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06
“윽…! 아, 하윽! 아!”
거칠게 터져 나온 사영의 신음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유준이 곧바로 허리를 뺐다가 다시 한 번에 안을 들쑤셨고 빠르게 그 몸짓을 반복했다.
그건 명백한 고통이었다. 아무리 흥건하게 젖었다고는 하나 사영의 좁은 구멍은 거의 제 팔뚝만 한 크기의 좆이 빠르게 짓쳐들어오는 걸 감당할 수 없었다.
“흐읏! 아, 너무…! 흡! 으읏!”
사영은 두 손으로 이불을 구겨 쥐며 연신 통성을 터트렸다.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비유가 아니었다.
유준의 단단한 몸이 쾅, 하고 때려 올 때마다 더 깊이 들어오는 성기가 두려울 지경이었다. 사영의 내벽은 유준의 좆 모양대로 벌어져 이미 한계였고 배 안쪽을 몽둥이로 맞는 것 같았다.
그러자 오래된, 그러나 때로는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도 한 폭력의 밤들이 떠올랐다.
사영의 눈동자가 흐려졌다. 의식이 몽롱해지며 시공간을 인식하고 있던 감각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머리채를 붙들린 채로 처박히던 날이, 그러면서도 혹시나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아프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베개를 깨문 채 참았던 밤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악몽의 시간이 사영의 목구멍을 틀어막고 전신을 짓눌렀다.
순식간에 공포감이 밀려와 사영이 두 손을 바둥거렸다. 갑자기 어둠 속에 내던져진 듯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사영이 어렴풋이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저를 짓누르는 검은 그림자뿐이었다.
싫어. 다시는, 이런 건 싫어. 제발. 싫어.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지도 못하고 입술을 뻐끔거리며 사영이 소리 없이 울부짖을 때, 허공을 더듬던 사영의 손을 따스하게 붙들어 주는 온기가 있었다.
…영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사영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그 목소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영아. 윤사영. 괜찮아. 나를 봐.”
조금 더 선명한 음성이 사영을 이끌었다. 잡힌 손으로 느껴지는 체온이 익숙했다. 과거의 어느 날을 보여 주던 영사기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눈앞의 풍경이 흘러갔다.
“윤사영 씨, 나 김유준이에요.”
김유준. 그리고 마침내 그 이름이 들려온 순간 사영의 눈동자도 다시 제 색을 찾았다.
“흑… 흐윽…!”
사영은 곧장 울음을 터트렸다. 서러움과 안도감, 슬픔과 환희, 그 모든 감정이 한데 섞여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유준은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사영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계속 속삭였다.
“내가 미안해요. 미안해요, 사영 씨. 내가 심했어요.”
“흐읍… 유준 씨… 흑….”
“네. 김유준입니다. 괜찮아요, 고생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유준의 손이 들썩이는 사영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유준의 성기는 아직 사영의 안에 들어가 있었고 크기 역시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유준에게 사영보다 앞세울 수 있는 욕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준이 조심스럽게 사영의 구멍에서 제 것을 빼내려던 순간, 힘도 잘 들어가지 않는 두 다리로 유준의 허리를 감싸 그가 멀어지지 못하게 붙든 건 사영이었다.
“사영 씨…?”
“싫어요. 그만두지 말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아직은… 아직은 내가 불안해도, 그래도….”
마주 닿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유준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사영의 불안을 흐트러트렸다.
사영은 그 박동에 맞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룬 복수를, 되찾은 꿈과 숨 막힐 정도로 가득하던 애정을 떠올렸다.
“이대로 유준 씨가 나를 안아 주면 그러면… 그러면 나는 이제 벗어날 수 있어요.”
그 순간 유준은 사영이 지금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한 걸음이었다.
그가 부술 최후의 벽이고 마침내 온전히 상처를 극복할 순간이었다.
유준은 품에서 사영을 조심스럽게 떼어 낸 후 그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이제 다른 건 생각조차 나지 않게 해 줄게.”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만한 김유준의 얼굴이었다.
유준은 두려움에 오므라들었던 사영의 다리를 다시 벌리게 만들고 그의 정액과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살결을 손으로 문질렀다.
“하읏….”
조심성 없는 손길이 사영의 성기를 같이 만질 때마다 사영의 허리가 가볍게 튀어 올랐다. 과거의 기억으로 식었던 몸에 다시 열기가 돌기 시작했다.
유준은 멈췄던 추삽질을 다시 시작했다. 정작 구멍에는 애액이 조금 말라 있던 터라 처음부터 강하게 움직이진 않고 잘게 허리 짓을 하며 입구와 내벽을 자극했다.
“으응… 응….”
사영이 신음 또한 그 움직임을 따라 끙끙 앓듯이 흘러나왔다. 온화하기만 했던 유준의 페로몬이 어느새 성감을 다시 자극하기 시작했고 그에 반응하듯 분홍빛 유두가 뾰족하게 섰다.
“아래도 잘 세우고, 여기도 잘 세우고.”
“아…!”
액이 잔뜩 묻은 유준의 손이 사영의 가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애무라기보단 추행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흥분되었다. 상대가 유준이라서 그랬다.
유준이 엄지로 바짝 선 젖꼭지를 꾸욱 눌렀다가 문지르자 사영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삽입보다도 더 적응되지 않는 건 이런 거였다. 사영은 지금껏 이렇듯 길고 정성스러운 전희나 애무를 받아 본 일이 없었다. 결혼 초기에도 그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 몸에 이토록 쾌감을 잘 느끼는 곳이 많다는 걸 그 긴 결혼 생활에서도 사영은 모르고 있었다.
“으읏! 흑! 아, 아윽!”
사영이 패닉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확신이 들자 유준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좆을 사영의 안에서 밖으로 꺼냈다가 단숨에 다시 쑤셔 박는 행위에는 속도와 힘이 붙었다.
워낙에 구멍에 꽉 물린 탓에 살 기둥을 따라 딸려 나왔다가 다시 감춰지는 사영의 내벽을 보는 건 유준에게 색다른 쾌락을 선사했다.
발갛게 물든 사영의 허벅지가 세게 박을 때마다 떨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유준… 흣! 흐으… 윽! 으읏!”
“후….”
사영의 신음 또한 그 속도에 맞춰 빨라지고 거세졌다. 그러나 유준은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흥분하고 기분 좋은 게 아니라 윤사영의 이성을 완전히 날려 버리고 싶었다. 오로지 본능만이 남은 짐승처럼 제 좆을 탐하고 받아들이길 원했다.
이 첫 밤이 사영에게 그토록 강렬한 경험이었으면 했다.
유준은 빠르게 짓쳐 들던 속도를 조절해 이번에는 아주 느리게, 그러나 더없이 깊은 곳까지 제 것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이미 뿌리까지 넣어 놓고도 멈추지 않고 더 안을 파고들자 사영이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 그와 동시에 구멍에서 미끄러운 액이 다시금 울컥 흘러나왔다.
사영의 유륜을 마사지하듯 손가락으로 희롱하며 유준이 말했다.
“얼마나 더 깊이 먹고 싶으면 이렇게 질질 흘려요.”
“흐으… 유준 씨….”
“내 좆이 그렇게 좋아요?”
“그런 말 좀 하지… 아, 그만…!”
낯 뜨거운 말에 타박하려던 사영의 말은 거의 음낭까지 쑤셔 박을 기세로 허리를 미는 유준의 움직임에 막혔다.
한참 가슴을 애무하던 유준이 손을 내려 사영의 배를 어루만졌다. 홀쭉하기만 하던 배에서는 유준의 성기를 따라 양감이 느껴졌다.
“여기 안에 꽉 찼네.”
“으읏! 그만, 너무 깊… 아…!”
“아래로 이렇게 싸면서 왜 그만하라고 해요. 좋아하잖아.”
좆을 꽉 끼워 물린 채로 유준이 허리를 둥글게 돌렸다. 사영은 힉,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바들바들 떨었다.
어떻게 보아도 싫어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싸구려처럼 말하면서도 섬세하게 사영의 반응을 살피던 유준은 귀두가 닿는 안쪽 벽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여기까지 다 쑤셔 박을 거야.”
야한 목소리였다. 말만으로도 사영은 제 배 속이 들쑤셔지는 감각을 느꼈다.
“들어가선 안 되는 곳까지 다 채워 줄게, 사영아.”
그와 동시에 유준이 다시 허리를 움직여 사영의 안을 빠르게 짓치기 시작했다. 느릿한 움직임에 적응하고 있던 내벽이 갑자기 몰아친 충격으로 바싹 예민해져 온통 자극당했다.
“아응…! 흣! 으응! 아!”
사영의 교성의 결이 달라졌다. 부딪히는 엉덩이며 허벅지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런 충격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유준이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사영의 구멍에서는 액이 질질 흘렀다. 시트는 한참 전부터 엉망이 되어 있었다.
거칠게 쑤셔질 때마다 아래에서 물 튀는 소리가 났다. 사영은 그야말로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하응! 흐윽! 아! 유, 유준 씨… 흐읍!”
“윤사영… 사영아….”
유준은 흥분에 절여진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제 이름을 부르는 사영이 꽤나 고약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자신을 더 흥분시킨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짐승처럼 윤사영을 범하고 싶어 몸을 뒤집으려던 유준은 곧 움직임을 멈추고 그대로 사영의 두 손을 겹쳐 깍지를 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끝까지 얼굴을 보고 싶었다. 누가 자신을 안고 있는지, 누가 자신 때문에 이렇게 흥분하는지 사영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길 바랐다.
사영을 안을 때 김유준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얼마나 황홀해하는지 알아주었으면 했고, 천하의 김유준을 이렇게 뒤흔드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걸 더 실감하길 원했다.
그래서 종국에는.
아, 내가 이 사람을 버리면. 그러면 이 사람은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사실을 사영이 영혼 깊이 알아주었으면 했다.
“유준 씨… 흐응… 아, 배… 배가 이상… 흐읏!”
“내 좆 때문에 배가 뚫릴 것 같아요?”
“네, 네에… 아, 속이 너무 이, 아으! 으응!”
사영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떠드는지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페로몬과 아랫구멍으로 느끼는 격렬한 쾌감에 뇌까지 다 흐물흐물해진 것 같았다.
“괜찮아. 안 뚫려.”
“아니… 그, 유준 씨, 나, 아아… 흣!”
사영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유준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성기가 안을 쳐올릴 때마다 배가 볼록해지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