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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생-25화 (2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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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펠은 옆에서 계속 약혼 제안을 하는 공작이 귀찮았다. 물론,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공작을 떼어 낼 생각에 골치가 아파져 미간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공작은 답답한 마음에 제르펠을 따라다니며 말을 걸었다.

“전하, 정치적인 결합은 필요한 법입니다.”

“되었다 하지 않았느냐.”

“생각이 바뀌신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르펠은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며 강경하게 거절했다. 공작은 답답할 노릇이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때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가느다란 미성으로 제르펠과 공작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작의 눈에는 제르펠의 품에 쏙 안기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제르펠을 올려다보며 끊임없이 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제르펠은 목소리에 반응하여 품에 안겨 오는 존재를 반겼고, 그 자세는 익숙해 보였다. 심기 불편했던 얼굴은 어디 갔는지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공작은 그 변화를 옆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호기심이 생긴 공작은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은발이었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한창 소문이 돌고 있는 신의 사자님이었다.

‘설마…… 약혼을 거절하신 이유가…….’

제르펠은 슈이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상냥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전하의 모습은 처음이었던 공작의 눈이 커졌다.

공작은 처음 만났던 제르펠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작은 하나 남은 딸과 함께 영지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그래도 세간의 소문은 듣고 있었다.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제르펠이 돌아왔다는 말이 퍼져 나갔다. 하지만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제르펠이 그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는 제르펠에 대해 알고 있었다. 황태자이기도 했고, 한때 그의 황태자 자리를 지켜 주기도 했다. 제르펠은 정치에 이용당한 아이였다. 황후의 자식이 태어나자마자 입지가 불안정해졌으며 황제는 막 태어난 아기를 황태자로 올리려고 했다. 날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아기였다. 국가의 중대사를 사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그 당시 전하께서는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 중이었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전쟁터로 보내게 되었다. 어른도 피한다는 전쟁에 참여를 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곳이 황궁이었다. 장성하게 성장한 후 돌아왔고 각종 일을 척척 처리한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의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황궁에 좋은 마음이 없었고 정치 싸움은 지긋지긋했다. 그렇기에 찾아온 제르펠이 못마땅하여 여러 차례 방문을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 한번 전하의 말을 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며칠 동안이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딸이 말했다. 딸의 설득에 겨우 그와 자리를 마련했다. 베르트 공작은 제르펠이 할 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는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공작 오랜만이군.”

“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전하께서 뭐라고 말씀하실지 예상하고 있지만 저는…….”

공작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제르펠은 말없이 서류를 건넸다. 그 행동에 베르트 공작도 서류에 시선이 갔다.

“이게 무엇인지요?”

“보아라. 이야기는 그다음부터다.”

그의 태도에 베르트 공작은 미간을 좁혔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서류를 받았다. 서류를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그 자료는 제르펠이 모은 귀족들의 횡령 증거였다. 동시에 마지막 장. 그 장에는 죽은 공작 부인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사실 그가 정치에서 한걸음 물러선 이유로 공작 부인의 죽음 건이 컸다. 베르트 공작은 처음에는 죽은 고인을 이용하는 줄 알고 분노로 서류를 꾸겼다. 그 분노를 헤아린 제르펠이 설명을 해 주었다.

“사람에게는 각자 체질이 있지. 그런데 황후는 항상 공작 부인과 만날 때마다 특별한 차를 준비했다고 하더군.”

눈에 띄게 공작의 눈이 흔들렸다. 그도 내심 생각하던 일이었다. 소문대로 그가 정치판에서 빠져나온 가장 큰 요인은 공작 부인의 죽음이었다. 부인의 죽음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황후는 몸이 약했고 대외적인 일은 거의 하지 못했다. 사교회 모임에 가끔 나올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사교계의 여왕은 황후보다는 공작 부인이었다. 공작 부인은 높은 지위에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고 청렴결백하여 백성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았다. 황후는 공작 부인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한때는 황후 후보자로 그녀와 경쟁까지 했으니 라이벌 의식도 있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공작의 청혼으로 결혼을 했기에 지금의 황후가 국모의 자리에 올랐다.

부인의 말로는 황후는 자애롭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부인은 황후를 황궁에서 가장 무서운 분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황후는 몸 상태를 핑계로 황후궁에서 아내와 자주 티타임을 가졌다. 아내는 티타임 뒤 이상하게 머리가 어지럽고 복통이 온다고 말하곤 했다. 가지 말라고 말려도 어찌 그러냐고 꿋꿋이 참석했다. 사소한 증상이라 무시했지만 점점 상태는 안 좋아지고 결국 시름시름 앓았다. 상태가 악화하자 독을 의심하여 신관과 의원을 불렀다. 하지만 의원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독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관도 몸에 머무는 독을 조사했지만 없었다.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조사를 위해 황제에게 이 일에 대해 말했지만 씨알조차 먹히지 않았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설마…….”

“그렇다고 해 두지. 딱히 독은 아니다. 하지만 그 차의 성분이 체질에 맞지 않았고, 부인에게는 독과 비슷한 사태를 초래한 것이지. 그리고 점점 몸이 약해졌겠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달여서 먹는 차이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군.”

공작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욕했지만 지난 일이었다. 지금 와서 밝혀져도 몇 년 사이에 이미 증거는 소멸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공작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이미 지난 일입니다. 아내는 제 가슴속에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카밀라 공녀는 어떻지?”

“무슨…….”

“물러난 건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지 않나? 공녀를 후계자로 세우려고 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하지? 자네도 황후의 성격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만? 그녀는 자신이 가장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동시에 찬양 또한 받고 싶어 해. 그런데 최초로 여성이 지위를 잇고, 그것이 공작이라면? 속이 말이 아니겠지.”

“…….”

제르펠의 말은 사실이었다. 카밀라는 어려서부터 영지와 백성을 아끼는 아이여서 훌륭한 지도자감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런 딸을 귀엽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끊임없이 노력하자 후계자로 생각하게 되었다. 데릴사위도 생각했지만 카밀라 본인이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을 굳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여성이 공작이 되다니. 그런 법도는 없다며 깔끔하게 무시를 당했다. 심지어 귀족조차 등을 돌리니 방법이 없었다.

“내 하나 제안을 하지. 공녀의 일이니 그녀도 이 자리에 불러도 좋다.”

공작은 제르펠과 눈싸움을 하다가 옆에 있던 집사에게 카밀라를 불러오도록 명했다. 카밀라는 제르펠에게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전하. 처음 뵙겠습니다. 카밀라 베르트라 합니다.”

“앉아라. 공녀의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잠시 당황하던 카밀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앉았다. 제르펠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카밀라 공녀. 공작이 되고 싶은가?”

“네?”

갑작스러운 제안에 그녀는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카밀라는 옆에 묵묵히 차를 마시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굳게 다짐한 눈으로 또렷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한때 아버지가 저를 위해 노력한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되지 않았던 사실도요.”

“……카밀라…….”

“제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이 후계자가 되는 일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데릴사위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제 영지입니다. 설령 남편이라 해도 제 영지의 영지민들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제가 공작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나를 황제로 만들어 준다면 법을 바꿔 주지. 여성도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밀라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찻잔을 든 그녀의 손이 떨렸다. 술렁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는 제르펠에게 물었다.

“가능한가요?”

“능력을 입증하는 데는 성별도 신분도 중요치 않다. 나는 유능한 자를 좋아한다. 너의 능력을 보여 준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지.”

“너만 원한다면 전하의 말에 따를 생각이란다.”

카밀라는 주위를 살피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든 그녀의 눈동자에는 결심이 깃들어 있었다. 제르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제 능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공작도 불만은 없는 거로 하지.”

“좋습니다.”

그날 뒤로 많은 이야기를 했고, 넌지시 약혼 이야기도 꺼냈다. 오로지 귀족들의 입지를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전하께서는 정통후계자지만 황실의 지지도 외가의 확실한 지지도 없었다. 특히 황비는 남작가로 신분이 높지도 않았다. 반대로 에이든은 몸이 약하지만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제르펠은 귀족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았고 백성들의 민심도 충분했다. 그들은 갈팡질팡하며 서로의 기 싸움을 견제 중이었다.

귀족들에게 신분은 곧 권력이었다. 공작가인 카밀라와 약혼을 한다면 흔들리고 있던 귀족들을 편으로 넘어오게 할 수도 있었고, 적어도 황제 쪽에 붙지 않게 견제가 가능했다. 가문끼리의 결합을 보여 주기용으로 딱 맞았다. 그때의 전하께서는 큰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목표가 확고했기에 긍정의 답변을 들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자님과 다정한 전하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갔다.

카밀라를 황후로 만들 생각은 없었고, 전하께서도 원하지 않으시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 * *

“잘 놀고 있었느냐.”

“그럼, 그럼. 이제 다 놀아서 주인 만나러 왔지.”

난 제르펠에게 정원에서 시종들에게 과자를 받은 일, 호수에 놀러 간 일을 이야기했다. 아직도 유모의 물에 빠진 꼴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 찰나였다. 그의 시선이 나와 엇갈렸다. 그는 아이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그 목소리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에이든?”

“아, 맞다. 오늘 만났어.”

아차. 에이든을 깜빡했었다. 제르펠의 한쪽 눈이 쭉 치켜세워졌다. 뒤에 서 있던 카사를 한번 보았다. 카사는 여전히 품 안에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는 주머니들을 들고 있었다. 에이든은 아직도 나의 옷깃을 꽉 부여잡고 있었다. 에이든은 고개를 올릴 생각도 없는지 땅바닥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에이든의 등을 밀면서 제르펠의 앞으로 데려갔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 제르펠의 손을 떼 에이든 머리 위로 올려 주었다.

“옳지. 쓰담, 쓰담.”

난 그의 손을 움직여 에이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제르펠은 나의 돌발 행동에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이내 내 행동에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톡톡 에이든의 머리를 두드려 주었다.

“잘 지냈느냐. 슈이렌과 놀아 주어서 고맙구나.”

비록 나에게 하는 것처럼 상냥한 손길은 아니지만 에이든은 기쁜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었다. 흐뭇해진 난 제르펠에게 선물을 주고자 했다. 사실 아까 받은 것 중에 가장 좋아 보이는 건 따로 챙겼단 말씀. 달달한 걸 먹어 줘야 일도 잘되고 그런다고.

“자, 선물.”

부스럭 소리와 함께 주머니에서 꺼낸 초콜릿을 그에게 주었다. 참고로 여기서는 초콜릿이 고급식품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받은 공물 중에 유일하게 딱 하나 있었다. 난 그의 손에 초콜릿을 쥐여 주며 말했다.

“이거 먹고 열심히 해.”

제르펠은 자신의 손에 굴러다니는 초콜릿을 한참을 보다가 주머니에 챙겼다. 다정한 눈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손을 밑으로 내려 목을 살살 긁어 주었다.

“고맙구나.”

“별말씀을.”

역시 주인 표 손길이 짱이야. 사람이 되어서도 뱀이었을 때의 감각이 남아 있는지 목을 긁어 주면 기분이 좋아졌다. 표정이 흐물흐물 풀어져 지는 게 느껴졌다. 문득,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에이든이 눈을 껌뻑껌뻑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에이든은 나와 제르펠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애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이야!

얼른 주인의 손을 치우고 표정을 관리했다. 제르펠의 손이 공중에 떠 있다가 손을 거두었다. 제르펠 옆에 있던 이안이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보지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중년 남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허허 웃고 있었다.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의 사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체스카 베르트라고 합니다. 저하도 건강해 보여 다행입니다.”

“체스카 베르트?”

그게 누구야? 알지 못하는 이름에 고개가 기울어졌다. 하지만 어디서 들은 적 있는 이름이었다. 의문을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의 신분을 정확하게 말했다.

“부족한 몸이지만 공작 위를 달고 있습니다.”

공작? 그럼 황족 다음 아니야? 생각 외로 높은 지위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주인 어머님이 이야기했던…… 주인을 도와줬다는 사람이잖아. 그럼 우리 편이네. 제르펠은 귀찮은 이를 쫓아내듯이 베르트 공작에게 말했다.

“공작 이만 물러나도록. 제안은 없었던 거로 하고.”

“전하의 모습만 봐도 알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카밀라에게 전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사자님 연회에서 뵙겠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상황은 잘 모르지만, 볼일은 끝난 것 같다.

“슈이렌. 무슨 일로 에이든이랑 같이 있었지?”

“응? 아, 호수에 갔다고 했잖아. 거기서 만났어. 그리고…….”

나는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유모 이야기와 물을 다루었다는 것, 에이든이 주인을 보고 싶어 했다는 것, 전부. 에이든이 그만하라고 내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무시하고 꿋꿋이 이야기했다. 에이든은 자신이 했던 말이 그대로 제르펠에게 전해지자 부끄러웠는지 홍당무가 따로 없었다.

“검 실력이 대단하다면서? 나도 보고 싶다.”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보여 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그의 얼굴은 미묘해졌다. 마치 껄끄럽다는 듯이?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에 고개가 갸웃거렸다.

“이제 늦었으니 들어가자.”

“어, 벌써? 일 다 끝난 거야?”

“그래. 에이든 너도 궁에 들어가도록. 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너라.”

제르펠은 난처하게 웃더니 말을 돌렸다. 그러고는 내 어깨를 잡더니 방 쪽으로 걸어갔다. 에이든과 어정쩡하게 헤어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에이든을 챙겼다. 이안에게 에이든의 배웅을 하라고 명령했다. 뒤를 돌아보니 에이든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심 좀 더 이야기했으면 좋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방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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