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염가에 잘 쓰겠습니다(1)
몇 시간 만에 맡는 바깥 공기가 시원했다. 어딘가 탁하고 기분 나쁜 던전 안에 처박혀 있다가 나오니 조금 흐린 하늘도 그저 아름다워 보였다.
던전을 공략한 여운을 즐기고 있는 지호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휙 달려와 체중까지 싣는 바람에 휘청거리는 지호를 본 상대가 혀를 차며 일으켜 세워준다.
“넌 S급이 되고도 뭐 이리 약하냐.”
“……안 약하거든요?”
“능력은 세지. 근데 몸이 약하다 이 말이야. 형님처럼 근육도 없고.”
지호는 우람한 팔뚝을 자랑하는 선태웅을 흘겨봤다. 주이원보다 못한 게 뭐라는 건지. 지호는 땀냄새 나는 팔을 치워 달라고 하려다가, 지금까지 함께 던전을 공략한 상대에 대한 예의로 간신히 참았다.
“기록 봐라, 아무리 소형 던전이라지만 쩐다. 야, 역시 우리 환상의 호흡 같지 않냐?”
“잘 모르겠는데요.”
아폴론 길드와 함께 낙찰받은 방배 제14 던전을 공략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태웅과 지호의 호흡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던전과 태웅의 상성은 좋았다.
최초에 두 명만을 빨아들였던 게이트는 안정된 이후 다섯 명이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 역시 많은 수가 아닌지라 지호와 태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아폴론 소속의 채집꾼으로 채웠다.
S급 던전 공략에 고작 전투원이 두 명 뿐이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공략은 수월했다. 지호의 [별의 축언]의 스킬 레벨이 오른 데다가 사용 또한 훨씬 능숙해졌고, 한 번 공략한 경험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지호도 태웅과 함께 하는 전투가 퍽 즐겁기는 했다. 그야 자신이 부여한 힘으로 선태웅이 압도적인 화력을 보이는데 기분 좋지 않을 리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앙숙처럼 지내며 물어뜯던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태도 전환이 빨라도 너무 빠르지 않나?
하지만 선태웅 본인은 당당했다.
“쪼잔하게 굴지 말고. 보상도 7대 3으로 나눴잖아. 안 그래?”
“뭐, 그야 그렇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호를 향한 태도가 바뀐 사람이 한둘이던가? 게다가 그의 말마따나 방배 제14 던전은 공동으로 관리하게 되었지만 아이템 분배는 노네임이 7, 아폴론이 3을 가져가게 됐다.
처음에 정확히 5대 5 분배를 주장하는 선태희에게 지호는 9대 1을 불렀다. 당연히 노네임이 9였다.
‘아폴론 길드와 공동 입찰도 괜찮지만 수익 측면에서 본다면 청람과 공동 입찰해도 괜찮거든요. 그쪽은 같이 하면 9대 1 준다던데. 어쩌실래요?’
당연히 선태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정색했다.
물론 자신있게 제시한 것과 달리 지호도 청람과 함께 던전을 관리하고 싶진 않았다. 청람은 커도 너무 크다. 어느 길드든 청람과 나란히 가져다 대면 비교 당하고, 공은 청람의 것이 된다.
당장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지호의 목표는 청람과 비슷한 규모의 길드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들으면 비웃겠지만……. 어쨌든 그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같은 급의 길드와 던전을 관리하는 게 이득이다.
물론 선태희도 이런 속사정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호에게 선뜻 공동 관리권을 제안했을 테고.
하지만 지호는 아무런 속내도 없는 양, 물정 모르는 어린애처럼 당당하게 나섰다.
‘아폴론 부길드장님 말씀도 맞지만……. 길드 규모가 갑자기 커지다 보니 골드가 필요해서요. 일단 당장 자금을 수급할 곳이 필요해요.’
사실 이 또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길드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드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S급 던전의 수익을 쥐어 짜내도 부족한 상황.
그리하여 격한 대화 끝에 최종적으로는 7대 3의 비율이 완성됐다. 사실 이 비율이 딱 지호가 바라던 대로였다. 조율로 맞춰 가려고 일단 9대 1을 불렀을 뿐이지.
‘어느 정도 공략에 대한 공로는 챙겨가면서 소득은 더 늘어나니까.’
분배 비율이 낮지만 아폴론 역시 크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A급 헌터가 길드장인 아폴론은 S급 던전의 관리권을 얻기 힘들다. A급 길드이되 요즘 성장세를 보이는 노네임과 함께 입찰했으니 가능한 결과다.
게다가 기존에 없던 S급 던전의 관리권이 생기면, 원래도 탄탄한 아폴론 길드는 A급 중의 최상위권 길드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돈이야 원래 많은 길드니 분배 비율이 사실 엄청나게 간절하지도 않고.
그렇게 서로 좋은 거래였다.
조금 더 이득을 챙기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은 듯한 선태희와 달리 선태웅은 아무 생각도 없어 보였다. 뭐, 둘 다 고통받느니 한 사람이라도 마음 편한 게 낫겠지만.
“재료는 어떻게 할 거예요? 처음 보는 재료 있다면서요.”
“일단 밤연으로 의뢰 보내 둬야지. 돈 잘 벌리는 거면 좋겠다.”
지호는 시스템창을 볼 수 있으므로 지금 얻은 재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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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스트라 동굴 둥근 버섯
등급 | B |
설명 | 재료 아이템. 아에스트라의 정기를 먹고 자라난 버섯은 순수한 마력을 담은 결정체로 섭취 시 소모된 마력을 회복할 수 있다.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불에 익혀 조리해 먹으면 더욱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