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색련-67화 (67/111)

#67

“힉, 전하, 저, 전하, 으응, 응, 앗…!”

“아. 윽!”

홍의의 가슴팍에 이마를 묻은 태자는 인상까지 찡그리며 한껏 감각에 몰두해 있었다. 홍의가 육중한 무게감으로 쿵쿵 하강할 때마다, 속에 잠긴 남근은 숨 막히게 쪼여들고 상대를 받친 허벅다리는 뼈대마저 징징 울렸다.

“아앗, 전, 전하, 학, 아아!”

마침 단단한 근의 불거진 단이 홍의의 야트막한 쾌감 점을 집요하게 다지기 시작했다. 홍의의 두 눈이 멀겋게 풀리고, 그렇게 고지가 보이려는 찰나였다.

태자가 갑자기 홍의의 배를 팔로 밀어내며 허리를 한 치쯤 뒤로 물렸다.

그 와중에도 태자가 움직여 주려는 줄 착각한 홍의는 벌어진 다리 사이를 떨면서 앓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태자는 이어서 숨만 고를 뿐, 미동이 없었다. 홍의가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밀어 태자의 물건을 다시 전부 넣었다.

“…….”

태자가 아예 성기를 빼 버렸다. 홍의는 토끼 눈처럼 빨개진 눈으로 태자를 쏘아보았다.

“어찌,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태자는 대답이 없었다.

“어찌 이러십니까. 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소신이 무얼 그리… 무얼….”

홍의는 황망함과 수치스러움에 어찌할 바 모르고 왜자기다가 태자에게 달려들어 위에 올라탔다. 어설프게 목을 끌어안고 손을 아래로 더듬어 태자의 물건을 쥔 채 입구에 끝을 맞추고 몸을 내렸다. 태자는 고개를 젖혀 홍의를 올려다보았다. 다음 순간 홍의의 허리를 꽉 감아쥐더니, 한참 동안 그뿐이었다. 태자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해 주십시오… 제발….”

더 수치스러울 것도 없었다. 이미 태자가 주는 쾌미에 스스로를 놓아 버린 홍의는 조금이라도 더 깊게 물건을 삼키려고 노력하였다. 단단하게 올라붙은 회음으로 억센 음모가 느껴졌다. 뿌리까지 남김없이 야무지게 삼킨 홍의는 끅끅거리면서도 열심히 엉덩이를 궁싯거리기 시작했다. 끙끙대면서, 울먹이면서, 좋다고 신음하면서, 태자의 입술을 빨았다.

“…색신 싫다면서.”

“…….”

태자가 낮게 추궁하며 홍의의 성기를 잡쥐었다. 홍의의 두 눈이 확 뜨이고, 팽팽히 부어오른 귀두에서 맑은 물이 물큰물큰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내 좆에 박히는 건 좋아?”

홍의는 태자에게 매달리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전하, 좋습니다, 너무 좋아요….”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세게 해 주십시오, 쑤셔 주세요, 막, 마구잡이로… 제가 다 찢어질 만큼….”

“아아, 구멍 다 찢어질 만큼?”

“예, 전하의 옥경도, 다 찢어질 만큼….”

“찢어질 만큼 쑤셔 주면, 내 말 잘 들을 거야?”

“잘 들을게요, 전하께서 명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제발…!”

홍의는 갖은 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태자의 뺨에 뱌비며 졸라 대었다. 스스로가 지금 어떤 말을 내었는지, 어떤 의미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로 태자의 고운 얼굴이 옥처럼 화안하게 들었다. 변덕스러우면서 순결한, 고집스럽고도 관대한, 오만하면서도 상냥하고 사나우면서도 온순한 그 어린 사내가 낯설고도 익숙한 품으로 홍의를 살차게 끌어안았다. 다음 순간 아래로 몸을 내리 눕히더니,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서 어깨를 꽉 걸어 잡았다.

“아악-!”

태자가 맹수처럼 거칠게 박아 대기 시작했다.

“아윽! 아! 저, 전하!”

불화살처럼 뜨겁고 빠르게 쏘는 타격에 홍의는 아랫배를 움켜쥔 채 마구 뒤흔들렸다.

덜컹덜컹덜컹!

마침 태자의 거친 허리 짓에 시달리던 책장이 사나운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책들을 와르르 쏟아 냈다. 기함한 홍의가 질끈 눈을 감는데, 순간적으로 이마께에 인위적인 그림자가 졌다. 눈을 뜨자 태자의 커다란 손바닥이 얼핏 보였다.

태자의 손등에 걸쳐 있던 서책이 파스스 미끄러져 홍의의 얼굴 옆으로 떨어져 내렸다. 태자의 어깨 위에도 책이 얹혀 있었다. 짙푸른 눈동자로 홍의를 내려다보던 태자가 성가신 책을 옆으로 휙 밀쳤다. 동시에 홍의의 얼굴이 왈칵 붉어졌다.

“하읏, 아으응, 응…!”

홍의는 본인의 얼굴을 양손으로 누르고 흐느끼듯 앓는 소리를 내었다. 호둣속처럼 풍부한 주름 속살이 탐욕스레 육근에 달라붙으며 꿈틀꿈틀 다죄었다. 따로 씨물을 내지 않고 간 것이었다.

태자는 홍의의 입술을 훔치며 더 세게, 더 깊게, 더 큰 폭으로 박아 넣었다. 젖어 뭉근한 혀들이 저질스럽게 휘감기고 침을 빨았다. 밭은 호흡이 뒤엉켰다. 홍의가 숨이 막혀 고개를 돌리려 하자, 태자는 어림없다는 듯 머리채를 와락 움켜쥐고 더 깊숙이 혀를 얽으며 아래를 들쑤셨다. 엉덩이 속뿐만 아니라 앞에 매달린 성기 속까지 정통으로 콱콱 찔리는 느낌에 말간 맹물을 쭉쭉 뿜던 홍의는 결국 희멀건 씨물을 사방팔방으로 터뜨렸다. 태자 역시 가장 깊숙하고 조붓한 곳에 들어 부들부들 경련을 했다. 자꾸만 귀두를 잡죄는 뜨거운 내장을 향해 진득한 씨물을 울꺽울꺽 쏟아 부었다.

“아읍, 응, 읍, 흡….”

반쯤 눈이 풀린 홍의는 뭍에 쓸린 물고기처럼 움찔움찔 튀었다. 연신 눌러 박을 때마다 안에서 꿀렁꿀렁하고 무언가 넘쳐 나는 느낌이 들었다. 태자는 쏘고 또 쏘아도 수그러들지 않는 파정의 감각에 거듭 맞붙은 샅을 치대고는, 홍의의 뜨거운 입 안에 숨을 갈무리했다.

***

해거름이 지나고 기어이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태자는 개운한 얼굴로 훌쩍 몸을 일으켜 대충 옷차림을 정제했다. 속저고리의 옷고름을 여미고 유를 걸친 뒤, 백포는 바닥에 누워 잠이 든 홍의의 몸 위에 덮었다. 한여름이어도 밤이 되니 한기가 돌았다. 몸 안에 쌓인 것들을 죄 발산한 뒤라 더 그런지 몰랐다.

반쯤 녹아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던 태자는 바깥으로 난 서고의 지게문을 열어 보았다. 희끄무레한 달빛이 소녀의 이마처럼 맑고 어여뻤다. 청신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켰다.

태자는 파정에 성공한 이후로 부쩍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용정을 쏟으면 피곤하기는커녕 그간 축적되었던 피로가 씻은 듯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본디도 욀총은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히 좋은 편이었지만, 방사를 마치고 나면 희한하게도 머릿속이 더 말긋말긋했다. 연관이 있을까.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태자는 찬찬히 서고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들러서인지 주위에 가득 쌓인 지식의 축적물이 절로 몸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손바닥으로 책장을 쓸면서 느릿느릿 좁은 통로를 걸었다. 벽해 건국부터 열성조를 거쳐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고서의 냄새. 지속적으로 각국에 사신을 보내 그 나라의 신화, 문화, 통치 체계, 지형지물 등 각 분야별로 세밀하게 조사한 수집 본이 원서 그대로 보관된 이곳은 오롯이 황족만이 출입할 수 있었고, 그리하여 벽해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꿈에 그리는 성전 같은 곳이었다.

한참 둘러보던 태자는 문득 두꺼운 미색 책의를 두른 어느 왕가의 탄생 설화집을 꺼냈다. 보관이 잘된 탓에 낱장이 물 흐르듯 줄줄 넘어갔다. 첫 장에 자리한 이야기는 일화라기보다 신화에 가까웠다. 태자는 흥미롭게 빠져들었다. 쥐가 말을 하고 까마귀 떼가 안내를 하고 연못에서 노인이 튀어나온다. 이야기 자체는 몹시 재밌었지만, 실화일 리 만무했다. 백성들은 환상을 원한다. 자신들을 굽어살피는 왕은 한갓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기보다 옥황상제의 사돈의 팔 촌쯤 되는 기인이길 바란다. 때문에 왕들은 자신의 흔하디흔한 출생 비화에 갖가지 협잡을 꾸려 붙여 기묘하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참 서책에 집중하여 수굿이 고개를 내리고 있던 태자가 문득 입을 열었다.

“입지 마.”

“…….”

입성을 챙기려던 홍의가 깜짝 놀라서 들고 있던 옷가지를 떨구었다. 태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홍의를 바라보았다.

“왜 그리 사슴처럼 놀라?”

“아, 아니… 서책을 읽으시나 하였더니 갑자기 구중을 여시어 그렇지요.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홍의는 헛기침하며 어기적어기적 다가갔다. 태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았다. 딱 봐도 화는 얼마간 풀렸으나 여직 남은 독기가 체내에 떠다니는 상태 같았다.

“하명에 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옷은 입어야 밖에 나가지 않겠습니까. 하하, 하하하….”

홍의는 미끈한 눈꼬리로 웃음을 어살버살 쳐가며 은근슬쩍 저고리를 어깻죽지로 끌어 올렸다. 태자가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한 차례 젓더니, 다시 서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이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사내가 정녕 향선 직위를 거두려는 것일까.’

수굿이 아래를 향한 조막만 한 얼굴과 문서를 훑는 물빛의 눈동자를 곁눈으로 흘깃거리며, 홍의는 수심에 잠겨 들었다. 어쨌든 혓바닥을 나불나불 놀린 자신의 탓이니 한동안은 나 죽었소, 납작 엎드려 눈치를 살펴야 했다. 뱁새눈으로 눈을 굴리던 홍의는 문득 태자의 발을 보았다. 아까 용천지랄을 해서인지 발바닥이 온통 새카맸다.

홍의는 고의의 한 면을 지이익, 길게 찢어 내어 태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조심스레 무릎을 꿇었다.

“소신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황후 마마의 명 말입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허나 소신은 외압에 휘둘리거나 타인에 의하여 상처를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타고난 저의 성정입니다. 황후 마마께서도 설마 저더러 괴로우라고 부러 직위를 거두어 가신 것도 아닐 테고 말이지요.”

“…….”

“해서 최대한 중심을 잡아 그 순간을 모면한다는 것이 그만 듣고 계시던 전하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입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태자의 발에 붕대처럼 찢은 고의를 둘둘 감으면서 홍의는 나직나직 아뢰었다. 매듭을 꼼꼼히 조인 뒤,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태자는 어느덧 서책에서 눈을 떼고 홍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향선 직위를 거두는 것은 보류하지. 대신.”

홍의의 표정이 환해졌다가,

“앞으로는 다향원이 아닌 태자궁에서 머물도록 해.”

다시 시커멓게 썩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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