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색련-41화 (41/111)

#41

“…홍의야.”

“읍…. 우욱.”

“끝까지 삼켜야지?”

태자는 전에 없이 다정하게 말하고 있었으나, 그 다정이 진짜 다정일 리 없었다.

“…우읍, 전, 욱!”

태자의 커다란 양손이 부드럽게 홍의의 귀를 지분거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표정이 전에 없이 들떠 있었다.

“아…. 이렇게 딱딱해진 거 처음이야.”

태자가 소곤거리며, 한 번 더 허리를 앞으로 밀었다. 쑤욱, 목젖까지 박혀 드는 귀두에 홍의는 두 눈을 홉뜨며 숨을 멈추었다. 목이 절로 부풀면서 구역을 참아내려 안간힘이었다.

한 번에 길게 뽑아내자 꼿꼿이 발기한 성기가 반동으로 코앞에서 끄덕거렸다. 홍의는 헐떡이며 올려다보았다. 새빨개진 눈가와 코끝과 입술이 흠뻑 젖어 있었다. 아니, 온 얼굴이 젖어 있었다.

“아직도 이게 귀여워?”

홍의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힘껏 저었다.

“어떤데.”

“…큽니다.”

“크고?”

“딱딱해요.”

“또…?”

“…무섭습니다….”

홍의가 코를 훌쩍이며 꿇은 무릎 위에 둔 양 주먹을 떨었다. 그제야 뒤틀렸던 심기가 어느 정도 풀린 태자가 고개를 기울였다.

“잘했어.”

“…….”

“그런 말에 녹지, 사내는.”

어쩐지 자존심이 상한 홍의가 입을 다물었다. 태자는 뿌리를 잡고 다시금 귀두로 홍의의 입술을 문질렀다. 이어서 붉게 부어오른 입술 사이로 굵은 성기가 침입하는 광경이 못내 색정적이었다.

“고개를 좀 더 젖혀봐.”

태자는 조금이라도 편안히 호흡하는 방도를 가르쳐 주려는 것이었지만, 홍의는 달리 해석한 듯했다. 지금 사람 약 올리세요? 하듯이 원망스럽다는 눈빛만 쏘아붙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한 시진 째였다. 홍의가 태자의 양물에 입 구멍이 꿰인 채로 콧숨을 씨근거리며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린 시간 말이다.

“숨 쉬어.”

문득 중얼거린 태자가 그와 동시에 손에 쥔 홍의의 머리채를 샅에 꽉 갖다 붙였다. …숨 쉬라면서요! 외칠 수 없는 고함과 함께 밀려든 성기가 목젖을 넘어 목구멍 안쪽까지 쑥 박혀 들었다. 결국 참지 못한 홍의가 요란하게 기침을 쿨럭거리며 태자의 성기를 왈칵 뱉어내었다.

태자가 지루라는 소문만큼은 낭설이 아니라 사실이었든가 보다. 얼얼하고 뻐근한 턱으로 주륵 흘러내리는 침을 잠시 손등으로 닦아 낸 홍의는, 여전히 생생하게 곧추서서 홀로 간닥거리고 있는 눈앞의 대물에 결국 기가 질리고 말았다. 거북의 두부와 비슷하다 하여 음경 귀두라 불리는 성기의 선단부에 맑은 진액이 맺혀 있었다. 다량의 피가 몰려 팽창할수록 태자의 숨소리도 가빠졌다. 갈급증이 인 사람처럼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목과 귀를 모두 붉게 물들인 채 나긋나긋 몽롱한 눈빛까지, 영락없이 흥분한 모습이었다. 여기까지 선도에서 이르던 성적 흥분의 다섯 가지 징후와 딱 맞아떨어졌다.

‘헌데 왜 한 시진 째 싸지를 못하냐고, 싸지를!’

그 와중에도 자신의 기술이 부족하여 이토록 오래 시간을 끌었다고는 도저히 생각지 못하는 홍의였다.

“전하….”

한참을 날구역을 하던 홍의가 결국은 넋이 다 빠져나간 얼굴로 태자의 허벅지를 붙들고 초점 잃은 눈을 들었다.

“오늘은 이쯤으로 마무리하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혀도 잘 안 돌아간다. 턱에 감각도 없었다. 홍의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태자의 사타구니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인간적으로 커도 너무 큰 것이다. 입 안에 들이는 것까지는 어찌해 보겠는데, 조금이라도 깊이 박혀 드는 순간 숨통이 턱 막히면서 눈앞이 깜깜해지고 왈칵 헛구역부터 도니, 이건 도저히 사람 할 짓이 아니었다. 유달리 비위가 약한 편이기도 했고, 태자가 유달리 크기도 하였다. 홍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태자는 그런 홍의가 무척 색스럽다고 생각되었다. 눈가와 콧잔등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애원하는 모습은 안쓰러운 한편에 어지간히 육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태자는 연신 양기가 돋고 아랫도리가 저려서 잠시 혀를 내어 마른 입술을 빙 돌려 핥았다. 속도 모르는 홍의는 여직 입만 살아 나불거렸다.

“소신이 앞으로는 더욱 턱주가리를 강화하고 목구녕을 단련하는 수련에 정진하여서 차후 성심으로 모실 터이니, 오늘은 제발 부디 선처를.”

“안 돼.”

“전하!”

“삽입은 싫다 해서 입 쓰는 걸 용인했는데 이조차 못 하겠다고?”

그에 눈치를 살피던 홍의가 도망이라도 가려는 듯 냅다 몸을 빼려다가 어허, 머리채를 붙들려서 침상 위로 나뒹굴었다. 태자도 슬슬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웠다.

“내가 너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고 사내로서의 기능도 부족하다 여기어 무시하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계속 그리 엄부럭을 내?”

홍의는 해참한 심정으로 가련히 모로 누워서 훌쩍거렸다. 엄부럭이라고…? 엄부….

“엄부러어억?!”

별안간 외마디 육성을 내지르며 휙 돌아보았다. 눈에서 칼이 튀는 듯했다.

“전하라면! 이만한 게 입에 들어갑니까? 이만한 게?!”

뵈는 게 없는 홍의는 제 팔뚝을 턱 턱 쳐 가며 발악을 하고 있었다. 빤히 보던 태자도 슬그머니 어금니를 악물었다. 사납게 떠들치는 눈초리가 어느덧 서슬 퍼렇게 돌변해 있었다.

“또 한 입 갖고 두말하네. 대체 내가 언제까지 봐줘야 하지?”

“…….”

“거문고도 안 통하고, 술 먹여도 소용없고.”

태자는 쥐 잡아먹은 듯 시뻘건 입술로 중얼거리더니 도깨비불 같은 시퍼런 눈을 번뜩 빛내며 천천히 걸어왔다. 그 서릿발이 가히 맵차기도 하여서 홍의는 자기도 모르게 궁둥이를 뒤로 밀며 침상 끄트머리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발가벗고 유혹해도 싫다, 기어이 여장까지 하게 만들더니….”

그렇게 한 발 한 발 다가오는데, 제일 무서운 건 시퍼런 눈도 시뻘건 입술도 아닌, 저 거대한 다리밋자루렷다!

“이제는 또 너무 커서 못 빨겠다고?”

태자가 침상 위에 한쪽 무릎을 올렸고, 홍의의 등은 벽에 닿았다.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너 지금 나 갖고 노냐?”

“…….”

아니요.

독 안에 갇힌 쥐새끼처럼 오들오들 떠는 홍의의 얼굴로 기다란 음영이 드리웠다. 아예 침상에 올라온 태자는 잠자코 궤상(?像, 무릎을 꿇은 모양)을 한 뒤 홍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비딱하게 치켜 들린 미끈한 옥안을 보노라니 새삼 무소불위의 제왕이 따로 없었다.

“이리 와.”

“…….”

망설이던 홍의는 결국 나라 잃은 표정으로 엉금엉금 태자의 앞으로 기어들었다. 태자는 제 앞에 나부죽이 엎드려 다시 서툰 손짓으로 물건을 감싸 잡는 홍의를 내려다보았다.

‘…애초에 별 기대는 안 했다만.’

그토록 뜨르르한 농탕질과 요분질과 감창법 등등은 이미 예전에 정모들과 통할 때 능히 겪어 온 것들이었다. 태자가 하도 사납게 거부하고 악다구니를 쓴 탓에 인통을 보한다는 가당찮은 의식은, 결국 얼굴이 가리고 양손마저 결박당한 채 이루어졌다. 태자로서 씨내리 취급을 당한 기억은 오히려 발군의 방중술에 대한 역겨움과 두려움으로 더욱 짙게 돋을새김 되고 말았다.

애초에 요사한 눈웃음을 치면서 다채로운 방사의 기교를 부리는 상대는 필요 없다. 원치 않았다. 태자가 바라는 이는 우뚝한 맨몸으로 나란히 유야무야의 경지를 향하여 기꺼이 내달리는 유일무이의 벗이었다. 어떠한 가식도 위선도 없이, 그토록 유쾌하고 숨차게.

다시 고 따뜻하고 뭉근한 입속으로 귀두를 빨리면서 태자는 낮게 신음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여 제 사타구니에 달라붙은 홍의의 머리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질끈 올려 묶은 머리칼을 한 손으로 붙들어 고개를 뒤로 젖히게 했다. 귀두를 질척하게 뱉어 놓으며 올려다보는 검은 눈에 또 물기가 한가득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태자는 성기의 기둥을 쥐고 있는 홍의의 손등에 손을 겹쳤다. 그리고 위아래로 흔들게 했다.

“여기 손으로 문지르면서, 입술로 귀두 문대 봐.”

홍의는 처음엔 당황스러운 듯 눈을 깜빡거렸지만, 이내 순순히 태자가 시키는 대로 행하였다. 손바닥에 놓인 옥경을 잠시 고쳐 잡는데 태자가 덧붙였다.

“부드럽게 잡아야지. 달걀 감싸 쥐듯이.”

“…….”

홍의는 얼기설기 어설프게 다시 잡쥐었다.

“이 안 닿게 입술로만 빨아. 빨면서 혀로 문질러. 손 움직이는 거 쉬지 말고. …그래, 잘하네.”

이는 좀처럼 설 생각을 않는 태자의 옥경을 억지로 세울 때, 정모들이 으레 써먹던 방식이었다. 미끄덩거리는 날렵한 혀와 뜨거운 숨결과 조밀하게 죄어오는 입 심, 따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몸에 새겨진 찝찔하고 역겨운 기억. 그것을 홍의에게 가르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무엇도 모르고 무엇도 할 수 없던 그는 이제 홍의를 통해 곧고 강건한 사내가 되고 싶었다. 더는 누구에게도 굴복당하지 않고, 지배당하지 않고.

홍의는 마침 입술을 오므려 그 위에 태자의 미끈한 귀두를 놓고 부빗거리고 있었다. 태자가 허공을 보며 몽롱한 눈빛으로 신음하다가 넌짓 손끝을 내어 홍의의 보드란 귓불을 동글동글 매만졌다.

“아…. 빨개.”

태자는 야릇한 운우도를 내려다보듯 잔뜩 색정에 겨워 연푸른 눈을 일렁였다. 홍의의 눈 밑, 콧등, 볼도 목도 귀도 모조리 발갛게 열에 달떠 있었다. 안 빨간 곳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이름이 홍의라서 이렇게 빨간 거야?”

“…재미없습니다.”

홍의는 받잡기 거북하다는 듯 인상을 쓰면서도 어쩐지 묘하게 순종적으로 굴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존심 때문에 완벽히 엎드리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감쳐무는 모습이 더욱 춘흥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 자존심과 오기로 똘똘 뭉친 연상의 사내가 입을 벌려 신음하는 걸 보고 싶다. 울며불며 매달리고 좋아 자지러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감상하고 싶다.

태자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제 사타구니에 매달려 열심히 봉사 중인 홍의의 곱송그린 등을 보았다. 붉은 정복을 죄는 금빛 요대가 등에서 고운 나비매듭으로 갈무리돼 있었다. 새삼 이리 보니 붉은 잎에 노란 술 달린 작약 같다고, 그 모습이 몹시 애살스럽고 탐스럽고 사랑옵다고, 막무가내로 그리 생각하던 태자가 꽃잎 한 장을 따듯, 나비의 날개를 떼어 내듯, 허락 없이 매듭을 잡아당겼다. 비단 옷자락이 부딪는 소리가 서걱서걱 울렸다. 홍의는 애무를 멈추고 어깨를 옴찔거리며 굳었다. 풀린 허리끈이 태자의 손에 걸려 홍의의 볼을 간질이며 툭 떨어져 내렸다.

“전하.”

“응?”

홍의는 눈을 굴리며 시선 둘 곳을 몰라 하였다.

“아직 애무가 끝나지 않았사온데….”

“응. 좀 보자.”

“…무얼요?”

“누워서 쫙 벌려 봐.”

그나마 남아 있던 흰 여백마저 팡, 하고 전부 벌겋게 달아오른 홍의가 두 눈을 부릅뜨고 항의의 말을 내뱉으려 하는데 태자가 몸을 일으켰다. 홍의는 오른쪽 팔꿈치로 침상을 딛고 몸을 반쯤 일으킨 자세로 거뭇하게 덮쳐드는 그림자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소, 소신의 옷은 왜…?”

태자는 홍의의 바지춤을 잡고 서슴없이 쭉 잡아 내렸다. 그가 거침없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너무 놀라 고성만 짧게 내지르던 홍의가 결국은 발가벗겨진 아랫도리를 양손으로 가리고 어버버, 하였다.

‘…대체 뭐지? 매우 당황스럽고 난처하고 황망하고 두렵지만 그렇다고 마냥 싫지만은 않은 이 느낌은?’

드러난 맨다리에 소름이 돋았다. 태자가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인 채 또랑또랑 제 아래를 직시하고 있었다. 에그머니나, 하는 심정에 홍의는 크큼, 헛기침을 하며 먼눈을 팔았다. 곧이어 태자의 양손에 손목이 붙들렸다. 홍의는 못 이기는 척 다리를 비비 꼬고 얽다가 결국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태자의 손에 이끌려 성기를 번연히 드러내고 말았다.

“…귀여워라.”

초롱 모양을 한 성기를 바라보며 태자가 푸른 눈을 반짝였다.

‘삶아 놓은 고사리 같다.’

똘똘한 태자는 다행히 뒷말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홍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쌕쌕 가쁜 숨을 내쉬었다. 어찌 이리 경망스럽고 신랄하고 파렴치하고 외설스러울 수 있단 말인가. 색사가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헌데 왜 싫지는 않단 말인가!

태자는 눈동자에 새파란 불꽃을 틔우며 위에 걸치고 있던 여인의 속적삼을 휙 벗어 던졌다. 헤쳤던 속치마도 펄럭이며 침상 아래로 떨어졌다. 우뚝한 맨몸이 된 그가 네발짐승이 먹이를 아래 가두듯 홍의의 몸뚱이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홍의가 걸치고 있던 나머지 상의도 모두 벗겨 내었다. 단단한 가슴팍과 짙은 王자와 발그름한 젖꼭지가 드러났다. 홍의는 아예 양손으로 제 얼굴을 꾹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 새빨개진 목울대가 울렁울렁하였다.

태자는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민둥한 홍의의 가슴을 억지로 모아 보았다. 여인의 질펀하고 풍만한 육덕과 적이 달랐으나 사내치고는 크고 폭신한 젖꼭지가 물고 빨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없는 가슴 끌어모아 위로 솟구치게 한 뒤 부드러운 입술로 유륜을 덮었다. 넓게 빨아올리다 혀끝에 뾰족이 힘을 주어 돌출되어 꼿꼿해진 유두를 유난하게 괴롭혔다. 망측하였다. 홍의는 기함을 하며 온몸을 뒤재비꼬았다.

쪽쪽 빨리고 촉촉 붙였다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운무가 흘렀다. 홍의는 어찌할 바 모르다가 조심스레 태자의 머리통을 끌어안고 숨을 헐떡거렸다. 따뜻했다. 뭉클하였다. 뜨겁고 축축한 콧숨과 젖꼭지를 살살 빨아 당기는 조붓한 점막은 어린 새의 툭툭 쪼는 여린 부리 짓 같았다. 어쩐지 목이 멘다고 생각하는 순간, 태자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말간 주홍색 등롱 밑 투명한 옥안으로 물결치듯 차르르, 미소가 밀려들었다.

‘…곱다. 참 곱다.’

홍의는 자기도 모르게 그 매혹적인 뺨을 손으로 감쌌다. 태자는 기꺼이 홍의의 손바닥에 뺨을 한 차례 비비며 혼잣말처럼 작게 읊조렸다.

“참 재밌는 놀이가 다 있구나. 이래서 다들 서로 배꼽을 맞추지 못해 안달인가 봐.”

속삭이면서 엄지손가락으로 홍의의 젖꼭지를 꾹 누른다. 아! 홍의가 몸을 덜컥거리며 신음했다. 수치심에 고개를 이쪽저쪽 연해 돌리는데도 날 좀 봐 달라고 조르듯 매번 쫓아 드는 얼굴, 그 아이 같은 짓궂음. 태자는 이러한 행위 자체가 재미있어 맘껏 즐기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옷을 벗고 살을 맛보고 몸을 끼워 맞추는 일이 이토록 즐거운 일인 줄 미처 몰랐다. 한창 윗니 아랫니 사이에 젖꼭지를 끼우고 잘강잘강 이갈이 하듯 씹어 대는데, 문득 명치에 치대는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태자는 힐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홍의의 성기가 단단하게 부풀어서 태자를 찌르고 있었다.

“흐윽, 아, 전하. 마, 망측하옵니다.”

“그러게. 그대의 고추가 무엄하고 망측하다.”

“전하!”

홍의가 가로누우며 아래를 가리려 하자 태자의 손이 제법 거칠게 홍의의 손목을 잡쥐어 침상으로 내리눌렀다. 옥죄이는 뼈마디가 아릿거렸다. 암만 뒤채어도 아랑곳 않는 입술이 아랫배에 꽃잎을 남기다가 더 아래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 미끈하고 질척하게 샅을 유린했다. 홍의가 정녕 푹 쪄 낸 홍삼처럼 온몸이 다 빨개진 채 온몸을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허벅지 안쪽의 여린 곳을 깨물린 홍의가 열음을 확 내질렀다.

“전하악!”

와락, 단단하고 차진 허벅지로 그 사이에 침입한 머리통을 조였다.

“…….”

“…….”

태자는 멀건 눈으로 밭은 숨만 몰아쉬다가 문득 홍의의 양물을 바라보았다. 희멀건 씨물이 귀두에 찔끔찔끔 배어 나오고 있었다.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끈적거리는 느낌에 손을 내어 닦아 내니 홍의가 싸지른 씨물이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태자가 손가락을 눈높이로 들어 올려 뚝 뚝 쏟는 끈끈 물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

“…….”

민망한 시선이 마주쳤다. 홍의는 두 눈을 깜빡거렸다. 태자의 목덜미와 귀가 아직 남은 흥분으로 인해 붉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 보았다. 하릴없이 보았다. 그러다 문득 꾸물꾸물 옆으로 누워 몸을 말고는, 더듬더듬 포단을 집어 제 몸을 사풋이 싸매고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수….”

“…수?”

“술 때문이옵니다….”

“…….”

지게문 밖으로 밤비 쏟는 소리가 여전히 청량하고 하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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