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헉!”
홍의가 질끈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면서 확 허리를 휘었다. 그 반응에 태자도 조금 놀라 멈칫하다가, 이내 다시 밑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손가락을 얼얼할 정도로 꼭꼭 죄어 무는 요 아랫입의 차진 근기에 놀라 헛숨을 삼켰다. 손가락 하나, 그뿐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우면서 뜨거운 속살이 잘근잘근 들어선 것을 씹었다.
‘엄청… 조인다.’
홍의의 괄약근은 예상을 뛰어넘는 조임을 지니고 있었다. 문득 유달리 실팍하고 단단한 홍의의 허벅다리와 푸짐한 엉덩이가 눈에 들었다. 그저 다른 사내에 비해 튼실하다고 느꼈던 홍의의 하체에 이토록 야릇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니, 놀랄 노 자다. 태자는 아랫배가 짜르르 저려 오면서 숨이 조금씩 가빠졌다. 하지만….
‘내 건 안 들어갈 것 같다.’
좁디좁은 비부를 응시하던 태자는 벌써 슬펐다.
‘아프다고, 저리 꺼지라고 소리치면서 내 머리채를 잡아 뜯을 수도 있어.’
지금껏 홍의의 행적을 되짚어본다면 충분히 그럼직도 하였다.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요망한 아랫입이 또 한 번 잘근, 하였다. 태자가 흠칫했다. 홍의가 발그레해진 얼굴로 축축한 눈빛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저, 전하…. 무언가. 이상합니다….”
“무어가 이상한데?”
“그것이… 느낌이 아주 오묘하여….”
“어떤데.”
“뭐가 낀 것 같습니다.”
“…….”
찝찝합니다. 홍의는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방사 중에만 홍의를 벙어리로 만들 수 있는 묘약은 없는 것일까? 태자도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태자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연신 홍의의 얼굴을 살피고 들었다. …하나 더 넣어 볼까. 생각이 미치기 무섭게 가운뎃손가락을 겹쳐서 틈도 없는 곳에 쏙 밀어 넣었다. 입구의 거센 조임을 뚫고 침범하자 역시나 안쪽은 뜨겁고 말랑하였다. 홍의의 복근이 움찔움찔 들썩거렸다. 그렇게 두 사내는 한참 동안 머리를 맞대고 밑구멍 열어젖히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태자는 문득 제 물건이 홍의의 볼기를 찌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보무당당한 위용이 그새 우뚝 서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설마 싶은 심정이었다. 설마. 딴 사람도 아니고 홍의가 쉬이 자신의 물건을 받겠는가 말이다. 틈만 나면 앙알거리고 시비곡직 따져 대고 저 좋을 대로만 하려는 투덜이가. 태자도 자신의 물건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인조차 결사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받기 힘든 대물이라는 것을.
“…진짜 해?”
“…할까요?”
“네가 하자며.”
“전하께서 먼저 하고 싶어 하셨으니까요.”
“넣다가 찢어져도 난 몰라.”
“설마요. 그 정도로 크시지는 않습니다.”
“짝 찢어져서 앉은뱅이 될 수도 있어.”
“말씀 다 하셨습니까? 듣자 듣자 하니까 남의 똥구멍에 대고 막말이 참 심하시네요?”
“…알았어. 조용히 해.”
“명하시기에 앞서 먼저 조용히 하시면 될 듯합니다.”
“…….”
태자가 홍의를 세차게 노려보면서 손으로는 그대로 남근의 뿌리를 쥐고 귀두를 입구에 맞추었다. 홍의 역시 죽어라고 태자를 흘기면서 삽입이 쉽도록 가랑이를 잘 벌려 주었다. 그러다 흠칫했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이 큼지막한 감촉이라니. 홍의는 설핏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괜히 봤다 싶어서 질끈 눈을 감고 염불을 외웠다. 오늘도 변함없이 홍의의 신조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무래도 가훈으로 새겨 놔야 할 것 같다. 살아서 태자궁을 빠져나간다면 말이다.
“넣는다.”
삐친 태자가 시큰둥하게 이르자, 홍의는 전에 없이 비장하게 눈을 감았다.
“저도 사내입니다. 넣으십시오.”
뭔 소리야. 태자는 불퉁거리며 허리를 조심스레 밀어 보았다. 예민한 귀두로 긴장한 주름 결의 단단함이 느껴지는데, 역시 쉬이 들여보내 주질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홍의의 허벅지를 더 세게 접어 누르며 바싹 다가붙었다. 두 곳이 알맞게 착 안착한 순간,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힘껏 밀어붙였다.
“허억, 아!”
홍의의 숨이 말려드는 것과 동시에 귀두가 찔꺽, 파고들었다.
“흣…!”
그와 동시에 태자가 놀라서 숨을 멈췄다.
‘…뭐, 뭐야, 이거.’
입구에 귀두를 밀어 넣자마자, 난데없이 뿌리까지 한 번에 쭉 빨아들이더니 순식간에 주머니 끈 조이듯 꽉 다죄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태자가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약간 뒤로 빼려고 하자, 걸쭉한 마찰음이 울림과 동시에 엄청난 흡입력으로 물고 늘어졌다. 태자는 일순 으스러질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며 탄성을 삼켰다. 별안간 거근의 침입을 허용한 홍의의 아랫배가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태자는 맞붙은 가랑이를 내려다보다, 홍의의 표정을 살폈다.
“…안 아파?”
홍의는 이따금 상반신 전체로 움찔거리면서 묘하게 달뜬 숨을 흩뿌리고 있었다.
“아, 아픕니다….”
“…전혀 안 아파 보이는데.”
“아파요! 하앗.”
소리치느라 힘을 주니 다시 꽉 조인다. 두 사내의 가쁜 호흡이 휘장 안을 뜨겁게 달구었다. 꽉꽉 조일 때마다 안에 든 즙이 마치 음수처럼 왈칵왈칵 샘솟으며 맞붙은 곳에서 비어져 나왔다.
“아…!”
홍의가 앓는 소리를 내며 아랫배를 헐떡이자 내벽의 근육 속살이 꾹꾹 수축하였다. 강렬한 압박감이 머리부터 기둥까지 차례대로 잘근잘근 씰룩씰룩 조여 대었다. 태자는 말갛게 풀린 눈을 슴벅대며 붉은 혀끝으로 스스로의 입술을 핥았다. 어느덧 입이 마르고 목이 탔다. 홍의의 깊숙한 속은 극도로 뜨거웠다. 숨 막히게 꽉 조이면서도 고통은 적은 그 부드러운 속박감에 마치 금지된 성역에 발을 들인 양 은밀한 쾌감이 들이쳤다.
‘…색사가 이런 것이었나.’
홍의가 숨을 쉬는 것이 다 느껴졌다. 사실 홍의는 요 아랫구멍으로 숨을 쉬는 게 아닐지 싶을 정도였다. 꽉 맞물린 본문을 떨리는 손끝으로 더듬었다. 뜨겁고 단단했다.
그때 태자의 눈빛이 변했다. 무른 숫보기가 아닌 사나운 잠룡이 별안간 열락의 향내를 맡고 깨어난 셈이었다. 예민하게 알아챈 홍의는 순간 더럭 겁이 났다. 태자는 은근슬쩍 달아나려는 홍의의 사타구니를 다시 잘 잡아당겨 제 샅으로 눌러 붙였다. 홍의가 놀라 전신을 확 굳혔다. 양쪽 겨드랑이로 침착하게 홍의의 양 무릎을 끼워 넣고, 박아 넣기에 가장 맞춤한 자세를 찾아낸 태자의 눈동자로 선득한 광채가 흘렀다.
“아앗! 악! 하악!”
태자가 유연한 허리 놀림으로 철썩철썩 볼기를 쳐올리기 시작하였다.
“하, 으응!”
낮고 가쁜 감탕 소리가 떡메 치는 소리와 한데 얽혀 온 방중에 울려 퍼졌다.
“아앗, 흑!”
깊숙이 박아 넣을 때는 쭉 빨아들이고, 빠져나갈 때는 놓지 않으려는 듯 꽉 물고 늘어지는 찰진 근력이 참으로 요사스러웠다. 태자는 미끈하게 허리를 추어올리며 홍의의 속을 헤집었다. 완벽한 도자기 같은 태자의 팔뚝이 전에 없던 정욕으로 푸른 힘줄을 도두 세웠다.
“흐응! 아! 전하, 조금만, 살살…! 전하!”
모든 치부를 기꺼이 내어놓고, 찌르면 찌르는 대로 흔들거리고 부르짖으며 자지러지는 홍의의 맛이란, 죽어 가던 성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홍의가 곧 정력제였다. 끝까지 닿을 만큼 깊숙이 넣은 채로, 엉덩이 살을 토닥토닥 밀어 주면, 끈적이는 소리와 함께 홍의가 경련하며 합에 맞추어 엉덩이를 위아래로 들썩들썩 경련하였다.
태자의 푸른 눈이 야릇한 색욕으로 빛났다.
‘위쪽 입과 아래쪽 입의 차이가 이토록 현저하다니.’
무엄했다. 뭐가 무엄한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홍의의 위쪽 입도 아래쪽 입도 무엄하고 잔망스러웠다. 태자는 스스로도 억제할 수 없는 본능적인 쾌락에 된통 사로잡혀 왁살스레 인상을 찡그렸다. 홍의의 입술에 입술을 닿을 듯 말 듯 갖다 대고, 입김을 흩뿌리며 배꼽끼리 꾹 붙였다. 허벅지로 압박을 가하며 뿌리까지 모두 넣고 눌러 비볐다. 홍의가 신음하며 양손을 아래로 뻗어서는 탄탄하게 뭉친 태자의 둔부를 터뜨릴 듯 세게 잡쥐었다. 태자는 온몸으로 밀고 빠졌다. 그의 허리 놀림이 갈수록 엽렵해지고 날렵해졌다. 무언가, 아주 아득한 곳에, 유년의 뜰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희미한 장막이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기분이었다.
“저, 전하…! 윽, 학, 소신이….”
“으읏….”
“소, 소신이 이상하옵니다…!”
“하…, 어?”
하반신이 녹아 버릴 듯한 쾌감에 도취되어 홍의를 살필 새가 없었던 태자는, 그제야 아차 싶어 주먹으로 침상을 짚으며 상체를 조금 떼어 내었다. 그 얄팍한 움직임에 홍의는 별안간 몸을 떨더니, 팔뚝으로 이마를 가리며 어금니를 빠득 사리물었다. 다음 순간 풀을 짓이겨 낸 듯한 풋내가 싸하게 번졌다. 태자의 턱으로 투둑! 툭! 시허연 씨물이 튀어 올랐다.
태자는 우뚝 움직임을 멈췄다. 홍의는 파정을 하고도 연신 우는 소리를 내며 다리 사이를 달달 떨었다. 아으, 응, 흐느끼는 소리를 내면서 꼭 뭍에 쓸린 물고기처럼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버르적거리는 와중에도 안에 든 육근은 쉴 새 없이 꼭꼭 죈다. 불경스럽게도 또 이렇게 먼저 파정을 하고 만, 그것도 황태자의 얼굴에 곡정을 묻히고 만 홍의는 그제야 손을 내리고 새빨간 얼굴을 드러내더니 젖은 눈으로 울먹거렸다.
“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소신이 감히 또….”
“…….”
“이를, 이를 어찌하면 좋습… 읍.”
홍의가 태자의 턱에 녹진하게 매달려 있는 씨물을 닦아 내려 손을 뻗는 순간, 태자는 더 참지 못하고 홍의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 대관절 무슨 조화란 말인가. 홍의가 파정하는 순간, 더욱 음심에 불이 붙는 것이다! 더듬더듬 사죄의 말을 늘어놓는 홍의 입 속에 그대로 혀를 욱여넣고, 더욱 거센 품방아를 찧기 시작하였다. 홍의가 반쯤 풀린 눈으로 얕게 떨었다. 낮은 신음 소리가 태자의 목구멍을 울렸다. 태자가 홍의의 입 속에 대고 임의 이름을 칭얼거리며 온몸으로 사납게 밀어붙였다. 양팔을 홍의의 허리 밑으로 쑥 밀어 넣고 엉덩이를 불쑥 들어 올려 억세게 주무르니 탄성 좋은 살이 손아귀에서 부풀었다. 그 와중에도 허리는 위로 추어올렸다가, 아래로 내리찍었다가, 깊숙이 넣고 휙휙 돌리기도 하는 것이, 스물한 살 동정남의 허리 놀림치고는 그 유연함과 대범함을 이루 설명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