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05
유준의 성기는 이미 한참 전부터 터질 듯 부풀어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유준은 조급하게 움직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 행위는 자신의 성욕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영은 단순히 알파로서의 욕정을 풀기 위한 오메가가 아니었다.
유준은 이 순간을 오로지 사영에게 바치고 싶었다. 허리를 바짝 숙이고 엎드려 애정을 헌납하는 행위였다.
그리하여 사영이 오로지 기쁨과 희열로서 제 사랑을 받아들이길 바랐다. 지난 상처의 흔적은, 단 한 톨도 사영의 인생에 살아남지 못하게 할 생각이다.
유준은 사영의 안에서 손가락을 굽혀 내벽을 부드럽게 긁어내며 그의 귓불을 가볍게 물었다.
“으응….”
배 안쪽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귓가로 덥고 젖은 숨결이 다가오자 사영이 앓는 신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유준의 손을 얼마나 질척하게 적시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아 부끄러웠는데, 유준의 혀끝이 제 귓구멍까지 파고들어 적나라하게 핥아 대자 그런 감정은 금세 휘발되었다.
사영의 두 다리가 반사적으로 오므라들 때마다 유준은 다른 손으로 다리를 더 넓게 벌려 가며 구멍을 정성스럽게 넓혀 갔다. 세 개의 손가락을 안에서 이리저리 돌리자 사영이 진저리를 쳤다.
“으읏… 아, 제발 유준 씨…! 흐… 그만….”
이미 한 차례 사정한 사영의 성기가 다시금 빳빳해져 발갛게 물들었다. 차오르는 성감과는 반대로 해소되지 않는 욕구 탓에 허리가 자꾸 들썩였다.
유준의 다정함이 좋았다. 그가 주는 부드러운 쾌감에 마음이 놓인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사영은 애가 탔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격렬하고 거센 열락을 만끽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유준이, 제게 그것을 주었으면 했다.
“유준 씨, 유준 씨….”
애원하듯 사영이 유준의 이름을 불렀다. 사영의 페로몬은 해일처럼 온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알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오메가의 표식이었다.
“왜 그렇게 애틋하게 불러요.”
“유준 씨, 제발….”
평소 좀처럼 투정 부리거나 칭얼대는 법이 없는 사영이 보채는 모습에 몸을 일으킨 유준은 웃음을 터트렸다. 구멍을 쑤시는 유준의 손짓이 빨라졌다.
놀라울 정도로 크기를 키운 유준의 양물이 사영의 것과 허벅지 사이를 끊임없이 문질렀다.
그 감각에 사영은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갈증이 느껴졌다. 물을 마시고픈 욕망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 표정을 본 유준은 저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토록 야한 광경을 두 눈으로 봤다는 걸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유준이 말했다.
“지금 그 표정만으로도 쌀 수 있을 것 같은데….”
유준은 사영이 당황하며 얼굴을 붉힐 거라 생각했지만 사영의 반응은 달랐다. 눈을 감은 채 숨을 헐떡이던 사영이 그 목소리에 시선을 들어 유준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그럼 그만 애태우고 얼른 넣어 줘요.”
“씨발….”
고개를 숙인 유준이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혹시나 사영이 겁먹기라도 할까 봐 욕하고 싶지 않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유준은 사영의 안을 긁어 대던 손가락을 느리게 빼냈다. 연신 내벽을 긁어 대던 이물이 빠져나가는 감각에 사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유준은 중얼거리듯 말을 꺼냈다.
“윤사영 씨 가끔 진짜… 대책 없는 거 알죠.”
“그런가요?”
“네. 처음 오토바이 앞에 뛰어들 때부터 느꼈어요.”
“아….”
사영이 탄성을 터트린 건 비단 두 번째 삶에서 유준과 처음 마주쳤던 그 순간을 떠올려서만은 아니었다. 제 다리 사이에서 자세를 고친 유준의 움직임에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사영의 양쪽 오금을 쥐고 다리를 들어 올린 뒤 조금 전까지 제 손이 드나들던 아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가는 유준의 태도는 일견 침착해 보였다.
그러나 사영은 그가 지금까지 겪어 온 그 어느 순간보다 흥분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들꽃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겁도 없고, 뻔뻔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주제에 사람 속도 잘 뒤집고.”
온통 부정적인 언어들의 나열이었지만 사영은 그 말이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글자 아래에 숨겨진 유준의 애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책 없고, 뻔뻔하고, 그의 말에 따르면 재수도 없었던 윤사영에게 김유준은 기꺼이 이용당했고, 윤사영을 도왔고, 끝끝내 사랑하게 되었다.
유준이 내뱉은 어떤 날 선 단어들도 그 사실을 가릴 순 없다. 적어도 사영에게는 그랬다.
“지금도….”
유준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아 서늘해졌다. 너무도 뜨거운 열기는 파랗게 빛난다는 것을 김유준이 증명하고 있었다.
빳빳하게 선 거대한 살덩이 끝이 사영의 구멍에 닿았다. 사영은 한마디 대답도 내뱉지 못하고 가슴을 들썩였다.
다가올 쾌락에 대한 기대감 그 아래에 웅크린 미약한 두려움이 사영의 감각을 더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에 부응하듯, 유준이 천천히 제 좆을 사영의 구멍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윽…!”
사영이 곧장 억눌린 신음을 터트렸다. 꽤 오랫동안 누구의 침범도 없었던 밑구멍은 말도 안 되는 크기의 살 기둥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겨우 선단을 머금었다.
“으… 흐으….”
그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혔다. 완전히 발기한 유준의 성기 크기가 얼마나 큰지 이미 봤기에 더 놀랄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몸으로 겪는 크기는 눈으로 보는 것관 전혀 달랐다.
힘겨운 건 유준도 마찬가지였다. 워낙에 잔뜩 젖어 있기도 했고 입구가 완전히 흐물거릴 때까지 손으로 풀어 주기도 했기에 이 정도로 빡빡할 줄은 몰랐다.
어정쩡하게 멈추는 것이 더 힘들겠다 싶어 유준은 사영의 허벅지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허리를 더 밀어붙였다.
“흐읏! 아…! 유준 씨…!”
“응. 나 여기 있어요. 쉬이, 괜찮아요.”
좆이 끊어질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유준은 목소리만큼은 섬세하게 다듬어 사영을 달랬다. 제가 아무리 고통스러워 봐야 거의 꿰뚫리다시피 해야 하는 사영에 비할 건 되지 못했다.
홀쭉하게 마른 사영의 배가 빠르게 부풀었다 들어가길 반복했다. 이 안을 제 성기가 쑤시고 있다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저릿한 쾌감이 전신을 훑었다.
“다… 다 들어왔어요…?”
눈꼬리에 눈물방울을 매단 사영이 눈도 뜨지 못하고 물었다. 유준은 몸을 숙여 그 눈가를 혀로 핥아 주며 말했다.
“네. 거의 다 들어갔어요.”
거짓말이다. 아직 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말했다간 사영이 기겁할 것 같아 차마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을 뿐이다.
사영의 자그마한 두 손이 유준의 팔을 힘겹게 붙들었다. 제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지는 게 느껴져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대로 구멍이 찢어지고 골반이 으스러지는 건 아닐까 진지하게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이미 안쪽으로 들어온 양물은 내벽과 완전히 밀착돼 안을 온통 자극하며 끝도 없이 밀려 들어왔다.
그때, 사영의 눈물을 연신 핥아 주던 유준이 속삭였다.
“그만할까요?”
“아….”
“후회하면 말해요.”
그러면서 유준은 사영의 뺨과 입술과 턱 끝에 계속 입을 맞췄다. 사영이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서운해하거나 아쉬워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약속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에 맞춰 유준이 움직임을 멈추고 사영을 내려다보며 시선을 맞춰 왔다.
지금껏 사영을 온통 헤집어 애무하던 페로몬의 너울이 달라졌다. 성난 해일은 어느새 안온한 호수가 되어 사영을 감싸 안았다. 사영의 녹음 아래로 흐르는 잔잔한 시냇물 같기도 했다.
동시에 사영은 유준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거친 열망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봉인된 것처럼, 유준이 자신을 위해 강제로 상자에 가두어 놓은 것처럼 웅크린 채 도사렸다.
사영은 현혹된 듯 손을 뻗어 유준의 눈가를 매만졌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손끝이 불길을 만진 것처럼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우습게도 사영은 그 열망을 풀어 주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 불길이 터져 나온다면 얼마만큼 뜨겁게 자신을 태울지 궁금했다.
이 남자가, 이런 상황에서조차 연인을 위해 욕망을 절제하는 남자가 완전히 무너져 짐승처럼 자신을 범한다면 어떨지 알고 싶었다.
유준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사영은 정말로 대책이 없는 사내였다.
사영은 그대로 유준의 뺨을 감싸 제게로 끌어당겨서는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본 채로 말했다.
“그런 거 안 하니까 빨리….”
“…….”
“제대로 해 줘, 유준아.”
유준은 말없이 사영을 내려다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사영은 그의 눈동자에서 번져 나오는 화염을 보았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간 유준은 수도 없이 사영의 이름을 부르곤 했지만 사영이 말을 놓거나 가볍게 유준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드물었다.
사영은 본래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에게 말을 편하게 놓는 성격은 아니었던 탓이다.
그런 사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유준아’라는 호칭은 유준을 무너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천천히 몸을 세운 유준이 손으로 사영의 아랫배를 가만히 문질렀다. 폭풍의 전야와도 같은 고요함이었다.
본능적으로 곧 태풍이 몰아친다는 걸 느낀 사영이 긴장감에 몸을 굳히자 유준의 양물을 물고 있던 아래 역시 조여들었다.
압박감이 보통이 아닐 텐데도 유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만한 신이 제게 바쳐진 제물을 내려다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윽고 유준의 두 손이 사영의 골반을 꽉 붙들었고 곧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한참이나 남아 있던 유준의 성기가 단번에 사영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