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여름이 짙어지는 소리가 났다. 귀를 찌르는 듯한 매미 울음이었다. 책장과 책장 사이의 좁은 통로는 유독 덥고 습했다. 한바탕 소낙비에 젖은 듯 알싸한 비린내와 풋내가 허공에 부유했다. 그 사이에 모로 누운 사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벌거벗은 채 가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단단한 근육으로 벼린 몸태가 온통 젖어 물 얼룩으로 빛났다. 검은 눈동자는 멀거니 풀려 초점을 잃었고 벌어진 입의 귀퉁이에는 침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마치 모진 손길에 흠씬 두들겨 맞고 맥 잃은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청년은 상대적으로 멀끔했다. 용포와 속저고리가 벌어져서 흘러내릴 듯 어깨에 걸려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의복을 걸친 채라는 점이 그러했다.
태자는 책장에 등과 머리를 한껏 기대고 무릎을 세워 앉은 자세로 묵묵히 홍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맞은편에 드러누운 홍의의 숨소리가 미세하게 바뀌었다. 모로 누워 있어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답답해진 태자가 홍의의 어깨를 멋대로 잡아당겼다. 몸이 와락 돌아간 홍의의 얼굴로 어쩐지 두려운 기색이 스쳤다.
태자는 그대로 상체를 숙여 입술을 부드럽게 덮었다. 윗입술 아랫입술 번갈아 깨물다가 달콤하고도 떫은 침이 들솟는 입 안에 잠겨 들어 턱을 맞대고 혓바닥을 깊숙이 얽었다. 차가운 손가락으로 상대의 귀밑을 꼭꼭 누르고 귓불을 살랑살랑 건드렸다. 쪽쪽 가볍게 혀를 빨다가 입술을 떼어 내자 감겨 있던 홍의의 두 눈이 뜨였다. 태자는 홍의의 미간에 엉겨 붙은 잔머리를 쓸어 귀 뒤에 꽂은 뒤 다시 쪽, 입을 맞췄다.
태자는 다시 흥분해서 꼿꼿이 머리를 드는 자신의 성기를 주무르며, 단단한 허벅지로 홍의의 다리 사이를 가르고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다리 사이가 벌어지고 여전히 붉게 달뜬 양물과 굴우물처럼 깊은 구멍이 드러났다. 스스로 활짝 열렸다가 단단히 오므라들었다가를 반복하던 구멍이, 아까부터 깊숙한 곳에 머금고 있었던 용정을 왈칵 쏟아 내었다. 뜨듯한 속살로 오래 품고 있어서 그런지 한껏 묽어진 씨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태자는 말간 눈으로 그 음탕한 장면을 바라보다 스스로 혀를 내어 입술을 축였다.
옷소매가 팔뚝에 걸려 반쯤 흘러내리다시피 한 백포가 걸리적거렸지만, 벗기도 귀찮았다. 시야를 가리는 옷단을 입에 물고, 무젖은 아랫도리들을 살피며 줄줄 흐르고 있는 용정을 귀두에 발라서 다물린 입구 주름을 가볍게 뚫고 부드럽게 뿌리까지 짓쳤다. 홍의가 복근을 경련하면서 다디단 신음을 목 안으로 삼켰다.
홍의의 속은 먼젓번의 조임을 잃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연시처럼 무른 속살이 녹진녹진 감겨드는 맛이 있었다. 입에 문 옷단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것이 느껴졌다. 태자는 홍의의 샅에 단단한 장골까지 꽉 붙인 뒤, 위아래로 들쭉들쭉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앗, 아응… 흑!”
홍의가 전신으로 경련하며 도리질 쳤다. 태자는 홍의의 양 무릎을 단단히 쥐어 가슴팍으로 밀어 눌렀다. 그 악력에 등이 꺾이면서 단단히 올라붙은 사타구니의 근육이 터질 듯 팽창했다. 전신이 반으로 착 접혀서인지 신음조차 잔뜩 짓눌려 응어리져 나왔다.
홍의가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무늬목으로 짠 책장들이 거꾸로 보였다. 홍의는 어딘가, 지금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듯,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듯 느리게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하, 뭐 찾아?”
태자가 물고 있던 옷단을 놓았다.
“흡… 으….”
“왜 그래.”
짐짓 나른하게 물으며 홍의의 뺨에 자신의 뺨을 눌러 비볐다. 홍의는 덜덜 떨며 태자의 품에 감겨들었다.
“응?”
퍽, 돌방아를 찧었다.
“하윽.”
홍의가 속살을 떨었다.
“원하는 거 있어?”
퍽, 찧어서 위아래로 질척질척 추어올렸다.
“히익, 하윽.”
홍의가 내벽 전체로 경련하며 휘감고, 조였다.
태자는 빤하게 눈을 뜨고 홍의를 내려다보며 계속 원하는 걸 말해 보라고 했다. 홍의가 입술을 뻐금거렸다.
“전… 하… 제발….”
태자가 몸을 쏟듯 홍의의 위에 완전히 엎드렸다. 잘 안 들린다고 중얼거리며 귀를 가까이 가져오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누구라도 본뜻은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단단한 쇠뿔에 배 속으로 저릿저릿한 고통이 가닥 져 퍼졌다. 그 와중에 태자가 아예 전신으로 찍어 누르며 홍의의 입가에 제 귀를 가까이 대는 것이다.
홍의가 말조차 못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입술만 뻐끔거리자, 태자가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코끝과 입술이 닿을랑 말랑 간지러웠다. 태자의 귓불에 매달린 금이환이 차르륵차르륵 차갑게 볼을 간질였다. 홍의는 항문의 주름으로 그 사이에 꽂혀 든 것을 끈질기게 씹으며 깔딱깔딱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입술끼리 얼핏 닿은 상태에서 태자가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윗녘은 형편없는데 아랫녘이 다 하네.”
“학… 흐… 힉, 전, 으윽, 전하, 그… 읏….”
“뭐라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온몸이 돌메에 짓눌린 듯 찌부러질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전신이 태자의 품에 갇혀서 꽉 옥이어 억눌림과 동시에 거대한 육근으로 배 속까지 꾹꾹 쑤셔지고 있는 상태이니, 제대로 된 언어 구사가 가능할 리 만무한 것이다. 태자는 코앞에서 쌔액쌔액 쇳소리와 함께 뿜는 홍의의 습한 숨결을 음미하듯 입을 조금 벌리고 가만히 혀끝을 내었다. 홍의가 참지 못하고 혀를 길게 내밀어서 태자의 혀를 옭아매려다, 그도 여의치 않자 입술만으로 그 보드레한 혀끝을 머금어 간절하게 빨았다. 태자가 촉, 미끈한 혀를 얄궂게 거두어 가더니 도로 입 안에 숨기고는 상체를 조금 일으켰다. 억눌렸던 몸이 조금 편안해지자 홍의는 더듬더듬 손을 내려서 태자의 손등에 겹쳤다.
“이제 그만….”
태자의 손은 아까부터 홍의의 양물을 잡쥐고 엄지로 귀두를 꽉 막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조금 전 한 차례의 방사를 치를 적에도 마찬가지였다. 홍의는 한 시진이 넘도록 팽팽히 발기를 유지하다 보니 거의 제정신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떨리는 손으로 간절하게 태자의 손등을 힘주어 잡았다.
“전하, 제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태자의 손가락들을 떼어 내려는데,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는 듯 태자가 길게 물건을 뺐다가, 한 번에 철썩 들이쳤다.
“학!”
홍의가 비명처럼 열음을 터뜨리며 버쩍 굳었다가 파들파들 경련과 함께 흐늘흐늘 흐너졌다. 뿌리까지 퍽 들이박을 때, 태자의 꽉 올라붙은 엉덩이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고랑이 패였다. 박은 뒤 바로 물리지 않고, 박은 직후에 보다 힘을 주면서 한 번 더 듬쑥 밀어 올리는 몸짓이었다. 그 짓을 몇 번이나 받아 내었더니 샅이 박살 날 듯한 느낌이 들어 홍의는 가랑이를 오므리며 벗어나려 애를 썼다. 또한 이미 두 번은 파정하고도 남았어야 할 성기가 꽉 막혀 있는 것도 참을 수 없는 고문이었다. 제발 풀어 달라고 간하려는 순간, 다시 철썩 짓쳐 든다. 눈앞에 불이 튀는 느낌에 태자의 팔뚝을 확 긁었다. 태자가 여상한 얼굴을 기울였다.
“좋아?”
“흐윽… 하으….”
홍의는 필사적으로 도리질을 치며 태자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내고, 엉덩이 밑을 받치고 든 탄탄한 허벅다리를 밀어내려 애썼다.
“그만할까? 아니면 이거 풀어 줘?”
홍의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젓다가, 다시 끄덕였다.
“그래.”
태자가 홍의의 양물에서 손을 거두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아….”
여전히 육근은 들이껴 있었지만, 태자는 좀처럼 움직여 주질 않았다. 홍의는 탱탱하게 부르돋아 아프기까지 한 제 성기를 조심스럽게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까막바보가 된 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무얼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 아랫도리가 성이 나서 미칠 것 같은데, 배 속이 다 아릿아릿 후끈거리는데, 태자의 안전에서 허락 없이 수음 따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홍의가 천천히 팔꿈치를 바닥에 딛고 상체를 일으켰다. 태자는 스스럼없이 물러나 주었다. 그에 박혀 있던 쐐기도 미련 없이 나서려는 듯 속살을 쓸며 빠지는데,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 덥석 붙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홍의는 차마 더 못 보고 시선을 회피하며, 천천히 가랑이 사이를 활짝 열었다. 할 수 있는 최대로 벌렸다. 땅땅하게 당긴 사타구니 안쪽의 움씬 팬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쫙 벌어져 거대한 육근을 꼭 죄어 문 꽃부리 위로, 옹글게 올라붙은 고환이 홀로 옴짝거렸다.
그 채로 태자의 샅에 다가들며, 뿌리까지 야무지게 삼키었다.
“흐으읏.”
“…아아.”
순식간에 젖은 둔덕 속으로 빨려 들어간 태자는, 자기도 모르게 낮고 짙은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홍의가 스스로 사타구니를 오므렸다 벌렸다 반복하자, 좁고 깊은 골짝이 전후좌우에서 사정없이 태자의 남근을 몰아붙이고, 죄어쳤다. 태자는 쾌감에 못 이겨 신음하며 무릎을 꿇은 채로 상체를 한껏 뒤로 젖혔다. 차진 속이 끈질기게 다죄었다. 엉덩이가 딱딱한 장골을 꾹꾹 짓눌렀다. 목구멍을 긁어 올리듯, 귓구멍을 할퀴어 내듯, 탄탄한 몸뚱이를 공명통 삼아 돌고 돌던 소리가 짐승의 씨근거림처럼 새어 나왔다.
“읏, 하아.”
“전하, 으응, 흐, 읍, 전, 하.”
그토록 열성적인 움직임에 감동이라도 받은 듯, 태자는 붉어진 목덜미를 들썩이며 자신의 솟아오른 어깻죽지에 고개를 기대듯이 기울였다. 살짝 위로 치뜬 나른한 시선에 홍의의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홍의야.”
태자가 숨 가쁜 와중에도 붉은 입매를 야릇하게 비틀어 올렸다.
“그만 좀, 빨아당… 겨… 하, 불알까지 삼키겠어….”
아닌 게 아니라 태자의 묵직한 고환은 아까부터 홍의의 엉덩이 골에 터질 듯 짓눌리고 있는 상태였다. 홍의는 참지 못하고 태자의 목덜미를 와락 끌어안았다. 태자는 홍의를 들고 반쯤 일어섰다가 다시 양반다리로 주저앉았다. 결합은 여전한 상태였다. 홍의의 허리를 한 팔로 휘감고 바싹 조였다. 그때부터 제대로 자세를 잡은 홍의가 쿵쿵 엉덩방아를 찧어 내리기 시작했다. 갖은 분비물로 잔뜩 치덕거리는 살갗끼리 부딪고 떨어질 때마다 소리도 쩍쩍 요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