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별빛달빛-123화 (123/123)

“으응….”

뜨거운 배 속을 손으로 내리누르는 희완이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다시 하체를 매트리스에 문지른다. 하얗게 반듯했던 눈매가 잠자리 날개처럼 이지러지며 붉은 입에서는 연신 뜨거운 숨을 토해내었다. 결국 제 손으로 제 옷을 벗겨내는 희완은 내내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속이 타는 듯이 뜨겁고 또 간지럽고 욱신욱신하고 저릿저릿하고 또 쓰라리고, 결국은 또 뜨겁다.

넓은 모텔 침대에 엎드려 잘 벗겨지지 않는 바지와 속옷을 거의 뜯다시피 발로 차서 벗겨낸 희완이 제 손을 가랑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자위를 했다. 뜨겁게 꽉 찬 것을 꽉 쥐고 힘주어 위아래로 훑어 내리는 희완은 그러는 중에도 계속해서 괴로운 듯 몸을 흔들었다. 천장을 향해 활짝 펼쳐진 몸이 몰래 숨겨진 렌즈에 고스란히 비쳐들었다. 그리고 그걸 모텔 CCTV 룸에서 훔쳐보던 장미호는 앞으로 펼쳐지게 될 장면을 보고 경악하면서도 결코 그곳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연락을 받고 곧장 모텔로 달려온 승도는 그새 내린 비로 축축이 젖은 머리칼을 털어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섰다. 전화는 희완에게서 온 것이었다. 잔뜩 울어 젖은 목소리로, 이상합니다. 저가 지금 굉장히 이상하다고, 어디 달리기라도 하고 온 놈처럼 헐떡거리며, 또 이상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흐느끼던 희완은 확실히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어디냐고 물으니 술술 흘러나오는 주소에 무언가 이상하긴 하였지만 자꾸 애타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욕설을 뱉으며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목소리가 그런 목소리였다. 희완이 제 밑에서, 혹은 제 위에서 실컷 안달하다 힘에 부칠 때 겨우 내는 소리. 거칠게 핸들을 돌리던 승도는 속도를 높여 빠르게 달려오는 내내 인상을 쓴 채였다. 술자리에 간다는 희완을 바로 룸살롱 앞에 내려다 주고 왔을 때, 슬쩍 붉어진 귓불을 감추며 서둘러 뛰쳐나가던 희완의 뒷모습을 떠올렸을 때, 그는 아까 희완을 내려준 룸살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희완이 말한 곳은 바로 그 룸살롱 위층에 있는 모텔 넘버였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승도는 제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잠시 제 눈을 의심해야 했다. 그리 좋다고도 못하다고도 할 수 없는 모텔 룸 정중앙에 펼쳐져 있는 넓은 침대에서 꽉 근육이 잡힌 제 엉덩이를 툭툭 치받아 가며 자위를 하고 있는 희완의 모습은 여느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이었고, 승도와 함께 뒹굴 때나 보여주곤 했던 모습이기도 했다. 영문을 몰라 서늘한 눈초리로 침대 쪽을 노려보면서도 희완이 애타게 제 이름을 부르며 자위를 하는 모습에 그리로 걸어가는 승도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던졌다.

“으응, 으응, 흐읏, 흐읏, 흣.”

한창 제 것을 주무르고 훑으며 흔들어대던 희완의 허리가 탁! 위로 튀었다. 동시에 솟구치는 멀건 점액질이 희완의 셔츠를 더럽히며 그의 얼굴위에도 타닥 떨어졌다. 그걸 가만히 보던 승도가 넓은 침대를 짚어 그 한가운데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르작대고 있는 희완에게 다가갔다. 방금 사정했음에도 또다시 부풀기 시작한 성기가 애처롭게 부어올라 있었다. 승도가 오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사정감에 손으로 제 것을 계속 쓸어댄 모양인지, 본래도 예민한 표피는 거의 헐다시피 붉어져 있었고, 그걸 제 손 성대로 만진다고 꽉꽉 움켜쥐며 흔들어댄 손도 빨갛게 쓸려져 있었다. 그러고서도 멈춰지지 않는 고양감에 희완은 숫제 울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빼고, 빼도, 싸고, 또 싸도, 사라지지 않는 뜨거움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희완은 도무지 이해도 가지 않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이 괴로움에 가까운 흥분, 그 자극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계속 몸을 비비고 흔들고 돌려대며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자지러지듯이 정액을 쏟아냈었다.

그러나 그러고도 해갈되지 않는 욕망에 결국 희완이 찾은 것은 승도였다. 침대를 더듬어 어딘가 떨어져 있던 핸드폰을 주워들어 뚝뚝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승도를 찾았다. 흐윽, 흐윽, 흑. 뜨거워요. 이상합, 이상합니, 흐으으윽, 밑이 너무 뜨겁고 간지럽고 욱신거립니다, 불덩어리가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긁어도 안 나올 것 같아, 쇠꼬챙이로 쑤셔야만 떨어져 나올 것 같습니다. 으흐흐으윽. 거의 울 듯이 애원을 하는 희완의 전화를 받고 뛰쳐나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결국 입고 있던 재킷도 벗어 던지고 툭툭 노타이의 셔츠를 뜯어내며 침대로 뛰어 올라간 승도가 그대로 희완을 끌어안았다. 뜨거운 불구덩이 속을 혼자 헤매는 것처럼 절절하게 뒹굴며 희득거리던 희완이 제게로 뻗어 오는 승도의 손을 알아보고는 그대로 그에게 무너졌다. 왈칵 울음을 터트리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부비적거려지는 눈이 맨가슴에 스치며 더 붉게 번져 갔다.

“뜨겁습니다, 너무 뜨거워요. 계속 계속 쌌는데도 이상합니다, 이렇게까지 뜨거울 리가 없는데,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내가 잘못된 건가 봅니다, 흐윽흐윽, 너무 뜨겁습니다.”

어찌나 독한 약을 썼는지 당황하여 거의 이성을 잃어가는 희완이 애절하게 매달렸다. 그걸 한 손으로 안아 달래가며 다른 손으로는 희완의 하체를 열어 밑을 보이게 한 승도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헐어도 이렇게 헐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위를 어떻게 했는지, 뻘겋게 달아오른 곳이 말도 못 할 정도였다. 손으로 만져줘도 울 것이고, 입으로 빨아줘도 길게 울 것이다. 그런데 그걸 또 뜨겁다고 움켜쥐려고 손을 뻗는 희완을 붙잡아 길게 키스를 해주니 허겁지겁 달려든다.

“뜨겁습니다, 너무 뜨거워요….”

연신 같은 말밖에 할 줄 모르는 희완의 벌겋게 젖은 뺨을 혀로 훑어주던 승도가 잠시 마른침을 삼키다 제 팔뚝에 안아 눕힌 희완의 하체로 가만 상체를 숙였다. 빨갛게 익은 열매처럼 꽉 영글어 있던 희완의 성기에 승도의 혀가 닿자마자 자지러진다.

“으흐흐흑.”

아프다는 것이다. 혀만 대도 말도 못하게 아프다는 것이었다.

그걸 착 가라앉은 눈으로 보던 승도가 문득 침대 위의 천장을 보았다. 둥그런 형광등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천장을 싸늘하게 한번 훑곤 다시 희완의 성기를 보았다. 확실히, 건드려 놓으면 아프기만 아프지 제대로 사정도 못 할 것이 분명했다. 결국 희완을 잠시 내려놓고 벗던 셔츠를 마저 벗는 승도가 바지도 벗어 저만치로 던져 놓았다. 침대에 웅크려 움찔움찔 제 밑으로 가져가고 싶은 손을 주저하는 희완의 몸 위로 그의 장신이 넓게 덮어졌다. 일순 위에서는, 사나운 용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남자의 넓은 등짝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희완을 덮어 엎드린 승도가 부드럽게 입을 맞춰주었다. 그 지경에서도 승도에게는 반응을 하는 희완이 가느스름하게 뜬 눈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고 애원한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희완의 양다리를 뒤집어 얼려 붉게 물든 엉덩이를 훤히 드러나게 한다. 제 음경을 두어 번 훑는 것으로 준비를 마친 승도가 뜸을 들이지 않고 그대로 항문 속으로 쑤욱 밀어 넣었다. 이미 난리를 치고 있는 희완을 본 순간 승도의 것은 크게 부풀어 있었고, 그간 혼자 광란하며 짓이겨졌던 희완은 그 약 기운으로 이미 벌어져 연한 속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

승도의 것이 한 번의 막힘 없이 길게 쑤시고 들어가니 희완에게서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버르작거리던 몸이 들썩이며 경련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더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깊숙이 쑤시고 들어간 승도가 정확히 어느 한 지점을 찍어 눌렀을 때였다.

“아아읏!”

희완에게서 비명 비슷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동시에 발갛게 부어오름 살덩이에서 후두두둑 말간 액체가 쏘아졌다.

“아으읏!”

연달아 한 번 더 짓치니 힘겹게 흩뿌려지던 것이 왈칵 게워진다. 바들바들 떠는 희완의 몸이 승도의 아래서 다시 또 광란하기 시작하였다. 오로지 밑을 뚫리는 것으로만, 승도의 것에 정확히 전립선을 찍히는 것으로만, 희완은 계속해서 사정을 했다. 지독한 약 기운이 떨어질 때까지, 더는 정액이 나오지 않고 멀건 물만 나올 때까지 희완은 승도의 아래서 쿵쿵 밑을 찍혀가며 계속해서 계속해서 사정을 했다. 종반에는 물조차 나오지 않게 됐을 때도 뜨겁다고 울면서 흐느끼는 희완을 제 팔에 가득 안고 아이를 달래가듯 어르고 빨갛게 익어 있는 살점을 조심스레 입 안에 넣고 굴려주었다.

“으흐으으.”

약하게 자지러지는 소리가 희완의 붉게 벌어진 입에서 새어 나왔다.

쪽쪽쪽. 등을 둘러 안은 팔로는 서럽게 떨어대는 몸을 얼러주며 잔뜩 숙인 상체로는 희완의 살점을 아주 부드럽게 빨아주는 승도의 입으로 그제야 여러 번 말간 액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간헐적으로 떨어대는 희완의 가랑이 사이는 어느덧 승도가 죄 토해 놓은 정액들이 흥건히 엉켜 있었다. 그리 희락하며 짖쳐지는 희완의 모습은 사실상 승도의 검은 등에 가려져 장미호는 더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곤죽이 된 희완을 한 팔에 걸쳐 안고 제 가슴에 세워 기대게 한 승도는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엘리베이터 정면을 쏘아보고 있었다. 클럽을 돌기라도 하고 있었는지 늦게 전화를 받는 철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룸살롱도 철진이 관리하는 구역이었다. 때문에 주차장으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 비밀번호를 알고, 천장에 심어 놓은 CCTV의 존재도 아는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철진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승도가 제 품에 축 늘어져 있는 희완을 최대한 젖혀 놓은 조수석에 길게 누이고 쿵 문을 닫았다.

“1197호, 룸 대여자.”

드물게 말을 놓는 승도가 대답을 듣지도 않고 통화를 마친 후 운전석에 올라탔다. 옷이 살갗에 닿으면 진저리를 치는 통에 겨우 제 코트 하나만 덮어주고 데리고 나온 희완은 거의 정신을 놓고 있었다. 더 뺄 것도 없이 모조리 빼고 나서야 겨우 약 기운이 가신 몸은 온몸이 불덩이였다. 실제로 열이 나는 게 아니라 잔뜩 시달려져 몸이 뜨거운 것뿐이었지만 바로 쉬게 해주지 않으면 내일 바로 몸살이 날 것이었다. 운전대를 잡기 직전 바로 잠시 희완을 돌아본 승도가 그의 기다랗고 마른 몸을 덮고 있는 코트를 살짝 젖혀 보았다. 힘없이 벌어져 있는 가랑이 사이의 덜렁 늘어져 있는 그것은 축 오그라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허리를 숙이는 승도가 입을 열어 그것을 담고 한번 가볍게 빨아준다.

치골 위로 툭 떨어지며 바르르 경련하는 것에 쪽 입을 맞춰 주었다.

***

톱스타 반열에 오른 뒤로는 단 한 번도 하향길에 접어들어 본 적이 없는 장미호 신세가 요즘 처량 맞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소문으로는 누굴 잘못 건드려 그렇게 됐다는데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은 여전히 루머로 치부될 뿐이었다. 다만 그래도 예전에 종종 걸음을 하던 학정에도 어쩐 일인지 그 후로는 뚝 발길이 끊겨 그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거다. 풍문으로는 연기 유학을 간다더라, 누구네 첩으로 들어갔다더라, 임신 중이더라, 말이 많았지만 그로부터 반년 후 주여욱과의 결혼발표로 일부나마 그 행방이 밝혀졌다.

장미호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학정이 일부러 쌓아 뒀던 영화판 인맥이 그렇게 뚝 떨어지나 싶었는데 오히려 더 잘된 것으로 명우가 엄청난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학정이 극단에 얼굴 내미는 날이 더 적어졌다, 희완과 우진은 학정의 작품으로 연극영화인 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희완은 드라마로, 그리고 우진은 영화판으로 재진출하게 되었다.

「건물이 세워진 이후로 연극메타의 중심지가 된 8층 건물은 예전의 그 신축 건물로 불리는 대신 연희 건물로 불리게 되었다. 풍문에 의하면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기 위해 몇 년을 꼬박 공들여 세워 지은 건물이라던데, 연희 건물 세워진 지가 이제 겨우 3년 안팎이니 그것은 좀 과장된 것이라 알려지기도 했다. -중략- 건물이나 무언가 형상화될 만한 것엔 의미 있는 것들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습성으로 인해 이 건물 또한 사람들에게 불리어지면서 그 이야기에 살들이 덧붙여지고 또 덧붙여지게 되었다. 제법 로맨틱한 풍문이 돌아서인지 연희 건물에는 유독 젊은 남녀들의 만남이 잦았는데, 그 때문에 모두가 건물주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일부 사람들에겐 아직도 신축 건물이라 불리어지고 있는 연희 건물 1층 로비에 희완은 혼자 앉아 있었다. 약속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때우기 위해 대학로 안내책자를 꺼내들었는데 그 안 적힌 이 연희 건물의 유래를 읽곤 낯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내가 정말 살 수가 없습니다. 괜히 또 뜨끈해지려는 얼굴을 손등으로 덮으며 얼른 못 볼 거라도 본 듯 책자를 도로 제자리에 꽂아 넣는 희완이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거리를 돌아다니면 소녀팬들이 쫓아다닐 정도로 얼굴이 많이 알려진 희완이었지만 대학로에서만은 여전히 그나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워낙 배우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고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도 유명인에 연연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희완이 돌아다니기엔 썩 편한 곳이었다.

약속 시간이 15분 정도 지나 있었는데 시간 약속은 칼인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걱정을 하는 듯하다가도, 대수롭지 않게 그런 생각을 지워내는 희완이 다시 로비에 걸터앉으며 건물 밖을 쳐다보았다.

이 로비의 전경은 1년 전에 리모델링을 할 때 비상계단 유리 설계를 비슷하게 답습한 것으로 벽의 전면이 통유리로 만들어져 1층에서의 대학로 전경은 물론 각 모든 층에서 대학로의 그 굽이굽이진 전경을 볼 수 있도록 재설계되었다. 물론 리모델링을 할 때는 보다 희완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 그때도 남자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불러 이 건물을 재건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네가 그렇게 사랑하는 공간, 네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공간.

그 공간에 너의 궤적을 놓아 주겠노라는 남자의 다짐은 그렇게 실행되었다.

의자에 길쭉한 몸을 바로 세우고 앉아 시계를 다시 내려다보던 희완이 도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저 멀리서 익숙한 형체의 남자가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도 선명하게 두드러지며 희완의 눈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Hidden Track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재킷을 벗으며 안쪽을 둘러보았다.

현관 센서등이 닿는 곳은 겨우 거실 소파 윗등까지로 굳이 불을 켜지 않아도 남자는 그 소파 위에 길게 드러누워 있는 것의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벗던 것을 마저 벗고 안으로 들어선 남자가 재킷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그 역시 테이블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소파에 길게 엎드려 누운 것은 연희완이었다.

요즘 그렇게 바빠서 영화 촬영이다 드라마 촬영이다 오가지 않는 곳이 없는 희완을 정작 같이 사는 남자가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연극판에만 콕 처박혀 어디도 내다보지 않고 살 때는 그렇게 제 곁에 붙어 안아 달라, 쑤셔 달라, 빨아 달라, 조르기도 잘 조르더니, 얼굴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타고 나서부터는 핼쑥해진 얼굴로 힘듭니다, 졸립니다, 피곤해요, 등등 레퍼토리가 백팔십도로 바뀌어져 있었다. 남자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 없이 소일거리나 하며 그냥저냥 살고 있지만 연희완이야말로 그 삶이 격동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테이블에 우두커니 걸터앉아 연희완의 긴 육신을 꽤나 짙은 눈동자로 주욱 훑어 내리던 남자가 결국 몸을 기울이며 그 위를 길게 덮었다. 언젠가 소파에서만 일주일이 넘게 뒹군 후로 쿠션이 나가고 시트는 또 시트대로 망가져 새걸로 갈아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아예 널찍하고 튼튼한 걸로 바꿔 갈아 현재 소파는 남자와 희완이 나란히 누워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손에 쥐여 있는 대본을 빼어 바닥에 내려놓고 돌아눕게 한 희완을 제 품에 들인 남자가 하얗게 드러난 그 뺨에 입술을 대었다. 그리고 가만히 미끄러뜨려 벌어져 있는 입술을 건드렸다.

습관처럼 벌어지는 희완의 입술 사이로 빨간 살덩이가 그 모습을 살짝 보였다. 대충 빨았더니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래서 강하게 빨아들였더니 그제야 만족한 듯 미간이 퍼지며 스륵 기다란 눈매가 느른히 열렸다. 미처 그 까만 눈이 남자의 모습을 담아 내기도 전에 그를 완전히 덮어 올라탄 남자가 깊숙이 혀를 섞어 온다.

“응, 읏.”

혼몽 중에서도 버릇처럼 그에게 온몸을 열듯 입술을 열어 기쁘게 응하는 희완이 슬쩍 눈가를 찡그리며 제 볼을 핥아 오는 남자의 뺨을 건드렸다.

“몇 십니…,”

“그게 중요합니까.”

멍하니 남자를 올려다보던 희완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두 손으로 남자의 어깨와 등을 안아 어루만지며 다시 그의 키스에 응했다. 그로 인해 눌려진 양다리가 벌어지며 남자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동시에 감아 들었다. 이윽고 쪽쪽 소리를 내며 희완의 입술을 빨고 혀를 빨던 남자의 커다란 손이 옷 속으로 스며 부드러운 살들을 진하게 훑어 올렸다. 희완 역시 오랜만의 접촉에 몸이 다는 듯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그에게 자신을 들였다.

한참 그렇게 뜨겁게 몸을 부비던 희완이 갑자기 색색거리며 옅은 숨을 짧게 들이쉬기 시작했다. 결국 길게 토해지는 진 숨으로 납작한 가슴이 느리게 들썩여졌다. 희완의 티셔츠를 들어 올려 그 속으로 얼굴을 디밀고 발갛게 선 작은 살점들을 쪽쪽 빨던 남자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들었다.

그새 세상모르고 잠든 희완을 기가 찬 눈길로 보다 종내는 덮었던 몸을 일으켜 세운다. 허벅지 위에 두 팔을 올려놓고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서 묵직하게 부푼 제 물건을 내려다보던 남자가 쯧 혀를 찼다. 이런 식으로 헛물켠 게 몇 번째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남자가 벗어 두었던 제 재킷을 끌어와 희완의 어깨 위에 덮어주고 벌떡 몸을 일으킨다. 이윽고 욕실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부터 쏴아 거센 물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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