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141)

 비운의 신데렐라 <프롤로그>   

<프롤로그>

끼이이이이익 -------

쾅 !

“야 이 개새끼야! 너 운전 똑바로 못해? ”

“뭐? 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당장 내려! 이 새끼야! 안 내려?”

“…너 거기 그대로 있어라. 나 지금 나간다.”

“안돼! 성욱아! 한 번만 참아, 제발! 부탁이야!” 

“시끄러. 넌 조용히 하고 저기 쳐박혀 있기나 해.”

“빨리 안 나와! 이 개새끼야!”

“넌 오늘 끝장인 줄 알아.”

“성욱아아 ----- ”

“나오는데 무슨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퍽 ㅡ 퍽 ㅡ 퍽 ㅡ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게 무슨….”

으아아아! 새해 첫날부터 너 이게 무슨 짓이야! 강성욱!

“이름, 말씀하세요.”

“강성욱.”

“주민등록번호는요?”

“780902 - 1587340”

“주소는요?”

휙 ㅡ 

성욱은 말없이 들고있던 주민등록증을 휙 하니 책상 위로 내던졌다.

그러자 조서를 작성하고 있던 젊은 순경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그러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건방지게 앉아있는 성욱도 만만치가 않은듯, 애써 참는 눈치다.

“연희동 417 -1 번지. 맞습니까?”

“보면 모릅니까?”

“아니, 이 사람이 정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듯 젊은 순경이 책상을 쾅 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렇다고 기가 죽을 강성욱이 아니다. 그렇게 벌떡 일어서봤자 일개 파출소의 

말단순경인 네가 나를 어쩔테냐, 라는 태도로 팔짱을 척 하니 끼고 앉아있는데 정말…. 

“강성욱씨. 못마땅한 일이 있으면 말로 하셔야죠.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시면 어떡합니까?

맞은 상대방이 고소라도 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

화를 참으며 애써 부드러운 어조로 말해보지만….소용없어요. 아저씨. 그걸 알아들을 놈이면 애초에 파출소에 오지도 않았지요. ….ㅠㅠ

“아니 내가 가만히 있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때렸다니까! 난 진짜 좋게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저 새끼가 먼저 발길질을 했다구!”

“선생님도 좀 조용히 하세요! 어쨌든 선생님이 먼저 욕을 했쟎아요!”

옆 책상에서 조사받던 중년남자가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난동을 부리자 고참 경관이 순찰일지로 책상을 탕탕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내가 자식같이 젊은 놈한테 맞는 수모까지 당했는데 참게 됐어! 지금! 야 이 새끼야! 

너네 부모 어딨어? 부모 오라고 그래! 서른도 안 된 새끼가 기집애 옆에 끼고 외제차 끌고

 다닌다고 눈에 보이는게 없냐! 내가 너를 감옥에 쳐넣고 말거다, 이 새끼야!”

저…아저씨? 저는 남자인데요?

끽 소리 못하고 엊어맞은게 꽤나 분했던듯 남자는 화를 버럭 내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 그런다고 눈 하나 깜짝하면 인간 강성욱이 아니다.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봐.”

“뭐! 너 말 다했어? 이게 진짜! 야! 너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어린 새끼가!”    

“나이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싶으면 처신을 똑바로 해. 능력이 없어서 나이 사십이 넘도록 고물차 끌고 다니는게 자랑이야?”

“야! 너 지금!”

“어어, 이순경! 말려! 말려!”

“정말 왜 이러십니까! 참으세요! 좀!”

“놔! 이거 안놔! 너 이 새끼 내가 정말 죽여버린다! 사람을 때려놓고 네가 무사할 것 같아!”

“맞을 짓을 했으니까 때리지. 그리고 너 말투가 무식한 거 보니까 고등학교도 못 나왔지?”

“으아아아 ㅡ 저 새끼가 지금!”

아아….강성욱. 내가 정말이지 너 때문에 살 수가 없어. 살 수가.

꼭 그렇게 한 마디도 안 지고 사람 속을 뒤집어 놓아야겠니? 

남자는 게거품을 문 채 의자를 걷어차며 소릴 지르고 순경들은 그런 남자를 뜯어말리느라 

서너명이 달려들어 팔을 잡고 난리를 치는데 정작 모든 일의 당사자이자 가해자인 성욱이놈

은 할 테면 해봐라, 라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의자에 기대앉아 있었다. 

하아….저게 바로 재벌가의 잘못된 영재교육의 케이스 스터디이자 천상천하 유아독

존 이라는 대책없는 좌우명의 산증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 애인이라지만 정말 안하무인이다, 안하무인. 

나는 진이형한테 전화를 할까 어쩔까 하고 고민하다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하는 머리를 감

싸쥐고 딱딱한 파출소 나무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태를 보아하니 원만히 해결될 것 같지가 않은데… 이러다가 또 법원까지 가는 거 아냐?

아니 내가 그 동안 괴롭힘 당한 걸로는 충분하지가 않단 말인가, 도대체 왜 새해 첫날부터 이런 일이!

나는 옆눈으로 값비싼 정장이 구겨지든 말든 한 팔을 의자 등받이에 척 올리고 고개를 약간 기울

인 채 잘생긴 얼굴을 오만하게 찌푸리고 있는 놈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얼굴만 저렇게 반반하면 뭘 해.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내 속을 썩이는데!

그치만 그런 내 속마음 따위 고백해봤자 평소 <고매하신 인품의 소유자>인 강성욱님이 알아줄 

리가 없다. 그간의 행실로 미루어 보아 제가 죽일 놈이에요. 하고 순순히 굽히고 들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은 익히 짐작한 바 있지만…..백주대낮에 오가는 차들로 혼잡한 도심 사거리에서 멀

쩡한 사람을 저지경으로 만들어놨으면 인간적으로 좀 반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구. 

나는 간신히 진정이 됐는지 순경에게 어깨를 잡힌 채 씨근거리는 남자와 그와 대각선으로 앉아 나

 싸가지 없어요. 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듯한 포즈의 성욱이놈을 번갈아 바라본 뒤 체념의 한숨을 쉬었다.     

아아…내 이제껏 이십년 남짓 살아오면서 남한테 이렇다할 폐를 끼친 적도 없고 버스탈 때 새치

기도 한 적 없고 심지어는 남들 다 하는 무단횡단 한 번 해본 적이 없건만 도대체 어쩌다 저런 사

악한 놈한테 발목을 붙잡혀서 파출소를 내집 드나들듯 하게 되었는지….

하긴. 그 얘기를 하자면 정말 앉은 자리에서 열흘밤을 새도 모자라고 책으로 써도 삼국지를 능

가하며 드라마를 만들어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48부작 대하 드라마지.

남들은 내가 놈을 만나 엄청나게 신분상승을 했대는둥 왕자를 만났으니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

라는둥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그건 다 속사정을 모르고 하는 주책없는 소리.  

아아. 도대체 하나님은 왜 백마탄 왕자를 만나서 팔자를 고쳐보겠다는 수많은 미모의 아가씨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별 생각도 없이 근근히 살아가고 있던 나를 놈에게 던져줘서 오늘날 이런 시련을 겪게 만드시는지….

나는 정말이지 신분상승 따위, 절대 절대 하고싶지 않았단 말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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