. 어차피 너는 내게 창부, 벌어진 음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단절하며 그가 부서지고 깨어지는 순간들을 희락하며 즐겼다.
파괴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보내고 되찾고, 다시 보내고 되찾아 희완을 곁에 두고도 승도가 그 금 간 것을 다루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치심이란 것을 깨부쉈고, 그 알량한 아집이란 것까지 깨부수었다. 그러고도 후회하지 않느냐, 후회하지 않는다. 너는 내 것이다. 너는 내 것. 내가 오랜 시간 파괴하고 갈등하며 간신히 내 곁에 건져낸, 유일한 것. 너는 내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 따윈 하지 않는다.
엎어져 곤히 자고 있는 희완의 어깨 위로 검은 그림자가 덮어졌다.
바깥의 찬 기운을 안고 있는 그것은 더할 수 없이 깊게 희완을 안아주었다.
손에는 극본을 쥐고 또 다른 손에는 볼펜을 쥐고 잠들어 있는 희완의 목덜미에, 어깨에, 그리고 창백한 뺨에 조심스럽고 정중한 입맞춤을 남기어 준다.
“연희완.”
나직이 부르는 이름은 그렇게 소리가 되어 흘러들었다.
“연희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