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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아버지 (161/283)

외전4. 아버지

‘에이드리언 애버트’가 델타의 길드장이 되고, ‘조승택’이 델타의 부길드장이 되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위치는 바뀌었고, 관계 또한 삐걱대기 시작했다.

그건 그들의 힘이나 의지로 결정된 게 아니라 단순히 명령에 따른 것이었으니.

처음 만난 조승택… 아니, 세테르는 그야말로 크사냑의 머리 위에 있는 존재였다. 그들의 왕조차 처음에는 세테르에게 미치지 못했으니까.

크사냑이 세테르를 처음 만난 건 아직 어릴 때였다. 본체의 100분의 1도 안 될 만큼 아주 작고 어린 시절. 세테르를 처음 본 순간, 크사냑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세테르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그는 언제나 선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였고, 그 외에도 수많은 수식어가 세테르를 장식했다.

왕이 바뀌고, 세테르의 위치 또한 다소 변화했다.

왕과 가장 가까운 지위를 꿰찬 건 크사냑이었다. 물론 크사냑은 제 실력 때문이 아님은 잘 알았다. 그저 왕이 가장 아끼는 게 자신이었으니 오른 자리였다.

그런 이유였기에 세테르도 당시에는 자신이 두 번째라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길드 델타는 왕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니게르타’처럼 왕의 직속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관.

분명 힘이나 경험을 보았을 때 세테르가 길드장을 맡는 게 옳았음에도 왕은 굳이 크사냑을 선택했다.

‘세테르가 저보다는 길드장에 더 어울릴 것입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델타를 맡을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가 걱정하는 바는… 이번 일로 금이 갈 세테르의 자존심이었다.

왕보다도 더 오래 영광을 누리던 자. 그가 왕을 제외한 누군가를 위에 둔 이 상황을 기꺼이 여길 리 없다. 크사냑은 그게 못내 불안했다.

물론 오랜 세월 절대적인 군주로 군림해 온 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세테르, 너는 너무 걱정이 많아. 불만은 찍어 누르면 그만이지.’

‘찍어 누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어차피 데려오셨으니, 맞는 자리에 두고 쓰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너도 딱히 격이 떨어지지는 않지. 게다가 세테르를 장으로 세우면, 놈과 매번 연락해야 할 텐데 그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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