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별빛달빛-114화 (114/123)

“그윽.”

목구멍까지 깊이 집어넣었던 것을 쑤욱 빼내는 희완에게서 구역질이 넘어오는 것 같은 소리가 새었다. 그걸 잠자코 보며 연신 관자놀이를 문질러주던 남자가 허벅지 위로 희완을 올렸다. 수월히 벌어지는 항문으로 크게 발기한 음경이 단번에 푸욱 파고들어 갔다. 희완의 무게까지 가중되어 쑤셔진 것은 직장을 완전히 점령하고 그 끝을 뾰족하게 찔러 안을 자극했다. 으흣, 엉덩이를 흔들어 반응하는 희완이 한 손으로는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제 얼굴을 덮으며 터지려는 신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참을 거 없어.”

남자의 나직한 음성에 기다렸다는 듯이 희완에게서 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응, 읏, 읏, 흣, 아, 아! 아아!

남자의 등과 어깨를 바짝 끌어안고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어 철벅철벅 살을 부딪쳐대는 희완은 지나치게 느끼고 있었다. 땀에 젖어 피부에 착 달라붙은 머리칼에서 굵은 방울들이 우수수 비산되어 뿌려진다. 밑으로 느끼니 엉덩이와 함께 덜렁덜렁대며 남자의 아랫배와 비비적거려지는 성기 또한 뜨겁게 부풀어 갔다. 퍽, 찌걱, 퍽, 찌걱, 스스로 엉덩이를 찍어 누르고 뺄 때마다 울리는 마찰음 때문에 희완은 더 미칠 것 같았다. 결국 참다못해 남자를 콱 움켜쥐었던 팔을 뒤로 빼자 굽어져 있던 허리가 뒤로 쫙 펴지며 하얀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등 뒤로 뺀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천박하기까지 한 그 몸짓은 그러나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끝까지 받은 남자를 최대한 꽉 조이며 엉덩이를 들썩들썩 흔들어대던 희완의 몸통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갔다. 더 못 견디겠다 싶을 때까지 철썩철썩 살을 부딪쳐내는 중에 희완의 것은 이미 멀건 점액질을 흩뿌려대고 있었다.

그 애타하면서도 필사적인 몸짓을 내려다보던 남자가 결국 허리를 굽혀 희완을 가득 끌어안아 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에 삼켜 씹어 먹고 싶다. 동시에 혀끝이 알알해지도록 굴려 제 것으로 온통 뒤덮어 놓고 싶기도 하고 이 사랑스러운 몸뚱이를 구석구석 불가능한 곳 없이 빨아 핥아버리고 싶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이 몸뚱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을 입에 넣고 굴리고 싶다.

희완을 가득 끌어안고 매트리스에 누인 남자가 그대로 크게 벌어진 구멍을 쿵, 거세게 박아 왔다. 크게 울리는 희완의 몸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움찔한다. 헉헉, 쉼 없이 토해 내어지는 신음은 울음 같기도 하고 비명 같기도 하고 환희 같기도 했다. 지독한 열락이었다. 쾌락을 넘어선 극한의 감각은 승도와 희완을 아찔하게 저 희락으로 몰아넣었다. 밑에서 같이 허리를 흔들어대는 희완에게 맞추어 점점 속도를 높여가는 남자에게서도 낮은 신음이 새어 나온다. 큭, 윽, 큭, 어디가 건드려지고 어디가 찔려 지는지도 모른 채 그의 속도에 맞춰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드는 희완에게서는 이미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소리들이 흩뿌려지고 있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그 속도에 퍽퍽 밀어 붙여졌다 도로 처박아지는 희완은 발끝부터 머리 속 신경들까지 모조리 곤두서며 혈관을 내달리는 것 같았다.

치골이 얼얼해지고 삽입한 음경과 헤집어진 내벽이 헐 것처럼 문질러질 때까지 격정적으로 움직이던 그 둘이 어느 순간 와락 몸을 떨어대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액을 뿜어내었다. 울컥울컥, 걸쭉한 것이 희완의 내벽에 쏟아지며 밑으로 넘쳐흘렀고 역시 또 한 번의 사정을 마친 희완의 것도 말간 액을 뿜어내며 승도의 가슴과 제 가슴을 죄다 적셨다.

“헉, 헉, 헉.”

“흐윽, 흐으, 흣.”

숨을 잦힐 사이도 없이 승도가 입술을 겹쳐 온다. 거침없이 헤집어지는 입술 끝으로 미처 삼켜내지 못한 침이 줄줄 흘렀다.

“하아, 빌어먹을.”

아득하고 아찔한 희락에 젖어 바들바들 떠는 희완의 얼굴을 샅샅이 핥아버리는 승도에게서 욕설이 뱉어진다.

사랑스러웠다.

심장이 뜯겨지는 절절한 고통을 수반하는, 그런 사랑스러움이었다.

잠재워지지 않는 욕망을 잦히며 천천히,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던 희완을 핥아주는 승도의 검은 육신에서 타오르는 듯하던 열기가 수욱, 수욱, 꺼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밑에서 바르작거리며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의식도 못 한 채로 곤죽이 되어 있는 희완은 더할 수 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 녹아 그 밑바닥에 고이게 된다해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희완은 비옥한 쾌락에 젖어 있었다.

“기분이 좋았습니까.”

아득하게 꺼져 있던 희완을 저 깊은 심해에서 건져 올린 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녹초가 되어 길게 늘어져 있는 몸을 부드럽게 닦아주고 있는 남자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런 남자의 탄탄하게 갈라진 근육과 검은 음영으로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이목구비를 멍하니 올려다보던 희완이 눈썹을 이지러뜨렸다. 가슴이 차가웠다. 내동 묵직하게 들어찼던 것이 빠져나가니 느껴지는 허기와 허전함이었다. 기운이 없어 들어 올리지는 못하는 두 손을 뻗는 시늉을 하니 그대로 몸을 겹쳐 오는 남자가 희완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입술이 겹쳐지며 혀가 섞이는 소리가 진득하게 울려 퍼진다. 한참 혀와 침을 뒤섞고 나서야 겨우 남자가 한 질문을 떠올린 희완이 뒤늦게 답을 하였다.

“뒤가 완전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만져보라고 확인까지 해줬잖아.”

“만져지는 게 뜨거워서.”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허공을 더듬던 희완의 눈동자가 몽롱하다.

“너무 좋았습니다.”

“한동안은 또 손가락만 빨게 생겼습니다.”

아래에 감각이 없다 싶더니 한동안은 삽입섹스는 엄두도 못 낼 만큼 처참한 지경인가 보다. 웬만해선 먼저 그런 말을 해 오지 않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희완이 다시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그거 나중에 하고 이리 와서 같이 눕자 한다.

밑을 닦아주던 걸 멈추고 순순히 그 옆에 누워 희완을 안아주는 승도가 차갑게 식은 배를 꾸욱 누르며 문질러줬다. 안에다가 하도 많이 싸서 엉덩이를 슬쩍 누르기만 해도 정액이 뻐끔거리며 주욱 흘렀었다. 가만 놔두면 배앓이를 시킬 그것들부터 빼주는 도중에 희완이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사랑합니다.”

“네, 저도요.”

하릴없는 고백이었다.

격한 육체적 소모 끝에 떨어지는 음성은 때문에 깨끗한 것이기도 했다.

군더더기 없이, 오로지 그 마음 하나뿐이었다.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부터였다. 국회의원의 땅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조사는 지역구 폭력조직과 구청장의 커넥션이 밝혀지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조사과정에서 하나둘 거론되기 시작한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의 실명은 남자가 재개발 지구 일대를 넘기면서 함께 건넨 서류에 포함된 명단 중 일부였다. 땅을 매개로 한 이권정치는 오래 이어져 온 폐해였고 남자에게서 그 일대를 적정가에 사들인 인물에게도 그 서류 안에 담긴 것들은 꽤 유용한 정보일 것이다.

거창한 타이틀과는 달리 검은 돈과 정치비리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분석중인 티브이를 끄는 승도가 제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잠든 희완을 내려다보았다. 지난한 과거를 안고서도 말간 얼굴에 몇 가닥 흩어진 머리카락을 가만 쓸어 넘겨준다. 희완 외에는 남자가 달리 돈을 쓰고 더러운 이권전쟁에 계속해서 발을 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지나가는 말로 뱉었으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충족되지 않는 파괴욕구 외에는 살아야 할 이유도 욕구도 크지 않은 남자에겐 희완이 전부였다.

길게 음영이 진 눈 밑을 손끝으로 더듬어 문지르니 살갗을 이지러뜨리는 희완의 머리카락으로 다시 남자의 손가락이 감겨들었다. 사무실을 처분하고 발 댄 곳 없이 여기저기 전전하며 돌아다니다 제작사 하나를 인수해 박상수에게 맡긴 것도 희완 외에는 달리 이유가 없었다. 연 기획은 연 기획대로 놔두고 새로 출자하여 세운 제작자로 곧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들기 시작했다. 스폰서로 주석그룹이 붙은 까닭이었다. 쏟아 부을 대상이 하나뿐이니 성이 찰 때까지 그리해줄 것이다. 이제는 받는 것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는 희완의 손가락을 끌어다 그 끝에 입술을 붙인다. 그러나 희완은 더 익숙해져야 할 것이었다. 남자의 것을 받는 것에. 어느 걸, 언제, 어디서 받는 줄도 모르게 쏟아지는 것은 오로지 희완만을 위한 것이었다.

***

차가운 냇가에 앉아 헝겊을 흔들어 빨던 희완이 저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크게 대답을 하며 얼른 달려갔다. 촬영 현장으로 장사진을 이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막극 촬영을 위해 내려온 시골은 오가는 사람들이 아주 드물 정도로 한적한 동네였다. 여주인공의 동생 역으로 캐스팅되어 대사라고는 200쪽 원고에 3쪽이 고작이었지만 꽤 재밌는 역할이었다. 자폐아 누이를 둔 고3 반항아 역인데 나름 가치관과 주관이 뚜렷하여 자폐아 누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부모에게 멋진 한방을 날릴 줄도 아는 꼴통이었다. 제 나이에 비해 훨씬 어린 배역을 맡고도 무리없이 교복을 소화해 낸 희완은 아닌 게 아니라 풋풋한 교복 차림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물끄러미 다리 난간을 내려다보고 있는 누이를 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장면이었다. 제 누이가 자살이라도 할 줄 알았던 거다. 테이크를 달리 해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같은 장면을 찍은 희완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걸 본 감독이 컷 했고 곧 스태프가 희완에게로 달려들었다.

“많이 덥죠?”

“네 찌는데요. 10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동네가 원래 그래요. 대본에는 8월이라, 감독님이 일부러 이런 동네로 잡았거든요.”

“네에, 그래도 오랜만에 조용한 시골 오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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