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수상한 녀석들(6)
재유는 조금 전부터 시종일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밖이 춥기도 했지만 떨림이 멈추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얼마 전, 시스템창이란 게 생겨나며 재유는 있는 줄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었다. 원래 재유의 능력은 [전송]. 작은 물체를 다른 곳으로 전송시키는 능력은 유용했지만, 옮길 수 있는 거리가 무척 짧았기에 쓸 만한 능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스템창이 보인 후로 알게 된 그녀의 스킬은 훨씬 더 유용했다. 재유는 자신의 인벤토리에 들어간 아이템을 남의 인벤토리로 옮겨 줄 수 있다. 던전만 아니라면 거리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곧장 능력을 재등록하려고 했던 재유가 멈춘 건, 어딘가에서 들은 흉흉한 이야기 덕분이었다.
‘악용될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있으면 헌터 협회의 감시를 받는다더라.’
실제로 협회에서 관리하긴 하지만 떠도는 소문의 수위는 훨씬 흉흉했다. 때문에 재유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남의 인벤토리로 이동할 수 있다니 얼마나 범죄에 이용되기 좋은 능력이란 말인가. 차라리 입 꾹 닫고 능력을 쓰지 않은 채 살까 고민도 했었다.
그렇게 조용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그녀는 뜬금없이 납치를 당해 버렸다. 이 새로운 능력 때문에.
재유를 납치한 이들은 그녀의 능력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재유를 고분고분하게 다룰 수 있을지도.
일부러 겁을 주는 행위였으나 재유가 그것까지 판단할 수는 없었다. 공포에 질린 재유의 머릿속에 두려운 가정만이 가득 찼다.
“흐윽…….”
게다가 상대는 평소에 S급 헌터라서 동경하던 황혜림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설마 황혜림이 자신을 이런 처지에 내몰 줄은. 차라리 누군가의 위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제 방에 있다가 순식간에 전혀 다른 장소로 이동시킬 사람은 황혜림밖에 없었다.
더 이상 울 것도 없는데 눈물이 샜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냉기와 묘한 비린내가 재유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곳에 납치되어 피를 뽑히고 작은 상자에 옮겨졌다. 그들은 재유를 해외로 운반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디로 향할지는 몰라도 운반되면 돌아오지 못하리란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제발, 누군가 구해 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재유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누군가 저 뚜껑을 열었을 때 보이는 게 납치범이 아닌 저를 구하러 온 사람이기를.
기도는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한계에 다다른 체력이 재유를 몰아붙여, 의식을 온전히 차리기가 힘들었다.
계속 선잠을 자던 재유가 깨어난 건 머리 위의 뚜껑이 열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어둠에 적응한 눈이 빛에 놀라 한 번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재유는 그저 이전까지 그랬던 대로, 나가기 싫다는 듯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도망칠 수 없으리란 걸 잘 알면서도.
“괜찮아요, 구하러 온 거예요.”
그런 재유에게 누군가 너무도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재유는 귀를 의심하며 눈을 깜박였다. 무척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상대가 손을 뻗었다. 차가운 뺨에 닿는 따스한 체온에 지레 놀라 재유는 몸을 움츠렸다. “미안해요.” 정중히 사과한 상대는 지금까지 재유의 입을 막던 재갈을 풀어 주었다.
그제야 재유는 입을 열 수 있었다.
“시, 신지호?”
“네, 맞아요.”
다정한 목소리. 그쯤 되어 재유의 눈 역시 빛에 적응되어 어렴풋이 상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지호다.
“가, 감사합니다…….”
“이제 안심하세요.”
왈칵 눈물이 터졌다. 이거 꿈은 아니겠지. 상자 속에 갇혀 재유는 수많은 악몽을 꿨다. 이게 현실이 맞는지 확신이 가지 않아 안도하는 한편 불안이 안에서부터 가슴을 두드렸다.
재유는 신지호의 부축을 받아, 덜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상자에서 빼냈다.
“…….”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살풍경한 주변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재유가 얼어붙었다. 눈앞에 굵은 목줄을 찬 주이원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역시 꿈인가.
“너 수상해 보이니까 저리로 가.”
지금까지 시종일관 다정했던 신지호의 목소리가 부루퉁해졌다. 그러나 상대는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싫어, 내가 지호 지켜 줄 거야.”
“위험한 거 없으니까 가라고.”
지호가 하는 말을 듣고 재유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와, 인터넷에 떠돌던 썰보다 더하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가짜로 꾸밀 리는 없으니까.
각성자의 꿈
[베스트]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주종 플레이하는 헌터
조회수: 120,018 | 20xx.02.16 14:03
(사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