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색련-40화 (40/111)

#40

사실 홍의는 동정이었다. 항간에서 말하는 숫총각 말이다. 남들에게는 들놀음도 지겹다고 말하며 거드름을 피웠지만, 맘에도 없는 상대와 몸을 섞는 것은 인통을 중시하여 대를 이어야 하는 웃전들의 사정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음욕에 겨워 정도 없는 상대와 난질을 벌였다가 아이라도 생기면 그땐 어찌한단 말인가? 다른 향선들은 씨물을 입이나 허벅살에 사출하는 것으로 피임을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토록 조준을 잘했다면 어찌 나이 스물도 안 되어 첩과 자식을 어우렁더우렁 거느린 놈들이 다향원에 가득한지 영문 모를 일이었다.

원주 미함의 이복아우인 향선 나함은 홍의와 한동갑이었는데, 성욕의 번뇌를 끊어 버린 성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폐첩이 열넷이나 되었다.

‘그러니까 아예 성욕의 번뇌를 끊고 색사의 신으로 거듭난 게지.’

사내들이 모여 앉아 낄낄거리건 말건, 나함은 스스로 정 많고 사랑이 넘치는 인사라고 강조하듯 올망졸망한 자식들을 자랑스레 대동하고 다녔다. 많지 않은 나이에 대가족을 이루고 자기 가솔들에게 한 치의 소홀함이 없는 나함을 향해 모두의 칭송이 자자했으나, 홍의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정녕 열네 명의 내자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똑같이 아끼노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수십의 자식들을 편애 없이 키웠노라 자신할 수 있는가? 내 사랑을 여럿에게 나누고 상대의 사랑도 조각내어 어느 한 부분만 취해야 하는 것이라면, 결국 허울 좋은 하눌타리에 지나지 않았다.

본디 외눈박이 세상에서는 두눈박이가 괴물 취급을 당한다는 말이 있다. 홍의는 자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돌연변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내들의 눈에도 나라 특유의 자유롭고 대범한 풍속을 무시하고 홀로 결벽을 부리는 홍의가 더욱 별짜로 비쳤을 터였다. 씨족의 신성함을 유지하고 더욱 많은 자식을 낳아 사랑이 백화난만한 벽해를 가꾸는 일 또한 향선의 의무일진대, 매사 봉사 시늉이나 하며 허허실실 뜬구름이나 잡는 홍의는 아무래도 다향원에 완벽히 섞여 들 수 없었다.

그러나 늦바람이 용마름을 벗긴다고 했던가.

그토록 오랜 세월 홀로 고고하게 몸을 벼리던 홍의가 여인도 아닌 사내의 양물 앞에 무릎을 꿇을 줄 천지신명이라고 예견하셨을까.

“난 끝까지 가고 싶은데.”

남의 속도 모르는 태자는 천진하게 중얼거리며 향유병까지 꺼내 보이고 있었다.

“녹빈이가 주었어. 이걸 내 양물에 바르고 일을 진행하면 된대.”

홍의는 아련한 눈으로 그 작은 병을 잠시간 바라보았다.

‘이치께서 또 약을 파시는군. 대대손손 거물을 영위한 황족 신화의 재림을 밑으로 받았다간 내 몸이 두 동강으로 쩍 갈라질 수도 있어.’

애초에 그만 뻗대고 품앗이라도 해 드리리라는 심산이었지만, 삽입은 도저히 무리였다. 곰곰이 자기 셈을 하던 홍의는 곧 뻔뻔한 얼굴로 공손하게 아뢰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전하, 소신이 오랜 지병이 있어 삽입은 불가하옵니다.”

“무슨 병인데?”

“치질이요.”

‘…순간 진짠 줄.’

잠시 썩은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자는 곧 미간을 찌푸렸다.

“성심을 다해 파정을 돕겠다더니 순 공갈이었나?”

그러자 홍의는 착잡한 표정으로 태자를 올려다보았다. 애당초 태자는 딱딱하고 거친 홍의에게 어떤 낙원을 보채는 걸까. 생애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파정을 경험해 본 적 없다는 사내에게 어찌하면 극상의 쾌락을 선사할 수 있을까.

“아무튼 성심을 다해 돕겠다고 하였습니다. …입으로 말입니다.”

홍의가 한숨처럼 이르자 태자는 성에 안 찬다는 듯 눈썹을 까딱였다. 그러다 결국은 순응하듯 아랫도리를 비딱하게 내밀어 선다.

든든히 박힌 소의 뿔을 뽑으려면 불로 달구어 놓은 김에 얼른 해치워야 한다고 했다. 한창 열이 올랐을 때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민가의 속언이 얄궂게 홍의의 뇌리를 스쳤다. 쇠뿔처럼 발기한 꼿꼿한 살덩이, 그 검붉은 열기.

하지만 소뿔도 단김에 빼리라는 셈속과는 달리, 막상 태자의 치마를 추어올리는 손은 갈팡질팡 어지간히 요령이 없었다. 홍의는 적이 서툴렀다. 암만 사춘기 시절 방중 비사에 통달하여 갖가지 비술들을 머리로 익혔다 하더라도 이토록 실전 경험이 전무한 바에야 그저 먼지 쌓인 고루한 지식, 입으로 터는 후림대수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통의 노수는 야살스러운 외모를 무기로 남녀노소 안 가리는 오입질에 이골이 난 사내였는데, 그와 배꼽을 맞댄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끈 하나 슥 잡아당기는 것으로 기가 막히게 상대방의 옷을 벗길 뿐만 아니라, 일촌광음의 품을 들여 순식간에 알몸으로 만드는 재주가 아주 그냥 신통방통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홍의는 아까 다 헤쳐 놓은 겉치마를 벗기는 데만 일각 가까이 허비하고 있었다. 벗기는 것도 결국 타고나야 하는 법. 홍의가 하도 헤매니 태자가 거길 잡아당겨라, 거기가 아니다, 등등 훈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용을 쓴 끝에 속곳만을 남겨 두었다.

뭘 했다고 벌써 저리 뫼를 치고 있는 걸까. 비단 천을 곧이라도 찢고 튀어나올 것처럼 성이 나 있는 대물의 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슬쩍 태자의 얼굴을 확인하려니 시간을 끌어도 상관없고 서툴러도 좋은 건지, 홈홈한 표정으로 달뜬 눈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망설이던 홍의는 속곳 끈을 확 잡아당겼다.

그러자 좁은 속곳 안에서 벼르고 있던 물건이 기다렸다는 듯 튕겨 나와 홍의의 볼에 터억! 부딪쳤다.

“…….”

“…….”

난데없이 성기로 얼뺨을 후려 맞은 홍의가 요연하게 굳어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전하.”

“응?”

“혹 이곳도 따로 근력 운동을 하시는 건 아닐는지…?”

태자는 고개를 기울였다.

“앞으로 할까?”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홍의는 차마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빌어먹을. 젠장할. 씨불알. 불알…. 그러고 보니 음낭도 어지간히 크고 실하시다. 코앞의 대물을 곁눈으로 흘깃거리는 홍의의 양쪽 귀가 불에 덴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지금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있는 건 태자 전하인데, 어찌하여 제가 만천하에 아랫도리를 드러낸 듯 부끄럽고 열없고 수치심이 밀려드는지 알 도리가 없다.

아직 보송보송한 솜털로 덮여 뽀얗게 미태 어린 피부 결에 비해 태자의 음경은 사뭇 거뭇하고 우뚝했다. 또한 무성한 검은 숲이 물비늘처럼 묘한 윤기를 내며 배꼽 아래까지 수북하여서, 정면에서 보려니 얼마간 거북하고 한편으론 슬그머니 두려움이 일었다. 홍의는 그 두려움 자체도 낯설었다. 향선들과 밤놀이를 갔다 돌아오면서 노상에서 방뇨라도 할 적에 으레 보았던 다른 사내들의 양물과 딱히 유별하게 다른 것도 아니었다. 물론 크기야 유난했으나 제아무리 대물일지언정 다리밋자루는 그냥 다리밋자루일 뿐, 돌연변이가 아닌 바에야 실제 다리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홍의의 몸에도 시도 때도 없이 시르죽었다 불뚝 서기를 반복하는 요사스러운 뿔 하나가 달려 있으니 새삼 눈에 설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묘하게 위협적인 것이다. 울근불근한 혈관에 휘감겨 곧이라도 터질 것처럼 팽배해 오른 태자의 욕망이 곧이라도 급소를 공격해 올 듯 위험하게 느껴졌다. 문득 ‘사내’라는 존재 자체가 울걱 낯설었다. 스스로가 숫처녀라도 된 양, 짙은 남성성 앞에 곱작 움츠러들었다.

‘…저 고운 존용으로 이딴 흉기를 달고 있다니, 참말 세상은 요지경이다.’

홍의는 문득 제 음경의 크기를 떠올리려다가 괜히 슬퍼질 것 같아 관두었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잡고 태자의 거시기를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계속 보았다.

‘쫄지 말자. 지금이야말로 지난번의 수모를 갚을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홍의는 첫 수업 때의 오욕과 자괴감을 곱씹으며 이를 갈았다. 내가 손가락에 ‘찍’이면 당신은 얼마나 버티나 보자는 무엄한 심산을 삭여 내면서, 만면에 가식적인 미소를 활짝 머금고 태자를 올려다보았다.

“전하께서 이토록 강건하시니 소신은 그저 기쁘기 한량없나이다.”

“…그래?”

홍의가 득의양양 웃자 의외라는 듯, 혹은 재미있다는 듯 태자의 입매도 비스듬히 올라갔다.

“정녕 기쁘기만 해? 내 것이 너무 커서 두렵지는 않고?”

“아뿔싸, 이게 큰 것인가요? 흐응, 그렇구나. 나름 큰 것이구나. 소신은 그런 것 잘 몰라서.”

태자의 눈초리가 싸늘해졌다.

“…언제는 방망이라며.”

“방망이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습니까. 빨랫방망이 다듬잇방망이 절굿공이, 더불어 양념이나 쫑쫑쫑 다질 때 쓰는 째깐한 방망이도 있고 말입니다.”

“…….”

태자가 눈에 띄게 자존심을 상해 하자 홍의의 객기는 더해져서 드러난 태자의 양물을 손잡이 붙잡듯 턱- 하고 잡쥐기까지 하였다.

“암만 봐도 전하의 존모를 빼닮은 옥경이 참으로 깜찍합니다. 윗머리로 올라갈수록 색이 옅어지면서 발그레한 꽃분홍으로 물들어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것이 꼭 나뭇가지 가장귀에 뽈긋하게 피어난 홍매를 완상하는 듯하고요.”

“…….”

“또 요 귀여운 핏줄들이 연신 두근두근 뭉글뭉글한 것 좀 보라지요? 마치 선잠에서 깨어난 갓난아기의 배냇짓같이 사랑옵지 않습니까? 이야, 이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꽃 옥경으로서….”

객기가 도를 넘은 것도 맞지만, 막상 이 대물을 어찌 입에 담을까 싶어 막막하고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벌고자 입이 알아서 줄줄줄 헛소리를 지껄였다. 한창 그런 홍의를 삐딱하게 내려다보던 태자가 문득 스스로 양물의 기둥을 붙들었다. 그리고 둥근 귀두로 연신 오두방정을 떨고 있는 홍의의 입술을 탁 내리쳤다.

“그럼, 빨아.”

“…….”

“말로만 귀애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봐.”

홍의가 잠시 멍한 동태눈으로 올려다보는데 태자가 문득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참고로, 정모 중에 무턱대고 내 걸 입에 넣으려다 턱 빠진 여인도 있었어.”

“…거짓말.”

태자가 생긋 웃었다.

“참말.”

홍의의 낯빛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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