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홍의는 당황스러웠다. 제 몸뚱이에 엉덩이 속을 자극당하는 것으로 파정에 달하는 능력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틈도 없었다. 본디 조루란 금세 싸고 금세 세우는 법이라, 다시 욕망으로 차오른 성기가 저릿저릿 곧추섰다. 고환에 덮인 회음 안쪽이 간질간질 가려웠다. 더 세게 긁어 주었으면, 더 거칠게 꽉꽉 메워 주었으면! 홍의는 태자의 귓불을 잡아 내리며 땀에 젖어 짭조름한 얼굴을 핥고 빨았다. 코앞의 눈동자가 너무 아름다워 벅차올랐다. 쉴 새 없이 철퍽철퍽 짓쳐 드는 와중에도 색스럽게 미소를 짓는 눈부신 옥안이라니.
‘열없고 부끄럽다던 숫보기는 어딜 가고, 하기 싫다던 샌님은 또 어딜 가고, 어찌 또 손바닥 뒤집듯 얄궂은 색골이 되어서는 나를 미치게 하는가…!’
옥지의 말마따나 태자는 타고난 재주꾼 요령꾼이었다. 아직 삽입한 상태에서 솜씨 좋게 홍의의 몸을 옆으로 돌려 누이더니, 홍의의 한쪽 허벅지는 제 무릎 사이에 두고 다른 허벅지는 어깨로 받쳐서 열십자의 형태로 접합부를 맞물린 뒤 삽시간에 더욱 깊숙한 합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전하, 깊…! 너무 깊습니다, 아! 하악!”
고개를 젖히고 아른아른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태자는 문득 처음 말을 탔던 한때를 떠올렸다.
안장을 타고 앉은 엉덩이를 슬그머니 뒤로 빼었다가, 부드럽게 쑥 밀어붙이면, 별안간 가속을 높여 빠르게 세상을 가로지르던 말, 그 상쾌하고도 시원한 질주! 홍의의 허벅지를 고삐 삼아 부여 쥐고 있는 힘껏 내달렸다. 아스라이 탁해진 동공으로 희미한 빛줄기가 손을 뻗어 왔다. 그렇게 간절하게, 애틋하게, 정처 없이 달음질치는 태자의 전신이 땀으로 담뿍 젖어 들었다.
“전하! 전하! 아! 아! 아응!”
“하, 홍의야, 윽, 읏.”
난생처음 느껴보는 쾌미였다. 협탁 위에 놓인 요사스러운 완롱물 따위 쓸 필요도 없었다. 그토록 완벽한 교합 아래 절대로 잡히지 않을 것 같던 절정의 고지가 코앞에서 아른거렸다. 오색빛깔 아지랑이를 헤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더는 오를 데 없는 꼭대기에 이르렀다.
태자는 홍의의 가장 깊숙한 곳에 파고들어, 파정하였다.
“아…! 아아….”
눈앞이 놓였던 옥의 세계가 맑은 소리를 내며 산산이 깨어져 반짝반짝 부서져 내리는 듯했다. 태자는 온몸을 크게 덜컥거리며 긴긴 황홀경을 견디려 홍의의 허벅다리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소리 소문 없이 두 번째 파정을 마친 홍의의 허벅지가 힘없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태자는 질끈 찡그려 감았던 눈꺼풀을 천천히 밀어 올렸다. 물빛 눈동자 속으로 살별이 흘렀다.
“파정… 하시었습니까?”
홍의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태자는 무너지듯 홍의의 위에 내려서는 한동안 숨만 고를 따름이었다. 아랫도리가 알싸하게 저렸다. 홍의가 새근덕거리는 숨을 뿌리며 부드럽게 태자의 등을 어루만졌다.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
“기분이 어떠하십니까?”
잔잔하게 가라앉은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태자는 텅 빈 눈으로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며 대답하였다.
“좋다.”
“…….”
“홍의 네가 너무 좋아.”
태자는 숨결처럼 달보드레한 말을 놓았다. 아득한 빛살에 전신이 쓸리는 듯했다.
***
홍의가 난데없는 묘랑의 고백에 헤롱헤롱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태자는 푸른 눈동자로 지긋이 마주 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찰떡궁합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태자는 가만히 홍의를 끌어안고 입 맞추고 귀 뒤를 살살 핥았다. 땀으로 끈적끈적해진 몸끼리 한 덩이로 엉기는데도, 찝찝하기는커녕 사랑스럽기만 했다.
홍의 역시 태자의 아래 깔려 이미 반 곤죽이 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기꺼웠다. 파정을 시켜 드렸다. 드디어 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앞으로 더럽게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시겠지? 색신으로서의 직분을 다한 것만도 뿌듯한데 네가 좋다는 말까지 들었다. 낮게 웃는 홍의의 양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전하께서 언제쯤 비켜 줄 요량이실까?’
홍의는 차마 대놓고 묻지는 못하고 태자 아래 깔린 채 크큼, 연신 헛기침이나 하고 있었다. 흠뻑 젖은 금침도 금침이었고, 엉덩이 속에서 출렁이는 씨물과 향유도 어지간히 찝찝하였다. 무엇보다 아직 태자가 양물을 빼내지 않아 물렁거리는 촉감이 개중 가장 거슬렸다.
“전하.”
“응.”
“소신… 목이 탑니다.”
조심스레 중얼거리니 그제야 태자가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힐끔 침상 맡에 놓인 자리끼를 본다. 긴 팔을 뻗어서 집더니 꿀꺽꿀꺽 넘긴다. 저 주려는 줄 알고 허공으로 뻗었던 홍의의 손이 민망스럽게 오므라들었다. 뱁새눈으로 노려보기 무섭게, 태자가 차가워진 입술을 부딪쳐 왔다.
벌어진 입 새로 시원한 단물이 넘어왔다. 홍의는 허겁지겁 받아 마셨다. 꿀꺽거리는 소리와 물기 어린 마찰음이 몸속을 울렸다. 태자가 입을 떼어 내고 빤히 본다. 홍의는 해갈이 되자 기분이 좋아져서 마주 올려다보았다. 입가에 묻은 물기를 손으로 쓱쓱 닦아 주는 손길이 못내 다정하였다. 더 기분이 좋아지려는데, 다시 입술을 겹쳐 온다. 응…? 물기 어려 한층 차가워진 혀끼리 엉기며 홍의는 눈을 여러 번 깜빡거렸다. 뭔가… 느낌이….
“흡.”
엉덩이 속을 채운 태자의 양물이 그새 움쭉 커져 있었다. 기함한 홍의가 태자의 어깨를 밀었다. 촉,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간 태자는 예사로운 표정으로 제 입술을 빙 돌려 핥았다.
“에이, 전하. 설마 또….”
태자는 대답 없이 눈만 느리게 깜빡거렸다. 불안함이 증폭되었다.
“전하,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거 아니에요. 자,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시원하게 빼십시다. 하나 둘 셋 하면 빼시는 겁니… 핫!”
태자가 부드럽게 육박해 들었다. 홍의가 소스라친 것도 잠시, 불수의근의 작용처럼 으응, 베갯잇에 얼굴을 비비면서 잔뜩 응어리진 비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제풀에 놀라 헉, 하고는 새빨개진 얼굴로 태자를 노려보았다.
“전하! 어찌 이러십니까!”
“빼자며.”
“예, 빼십쇼!”
“한 번 더 빼자며.”
“…그게 아니라 옥경을 빼시라고요!”
태자는 이해하지 못한 척, 시치미를 뚝 떼면서 느릿한 추삽질을 시작했다.
“하앗. 아응, 응, 앗.”
무어라 더 항의할 새도 없었다. 쿨쩍쿨쩍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허리 짓을 시작한 태자의 아래 깔린 홍의는 찌르는 대로 흔들리며 산드러지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메운 공기가 다시금 후끈 달아올랐다. 태자는 홍의의 단단한 가슴팍을 쥔 채로 엄지를 내어 젖꼭지를 번갈아 가며 건드려 도발했다. 젖꼭지가 꼿꼿이 굳으며 홍의의 몸속 근육이 아스라이 떨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치받히는 와중에도 태자의 나른한 표정, 탄탄한 가슴팍, 너른 어깨, 옥 같은 살결을 보노라니 늘어졌던 홍의의 음경에 힘살이 올랐다.
먼젓번처럼 격렬한 정사는 아니었다. 태자는 파정만을 생각하며 성급하게 내달렸던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고요한 정적 속에 천천히 움직거렸다. 태자는 홍의의 육덕 좋은 탐스러운 둔부가 몹시 마음에 든 눈치였다. 방아를 찧는 내내 연신 떡 주무르듯 주무르고 아프지 않게 때리는 둥 계속해서 손짭손을 멈추지 않았다. 양 볼을 요염한 붉은빛으로 물들인 태자가 몽롱하게 신음하기도 하고, 소년처럼 웃어 주기도 하고, 온 얼굴에 쪽쪽 입술을 내려 주기도 하여, 홍의도 속절없이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좋다 못해 입을 헤벌쭉하였다. 그래서 마음껏 드시라면서 다리를 양껏 벌려 드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태자는 두 번을 더 파정하였다.
태자가 두 번이면, 홍의는 네 번을 쌌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총 여섯 번을 싼 셈이다. 세 번째부터는 쌌다기보다는 지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테지만.
아무튼 등화가 꺼지고 지게문 사이로 부연 새벽빛이 밝아 올 즈음이었을까. 뒤로 흘레붙은 자세로 홍의의 안에 네 번째 씨물을 찍찍 발사한 태자가 기분 좋은 한숨과 함께 홍의를 꼭 끌어안고 등골에 코를 묻었다. 홍의가 돌아보며 파, 파정하셨습니까…? 여쭈었다. 그새 홍의의 몰골은 눈에 띄게 퀭해져 있었다. 입술은 허옇게 들떠 가슬가슬 일어나고 눈 밑은 푹 꺼지고 양 볼은 쑥 패인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으응….”
헌데 그렇게 대꾸하는 태자의 음성이 영 개운치 못하고 시금털털한 것은 왜일까? 설마 아직 부족한 것인가? 홍의는 소름이 돋았다. 냉큼 태자를 밀어내고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내내 꽂혀 있던 태자의 육침이 힘없이 쑥 빠져나가고, 희멀건 용정이 주룩주룩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내렸다. 문득 협탁 위에 각종 음구들과 춘화집, 그리고 명주로 만든 밑씻개 등이 놓인 것이 보였다. 홍의는 가랑이 사이에 철퍼덕거리고 미끄덩거리는 각종 불순물을 상기하였다. 닦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밑씻개가 놓인 협탁을 향해 비실비실 기는 홍의의 뒤태에 음산하게 꽂혀 드는 시선이 있었으니.
태자는 양 무릎을 넓게 벌려 꿇은 상태로 고개를 모로 기울인 채 홍의 하는 짓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홍의가 엉금엉금 길 때마다 풍만한 둔부가 씰룩씰룩하였다. 이쪽으로 휘청, 저쪽으로 휘청, 하는데, 그에 맞춰 차진 엉덩이도 이리 출렁, 저리 출렁, 하였다. 그러다 붉게 부어오른 주름 사이에서 새하얀 곡정이 울걱, 비어져 흘렀다. 이거야말로 명백한 유혹이 아닌가. 말갰던 태자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들었다. 태자는 마른 입술을 빙 돌려 핥았다.
“헉!”
홍의가 골반을 쥐어 잡힘과 동시에 주르륵, 뒤로 끌려간 것도 그때였다. 놀라 돌아보려는 순간, 색욕으로 붉게 번들거리는 꽃 귀두가 뒤로부터 푹 꽂혀 들었다.
“아, 아! 전하! 미쳤… 헉, 아윽!”
꽝 꽝 들이받길 때마다 온 천지가 다 울리는데, 더는 버티지 못한 홍의의 팔꿈치가 홱 꺾이면서 그대로 침상에 무너져 내렸다. 와중에도 철써덕철써덕 잘도 짓쳐 드는 대물 신화의 재림에 어이고 나 죽네! 홍의는 두 눈을 홉뜨며 사지를 뒤채었다.
이 미친 혈기, 이 펄쩍 뛸 색골! 머리로는 그러할진대 몸은 또 뜨거운 피돌기로 요동치고 저릿저릿 쾌감이 번지는 것이다. 홍의는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홍의를 달래듯 뱀처럼 타고 올라온 태자의 손이 턱을 잡아 돌리고는 길게 혀를 내어 볼을 핥았다. 홍의의 몸 중에 제일 연하고 보드라운 부위, 귀 뒤의 옴쏙 들어간 부근에 마음껏 입을 맞추고, 기숫잇을 쥐고 바들바들 떨리는 홍의의 손에 깍지를 끼워 넣었다.
“전하, 제발, 하응, 읏.”
“하아, 홍의야, 홍의야.”
푸르스름하게 물든 내실로 짙은 풋내와 난향이 떠돌았다. 태자의 허리 놀림이 좁고 빨라지는가 싶더니, 그렇게 몇 번째일지 모를 파정에 다다랐다. 태자는 땀방울을 퉁기며 전율하였다가, 홍의와 세게 얼크러졌다.
슬슬 동이 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