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9/24)

8

“산중 토굴이라 요사채(절에 있는 승려들이 거처하는 집)도 작고 볼품없이 짝이 없네만, 일단 앉으시게!”

어이쿠, 하며 허리를 굽힌 노스님이 방석을 꺼내 슥 밀었다.

“공부하다 하도 다리가 아파 잠시 포행(천천히 걸으면서 참선하는 것)삼아 거닐던 중인데, 생각지도 않게 젊은 처사님들을 다 만나고. 허허허!”

노스님은 부산하게 작은 나무 서랍에서 다기들을 꺼냈다. 거칠게 흙으로 빚은 작은 잔은 촛불에 반사되어 반들반들하게 윤이 났다.

“다각실도 따로 없네만 산승 토굴이 너무 크고 번듯해도 그게 다 흉이지. 마음먹기 따라 온 산이 다 내 도량이고 그렇다네.”

싱글싱글 웃으며 찻잎을 꺼내던 노스님의 눈썹이 슥, 팔자를 그렸다.

“앉으라니까 왜 멀뚱히 서서 그러시나? 혹 좌복이 너무 낡아 그러나?”

“아, 아니요.”

머뭇거리며 서 있던 영준은 낡은 방석을 끌어다 앉았다. 도연은 이미 염치 불구하고 앉기보다는 반쯤 눕다시피 하고 있었다.

“보다시피 공양주도 도반도 없이 혼자 공부하는 중이라 예법이고 뭐고 없이 편히 지내거든. 중놈부터 이러는데 처사님들도 앉든 눕든 편하게들 하시게. 꼴을 보아하니 당장이라도 눕고 싶지?”

으허허허 하고 뒤로 넘어가게 웃으며 무릎을 내리친다.

눈이 마주치자 도연이 눈을 깜박깜박하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아마 자신도 같은 표정이리라.

느닷없이 나타나 지팡이 하나로 산귀신들을 모두 몰아내더니, 손님 접대를 하겠다며 자신의 암자로 둘을 데려온 노스님. 무슨 무협지에서나 볼 것처럼 머리가 구불구불하게 얽힌 지팡이를 다리 옆에 떡 하니 내려놓은 폼이 기인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사람이 반갑다며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까만 비닐봉지에서 분명히 몇 달은 묵었을 법한 과자를 뜯어내는 폼은 딱 속정 깊은 시골 노인네 같았다.

바로 방금까지 공포와 긴장의 터널을 지나온 탓인지, 그리 밝지는 않아도 생활감이 느껴지는 방에 앉아 있는 것이 꿈만 같았다. 부스럭거리며 과자를 집어 먹는 노스님이 먹어 보라는 듯 권했다. 그러나 아직도 충격으로 온몸이 얼얼해 입맛은커녕 물도 마시기 힘들었다.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것은 둘 다 마찬가지였다. 권유를 못 이기고 우려낸 차를 입에 대는 척만 하는 영준 옆에서 도연은 불안한 듯 얇은 미닫이문을 자꾸만 흘끔거렸다.

“걱정 마시게, 그놈들은 여기 못 들어와. 부처님이 저렇게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제깟 놈들이 어딜 감히 부처님 도량에 함부로 들어와?”

호언장담하며 장지문으로 분리된 법당을 가리킨다. 작지만 정갈하게 꾸며진 법당에는 누런 불상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깊은 안도감이 몰려왔다. 급할 때 찾는 게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이라더니 어딘지 믿음직했다. 그러나 도연은 그 정도로는 신뢰가 가지 않는 듯 미심쩍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처사님들은 어쩌다가 이 산중에서 야차한테 쫒기고 있으셨나? 난 하도 시끄럽기에 또 내 번뇌가 만들어낸 마구니인 줄 알고 이놈의 중놈이 공부가 아직도 한참 모자라구나- 했는데.”

“어쩌다 보니……그런데 마구니요?”

“잡생각!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수행이 모자라서 시시때때로 마구니에 사로잡히거든. 왜, 마귀라는 줄 알고 놀랐나?”

몸을 들썩이며 웃고는 차를 마신다. 영준은 머쓱해져 도연을 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알아들었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낚시꾼들을 만났을 때처럼 도연은 또 어느새 뚱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영준의 뒤에 몸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곳에서 누굴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머리를 숙이자 노스님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것도 다 인연인데 뭘. 은사 스님 돌아가시고 혼자 여기서 십 년을 넘게 지내느라 중은 커녕 속세 사람 하나 못 본 지가 언제인지, 반갑기만 하네. 오늘은 여기서 푹 쉬고, 해가 뜨면 내려가게나. 이미 알겠지만 밤에 산길을 헤매면 위험해요. 특히 이렇게 더운 여름밤에는 이놈도 저놈도 하나같이 성질머리가 고약해져서는…….”

쯔쯔쯔,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다.

“천상에서 지옥까지 육도 윤회하는 중생이 인도환생 (人道還生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갔다가 이승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남)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일세. 내가 구름처럼 이 절 저 절 떠다니며 운수행각 하던 시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마음이 그렇게 편하더니, 은사 스님 따라 이 암자에 처박혀 젊은 시절 다- 보내고 나니 갑자기 저놈들이 보이는 걸 보면 나도 해탈하기는 글렀어. 이게 무슨 조화인지 저녁공양 잘하고 잤는데 하루아침 만에 갑자기 영가에 뭐에 어이구…….”

“스님, 스님은 퇴마 같은 것도 하시는가 보죠?”

“에이 그런 말 마시게. 이매망량 (魑魅魍魎 온갖 도깨비. 산천, 목석의 정령에서 생겨난다고 한다)이야 그저 두드려 패면 된다지만, 어디 사람 넋이 그런가. 영가들은 나 같은 중놈 말은 들은 척도 안 해. 실은 이 산에서 돌아다니는 분들도 몇 번이나 성불시켜 보려 했는데 내 말은 통 안 먹혀. 그쪽에선 내가 아예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야.

새벽마다 도량석 (사찰에서 새벽에 치르는 의식의 하나)을 돌면서 할 수 있는 한 큰 소리로 염불을 외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라네. 왜, 귀신 떼는 일이라도 하게?”

“실은…….”

영준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간략해서 설명했다. 동생에게 있었던 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가 그만 해가 져 헤매게 된 사연. 도연에 대해서는 자기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할 듯해 그냥 친척이라고만 둘러댔다.

처음에 노스님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듣는 듯하더니 이내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한참 동안 영준과 도연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허어 나이도 아직 젊은 처사님들이……. 아귀며 중음신을 구분하고 이매망량의 길까지 들어섰다 이거군! 귀점오처(鬼黏五處)라는 말을 혹시 아나? 귀신이 두 손, 두 발, 머리에 달라붙어 수행하는 자의 정진을 방해하는 걸 말하는데 옛날 붓다가 상인으로 태어났을 때 나찰귀가 다섯 곳에 달라붙어서는 정진을 방해하고 유혹에 빠트리려 했거든. 하지만 그래도 정진한다 하니 도리어 나찰귀가 감복되어 감탄하며 더욱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네.”

가만히 듣고 있던 도연이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노스님은 싱긋 웃고는 자신의 입을 찰싹 쳤다.

“주책없이 재미없는 이야기를 늘어놨군.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놓으니 말이 이렇게 많아져. 이해하시게. 나는 이제 도량석 기도를 좀 올릴 테니 편히 쉬어. 잘 곳이 요사채 뿐인데 나는 밤잠이 없어서 잘 눕지도 않아. 이불은 저기 벽장 안에 있으니 편한 데로 꺼내 덮고.”

주섬주섬 일어난 노스님은 옷차림을 정돈하고는 염주와 목탁을 들고 문밖으로 나섰다.

“어-허 날씨 좋다.”

문이 닫히고 조금 있자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작고 약하게 두드리던 목탁은 천천히 높아졌다가 다시 약해지며 염불 소리와 함께 은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종교나 신앙에는 별 호감을 가지지 못한 도연도 이번에는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듯했다.

“……다리 좀 보자.”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영준이었다. 다가가 바지를 걷으니 발목은 역시 심하게 부어 있었다.

“잠깐만 아파도 조금만 참아봐.”

“……보면 알아?”

“운동했었거든, 야구는 다치는 게 일이야.”

가만히 있어 봐, 하고 말한 영준은 조심스럽게 발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부은 곳을 눌러보았다.

악 소리가 나올 만큼 아팠지만 도연은 입술을 깨물고 참았다. 영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자기가 아프기라도 한 양 잔뜩 찡그린 이마와 눈썹이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밀어낼까, 하는 변덕이 잠시 들었지만 잠자코 있기로 했다.

‘나 때문에 이런 곳에 들어와 버렸잖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영준이 한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미안한 거겠지. 솔직히 화가 나긴 했었지만 그거 돌아왔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 잊고 있었다. 설마하니 차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자신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볼 것도 없다. 답은 뻔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겠지. 그리고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저 누군가 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뿐이다.

“넘어질 때 무슨 파열음 같은 거 듣지는 않았어?”

고개를 저어 보이자 영준은 그럼 다행인데, 하고 말했다.

“다행히 부러진 것 같지는 않은데, 심하게 삔 것 같아. 탈구가 됐는지는 벌써 심하게 부은 데다 근육이 너무 경직돼서 확인하기 어렵고…… 산을 내려가면 일단 병원부터 가보자.”

“그냥 삔 거라고?”

“응. 이 정도면 2도 염좌일 수도 있어…….”

부러진 게 아니라는 말에 도연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도저히 일어날 수도 움직일 수도 없기에 틀림없이 부러진 줄만 알았는데, 그저 삔 정도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움직이지도 못했다니.

“냉찜질을 해야 하는데, 여기 얼음이 있는지 모르겠네. 기다려봐, 좀 찾아보고 올게.”

“…….”

일어난 영준이 마당으로 나갔다. 시간이 조금 흘러도 불경과 목탁 소리가 멈추지 않는 것을 보아 혼자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미닫이문 너머로 들어온 영준은 웃옷을 벗은 채였다. 드러난 상체는 운동을 했다더니 꽤 다듬어진 몸이었다. 눈이 동그래진 도연에게 머쓱하게 웃어 보인다.

“타월이나 붕대가 있어야 하는데, 망설이다가 물어보니 그냥 고개만 내저으시잖아. 더 방해하기도 그렇고 일단 급한 데로 이렇게 하자. 이렇게 두면 붓기가 더 심해질 거야.”

물에 적셔온 셔츠를 길게 접어 발목에 묶기 시작한다. 아파도 조금만 참아봐, 라고 한 것이 빈말이 아닌 듯 압박을 위해 꽉꽉 묶어왔다. 셔츠는 생각보다 몹시 차가워서 열이 나기 시작한 발이 조금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누워서 방석 위에 다리 올리고 있어.”

“눕고 싶지 않아.”

“심장 보다 높이 둬야 더 붓지 않아.”

“됐어.”

이런 낯선 곳에서 무방비하게 드러눕고 싶지 않다. 노승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알게 무엇인가. 지금껏 교회고 절이고 다녀봤지만 귓것이 없는 장소는 없었다.

“내가 깨어 있을게.”

“…….”

“조금이라도 눈 붙여둬.”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영준이 젖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어차피 잠도 안 와.”

눈 밑이 퀭하다.

“너나 누워.”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아무 대답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준은 이마에 손을 댄 채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옷을 벗은 것은 그인데 이상하게 자신이 한기가 든다. 도연은 슬그머니 팔로 몸을 감쌌다.

아침에도 업혀서 내려가야 하나? 목발 같은 것이 있다면 혼자서 걸을 수 있을 텐데. 이 작은 절에 그런 것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업힌 것은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도 부모님이 살아 계셨을 때겠지. 부모님, 무심코 떠오른 생각에 도연은 히스테릭하게 손을 비틀었다.

“무슨 말 좀 해봐.”

“무슨 말?”

“아무거나, 뭐든지 상관없으니까.”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요청에 영준은 화제를 찾기 어려운 눈치였다.

“야구 했다며? 왜 그만둔 거야?”

“아.”

감탄사도 대답도 아닌 애매한 음절. 별로 반갑지 않은 화제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배려해주기에는 머릿속이 너무 혼탁하다. 뭐든지 좋으니 다른 생각으로 장벽을 치고 싶다. 다시 재촉하자 영준은 멋쩍은 얼굴을 했다.

“다쳤거든.”

“어딜?”

“십자인대파열. 슬라이딩하다가 다른 선수하고 좀 심하게 부딪혔어.”

“인대?”

“응.”

“어디 인대?”

“무릎.”

도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지금은 괜찮아. 수술하고 재활치료만 하면 되는 거니까.”

“……치료만 하면 되는 걸 왜 그만둔 건데?”

“시기가 안 좋았어. 꾸준히 재활치료도 해야 하고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고 돈도 없었고.”

영준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여서……. 그땐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내 몸 같은 걸 신경 쓸 수가 없었어. 이젠 둘이서 살아가야 하니 동생도 챙겨야 했고. 그러다 보니 후유증이 생겨서 생활에는 무리가 없지만 선수 생활은 힘들게 됐지.”

“……지금은?”

“응?”

“지금은 아프지 않냐고.”

“괜찮아.”

영준은 싱긋 웃었다.

“생활에는 무리가 없다니까.”

모르는 척 말을 돌린다.

“그게 아니라……. 지금 말이야.”

침묵 속에서 눈이 마주친다.

“……이 정도로 뭘. 등록금 때문에 노가다하던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동네 신축빌라, 아파트는 다 내가 지었다고 봐도 될걸.”

“…….”

“당시에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계속 생기나 그랬었는데……. 지나고 보니 다 그저 그래. 의외로 흔하더라고 이런 이야기.”

아무렇지 않은 척 속마음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안다. 일부러 가볍게 말하는 것은 남보다 오히려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임을.

“그래도 운동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야. 선수생활을 못 하는 것뿐이지 운동을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

“넌?”

“나?”

“그래, 넌 어때?”

“내가 뭘?”

도연은 마치 지금까지 있던 전혀 대화는 없었던 일이라는 듯,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냐는 얼굴을 했다. 그래, 꼭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

“…….아니다. 됐어.”

영준은 손을 들어 보이고는 대화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한참을 침묵하다 머뭇머뭇 말했다.

“한번은 말을 해두고 싶어서 그러는데.”

“뭐가?”

“그냥, 미안하다고. 여러 가지로 나 때문에 휘말려 버린 거…….”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도연은 얼른 잘라냈다.

“됐어.”

“말은 하고 싶어서.”

“…….”

도연은 불편하게 들썩거렸다.

나라면 돌아오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사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귀도에 들어가게 된 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도, 산귀신들이 노리는 것은 처음부터 자신이었단 것도, 정말은 버리고 가지 말았으면 했다는 것, 등에 업힌 내내 그가 언제 자신을 내던질지 몰라 일부러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는 것도. 결코 입 밖에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복숭아 가지 아직도 가지고 있어?”

“어? 응.”

여기, 하고 바지 뒤춤에서 꺼내 건넨 것은 낭창하니 길게 다듬어진 나뭇가지이다. 아직 십 대일 때 어디선가 주워듣고 귀신을 쫓아준다는 복숭아 가지로 무기를 만들었다. 시험 삼아 써보니 의외로 효과가 좋았지만 그때 이후로 다시는 쓰지 않았다.

도연은 그것을 양손으로 잡고는 힘을 줘 뚝 하고 부러뜨렸다.

“뭐하는 거야?”

깜짝 놀란 영준이 외쳤다.

“그거라면……!”

“네 동생한테 사용하려고?”

“그래! 그거라면 쓸 수 있을 텐데 왜!”

“혼령을 때리면.”

도연은 두 동강 난 가지를 다시 뚝뚝 잘라 네 조각으로 분리했다.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해.”

“그 정도야……!”

“수명이 줄어들어.”

도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만난 어느 친절한 귀신이 알려줬어. 이걸 휘두른 만큼 수명도 줄어든다고.”

엉망으로 얻어맞은 놈은 이를 으득으득 갈면서 저주의 말처럼 외쳤다. 그 정도로 궁지에 몰리면 무슨 거짓말이든 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내심 이 정도 효과라면 그게 무엇이든 값을 치러야 할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게 목숨일거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지만.

영준은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아직 미련이 남은 눈치였다.

“……한 번이라면 얼마쯤 줄어든다고 해도.”

“하루가 될지 일 년이 될지 십 년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동안은 가지고 있었잖아?”

“……잊고 있었을 뿐이야.”

이미 끝났어, 하고 도연은 부러진 잔해를 방구석에 밀어버렸다.

“삼십 년 이상 된 벼락 맞은 복숭아나무 가지 중에서도 동쪽으로 난 걸로 정성을 들여야 겨우 하나 나오는 거야. 길이도 그렇고 다 정해진 대로 쉽게 만들 수도 없는 거니,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긴 한숨, 짧게 잘린 나무 조각들을 만지작거리던 영준은 결국 포기한 그것들을 내려놓는다.

먼저 자기 수명이 얼마나 닳았는지 생각부터 할 것이지. 바보, 하고 도연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나 참을 수가 없었다. 도연은 단경호를 데리고 동네에 있던 오래된 지하도로 갔다.

비밀을 알려준다는 말에 그는 쉽게 넘어왔다. 머리가 좋은 만큼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것이 그의 약점이었다.

“여기 뭐가 있는데?”

지하도는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다. 얼마 길지는 않았지만 건널목이 없는 넓은 도로 아래 지어진 그곳은 오래된 만큼 낡고 조명도 군데군데 고장 나 어두컴컴하고, 한쪽에는 달리는 차들을 볼 수 있게끔 유리로 되어 있어 회색의 터널이 그대로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장소였다.

“여길 지나가면 알게 돼.”

도연은 기분 나쁘다며 질색하는 그에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을 잡게 했다. 그리고 도망가지 못하게 꽉 쥔 채로 그곳을 함께 걸었다.

그것은 도연에게도 무서운 일이었지만 단경호에는 말 대로 ‘지옥 같은’ 경험이었으리라. 그는 도연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도연은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다. 그 와중에 도연의 이가 하나 부러지고, 눈가가 깊게 찢어졌다. 단경호는 주먹이 깨지고 도망치는 중간에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열두 바늘 이상을 꿰매야 했다고 했다.

그 일은 학교와 양 집안에 알려져 큰 사건이 되었다. 전교생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근댔다. 그들은 평소 기분 나쁘지만 얌전했던 왕따가 술수를 써 단경호를 불러내 기습을 했다고 했다. 아주 틀린 소문은 아니었다.

단경호는 그 후 입원해 한 달 이상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단순히 겁만 주려 했는데, 그에게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도연은 더 이상 친척 집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사고로부터 며칠이 지난 새벽, 친척들이 자신을 정신병원에 보내기로 했음을 안 도연은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학교도 더 이상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망설임은 없었다. 가벼운 짐만 챙긴 채 새벽 같이 집을 나섰을 때,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단경호와 마주쳤다. 그는 끔찍할 정도로 초췌한 몰골이었다. 더구나 병원에서 그대로 나왔는지 환자복 차림이었다. 맨발로 서 있는 그의 얼굴은 원래의 그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변해 있었다. 도연을 발견하자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댔다.

“네가 보낸 거지? 네가 한 거잖아? 그만하라고 해!”

깜짝 놀라 말리려 했지만 듣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누군가 듣고 깰 것이 두려워 달리는 도연의 뒤에서 그는 울부짖듯이 계속 외쳤다.

“그만하라고 하란 말이야! 내가 잘못했으니까 못 하게 해!”

단경호가 죽은 것은 그 한 달 뒤였다. 공원에서 잠을 자다 경찰에 잡혀온 뒤, 불려온 친척에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다.

그는 죽기 직전 밤마다 무서운 것이 나타나 자신의 이마에 붙어 상처에서 피를 빨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혼한 아버지의 모습이 되었다가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되기도 했다. 가끔은 도연의 얼굴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의사는 일종의 노이로제인 것 같다며 안정제를 처방했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 뒤 혼자 있기 싫어하고, 어둠에 대해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던 그는 결국 사방에 귀신이 보인다는 말을 하다가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피를 빨았다는 말에 도연은 알 수 있었다. 놈이었다. 자신을 따라다니던 그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멀리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왜 하필 단경호였을까? 왜 자신이 아니라 그였을까?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도망치는 것뿐이다.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어딘가로 떨어진다. 끝이 없는 공간이 입을 벌리고 자신을 삼키려 기다리고 있다. 알 수 있다. 저곳은 무한히 계속되는 지옥이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오직 나만을 노리고 있는. 추락의 공포로 몸이 경련하듯 소스라친다.

“괜찮아…….그냥 꿈이야.”

“무, 뭐?”

귀에 익은 음성이 꿈을 자르듯 끊어냈다. 얼떨결에 자기도 모르게 대답하자 찬 물에 건져진 것처럼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온다.

누군가 이마를 만지고 있었다. 눈을 뜨자 어둑어둑한 방 안에 앉아있는 남자가 보인다. 눈썹이 짙고 단정한 얼굴이었다. 드러난 상체는 어둠 속에서 희미한 음영을 그리고 있었다.

“악몽을 꾸는 것 같아서 깨웠어.”

바로 머리 위에 그의 얼굴이 있다. 도연은 눈만 깜박이다 자신이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깜짝 놀라 일어나려 하자 살짝 어깨를 누른다.

“다시 자.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어.”

“내가 언제…….”

어느새 잠든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손발을 움직여 보았다. 다리 쪽이 묵직하다. 조금 높게 올려진 종아리 밑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느껴진다. 방석 같았다.

“……그 스님은?”

“예불 중이야.”

장지문 너머로 희미한 빛이 아른거린다. 조그맣게 들리는 소리는 신묘장구대다라니 같았다.

강물이 흘러서 바다에 이르듯

기운 달이 차서 둥근 달이 되듯

이와 같은 사경의 공덕으로

저 허공계의 모든 영가들이

원한과 고통 불안에서 벗어나

해탈과 열반을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나이답지 않게 낭랑한 음성이다.

“새벽마다 한숨도 자지 않고 기도를 하신대. 그게 스님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며.”

“기도로 되는 일이라면 세상에 저렇게 많은 혼령이 남아 있을 리 없어.”

“그래…….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시니컬한 대답에 영준은 우울하게 긍정했다.

“자. 해가 뜨면 깨워줄게.”

그리고 다시 뭔가 생각하는 듯 시선을 문 쪽으로 향한다. 어둑한 방 안에 고요가 가득 찬다.

도연은 잠시 눈을 굴리며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안절부절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부터 이마에 올라와 있던 영준의 손은 이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작 본인은 무의식적인 행동인지 쓰다듬는 손길은 느긋하기만 하다.

다리를 베고 누운 것도 그렇고, 누군가와 이렇게 가깝게 닿아 본 적이 없던 도연은 말 못할 어색함에 휩싸였다.

손가락에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감았다 풀고, 긁듯이 머리를 문지른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지는 것 같은 손길이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이상하게 나른해지는 감각이 낯설어 견딜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밀어내버리고 싶은데 이상하게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피곤하기 때문이리라. 너무 피곤해 손 하나 까닥할 힘이 없는 것이다, 분명. 처음 느끼는 나른한 감각에 도연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꿈의 연속이 조금 두렵긴 했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버티기가 힘들었다.

조금씩 호흡이 고르게 안정되어 간다. 깊고 규칙적인 숨이 잠에 빠진 이 특유의 느린 박자로 변했다.

장지문이 스르륵 열렸다. 노스님은 긴 염불에 목이 칼칼한지 큼, 하고 작은 기침을 했다. 그리고는 잠든 도연을 보고는 영준에게 속삭였다.

“자네는 안 쉬나?”

“…….”

이 기묘한 책임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영준은 그냥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해가 뜨기 직전의 시간이 가장 어둡다더니, 방은 아까보다 더 짙은 밤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익숙해진 눈은 그 안에서도 하얀 얼굴을 찾아낸다.

새삼스럽게 고운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선이 가늘고 조금 마른 얼굴은 차가운 표정만 아니라면 꽤 해사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긴장이 풀린 잠든 얼굴은 도연을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게 했다.

“친척이라고 했지?”

“네.”

“젊은 사람이 마음에 매인 것이 많기도 하지.”

“…….?”

염주를 천천히 굴리며 도연을 바라보는 눈에는 측은함이 가득했다.

“삼천 번뇌 구슬이 알알이 들어차 있어. 내 나이 정도 되면 그쯤은 보이는 법이지. 동생이 아프다고 했나? 자네 동생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처사님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병세야.”

관세음보살, 하고 한숨을 길게 내쉰다.

“스님…….”

“왜 그러나.”

“도와주실 수 없으실까요.”

“내가?”

노스님은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같은 늙은 중이 뭘 할 수 있다고 그러나.”

“스님.”

“나는 여기 매인 몸이라네.”

주름진 손이 머리를 긁적인다.

“영가들이 보이기 시작한 뒤부터는 산을 내려가 본 적이 없어. 은사 스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찾아갈 이도, 찾아올 이도 없이 지내느라 도량을 떠날 일도 없었고. 창피한 노릇이지만 내 성정이 괴팍한 탓인지 이렇다 할 도반도 없는 몸이라네. 실은 속가의 일이 궁금해 한 번 내려가 볼까 한 적도 있었는데 정신차려 보면 매번 다시 여기로 돌아와 있더군.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몸도 따라주지 않는 게야.”

거기다, 하고 말을 이으며 영준을 지그시 바라본다.

“나 같은 땡중 보다 믿음직한 이가 있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

영준은 잠든 도연을 내려 보았다. 가지런한 눈썹이 잠든 중에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꿈을 꾸는 것일까, 다행히 악몽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흠? 나는 처사님 이야기를 한 건데?”

“저요?”

영준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세상에 저처럼 한심한 놈도 없는데…….”

“덕행을 열망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고, 베품에 있어 관대하니 자만심과 이기심은 참으로 적은 이를 뭐라고 하는지 아나?”

“예?”

“바, 보!”

둥글게 뜬 눈이 웃음으로 가득하다.

“손해 보고 사는 것이 항상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야. 실수가 항상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인연의 끈이라는 것이 어찌나 길고 복잡한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 거든. 나같이 이것저것 어설프게 벗어 껍데기만 남은 중보다야 처사님들이 가진 측은지심이 훨씬 닦을 것이 많지. 표정을 보아하니 내 말이 별로 마음에 차지는 않는 모양이지?”

“다른 때였다면 저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 그 순간이 되면…….”

영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과를 나 혼자 지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아니 그래선 안돼요.”

“응병시약적(應病施藥的:병에 따라 각각 약을 지어 줌)이라는 말을 아시나? 생각해보게, 사람은 나고 자라는 것이 다 제각각이라 모든 이가 다 같은 길과 교리로 배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겠나? 모두가 같은 교리로 같은 공부를 한다고 해서 같은 진리를 깨우칠 수 있겠느냔 말이야.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교리를 통해 부처가 되는 길이 있다고 하셨지. 그러다 보니 땡중도 나오고 생불도 나오고 나 같은 얼치기도 나오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고 중생과 부처가 동일한 것이라네.”

그게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스님은 중간부터 자신의 생각에 빠져들었는지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중얼 말을 이어갔다.

“중이 되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렇지만, 가끔은 성불만이 다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 저어기 배회하는 영가들을 볼 때면 불쑥불쑥 사람의 애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껴진다네. 그럴 때는 그토록 고통스러운 불길에 시달리면서도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가 없어. 그러니 고작 이 도량하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불자의 몸이 되어 자네를 도와 영가를 몰아내거나 훈계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야…….”

잦아드는 음성으로 말을 끝낸 노스님은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드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심연에 빠진 듯 몸이 조금씩 좌우로 흔들리며 긴 침묵이 이어진다. 앉은 채 잠이 든 것인지, 명상에 잠긴 것인지 눈을 감은 스님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영준은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자신도 모르게 만지작거려 흐트러진 머리 아래, 가지런한 속눈썹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걸까. 최대한 숨을 고르게 쉬며 숨기는 것을 보아, 일어나 있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씩 그에 대해 알 것 같았다. 말하고 싶어 하지 않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모르는 척 손가락 끝을 가볍게 비벼보았다. 검고 매끄러운 직모는 어린아이의 것처럼 가느다랗다. 힘을 주면 그대로 손안에서 바스라질 것 같이 연약하게 느껴진다.

갑과 을의 관계여서일까, 아니면 주눅이 들어서일까. 어쩐지 다시는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영준은 눈을 비비고 희미한 달빛을 응시했다. 불침번이 마음 편하다. 잠은 나중에 실컷 잘 수 있다.

누군가 울고 있다. 작은 아기, 외롭고 연약한 어린아이다. 아직 말도 배우지 못한 아이는 겨우 ‘엄마’와 비슷한 말을 어눌하게 반복할 뿐이다. 자지러지던 울음은 점차 지쳐 힘겹게 잦아들어 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도와주는 이도 없고, 안아 주는 이 하나 없는 빈 공간 속에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슬프고 애절한 흐느낌만이 남을 뿐이다.

눈을 뜬 채 잠이 들었던 걸까. 순간적으로 필름이 끊긴 것처럼 잃었던 의식이 돌아왔다. 눈을 빠르게 깜빡이자 점차 시야가 확실해진다. 몇 시나 된 걸까.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절에는 시계가 없었고, 핸드폰은 약이 다 되어 어느새 꺼져 있다. 아직 어둑한 사위, 그러나 분명 조금 전보다 사물이 확실하게 보인다. 해가 뜰 시간이 가까워진 것이다.

영준은 도연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 흔들었다. 부시시 눈을 뜬 얼굴에 피로가 남아 있다.

“곧 해가 뜰 것 같아.”

“…….”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는 데 다리가 불편해서인지 조금 비틀거린다. 등을 살짝 밀어 거들어주자 바로 앉은 도연이 쳇, 하고 혀를 찬다.

“목 아파.”

뒷목을 잡은 도연은 이리 저리 고개를 꺾어가며 뭉친 근육을 풀었다. 영준은 영준대로 저린 다리를 툭툭 주물렀다. 뻐근한 다리를 풀고 있으려니 시선이 느껴진다. 눈이 마주치자 도연은 화난 것 같은 얼굴로 휙 시선을 피했다. 왜 그러는지 물으려는데 문이 열리고 스님이 들어왔다.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아. 구름이 밤사이 다 사라졌어. 팔열지옥처럼 펄펄 끓어오르겠구만 그래!”

날씨가 좋다더니 비유하는 곳이 지옥이다. 펄펄 끓는다는 말에 생각이 나 영준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절 앞뜰에 놓은 식수대에서는 이끼 낀 바위 틈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거칠게 다듬어진 바위 안을 네모나게 파 만들어진 식수대에는 파란색의 작은 바가지가 놓여 있었다. 바가지 가득 물을 담아 마시자 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달고 시원하다. 머리뿐 아니라 온몸의 세포가 다 정신을 번쩍 차리는 것 같다.

영준은 물을 다시 가득 담았다. 요사채로 가는 몇 걸음 사이 문이 열리고 도연이 얼굴을 내밀었다. 걸음에 흔들려 조금 넘친 바가지 밑으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마셔.”

입만 살짝 대며 마시던 것이 이내 바가지로 얼굴을 몽땅 가린다. 꿀꺽꿀꺽 넘어가는 소리가 멈추고 개운한 얼굴이 드러났다. 영준은 다시 식수대로 가 물을 반쯤 받았다.

“다리 이쪽으로 뺄 수 있겠어?”

신발을 피해 댓돌 옆으로 부은 발목을 내밀자 영준이 물을 부었다. 얼음처럼 찬물이 뜨거운 피부에 닿자 온몸이 소스라치듯 떨린다. 열이 오른발목은 그대로 물을 증발시킬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으나 한 번, 두 번 오가며 식혀주자 한결 편해졌다. 도연은 발목을 살짝 움직여 보았다. 절로 얼굴이 찡그려진다.

“걸칠 것 좀 달라고 해봐.”

영준은 벗은 몸을 한 번 손으로 쓸고는 그럴까? 하고 말했다. 발에 압박 붕대용으로 쓰인 상의는 늘어나 이제 입을 수 없을 것이다. 맨몸에 업힐 걸 생각하니 내키지 않는다. 절간 냄새는 싫지만 뭐라도 한 장 입히고 싶었다.

영준이 노스님과 말하는 동안 도연은 검은 산의 경계 너머 점차 밝아오는 하늘을 멍하니 응시했다. 붉은 물감이 번지듯 주홍색의 여린 선이 하늘에 그어진다. 조금 있으면 동이 틀 것이다.

영준이 식수대에 걸어놓은 바가지 밑으로 물이 조금씩 흐르고 있다. 반은 돌로 만든 식수대 안으로 고이고 반은 밖으로 흘러, 다시 땅으로 스며들 것이다. 짙은 녹색의 젖은 이끼들이 은은한 정취를 만든다. 들리는 것은 희미한 물소리와 곧 날이 밝을 아침을 반기는 새소리뿐이다. 도연은 문에 얼굴을 기대고 멍하니 앞뜰을 응시했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이렇게 잠을 오래 자 본 것은 처음이다. 말 많은 스님이 특별히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인 것은 틀림없다.

“공양할 거리도 없고, 손을 이대로 보내면 안 되는데 어쩌나.”

잠시 후 노스님이 곤란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들으셨다시피 빨리 내려가야 해서요.”

“그래도…….”

과자라도 줄까? 하고 비닐을 부시럭거리는데 딱 보기에도 오래된 포장지에 얼마나 묵었을지 모를 꼴이었다. 도연은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여긴 정말 깨끗하네요.”

“다 무너져가는 토굴인데 뭘. 나 혼자 있어서 그렇지 여기가 산도 좋고 터도 좋은 곳이라서 부처님 도량으로는 딱 좋지.”

“절이라면 꽤 많이 다녀봤는데……. 이렇게 조용한 곳은 처음입니다.”

“산속이라 그렇지 뭘.”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애써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실은 무슨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절 어디에도 혼령의 그림자조차 없었다. 신기할 정도로 깨끗하다. 흔히 사람들은 절이 있는 곳에는 귀신이 드나들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말뿐, 도연은 유명한 사찰마다 다니며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기라면…….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럼 차라도 마실 텐가?”

“네.”

그러겠다고 하자 다기를 다루는 손이 신이 난다. 식사를 거절은 해놓고 생각해보니, 정작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자신을 업고 가야할 당사자에게는 묻지 않은 것에 생각이 닿는다. 배가 고플지도 모른다.

방 한쪽에 선 영준은 묘한 표정으로 스님이 건네준 회색 윗도리를 보고 있었다. 승복을 입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건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더 복잡한 표정이다. 의아한 마음에 바라보고 있자 영준이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도연의 등을 가만히 살폈다.

“왜?”

“…….”

말없이 등을 툭툭 턴다.

“왜?”

재차 물어도 그는 예의 그 묘한 표정으로 갸웃거릴 뿐이었다.

“자, 드시게. 나이가 들면 다 그러는지 공양을 건너뛰어도 별로 허기가 지지 않아서 뭘 만들어 놓지를 않아. 늙은 손으로 뭘 하려고 해도 썩 성에 차지도 않고. 예전에 있던 공양주 보살이 된장찌개 하나는 기가 막히게 했었는데 말이야. 산천초목이 그러듯이 물과 햇볕만으로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냐만은……. 이 늙은이가 아직 차 욕심 만큼은 남아 덜어지지를 않으니 이거. 허허허!”

녹차를 잔에 따르는 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아아 향 좋다. 오장육부가 정화되는 것 같이 정갈한 맛이로다.”

자화자찬하는 노스님의 웃음이 어린아이같이 맑다.

“어서 드시게.”

도연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차를 한입 마셨다.

“……?”

분명 찻잎이 우러나 그윽한 빛을 띠고 있는데,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방금 영준이 떠 준 물과 다를 것 없는 차고 밍밍한 맛. 옆을 보자 영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

너무 피곤해 입안이 텁텁한 탓인가. 도연은 반쯤 마시고 내려놓았다.

“내려가는 길은 어렵지는 않은데 길을 잃기가 쉬워. 정신 차려 보면 빙빙 돌다가 다시 여기로 와 있기 십상이거든. 요 앞까지는 내가 같이 가줄테니 걱정 말고.”

“……감사합니다.”

담담하게 대답한 영준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쪽에 내려놓았던 회색 승복을 걸쳐 입었다.

“동방(스님들이 입는 짧은 두루마기)이 잘 어울리시는군! 체격이 좋아서 그런가? 머리 깎고 중이 되면 보살님들이 좋아하시겠어.”

“스님은 아무나 되나요.”

“행자(승려가 되기 위하여 출가한 사람으로서 아직 계를 받지 못한 사람) 생활만 잘 버틴다면야! 내 어제도 말했지만 세상 만물 모든 것이 다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으니 불자가 되는 것에 자격이 필요할리 있겠나. 어찌 보면 이것도 인연일 수 있지 않겠어?”

“……여기서 부목일은 필요 없나요?”

잠자코 있던 도연이 물었다.

“부목이라…… 젊은 처사님이 하고 싶어할만할 일이 아닌데.”

갸우뚱한 스님의 눈빛이 깊게 변했다.

“아예 출가할 생각은 없고?”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부목이 무슨 말이야?”

오고 가는 대화를 듣고 있던 영준이 끼어들어 물었다.

“절에서 일하는 사람 말이야.”

“뭐?”

“요즘 같은 때에 땔감할 일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부목처사님을 둘만한 살림도 아니네만.”

“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그럼 그냥 처사님 있고 싶을 때까지 머물다 가시면 되지.”

영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당장은 아니고…….”

도연은 찬찬히 말했다.

“나중에 말이야, 나중에.”

“여기서 살겠다고?”

“너도 봤다시피 여기는, 조용해.”

“겨우 하룻밤 있었으면서 그걸 어떻게 알아?”

“스님, 여기에 죽은 이들이나 어젯밤의 산귀신들이 들어온 적이 있었나요?”

노스님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부처님 도량에? 그런 일은 없네.”

거보라는 듯 영준을 바라보자 미묘하게 표정이 일그러진다.

“당장 있겠다는 건 아니야. 일이 정리되고 나서…….”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아니야, 됐어.”

나중에 말하자며 말을 끊은 영준은 노스님께 질문을 돌렸다.

“스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세속 나이를 세서 무엇 하게, 잊은 지 오래네. 아마 못되어도 환갑은 훌쩍 넘었겠지.”

영준은 다시 물었다.

“법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그리고 보니 그런 것조차 묻지 않았구나 싶어 도연도 스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노스님의 눈이 느리게 깜빡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아! 하고 자신의 이마를 찰싹 쳤다.

“관명이라 하네. 이거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었나. 불러주는 사람이 없으니 제 법명도 잊게 되는군.”

쯧쯧 혀를 차고는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관명 스님, 호탕한 풍채에 어울리는 법명이었다.

잠시 후 앞뜰에 나온 영준은 괜히 여기저기를 서성댔다. 도연은 문에 기대앉아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다가온 영준의 눈 밑은 검게 그늘이 져 있었다.

“왜 그래?”

“……뭐가?”

“아까부터 이상하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넌 이상한 거 못 느끼겠어?”

“무슨 말이야?”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도 모르지만. 뭔가 이상해.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당장 여기에 남겠다는 게 아니잖아. 되든 안 되든 네 일이 해결될 때까지는…….”

“그런 말이 아니야!”

답답한 표정으로 영준이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손으로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리고는 입고 있던 동방을 벗어 도연에게 건넸다.

“아까 스님이 준 옷이야. 잘 봐.”

회색의 승복은 낡고, 방금 전까지 영준이 입고 있던 탓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이게 왜?”

“자세히 보라고.”

도연은 손에 든 옷을 보았다. 약간 색이 바랜 짧은 두루마리, 회색의 천은 여름용이라고 하기엔 다소 도톰하다. 특별할 것 없는 도복이라고 생각하던 도연의 눈에 작은 구멍이 들어왔다. 소매 끝에 난 작은 구멍은 벌레가 먹은 것처럼 동그랗게 뚫려 있었다. 그 주변만 약간 색이 다르다.

“이걸 말하는 거야? 이게 왜…….”

영준에게 소매를 보여주기 위해 옷을 들춘 순간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엣취!”

갑자기 먼지가 울컥 날렸다.

“뭐야……?

어리둥절해 보니 뿌연 먼지와 흙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진다. 도연은 의아해 들고 있던 두루마기를 다시 보았다.

“어…….”

손에 들린 것은 다 헤진 천 뭉치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먼지가 쌓이고 닳아버린 회색 옷은 여기저기 좀먹은 구멍이 뚫려 있다. 때가 타 잿빛으로 보일 정도로 변색된 천에서는 불쾌한 악취까지 풍겨왔다. 방금 전까지는 낡긴 했지만 깨끗한 동방으로 보이던 것이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놀란 도연을 보며 영준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가와 앉았다.

“내가 미친 게 아니지?”

“…….”

“……어떻게 생각해?”

불안한 표정으로 묻는다. 도연은 말문이 막혀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다. 이런 것은 처음 본다. 아무리 봐도 이제 그것은 낡고 더러운 천 뭉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처음 받을 땐 몰랐는데, 손에 감촉이 이상해서 다시 봤더니…….”

말소리를 낮춘 영준이 도연의 뒤를 가리켰다.

“그리고 네 옷에.”

“나?”

깜짝 놀란 도연이 자신의 옷을 살폈다. 처음 올 때 입고 왔던 옷 그대로다. 지난밤의 일로 구겨지고 더렵혀지긴 했지만 특별할 것은 없었다.

“등에 먼지가 장난이 아니야. 머리에도…….”

손이 슥 다가와 도연의 머리에서 큼지막한 먼지덩어리를 떼어낸다. 더러운 먼지 뭉치는 어찌나 큰지 서부영화에서 굴러다니는 건초 같이 보일 정도다.

“내 바지도 그래. 이걸 왜 이제야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그 두루마기가 다시 보인 다음에야 네 옷의 먼지도 보였어.”

도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를 보았다. 어깨 너머 잘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셔츠가 심하게 더렵혀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지도 마찬가지로, 마치 먼지구덩이에서 구르기라도 한 것 같다. 영준이 요사채 안을 슬쩍 보더니 자신의 신발을 벗어 양말을 보여준다. 실소가 나올 정도로 새카맣다.

“이게 말이 돼?”

“……차 맛이.”

“맹물이었지? 분명히 끓이는 걸 봤는데, 찻잎 넣고 우리는 것도. 그런데 맹물이었지? 뜨겁지도 않고 오히려 미지근했어. 넌 어땠는지 모르지만 난 맹물이라고 생각하고 나서 보니 더 이상 차처럼 보이지도 않았어.”

“잠깐만.”

도연은 손을 들어 영준의 말을 막았다. 얼굴이 빨개져 말을 쏟아내던 영준은 답답한 듯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곤 어깨에서 방금 까지 걸치고 있던 옷에서 묻어난 것처럼 보이는 더러움을 털어냈다.

도연은 자신이 지금 앉아 있는 방의 바닥을 응시했다. 노란 장판이 깔린, 오래되었지만 깨끗한 바닥. 손바닥으로 슥- 문질러 본다. 그리고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하는, 푸른빛이 도는 공기 속에 손을 펴 보았다. 시커멓게 변한 손에는 굵은 흙과 먼지가 한데 엉켜 붙어 있다. 손바닥을 비비자 우수수 떨어진다.

“…….”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하게 변한다. 이런 것에 대해서 들어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지만 왠지 알 것만 같았다. 안쪽 불당에서 독경 소리가 나직히 들려온다.

도연은 바지에 손을 슥 닦고 양 눈 위를 지그시 눌렀다.

“……스님이 혼령을 보기 시작한 것이 자고 일어나서부터 갑자기라고 했지? 그 전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응.”

“절을 떠나면 자꾸만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했고.”

“그래.”

어젯밤에도 분명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몇 번 절을 내려가려 했으나 매번 돌아오게 되었다고.

“실제와 달리 허상으로 보이는 것들.”

도연의 목소리가 잠겼다.

“이름도 나이도 잊어가고…….”

붉은 해가 산 위로 떠오른다. 남아있던 밤의 흔적을 모두 쫒으며, 옅은 안개가 사라져 간다.

도연은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영준의 창백한 얼굴이 눈앞에 있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광명 스님은 이미…….”

“죽은 사람이구나.”

바람이 불자 덧문이 덜컹거리며 흔들린다. 도연과 영준은 폐사찰에 앉아 있었다. 앞뜰에는 떨어져 깨진 기와장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비바람으로 색이 변한 승방 안은 온통 누렇게 변색되어 뜯어진 벽지가 나달나달하게 매달려 있다. 깨진 다기와 쓰러진 호롱불은 세월의 먼지에 두껍게 쌓여 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승방의 한쪽에는 하얀 백골이 누워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