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07
바짝 선 사영의 성기가 유준의 단단한 배에 마찰하며 정액을 흘려 댔다.
사영은 손을 내려 제 배를 감싸고 싶었지만 두 손이 전부 결박당해 있어 그럴 수 없었다.
“씨발, 윤사영….”
유준은 내내 여유로운 듯 사영에게 적나라한 말을 쏟아 냈지만 이따금 사영은 그가 억누른 욕을 뱉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럴 때면 모든 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그에게 박혀 죽는다고 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이 순간 분명히 느끼는 감정이었다.
유준이 더 흥분하길 원했다. 욕을 하고 제게 더 강압적으로 굴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다고 해도 트라우마로 제가 패닉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비로소 들었다.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그것이 단순히 자신 때문에 느끼는 쾌감이 너무 강해서 이성을 잃은 것뿐이라는 걸 확신하니까.
사영은 이제 유준이 더 거칠게 자신을 안아도 괜찮았다.
“유준, 흡, 유준 씨… 으응! 아…! 키스, 키스해 주… 세요… 흣!”
유준이 성기가 배 속을 때려 올 때마다 눈앞이 점멸했다. 사영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쾌감 아래에서 겨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려 겨우 조금 선명해진 시야로 유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 애썼다. 키스해 달라는 말을 들은 유준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새카맣게 변했다.
사영은 바로 그 광경을 보고 싶었다.
유준은 힘이 빠져 완전히 벌어져 있던 사영의 다리를 잡고 제 어깨에 걸쳤다. 그러곤 사영의 몸을 거의 반으로 접어 버리듯 겹치며 그대로 사영의 입술을 삼켜 왔다.
“하윽… 읍! 으읍…!”
그 순간 유준의 성기가 막혀 있던 벽을 밀어 펴 내며 더는 들어올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곳까지 파고들어 안쪽을 마구잡이로 쑤시기 시작했다.
접힌 사영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기둥이 빠져나갈 때마다 사영이 싸 버린 애액이 후두둑 침대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길고 두꺼운 불덩이가 안을 다 지지는 기분이었다. 극한의 쾌감은 고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사영은 실감하고 있었다.
다만 그게 진짜 고통은 아님을 실감할 수 있는 건 이 행위가 영영 끝나지 않길 바라는 제 욕구 덕분이었다.
사영은 거의 비명에 가까운 교성을 터트렸지만 그건 전부 유준의 숨결에 먹혀 제대로 소리가 되지 못했다. 유준의 혀가 마치 좆질을 하듯 사영의 입 안을 유린했다.
질척하게 혀를 문질렀다가 사영의 혀를 제 인으로 이끌어 빨아 댔다. 그러다 다시 사영의 입을 장악하곤 여린 살결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맛봤다.
사영이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가로 흘러내렸다. 유준은 동물처럼 목을 울려 앓으며 그것까지도 전부 핥고 입 안을 정복했다.
혀와 성기에 위아래 구멍이 전부 들쑤셔지니 온몸에서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사영의 구멍을 쑤시는 유준의 움직임에서는 더 이상 절제를 느낄 수 없었다.
그 순간, 한참 사영의 혀를 물고 빨던 유준이 입을 떼고 사영의 다리를 풀어 주며 몸을 굳혔다. 그와 동시에 유준의 페로몬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향을 내며 사영을 강하게 압박했다.
“아… 아아….”
사영은 본능적으로 덜덜 떨며 억눌린 소리를 흘렸다. 교성이라고도 할 수 없는 소리였다. 천적을 만난 초식 동물이 내는 소리 같기도 했다.
유준의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근육이 팽팽하게 땅겼다. 두 사람 모두, 이것이 무엇의 전조인지 알았다. 목에 핏줄까지 선 유준이 매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사영에게 말했다.
“그만… 할까…?”
솔직히 그 순간 사영은 진심으로 유준에게 감탄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형태가 된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어떤 알파가 노팅을 앞두고, 오메가에게 좆을 처박는 순간에, 그만두길 원하면 그러겠다고 물을 수 있느냔 말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사영은 제 구멍을 조이며 고개를 저었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으나 울컥한 감정에 목이 조여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준이라면 제 대답을, 제 뜻을, 그 안에 담긴 제 감정을 전부 다 알아줄 거다. 그러리라 믿었다.
그리고 곧, 사영의 배 속에 있는 유준의 성기가 엄청난 속도로 부풀기 시작했다. 사영은 내장이 덩달아 부푸는 느낌에 입술을 깨물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몸에 경련이 일었다. 아랫배가 조이며 구멍은 찢어질 듯 부풀었으나 아무리 벌어져도 틈은 있을 수 없었다.
“흐으… 으응…! 안아, 안아 주….”
오메가로서의 본능적인 두려움이 일었다. 엉망으로 망가질 수도 있는 가장 나약한 순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었다.
떨리는 사영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유준은 몸을 굽혀 사영을 으스러져라 품에 꽉 끌어안았다.
“윤사영 씨.”
노팅 중인 알파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목소리였다. 여전히 그의 숨결은 견딜 수 없이 뜨겁고, 흥분해 있었으나 목소리만큼은 또렷했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온전히 전해 주고픈 유준의 열망 때문이었다.
유준의 팽창한 성기가 돌기를 만들어 내며 사영의 안에 꽉 맞물려 박혔다. 그와 동시에, 유준이 말했다.
“사랑합니다.”
사영은 곧바로 사랑한다고 똑같이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입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사영의 몸 안으로 뜨거운 정액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유준은 움직이지 않는데도 배 안이 전부 들쑤셔지는 기분이었다. 전신의 모든 감각이 극단적으로 예민해져서 안겨 있는 것조차도 애무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흑… 아응…! 읏, 흐응! 아!”
사영은 경련을 일으키며 허리를 틀었다. 유준이 꽉 끌어안는 바람에 배에 닿은 사영의 성기도 정액을 쏟아 냈다.
“그, 그만… 그만….”
사영은 애원했다. 더는 이 파괴적인 쾌감을 감당할 수 없었다. 발가락이 절로 곱고 배가 부풀었다. 유준의 좆에서 정액이 끝도 없이 쏟아져 사영의 안을 채우다 못해 밖으로 흘러나왔다.
위아래로 전부 액을 싸 버린 사영의 몸은 한참을 떨다가 급기야 유준의 품에서 푹 늘어졌다.
아득해지는 의식의 끝으로 유준의 목소리가 겨우 들렸다. 또렷하진 않았지만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
유준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떴다. 사영과 연인이 된 후에는 눈 뜨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으나 오늘은 유난하게 행복했다.
창밖으로 들어온 햇살에 얼굴을 찌푸린 주제에 유준은 실실대며 웃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제 품에 포옥 안겨 들어 새근새근 잠든 윤사영 때문이었다.
새벽까지 눈물을 흘렸던 탓에 사영의 눈가에는 아직도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운 흔적이었다.
자연스럽게 간밤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몸에 열이 올랐다. 살면서 두 번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한 경험이었다.
첫날밤 같은 걸 따지는 인간들은 죄다 한심하게 여겼는데 이 유치하고 우스운 표현에 이토록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될 줄은 진심으로 몰랐다.
처음이라서가 아니라 김유준과 윤사영의 처음이라서, 유준은 자꾸만 멍청이처럼 웃음을 흘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유준은 사영의 허리를 조금 더 바싹 당겨 안으며 느긋하게 얼굴을 감상했다. 유준은 오늘 스케줄이 없었고 사영은 저녁부터 촬영이 있다고 했으니 여유를 부려도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타이밍도 참 좋았다. 드라마 촬영이라 휴일도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는데 어떻게 딱 오늘 이런 여유가 생겼냐는 말이다.
만약 사영이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 촬영하러 가야 했다면 유준은 만족감을 느끼기도 전에 미안해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다.
사영의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재밌었다. 수려한 눈매와 오뚝한 코, 붓으로 세밀하게 그려 놓은 듯 아름다운 입술을 차례대로 감상했다.
유준은 제 외모에도 큰 자부심이 있었고 직업 특성상 객관적으로 잘났다 하는 이들도 많이 만나지만 윤사영의 얼굴과 분위기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팔불출이라서 떠는 주접이 아니다. 매우 객관적인 평가였다. 아무튼 그랬다.
그렇게 얼마나 사영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었을까. 그를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 유준은 손가락으로 잠든 사영의 속눈썹을 살살 간질였다.
촬영하고 와서 새벽까지 유준에게 시달렸으니 사영이 피곤할 거라는 것도 알고, 그래서 조금 더 오래 자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눈동자를 마주 보고 웃고 싶었다. 어젯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사영에게도 그 시간이 두려움이 아닌 기쁨과 쾌락이었음을 확인받고 싶었다.
윤사영을 알게 된 후 유준은 제 마음이 얼마나 옹졸하고 궁색한지 매일 실감했다.
“으응….”
사영이 눈을 찌푸리며 작게 칭얼거렸다. 고아하다는 평을 곧잘 받는 얼굴을 찌푸리며 잠투정하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결국 유준은 참지 못하고 찡그린 눈가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다음에는 코, 뺨, 그리고 아랫입술을 막 가볍게 머금었을 때 사영이 부스스 깨어났다.
“유준… 읍….”
눈을 다 뜨지도 못한 채 유준을 부르려 입을 열었던 사영의 입술 사이로 불쑥 혀가 들어왔다.
유준이야 사실 아까부터 진득하게 혀를 얽고 싶던 걸 내내 참아 왔다지만 사영에게는 불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황한 사영이 반사적으로 몸을 물리려 했으나 유준은 그 틈을 타 사영을 똑바로 밀어 눕히고 거의 몸을 타고 오르다시피 해 본격적으로 연인을 맛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