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막 잠에서 깨어난 태자는, 어쩐지 다른 세상에서 눈을 뜬 듯하였다.
천장을 가린 휘장을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가 전에 없이 초롱초롱하였다. 밤새 거사를 치른 것치고는 혈색도 무척 좋았다. 연신 눈이나 깜빡거리던 그는 발딱 상체를 일으키고 옆자리를 보았다. 반대편으로 돌아누운 홍의의 등이 보였다. 언제 또 속고의는 챙겨 입었는지 모를 일이다. 태자는 잠시 갸웃대다가, 시선은 계속 홍의를 보는 채 도로 몸을 누였다. 팔꿈치로 침상을 딛고 머리를 괸 채 모로 누워서는 홍의의 잠든 모양을 하염없이 감상하였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곯아떨어진 홍의는 하룻밤 새 부쩍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안쓰러워, 태자는 보드라운 입술로 홍의의 향긋한 목덜미에 살짝 입을 맞춰 주었다. 반응이 없다. 태자는 슬금슬금 홍의의 등 뒤에 달라붙어서 고개를 쭉 빼고 홍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푸푸 코고는 소리만 난다. 잘생긴 귀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요동조차 없다. 손을 내어서 눈앞에 살살 흔들어 보았다. 무반응이다.
“…….”
이윽고 태자는 아래쪽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슬쩍 집게 손을 내어 포단을 집고 슬슬 거두었다. 그래도 세상모르고 잘만 잔다. 아랫입술을 감쳐물고 눈으로는 연신 홍의의 뒤통수를 살피면서, 손은 슬금슬금 홍의의 허리를 넘어 아랫배 쪽으로 향했다. 얇은 땀받이 저고리 아래 단단히 매듭진 바지 끈이 잡혔다. 태자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조차 소리 나지 않게 넘기느라 매우 조심스러웠다.
나비 모양으로 묶인 끈의 고리 부분에 손가락을 걸고 찔끔찔끔 잡아당겼다. 일각 만에야 간신히 매듭을 풀자 순식간에 허릿단이 헐렁해졌다. 태자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이내 홍의의 바지를 살살 말아 내리기 시작하였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간신히 허벅지께로 바지를 끌어 내리자 마치 장벽처럼, 탱탱한 둔부를 감싼 잠방이가 드러났다. 태자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잘 밤에 많이도 걸쳐 입었군.’
대낮부터 이 무슨 고군분투인가. 아무튼 잠방이를 벗기기 위해 다시 여민 부분으로 손을 가져가려는데, 문득 홍의가 목을 긁으며 몸을 뒤채었다. 태자는 재빨리 침상에 납작 엎드렸다. 다행히도 단순한 잠투정인 모양이다. 목을 긁던 그대로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하는 홍의였다. 태자는 그제야 침상에 처박고 있던 얼굴을 다시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잠방이를 벗기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고민은 짧았다. 태자는 홍의의 엉덩이를 감싼 잠방이 한 면을 살살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껍질이라도 벗겨 내는 기분이었다. 잠방이라는 이름을 가진 흰 껍질을 벗겨 내자, 드디어 그 속에 고이 감추어져 있던 옹골진 볼기 한 짝이 물오른 과육처럼 먹음직스럽게 툭 드러났다. 태자는 떨리는 손으로 그 탐스런 엉덩짝을 잡았다. 이제 이걸 옆으로 살짝만 벌리면… 벌리기만 하면….
“놔.”
“…….”
태자는 볼기짝을 놓치며 그대로 굳었다. 홍의가 살벌한 표정으로 두 눈을 희번덕 내리뜨고 있었다.
***
태자의 정체는 씨물 빚는 장인이었을까. 아니면 씨물 뽑는 누에고치라든지.
‘인간이라면 정도라는 것을 알아야지, 정도라는 것을!’
이것이야말로 색신의 고락이었다. 태자가 무욕한 수도승처럼 구는 것보다야 이편이 나았지만, 극단적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생애 처음으로 색사의 맛, 파정의 즐거움을 깨달은 태자는 시도 때도 없이 분출할 틈을 노리는 활화산이 된 듯했다. 댓바람부터 그 기쁘기 한량없는 소식을 전해 들은 황후는 탁상을 탁 치며 일어나 홍의에게 하사하기 위해 벽해에서 가장 비옥하기로 소문난 남부의 땅 백경을 알아보는 중이셨지만, 당사자는 현재 옥토고 나발이고 안중에도 없었다.
홍의가 새로이 안 태자의 버릇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구미가 동하여 발기가 되면 본인의 입술을 빙 돌려 핥는다는 것이었다.
태자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홍의가 조반상 앞에서 다 늙은 할배처럼 수전증을 일으키며 반은 쏟고 반은 입속에 안착시키는 그 순간에도, 맞은편에서 쏟아지는 태자의 뜨거운 눈빛은 홍의의 얼굴을 핥고 젖꼭지를 핥고 엉덩이를 핥는 것 같은 오묘한 감각을 느끼게 하였다. 그러다가 실수로 흰죽을 턱에 묻히기라도 하면, 그 희고 묽은 것을 묻힌 채 손등으로 닦아 내고 있노라면, 그새 무슨 상상을 했는지 푸른 눈을 음침하게 빛내며 혀를 빼어 입술을 색스럽게 축여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반을 마친 뒤에는 허리 뭉친 데에 좌욕이 좋다면서 궁인들을 시켜 침전으로 직접 목욕통을 갖다 놓고는 각종 약재와 꽃물을 우려낸 온수에다 홍의를 퐁당 집어넣었다. 하지만 좌욕하는 내내 옆에서 치근대고 지분대고 나른한 눈빛을 흩뿌리는 통에 목통을 침전까지 옮겨 주신 일의 고마움은 아련하게 공중분해되었다.
“전하…. 살짝 부으신 것 같은데요.”
지나친 방사로 몸이 축난 것은 태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좌욕하다 끌려 나와서 대낮부터 다시 태자의 사타구니 사이에 무릎 꿇고 엎드린 홍의는, 태자의 귀두를 정성스럽게 입술로 부빗거리다 잠시 멈칫하였다. 발기 전엔 몰랐는데, 발기하면서 귀두가 껍질을 비집고 나오자 끄트머리가 어제보다 조금 더 빨개진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더 곱게 빨아 봐. 더 귀애하면서.”
하지만 태자에게는 그조차 한 번 더 치근덕거릴 수 있는 건수인 듯했다. 홍의는 잠시 무표정으로 응시하다가 니예 전하, 하고는 훌쩍 아래로 옮겨 탱탱하게 올라붙은 고환을 입술만을 이용해 애무하였다. 태자는 침상에 편안하게 윤왕좌 자세로 앉아서는 홍의의 귀를 쓰다듬고 볼을 어루만졌다. 어찌 이리 재미나고 상쾌한 놀이를 이제야 알았을까. 그간 놀린 세월이 아까워 미칠 것만 같았다.
‘전하는 본인이 전하로 태어난 것을 천운으로 생각하시며 사셔야 해.’
홍의는 눈을 곱게 내린 깐 채 혀로 길게 기둥을 핥아 올리며 생각하였다. 전하가 전하가 아니었다면, 옛적에 제 손에 맞았을 거라고. 내심은 그러한데 자꾸만 곧추서서 붉게 맨들거리는 물건이 한편으로는 참말 귀엽기도 하니 더욱 환장할 노릇이었다. 홍의는 눈을 꼭 감고 볼이 홀쭉 패일 압력으로 깊숙이 빨아들였다.
“힘들어?”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태자는 홍의를 제 위에 거꾸로 누인 뒤 발갛게 부은 엉덩이 사이에 손가락을 찔러 넣다가 문득 물었다. 홍의는 거의 엽색에 가까운 자세가 남부끄러워 귀까지 빨개진 채로 허리를 들썩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수그려 거꾸로 눈을 맞춰 왔다.
“힘든 게 아니라 죽을 것 같은데요.”
“그럼 안 세우도록 노력이라도 좀 해 보지그래?”
“…….”
“입김만 닿아도 세우니까 곱절은 더 기운이 빠지지.”
홍의는 순간 제 차진 허벅지로 태자의 얼굴을 꽉 조여서 입을 봉해 버리려다가 관두었다. 분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딱히 누가 건든 적도 없는데 외외히 우뚝 선 홍의의 양물은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더구나 태자가 귀엽다느니, 물에 불린 고사리 같다느니 별 개뼈다귀 같은 발언을 일삼는데도 수치는커녕 좋다고 더 해 달라고 말간 액까지 잘금대며 환호하니, 차라리 나는 모르는 놈이오,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홍의는 에잇, 하면서 제 부끄러운 성기를 외면하고 태자의 성기를 야무지게 빨기 시작했다.
태자는 탱글탱글하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홍의의 풍만한 둔부를 가만히 주물러 보다가, 차진 볼기짝에 입술을 대고 흡입하듯 빨아들여 보기도 하고, 이로 살살 긁어내리듯 깨물기도 하다가, 이내 홍의를 옆자리로 끌어와서는 서로 모로 누워 마주 보는 형태로 누웠다. 홍의는 뱁새눈을 끔적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좋습니다. 대신 이번 교합을 마지막으로 향후 나흘간은 금욕하십시오.”
태자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입구 찾기에 급급하였다. 한 손으로 홍의의 어깨를 감아 잡고, 나머지 손으로는 제 기둥을 잡고 귀두를 이용해 더듬는다. 홍의는 제 한쪽 허벅다리에 팔을 걸고 불안한 기색으로 눈을 굴렸다.
“대명천지… 이것이 무슨 자세지요…?”
“몰라 나도.”
대수롭잖게 대답하고는 입술을 쪽 빨아 준다. 으이그. 이 와중에 눈빛은 왜 또 저리 말긋말긋 도랑도랑하단 말인가. 밑으로는 불순한 작업에 여념이 없으면서 목 위로는 소년처럼 무구하였다. 어이없었다.
“…홍의.”
“예.”
“힘 풀어.”
“싫은데요.”
태자가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홍의는 보란 듯이 이까지 악물고 아랫구멍에 힘을 빡 주고 있었다.
“역즈흐 즈습스으.”
“뭐….”
“약조해 주시라고요. 이번 교합 이후로 앞으로 나흘간 소신에게 일절 손도 대지 않으시겠다고.”
“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네가 보이는데 내가 어떻게 안 건드려. 부처님이야?”
어젯밤까지는 잘도 보살 행세를 하더니, 반색도 이 정도면 구미호급이었다. 홍의는 객심스럽다는 듯 눈을 위아래로 부라렸다.
“제가 눈앞에 보여서 참기 힘든 거라면, 나흘간 태자궁에 들지도 않고, 전하 앞에 얼씬도 않으면 될 것 아닙니까.”
“…….”
“전하는 소신과 오래오래 무병장수 백년해로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이러다가 소신이, 응? 하도 힘들어서 별안간 콱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땐 어찌하시려고요? 우리 전하의 무지막지한 요 꼬마둥이를 저 말고 대체 누가 귀애해 줄 수 있답니까? 예?”
종알종알 나불나불. 태자는 매우 귀가 따가운 나머지 그만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홍의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는 허벅다리를 잘 잡아 벌린 뒤 똥꼬에 힘을 풀었다. 또 언제 문이 닫힐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태자는 삽입을 서둘렀다.
발갛게 부은 주름을 꾹꾹 누르다 일순간에 쑥 파고든 성기는, 태자의 한숨 소리와 함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속살을 밀며 들어왔다. 홍의는 눈을 꾹 감고 버티다가 배 속이 묵직하게 꽉 들어참과 동시에 밑을 짱짱하게 조이며 호흡하였다. 코앞의 태자가 가쁜 숨을 헐떡거리다가 보들보들한 입술을 살며시 스쳐 왔다. 홍의는 절로 안타까워서, 입술을 빠금거리며 혀를 슬며시 내밀었다. 태자가 고개를 숙여서 홍의의 혀끝과 입술을 동시에 살살 빨아 주었다. 얄밉던 것은 남의 일 같고 이제는 마냥 사랑스러웠다. 따끈따끈한 볼끼리 부빗거리면서, 태자는 들썩들썩 품방아를 찧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