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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캔들(3) (67/283)

7. 스캔들(3)

옆에서 조금만 도와줘도 이어질 것 같지만. 유경우는 더 이상 둘의 관계를 도와줄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호가 아깝다.’

길드장으로서 그리고 헌터로서 완벽에 가까운 주이원이지만 역시 애인감으로서는 영 아니다. 지호와 이원의 도덕성은 정확히 대척점에 있었다. 분명 둘 다 신 회장과 이 여사의 아래에서 자랐는데 인성은 왜 저렇게 천차만별일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방해할 마음은 없는 게, 안타깝게도 지호 역시 이원을 꽤 좋아하니까.

결국 유경우 또한 신씨 일가와 마찬가지로 응원도, 말리는 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디 방송국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지. 이원이 한창 방송 많이 나갈 때 있었잖아? 이하연 씨가 다른 동료 대기실 놀러 갔다가 마주쳤을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서로 반했으면 가볍게 만나서 사귀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아냐, 아니라니까. 안 사귀어, 둘이.”

“그걸 형이 어떻게 장담해요? 그리고 사귀는 게 아니라고 해도 가까워진 건 사실이잖아요.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그렇게 덥석 잡도록 놔둘 정도면 꽤 친할 텐데. 그렇게 지내다 보면 곧, 사귀겠죠…….”

“…….”

다시 원점이다. 이까지 악물며 말하는 지호를 본 유경우는 이 대화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을 예감했다. 그래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최후의 수를 사용했다.

“그러면 잘된 거 아니니? 둘이 사귀면 이제 지호한테 이상한 소리 안 할 거 아니야.”

지호의 몸이 움찔했다. 누가 봐도 호감이 있는 주제에 자각은커녕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는 신지호의 눈이 혼란스럽게 데굴거렸다.

“그, 그렇죠. 잘된 거죠…….”

“그렇지, 게다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곧 이원이 던전 공략하고 나올 테니까 그때 물어봐도 돼.”

지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이원, 요즘 출근은 잘 하죠?”

“응? 응, 잘 하지.”

“집에 안 들어온 지 꽤 됐거든요……. 연락도 안 하고요. 단말기는 꺼져 있고.”

“뭐?”

아니, 집에 안 들어갔다고? 바빠서 들어갈 날이 며칠 없긴 했지만 분명 퇴근은 멀쩡히 했는데?

사실 주이원의 사생활은 그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부길드장들도 몰랐다. 그나마 알 수 있는 행적은 신지호를 찾아갈 때뿐.

일 외에도 뭔가 바쁘게 하는 듯한데, 속 시원하게 말해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도 바쁜 와중에 신지호는 꼬박꼬박 찾아가는 것 같더니, 아예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니. 유경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신 변명했다.

“일이 바빠서… 그랬나 보다. 걔가 워낙 일을 좋아하잖냐. 오늘은 꼭 들어가라고 말할게. 아니면 길드에서 기다릴래?”

“아뇨. 지가 알아서 오겠죠. 오든 말든…….”

신지호가 새초롬하게 말했다.

저거 삐졌네, 삐졌어.

잘 보이려고 기를 쓰는 놈이 왜 자꾸 신지호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뭐, 거기까진 유경우가 알 바 아니다. 이쯤 했으면 많이 도와준 거지.

“그러고 보니 형.”

“응?”

“저, 주하은 헌터를 좀 뵙고 싶은데요. 혹시 뵐 수 있을까요?”

“아, 주하은 씨?”

다른 사람에게서는 굉장히 많이 듣지만, 신지호에게서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의외의 부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단칼에 주하은은 손님을 만나지 않는다고 거절했겠지만 상대는 신지호다. 유경우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한번 연락해 볼게.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알다시피 그 사람은 길드원이지만 이런 것까지 강제하긴 힘든 위치라서 말이야.”

“사람 만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분이세요?”

“그냥 좀 괴짜야. 그냥 자기 일 하는 걸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지. 굳이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사람에 관심이 없어서. 만나겠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만나면 피나 달라고 할 것 같은데.”

“피요?”

“응. 새로 만난 헌터 피 모아서 연구하는 거 좋아하거든. 분명 너한테도 달라고 할걸…….”

지호가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인가 뭐 그런 거예요?”

“아니, 선은 지키는데……. 이미지는 비슷할지도…….”

경우의 설명을 듣다 보니 만나기로 했던 굳은 결심이 살짝 흔들렸지만…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호가 그래도 만나 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경우는 떨떠름한 얼굴로 길드 내 회선을 통해 주하은에게 연락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주하은 헌터.”

꽤 깍듯한 인사말로 통화를 시작한 대화가 이내 본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곧, 경우는 난감한 얼굴로 전화를 완전히 내려놓는 대신 송화기 부분만을 손으로 감싼 채 지호에게 속삭였다.

“만나기는 어려운데, 통화라면 해 주겠대.”

지호는 모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얘기하게 자리 좀 비켜 줄까?”

“여기 형 방이잖아요.”

“어차피 이제 곧 외근 나갈 일 있어. 통화하고 나서, 쉬다 나가도 되고. 따로 정리나 문단속은 할 필요 없으니까 편하게 나가라.”

“네, 감사합니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응. 통화 잘하고, 잘 지내고. 다음에 밥이라도 한번 먹자.”

빈말은 아닐 법한 다음 약속을 잡은 경우는 방을 나섰다.

혼자 남게 된 지호는 전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주하은 헌터님.”

깍듯한 인사에 수화기에서 웃음소리가 전해졌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여자의 목소리는 꽤 즐거워 보였다.

─ 아, 너무 딱딱하게 부를 거 없어요. 그냥 주하은이라고 부르세요.

“그럴 수는…….”

상대는 인류의 기념비가 될 만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제작자이자, 일단 신지호보다 훨씬 연상이다.

─ 님 자 붙이면 끊을 거예요.

“……네.”

하지만 싫으시다는데 어쩌겠는가. 지호는 최대한 이름을 부르지 않는 쪽으로 대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그래, 그래서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신 거죠?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 전화로 해요.

“직접 뵐 수는 없나요?”

─ 네.

생각보다 괴팍한 느낌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칼 같은 대답이었다.

“전화로 하긴 어려운 이야기라서요.”

─ 이 전화는 특수한 아이템이라 도청의 걱정이 없어요. 안심하고 말하세요.

“저, 사실 이원이한테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못 들으셨나요? 이원이가 되도록 만나 뵐 수 있게 해 준다고 장담했었거든요.”

이원이 저렇게까진 말 안 한 것 같지만……. 지호는 거침없이 이원을 팔았다. 잠시 수화기 너머에서는 침묵만이 맴돌았다.

─ 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제가 바빠서요. 지금 하는 실험 때문에 나가기가 힘들어요. 완전히 손을 뗄 수 없는 거라.

주하은의 뜻은 완고했다. 게다가 일이 엮여 있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결국 지호는 고집을 꺾고 본론을 꺼냈다.

“그렇다면… 사실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 네.

“주하은 헌터께서는 인벤토리 포켓과 균열 예측기를 발명하셨죠. 혹시 전혀 다른 것도 발명하실 수 있을까요?”

─ 흐음, 어떤걸요?

꽤 흥미가 생긴 듯한 목소리에 지호는 잽싸게 설명했다.

“좀 막연하게 느껴지시겠지만……. 혹시 게임 같은 거 해 보셨나요?”

─ 네. 꽤 해 봤죠.

사실 지호는 거의 안 해 봤다. 이번에 시스템창을 볼 수 있게 되며 공부할 겸 몇 개를 깔짝여 봤을 뿐. 하지만 아는 상대에게 설명할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거기 나오는 파티 시스템 같은 거 있잖아요. 같이 던전 공략하는 사람들끼리 파티를 맺어서, 서로 자신의 상태를 공유하고. 그런 식으로 던전에 함께 들어간 사람들이 서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 그건 어렵겠네요.

고민조차 하지 않는 듯한 즉답이 돌아왔다.

─ 미안해요, 좋은 답변 주지 못해서.

지호가 말을 더 붙여 보기도 전에 주하은이 멋대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더는 껴들 여지조차 없는 깔끔한 거절에 지호는 아쉬움을 삼키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뇨.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장 희망적인 답변을 듣지는 못했지만, 일단 아이디어는 전해 줬으니 나중에 생각나면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 고마우면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네?”

─ 피 몇 방울만 줘요.

“…….”

고맙다는 말은 그냥 인사치레일 뿐, 사실상 주하은이 해 준 것도 없는데 피를 달라니. 유경우의 말을 미리 들어서 망정이지 아니면 깜짝 놀랄 뻔했다. 피 몇 방울 정도야 줄 수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거,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고 말씀해 주시면요.”

─ 아…….

수화기 너머에서 주하은의 낮은 탄식이 들렸다.

─ 제가 설명을 안 해서 오해했나 봐요. 어렵다고 한 건 제가 이미 개발하려고 시도해 본 전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때 이미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고요.

“그런, 건가요?”

─ 네. 지금 상태로는 그런 건 개발이 불가능해요. 일단 남의 상태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지부터가 난관이라.

무성의한 대답이 아니라, 이미 시도해 봤기에 확실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주하은이 작게 말을 덧붙였다.

─ 게다가 저 혼자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다른 사람과 함께 개발하신 건가요?”

지호는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알려진 바로는 균열 예측기도, 인벤토리 포켓도 모두 주하은 혼자서 발명해 낸 작품들이다. 그런데 사실 그게 다른 사람과 개발한 거라니?

─ 그건 비밀이에요.

작은 웃음과 함께 낮은 대답이 돌아왔다. 주하은은 모호하게 말할 뿐,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비밀이었다. 주하은과 함께 개발했다는 그 사람은 대체 누구기에 나서지 않는 걸까? 주하은은 덕분에 어마어마한 부와 영예를 누리게 되었는데. 왜 숨어서 나서지 않고…….

─ 그래서 피는 안 줄 거예요?

깊은 생각에 빠질 새도 없이 주하은이 재촉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주지 않겠지만, 청람의 주하은이라면 믿고 줄 만하다. 게다가 거창한 건 아니지만 빚을 지워 둬서 나쁠 것도 없고.

“필요하다면 몇 방울은 드릴게요. 이상한 데 쓰지는 않으실 거죠?”

─ 우리 길드장님 애인 피를 이상한 데 쓸 리가 없잖아요.

“애인 아닙니다.”

─ 줄 거죠?

“네…….”

지호의 해명은 들은 척도 안 한다. 지호가 힘없이 대답하자 상대가 만족스레 웃었다.

─ 20층에 있는 연구 개발실로 가세요. 거기에 있는 이채희 헌터에게 말해 둘게요. 가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용건을 마치자마자 전화가 뚝 끊겼다. 굉장히…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다.

오래 시간 끌 일도 아니었으므로 지호는 곧장 20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고등학교 교복 위로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얼굴과 차림새를 보고 나서야 지호는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의 정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청람의 A급 연금술사 이채희.

그녀는 꽤 유명인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채희의 나이는 고작 열아홉 살에 불과했다.

한창 학원에서 공부에 열중하다 코피를 쏟고 쓰러진 이채희가 각성한 일은 학생들 사이에서 전설로 불렸다. 당장 학원 때려치우고 청람 같은 대형 길드에 입사했으니까 입시에 매달리는 다른 학생들 입장에선 부러울 수밖에.

가끔 어린 각성자들을 무시하는 꼰대들이 있지만……. 이채희는 고교 졸업장을 따는 것과 동시에 청람의 연구 개발팀 핵심 인력이 될 귀중한 인재였다. 지호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

“와, 신지호다!”

지호가 인사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이채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곧 이채희는 제풀에 놀라 제 입을 손으로 꽉 틀어막았다. 그리고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아, 아니. 죄송합니다, 노네임 길드장님.”

“괜찮습니다.”

지호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아직 어린 데다 유능하니 길드 내에서 편하게 대해 주고 아껴 준 티가 났다. 지호가 각 잡힌 인사를 거두고 다정하게 웃어 주자 채희는 한결 안도했다.

민망한지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한 이채희는 금세 그럴싸한 사회인처럼 지호를 안내했다. 연구실 한편의 소파에 가 앉은 지호의 옆에 채희가 앉았다.

“주 부장님께 미리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럼 조금만 채혈하겠습니다.”

“네.”

“잠깐 따끔하세요.”

던전산 자재로 만든 주사기를 꺼낸 채희는 능숙하게 지호의 피를 뽑았다. 용건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끝났다.

채혈한 피를 보관한 채희가 새삼스럽게 지호를 응시하며 감탄했다.

“와, 신기해요.”

“제가요?”

“네, 요즘 엄청 유명하시잖아요. 아, 물론 원래도 유명하셨지만. 요즘은 더 잘나가시잖아요? 물론 전 원래부터 신지호 길드장님 응원했어요!”

“아, 고마워요.”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이 거짓 같지는 않아서 지호도 기쁜 마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애초에 청람 길드의 길드원들은 신지혜에게 정신 교육이라도 받은 건지, 국내의 길드 중에 가장 지호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다.

“저…….”

“네, 말씀하세요.”

“저, 같이 셀카 찍어도 돼요?”

한참 망설이며 무슨 말을 꺼내나 했더니, 전혀 예상외의 부탁이 돌아왔다. 지호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감사합니다. 나란히 서도 돼요?”

“네.”

채희는 신나서 단말기를 들고 지호의 옆에 섰다. 셀카를 함께 찍기에는 애매하게 떨어진 거리에 지호는 카메라를 통해 채희를 보며 제안했다.

“멀지 않아요? 조금 더 붙는 건 어때요?”

“앗. 아니, 그건 금기…….”

“네?”

“아, 아니에요. 전 그냥 이 정도 거리가 좋아요.”

먼 것 같은데, 부탁한 본인이 그렇다면야……. 지호는 쉽게 수긍하고 다시 카메라를 응시했다.

셀카 같은 걸 마지막으로 찍어 본 게 언제더라. 원래도 잘 찍는 편은 아니라 어색하게 웃는 것을 채희가 몇 번이나 코치해 자연스럽게 표정을 고쳤다.

그렇게 약간의 수고 끝에 찍은 사진은 지호가 보기에도 꽤 잘 나왔다. 채희도 자신의 사진에 무척 만족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와, 이거 인폴라그램에 올려도 돼요?”

“……네, 그러세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채희는 신이 나서 단말기를 조작하고 지호에게 보여 줬다. 액정 속에는 사진과 짧은 글, 수많은 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보였다.

“잠시만요.”

올리고 나서도 뭐가 그리 바쁜지 단말기를 뚫어지도록 보던 채희가 잠시 후 신이 나 고개를 들고 씩 웃었다.

“와, 길드장님이랑 찍은 사진 올렸을 때만큼 반응 쩌는데요?”

“주이원이랑 찍은 적도 있어요?”

“네. 보여 드릴까요?”

지호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단말기를 만지던 채희가 잠시 후 지호에게 게시글을 보여 줬다.

하트와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린 게시글의 사진 속에는 야경을 배경으로 둘이 나란히 선 이원과 채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상상도 못 한 모습에 지호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언제 찍은 거예요?”

“저 스카우트 받아서 청람 길드랑 도장 찍은 날이요! 길드장님이랑 일일 팬 미팅을 계약 조건으로 걸었거든요. 바쁘다고 하셔서 대단한 건 안 했지만 그래도 사진은 건졌어요.”

마지막 문장은 지호의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일일 팬 미팅?

그런 일정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

하긴 일일 팬 미팅 일정을 게시해 두진 않겠지. 인터넷에서는 소소하게 화제가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지호는 제 욕을 보는 데 지쳐 인터넷을 끊은 지 오래다.

길드원을 모집하기 위해서 팬 미팅까지 해 준단 말이야?

더 좋은 걸 준다고 하면 뭐든지 하겠네.

‘헤픈 새끼.’

이상하게 심보가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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