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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는 회귀자를 사랑하는 법-130화 (130/193)

#130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곧장 뜨거운 살덩이가 밀려왔다. 너무 놀란 사영은 반사적으로 유준의 어깨를 잡은 채 얼어 버렸다. 숨을 쉬는 방법조차 잊은 것 같았다.

유준의 혀가 입천장을 녹진하게 핥자 등줄기를 타고 전기가 오르듯 짜릿한 감각이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잠깐…!”

사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유준의 어깨를 밀어내며 고개를 돌려 입술을 떨어트렸다. 잠깐 사이에 턱 끝까지 숨이 찼다. 마주 본 두 사람의 코끝에 서로의 거친 숨결이 쏟아졌다.

유준은 별다른 말 없이 사영을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아무런 의도를 내비치지 않는 건 결코 아니었다.

유준의 눈동자에서 뜨거운 열기가 일렁였다. 허리를 감싸 안은 팔은 여전히 사영을 은근히 끌어당기고 있었다. 강압적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손길에 어린 욕구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페로몬이 없어도 방 안에는 성적인 열망이 넘실거렸다. 유준은 마치 사영의 허락을 기다리는 사냥개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아주 작은 신호만 있어도 사영의 목을 물어뜯으려 달려들 것 같았다.

유준의 어깨를 잡은 사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기서 사영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분위기에 취해서든 뭐든, 사영은 유준과 이런 행위를 나눌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연인 연기에 심취했다고 해도 이런 행위를 나누는 건 무의미하다 못해 이상한 일이었다.

“…….”

고요한 방 안에 사영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유준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을 보자 사영의 몸에서 열이 확 올랐다. 급격한 변화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비록 사영의 결혼 생활은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되었지만 그렇다고 욕구를 모르지는 않았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선명하게, 사영은 지금 유준을 보며 성적인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와 다시 입을 맞추고 싶었다. 혀를 섞고 싶었다. 뜨거운 그의 살덩이가 제 입 안을 모조리 헤집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색욕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걸까. 그와 몇 번 페로몬을 나누고 입맞춤을 나누었다고 몸이 동하기라도 하는 걸까.

사영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어지러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잠자코 기다리고만 있던 유준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가 사영이 지금 느끼는 감각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미지수였다.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순간에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유준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그 순간, 사영은 도망치듯 눈을 감고 그대로 유준의 옷깃을 움켜쥔 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다시, 숨결이 얽혀 들었다.

유준은 몸을 으스러트릴 것처럼 세게 사영을 끌어안았다. 등을 더듬고 허리를 당기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이 순간이 지나도 영영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몸으로 전해지는 어떤 자극도 사영의 입 안을 가득 채운 혀가 주는 자극만큼 강렬하진 못했다.

“으응….”

뭉개진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온몸의 감각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져 살결을 문지르는 혀의 움직임이 소름 끼칠 만큼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미 입 안을 가득 점하고 있으면서도 유준은 만족할 수 없다는 듯 더 깊은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다정하고 섬세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유준은 머리끝까지 흥분이 다다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알파처럼 억세게 사영의 입 안을 점령해 갔다.

급기야 그는 한 손으로 사영의 목덜미를 쥐고 눌러 고개를 젖혔다. 그토록 거칠게 사영의 입 안을 범하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만족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영은 거부하지 않고 입을 더 벌려 그가 원하는 만큼 제게 파고들도록 도왔다. 그의 혀가 닿는 곳곳이 너무 뜨거워 꼭 화상을 입는 것 같았다.

고통과 다를 바가 없는 강렬한 쾌감이었다. 페로몬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두려워 인내해야만 했던 이전의 입맞춤과는 완전히 그 결이 달랐다. 어느덧 두 팔로 유준의 목을 끌어안은 사영은 어떻게든 유준의 행위에 호흡을 맞추려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유준에 비하면 미미하기만 한 사영의 움직임에도 유준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거칠게 날뛰는 그의 혀에 제 것을 마주 대고 문지르면 유준의 목 안쪽에서 앓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면 놀랍게도 사영은 유준의 그 반응이 만족스러워 뱃속이 간질거림을 느꼈다.

유준의 커다란 손이 이번에는 사영의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뒤통수를 감쌌다. 사영은 그 손길에 따라 고개를 기울이며 입술을 살짝 뗐다가 곧 유준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하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웃음이 날 것 같지만 웃을 순 없었다. 그럴 틈을 주지 않고 유준이 혀가 다시금 사영의 입 안을 범했다.

유준의 입 안에서 몇 번이나 사영의 신음이 부서졌다. 이토록 짜릿한 쾌감을 느낀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고장 난 가로등처럼 머릿속이 점멸했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사영은 그 와중에도 페로몬을 흘려 유준을 자극하는 일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았다.

정신을 차려야겠다든가,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한 건 아니었다. 행동은 오히려 더 비이성적인 생각에 기반했다.

페로몬 따위가 끼어들 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 짐승처럼 정신을 놓지 않고 이 모든 감각을 선명하게 느끼고 받아들이길 바랐다.

단순히 신체적인 본능 때문에 한 행위라고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의로, 사영은 이 쾌감을 감당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단 한 줌의 페로몬도 흘리지 않는 유준을 보며 사영은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욕망을 느끼고 있음을 확신했다.

이만큼이나 흥분해 서로를 물고 빨아 대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본능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겪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욕망이었다.

“하아… 흐….”

“후….”

둘의 혀와 입술이 떨어진 건 숨이 막힌 사영이 더는 버틸 수 없을 때였다. 격하게 차오른 숨결이 쏟아졌다.

숨이 모자란 사영은 눈앞이 핑 돌아 한참을 그대로 유준의 품에 안겨 있어야 했다. 유준은 그런 사영을 안은 채로 달래듯 등을 쓸어 주다가, 머리칼에 입을 맞추길 반복했다.

정말로 연인 사이에서나 할 법한 간지러운 행위였다. 사영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냥 가만히 유준이 하는 양을 내버려 두었다.

유준의 가슴에 기댄 뺨과 귀를 통해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큰일이 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르고 거센 박동이었다. 사영은 한참이나 그 박동 위로 자신의 숨을 쏟아 냈다.

“유준 씨.”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거칠게 흘러나오던 숨소리가 안정을 찾았을 무렵, 먼저 입을 연 건 사영이었다.

숨이 고르게 진정되었음에도 유준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사영은 그 박동을 천천히 밀어내며 유준의 품에서 벗어나 똑바로 섰다.

순순히 사영을 놓아준 유준은 대답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준의 표정은 긴장한 것 같기도, 지극히 여유로운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 표정은 어떻게 보일까. 사영은 알 수 없는 의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왜 키스했어요?”

이제 와 하기엔 우스운 질문이라는 걸 알았다. 실컷 반응하며 함께 혀를 섞어 놓고 혼자 점잔을 뺀다고 비웃음을 당할지도 몰랐다. 그걸 알면서도 사영은 유준에게 물었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궁금했으니 물은 것뿐이었다.

김유준씩이나 되는 사람이. 손가락 하나로 수많은 사람을 제 아래에 엎드리게 할 수도 있을 만큼 잘난 남자가.

모두가 선망하는 알파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타가 도대체 뭐 때문에 이토록 흥분하여 저를 탐한 건지 알고 싶었다.

유준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비웃음은 아니었다. 유준의 웃음은 오히려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흘리는 것과 비슷했다.

동시에 유준은 집요하게 사영을 쳐다보았다. 사영이 의문을 가졌듯 그 역시 사영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한참 만에 유준이 대답했다.

“왜일 것 같아?”

평소라면 오만하게 들렸을 반말조차도 지금은 그저 초조함을 가리기 위한 얄팍한 수단으로만 보였다. 사영은 지나친 자극으로 제 감각이 전부 망가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하의 김유준이 제 앞에서 긴장하고 있다고 느낄 리가 없었다.

사영의 침묵 앞에 유준이 말을 이었다.

“윤사영 씨가 생각하는 이유는 뭔지 먼저 말해 봐요.”

“…….”

“그 전에. 윤사영 씨는 왜 내 키스를 받아 줬는데? 아니, 받아 줬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 윤사영 씨는 왜 그렇게 흥분해서 나한테 매달렸는데?”

유준의 표현에 달리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사영은 단순히 유준의 키스를 받아 준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응했다.

제 입 안으로 들어온 유준의 혀를 빨고 핥고 제 혀를 붙여 문지르며 그를 자극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사영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탓이다. 유준은 그런 사영을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유준의 타액으로 젖은 사영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슬쩍 문질렀다.

사영은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순간 표정을 굳힌 유준이 곧 조금 더 노골적으로 사영의 입술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입매를 따라 그리던 유준의 손가락 끝이 급기야는 다물린 입술 사이를 꾹꾹 눌렀다. 마치 그 안을 파고 들어가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사영은 순순히 입을 열어 손가락을 머금는 짓까진 하지 않았지만 입술에 살짝 힘을 주어 손끝을 물었다 놓았다.

“윤사영 너 진짜….”

유준의 입에서는 금세 앓는 소리가 나왔다. 그의 얼굴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울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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