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콜라주 (41)화
(41/76)
브리콜라주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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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자 다른 사진도 두어 장 보였다. 구도만 보면 파파라치가 찍은 듯하지만 사실은 대슈망 소속 사진사가 심혈을 기울여 찍은 나와 재차의의 투 샷이었다. 센터 정문에다가 릴리를 한 대 세워 놓곤 ‘이쪽 보세요’, ‘저쪽 보세요’ 주문이 많은 촬영회였다. 사진사는 수천 장이라도 찍어 낼 기세였지만, 재차의가 하품하며 자리를 이탈한 덕분에 촬영이 빨리 끝났다.
재차의는 왜 하필 재차의일까. 그와 나란히 선 내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재차의 없이 나만 찍힌 독사진이었더라면 좋았을 거였다. 무표정한 얼굴도 창백한 기운도 비교 대상이 없으면 덜 두드러지게 마련이니까. 그런데 하필 재차의였다, 앞으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나를 옆구리에 달고 다닐, 나와의 비교 대상이.
‘얼어 죽은 귀신 같네.’
어울리지도 않는 흰 셔츠며 바지 차림의 나는 얼핏, 재차의의 단독 화보에 들러붙은 심령 현상처럼 보였다.
날 향한 대중의 평가를 미리 알고 각오하고 싶기도,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싶기도 해 스크롤을 움직이는 손이 아주 굼떴다. 한숨 세 번 만에 추천 수가 500개 가까이 되는 베스트 댓글이 툭 튀어나왔다.
송모래? 저 가이드는 재차의 옆에 ** 무뚝뚝하게 저러고서있으면 지가 뭐 ** 대단한 미남이라도 돼보이는줄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