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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은 어떤 사람인지?

- 돈이 많고 돈을 잘 쓰는 사람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다. 본인도 돈은 많지 않나?

- 그건 그런데, 갑자기 생긴 돈이라 정작 잘 쓸 줄은 모른다. 나는 그냥 쌓아 두기만 한다. 날 때부터 넉넉해서 아무렇지 않게 베풀고 가끔 호구로 보일 만큼 잘 쓰는 사람이 좋다.

세계 최고의 길드장이 아니라면 속물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대답이다. 그럼 돈만 보는 건가?

- (한참 웃음) 그건 아니다. 나는 예쁜 사람이 좋다. 피부는 하얗고 깨끗하고, 눈꼬리는 조금 올라가 다소 예민해 보이지만 정작 주변 사람에게 다정하고 무른 사람. 그런 사람의 섬세한 면을 내가 채워 주고 싶다. 내가 의지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굉장히 구체적이다.

- 바라는 게 명확할 뿐이다. 키는 177cm 정도가 좋겠다. 좀 마른 편이면 좋겠고, 손이랑 다리가 예쁜 사람이 좋다. 아, 그리고 헌터인 게 좋겠다. 내가 있으니 등급은 아주 높을 필요 없다. B급 정도면 충분하다.

조건이 심하게 까다롭다.

- 그리 까다롭진 않다. 바라는 게 많은 만큼 잘해 줄 예정이다. 결혼하게 된다면 일을 그만두고 내조할 생각도 있다.

주이원 헌터를 잃는 건 헌터계에 너무나도 큰 손실이다.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 같다.

- 당장 이루어질 가망도 없다. 상대가 철벽이라. (웃음)

사실 조건을 갖춘 헌터도 흔하지는 않다.

- 물론 그렇다. 하지만 눈을 낮출 생각은 없다.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 좋다. 차라리 혼자 살지.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조건에 맞는 사람이 하나 있긴 하다.

-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을 거다. (웃음)

그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나?

- 사람은 솔직해야 한다. 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그런 사람과 결혼하는 게 꿈이었다. 그 전까지 연애할 생각은 없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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