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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냥(5) (268/283)

41. 사냥(5)

헌터 스페이스

제목: 대던전의 진실

대던전은 각성한 세계마다 한 번씩 오는 던전임. 대부분 이 대던전을 버티지 못하고 죽음.

대던전을 공략한 세계는 12%밖에 안됨. 보통 공략해도 그 여파로 ㅈ되는데 지구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ㅇㅇ

이걸 막기 위해 시스템이랑 관리자가 필요한데 우리 세계 관리자가 신지호임. 신지호 멀쩡해지고 나서 시스템 생긴것도 그런 이유ㅇㅇ

우리가 계약한 수호신도 다 관리자 출신임. 그래서 수호신이랑 계약한 애들은 암암리에 다 이거 알고 있었음ㅇㅇ

그런데 우리 세계에는 대던전이 한 번 더 찾아올 위기고 그걸 소환하려는 게 레비아탄임. 전보다 큰 규모로 올거고 잘못 소환되면 망하진 않아도 ㅈ됨. 이건 수호신들도 인정한 사실임. 우리가 힘내서 멸망 막아야댐

댓글

-양심없는새끼들아 똑같은 글 한시간에 열다섯개씩 올라온다 ㅅㅂ

➥그래도 얜 중간에 말투는 바꿨음

➥➥존나 성의있으시네요

-ㅎㅎ 원글러인데 복붙해줄 때마다 내 포인트 오른다

➥좀 다른데도 오름?

➥➥ㅇㅇ 원본으로 쳐주나봄

➥➥➥워 시스템 똑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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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인

헌터 스페이스

제목: 진실알리미퀘 1위 누굴까

ㅈㄱㄴ

댓글

-주이원

➥아 역시

-이거 사기 아니냐?

➥부부사기단

➥어차피 상금도 주이원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 좀 먹으라 그래

➥➥우리가 돈받아야댐 퀘는 이용당했음

➥➥➥그건마즘...

헌터 스페이스

제목: 주이원은 신지호를...

사랑한다...

댓글

-부정할 사람?

➥나

➥➥(탕) 또 부정할 사람?

➥➥현실을 봐

헌터 스페이스

제목: 신지호땜에 시스템 못썼다는거 아냐

개무능한 ㅅㄲ네

댓글

-억까그만

-미튭렉카같은 새끼

➥ㅋㅋㅋㅋㅋㅋ

-ㄴㅔㅇㅔ

-대체 뭔소리를한거야

➥주이원이 주이원했다

헌터 스페이스

제목: 주이원 진실알림퀘 요약

이걸 알림퀘라고 써야되냐 결혼발표라고 써야되냐?

여튼 다 아는 거 빼고 요약

1. 나쁜 새끼들 땜에 지호한테 무리가 가서 관리자일 제대로 못한 건 맞음.

2. 그래서 내가 존나 몸 갈아서 함. 지호 아니었으면 나 놀았을거고 그럼 이거 듣고 있는 사람들 반도 못 살아있을 텐데 불만 있음?

3. 지호를 위해서 내가 내몸 갈아서 한거임 나 너네 생각보다 훨씬 더 존나셈 대던전도 내가 혼자 다깼다ㅎㅎ

4. 나만 잘난거 아님 지호도 셈. 글구 지호도 몸갈았음

5. 내가 고생한 지호 평생 책임져줄거임(??)

6. 앞으로의 위기에 우리 지호(??) 또 몸 갈릴 예정이니 힘내서 레비아탄 잡아라

이상

댓글

-요약 갓벽

➥진짜 이랬다고?

➥➥더심함

➥➥➥이보다 더 싸가지없어?

➥➥➥➥싸가지라니 이원님한테

➥➥➥➥ㄴㄴ 이미 신지호랑 결혼하고 애 셋낳아서 산것같은 바이브가 요약으론 표현안됨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헌터 스페이스

제목: 됐고 구라나 좀 쳐봐

신고하게

댓글

-제보는 미튜브나 갓반인 커뮤가서 찾아

➥ㅁㅈ 거기 많음

헌터 스페이스

제목: 뻘한데 지호 일본인이었으면

레비아탄 현위치 동해 아니고 일본해라고 했겠지?

댓글

-와 씨 갑자기 소름

-ㄷㄷ

-신지호 보유국

➥ㄹㅇ

헌터 스페이스

제목: 그래서 동성결혼 합법화 언제됨?

안되면 몇 년내로 주이원이 신지호 납치해서 딴 나라에서 결혼할거 같은데

댓글

-꼭 결혼을 해야돼? 어차피 사실혼 관계인데

➥도장찍고싶어할 놈임

➥➥오늘 영상만 봐도...

-지들이 유출시키기 싫으면 알아서 합법화 시켜야지 어쩔거임;

➥ㄹㅇ... 이제 온갖 국가에서 연락올듯ㅋㅋ

헌터 스페이스

제목: 주이원이랑 신지호 사귀냐는 글 어그로 취급 당하던 때도 있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사귄다고 하네

댓글

-이건 망붕이 아니라 찐임

-어케 부정해...

-이건 사랑이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세상에 사랑은 없어요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힌 그 순간, 노네임의 연금술사인 이남윤은 다른 것에 정신을 쏟을 새 없이 마석을 쪼개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급히 연락을 받고 그의 팀 전체가 마석 쪼개기 작업에 돌입했다.

이미 작업을 시작한 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 쪼갤 마석은 산더미처럼 남았다.

이남윤은 한화로 치면 수백, 수천만 원어치의 마석이 굴러다니는 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질 낮은 마석이라 다행이지, 상급의 마석이었으면 한껏 감시의 눈길을 받으며 일했겠지.

일이긴 해도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일에 몰두하던 팀원이 지친 듯 책상에서 눈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아니, 퀘스트는 한 번에 가면서 왜 보상은 수동인데요?”

“지급은 자동이야. 지급할 아이템을 구하는 게 수동이지.”

“그럼 알아서 쪼개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남윤은 대답할 말이 없어서 어깨만 으쓱였다. 그도 똑같이 생각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전능한 시스템깨서 안 쪼개 주신다는데.

그들이 작업하고 있는 건 세 건의 퀘스트 중 [거짓말쟁이 제보]에 존재하는 보상, ‘1건당 10골드 가치의 마석’이었다.

보상인 마석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게임 아이템처럼, 실제의 마석은 딱 10골드 어치로 맞아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즉, 퀘스트의 보상을 지급하려면 10골드어치로 딱 맞아 떨어지게 쪼갠 마석이 필요하단 뜻이다.

오히려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가겠다고, 남윤은 막연히 생각했다.

“아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쪼개둘걸.”

“쪼개 두면 가치가 떨어지잖아?”

“이것도 결국 가치 떨어지게 쪼개는 짓이잖아.”

“하기 싫으면 관둬. 다른 사람들까지 짜증나게 만들지 말고.”

계속 투덜거리는 동료의 불만을 듣다 못한 다른 연금술사가 핀잔했다. 주변 분위기를 보던 남윤 또한 거들었다.

“그래, 하고 싶지 않으면 관둬도 돼. 여기까지 한건 인정해 줄 테니까. 억지로 잡아 두진 않아.”

남윤의 최후 통첩에 불평하던 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만둘 리가 없었다. 이건 근무 시간 내의 업무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길드장의 개인 의뢰. 보수가 높아 다들 자발적으로 참여한 일이었다.

투덜대는 동료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얼어붙었다. 한 마디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입을 다문 남윤의 단말기가 울렸다. 단말기의 내용을 확인한 남윤의 얼굴에 화색이 어렸다.

“이제 쉬자.”

“벌써요? 저 인간 때문이라면…….”

“저 인간이라니!?”

“저 고릴라라고 해 줄까?”

“싸우지 말고. 생각보다 거짓말쟁이가 별로 없대. 봐 가면서 쪼개라고 하시네.”

“그래요? 하긴… 이런 보상까지 걸리니까.”

퀘스트를 낸 관리자이자 그들의 상사, 신지호의 연락이다. 실시간으로 퀘스트를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제보의 수가 적다. 그러니 상황 봐서 하라는 것.

신지호가 적은 숫자는 그들이 예상한 수를 한참 밑돌았다.

다들 보상을 받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있으니, 제보 건수가 부족한 건 아닐 터였다.

이남윤은 연구실 책상 위에 가져다 둔 자신의 피규어를 바라보았다.

연금술사 아리엘. 이남윤이 각성하며 얻게 된 스킬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와 판박이였다. 그래서 이남윤은 전보다 더욱 아리엘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리엘은 배신당하면서도 ‘사람은, 사람을 믿어야 해요!’라고 했었지. 그녀의 말이 옳다. 사람을 믿을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물론 사람이 배신할 때도 있지만…….

‘사람을 믿는 것도 사람이에요.’

“크, 명대사…….”

남윤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시도 때도 없이 혼자 감정이 벅차오르는 팀장에게 익숙한 다른 길드원들은 자연스레 무시했다. 덕분에 남윤은 혼자 충분히 제 감정에 취할 수 있었다.

노네임의 길드장은 사람을 믿지만 믿지 못한다. 상처가 깊기 때문이겠지. 남윤은 이번 일이 길드장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세 가지의 퀘스트는 모든 각성자에게 발생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지호는 굳이 손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퀘스트는 모든 사람의 앞에 발생했고…….

사냥의 대상인 레비아탄과 함께 있는 황혜림 또한 퀘스트를 확인했다.

혜림은 퀘스트를 확인하자마자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능력 있는 헌터가 너무 많았다. 과거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추격전이 이어졌다.

도망치고, 또 도망쳐서…….

지금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심해에 도착해 혜림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

혜림은 지쳤다. 단순히 육체나 정신의 피로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혼자 도망 다니는 행위는 상상 이상으로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게다가 함께 도망치는 존재는… 동료라기보다는 괴물이란 인상밖에 주지 않는다. 그녀는 손을 뻗어 눈앞의 거대한 생명체를 어루만졌다.

최대한 사이즈를 줄였음에도 한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몸체는 썩어 가고 있었다.

레비아탄의 지독한 시취에 머리가 다 아팠다. 그나마 황혜림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주변에 배를 까뒤집은 물고기처럼 죽진 않았으니까.

어차피 대던전이 열리면 다 죽을 놈들이다.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갔다.

황혜림이 죽이고 싶은 건 인간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생물까지 죽는 걸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눈으로 지켜보는 건 또 다른 감상을 불러왔다.

“…….”

눈앞의 심란한 광경에 취해 있을 때는 아니었다. 아마 너무 피곤한 탓에 저도 모르게 감정적이 된 거겠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게네시스와의 연락은 하나둘 끊어졌다. 지금은 아무도 그녀에게 연락해 오는 이가 없었다. 지원받지 못한 채 혜림은 혼자만의 사투를 이어 갔다.

다른 사람은 모두 잡혔다 쳐도, 그… 녹스가 잡힐 일은 없을 텐데. 그에게조차 연락이 없는 건…….

‘이제 시간문제라는 거겠지.’

죽어가는 레비아탄은 신지호가 아무리 발악해도 결국, 대던전을 발아시킬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황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그들’에게 게네시스는 말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았지만 억울했다. 이렇게 다 쓰고 남은 말처럼 버림받은 게.

물론 그녀가 버림받은 정도로 억울해할 처지가 아니란 건 잘 안다. 그런데도 치미는 억울함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일을 도운 이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수는 없는 걸까.

‘괜한 생각이야.’

다시 한번 이동을 준비하던 그 때였다.

“여기서 위치를 제보하면 나도 보상을 받는 건가?”

믿을 수 없지만 이 깊은 심해에서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황혜림은 바짝 긴장해 레비아탄에게 몸을 붙였다.

깊은 어둠이 깔린 심해에서도 모습이 똑똑히 보이는 남자는 화려한 금발과 금빛 눈이 인상적인 미남이었다.

심해가 아니라 해변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연하늘색 셔츠와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 한량과 같은 차림이지만 상대는 누구보다 위험한 이였다.

이름은 우희. 황룡으로 불리는 게 더 유명한 자.

레비아탄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영물이 바로 우희였다.

혜림은 즉시 공간을 넘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몸이 뻣뻣하게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혜림은 우희를 돌아보다가 숨이 턱 멎었다. 아무렇지 않게 서 있지만 상대의 위압감이 혜림의 숨통을 조였다.

“항복하렴, 얘야.”

‘…….’

“나쁘게 굴진 않을 테니까, 응?”

아이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 혜림은 무너질 것만 같았다. 춥고, 배고프고, 마력 부족으로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외로워서…….

‘나는…….’

혜림의 입술이 떨리듯 달싹였다.

그러나 그때.

─ 누구 마음대로?

잔인한 목소리가 혜림의 의식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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