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색련-70화 (70/111)

#70

온전히 홍의의 위에 몸을 엎드려 누운 태자는 얼마간 움직임도, 말도 없었다. 다시 잠에 빠진 듯했다. 홍의는 묵직하고도 단단한 태자의 몸에 파묻힌 채 나지막이 웃었다. 이대로 주무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손바닥으로 상대의 등을 토닥토닥 도닥여 주었다. 그러자 태자가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잠투정을 웅얼거리면서 슬쩍슬쩍 허리를 움직거리기 시작했다. 반쯤 발기해 있던 성기들끼리 단단하고 뜨듯한 감촉으로 비벼졌다. 홍의도 슬슬 마른 입술을 축이며 태자의 등을 진득이 쓸어 내렸다.

태자는 온몸으로 느릿느릿 밀면서 어미 젖 찾는 아이처럼 홍의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선액이 줄줄 흘러 아랫도리가 젖어 들었다. 졸렸고, 그래서 정신은 없었지만 감각만은 또렷했다. 점차 흥분한 태자가 여전히 입술을 머금은 채 코로 뜨거운 숨을 쏟으며 더듬더듬 협탁 위의 향유를 집었다. 뚜껑을 열고 아래에 쏟아붓듯 하여 질척하게 만들어 놓고는, 귀두로 입구를 비벼 대다가 쑥 밀려 들어왔다.

“아읏! 하아….”

“…소리 더 내.”

“흐윽, 전하… 아흑, 아.”

상체를 틈도 없이 꼭 껴묻은 상태에서 태자는 느릿하게 들썩들썩 아랫도리를 찧었다. 여전한 잠결이었다. 홍의의 허리 밑으로 양손을 쑥 넣어서 토실토실한 안반엉덩이를 세게 잡쥐었다가, 반죽하듯 주무르다가, 옆으로 쫙 당기듯 벌리는데, 그 사이로 아침이라 강직도가 더한 딱딱한 육근이 저질스레 들락날락거렸다. 엉덩이 사이가 녹아내릴 듯 흐무러지면서 꿀 발라 놓은 듯 온통 눅진눅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젖꼭지 커졌어….”

“아흑! 흐… 비틀지, 마세, 전하…!”

태자가 이마를 맞댄 채 피식피식 웃었다. 얄미워서 엉덩이를 꼬집어 주었다.

처덕처덕 부딪치는 마찰음, 귓바퀴를 파고드는 뜨거운 숨결, 누구도 갈급하지 않은 느른한 정사였기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홍의가 파정하느라 붉은 협곡을 좁히자, 태자도 멈칫하여 그 길고 굵은 것을 쑥 빼냈다. 학, 홍의가 다리를 오므리며 온몸을 뒤재비꼬았다. 발름거리는 구멍에 대고 씨물을 몇 번 쏘다가, 귀두에 가득 묻혀서 다시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채 삽입되지 못한 씨물이 주르륵 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홍의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휘도는 몽롱하고 달콤한 쾌감에 기묘하게 몸속을 꿈틀거렸다. 사정을 마친 태자가 홍의 위로 엎어져 숨을 고르면서도 이따금 희롱하듯 아래를 쿡쿡 찔러 올렸다.

“전하….”

“응….”

“흐읏… 돌리지… 마세요….”

귀 뒤를 빨아 대던 태자의 움직임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홍의는 나른한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이내 뜨거운 용정과 성기를 한데 물고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옆에 아무도 없었다. 다만 다리 사이에 치적거리는 느낌이 없고 온몸이 보송보송 쾌적한 것이 태자가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 주고 나간 듯했다.

‘언제 출타하셨지.’

요 며칠 밀애가 끝나면 자꾸만 천하의 약골처럼 널브러지곤 한다. 그런 스스로가 어이없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하여 홍의는 일어나 앉아 잠시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그동안 홍의의 눈에 태자는 한량,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리는 게 일과인 줄 알았으나 속사정은 그렇지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나기 시작했을 때 마침 태자는 양기를 보하라는 하교 아래 잠시 세목을 놓고 휴양을 취했던 때였고, 파정이 성사되자마자 황후가 기다렸다는 듯 홀랑 정무를 떠넘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조강이 끝나면 편전에서 업무를 보고, 재상들과 차담을 갖거나 사냥을 하며 친선을 도모하고, 저녁에는 석강, 중간중간 사예와 검무를 수련하고 어떤 날엔 야대까지 소화해야 한다니… 오죽하면 도통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던 옥지마저 이맛살을 찡그리며 ‘또다시 시작된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나지막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을까.

‘…그러니 웬만하면 깊고 평안한 침수를 드셔야 옥체에 무리가 없으실 텐데.’

다시 심경이 복잡해진 홍의가 뒷머리를 벅벅 긁는데, 마침 태자가 돌아온 듯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홍의는 자기도 모르게 허둥지둥 포단 밑으로 숨어들었다. 물론 신하가 되어서 드러누워 있는 꼴이 너무 무엄한가 싶었지만, 아침의 일이 생각나서 영 우세스러웠다. 내실에 들어선 태자는 옥지가 미리 가져다 둔 더운물에 손을 씻고 이를 닦는 것 같았다.

한참 뒤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막 휘장을 걷으며 태자가 들어섰다.

“배짱이.”

태자가 침상을 짚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속삭였다. 얼굴 맡에서 시원한 박하 향이 났다. …그거 전하 때문인데요. 대거리를 하려는데 이불을 휙 잡아 젖힌다. 그리고는 우뚝 멈춘다. 잠시 의아했던 홍의는 자신이 알몸이었음을 깨닫고 슬그머니 어깨를 움츠렸다. 태자는 어느덧 야욕에 가득 찬 눈으로 홍의의 몸을 지긋이 훑어 내리고 있었다.

“…보지 마십시오.”

“내 건데 왜.”

“오늘은 더 안 할 겁니다.”

“누구 맘대로?”

태자가 선뜻 마수를 뻗쳐 왔다. 마침 휘장 밖이 소란스러워지기에 순간적으로 놀란 홍의가 그 손을 탁 쳐 내 버렸다.

태자는 고개를 기울이고 아주 흥미로운 것을 보았다는 듯 팔짱을 끼웠다. 휘장 밖에는 수라를 들이는 듯 인영이 여럿 나타났다. 다행히도 침상의 사면에 푸른 휘장이 쳐 두어 바깥에서는 안쪽을 볼 수 없는 것 같았다. 부산하게 상차림을 하는 시비들의 모습이 언뜻번뜻 비쳤다. 홍의는 비장하게 뇌까렸다.

“저는 밥을 먹을 겁니다.”

“밥 먹지 말고 나 먹어. 자, 어디부터 벗을까.”

“…….”

순간 ‘제가 벗겨드릴게요, 전하.’라는 말이 튀어 나가려는 것을 참으려 혀를 콱 씹었다. 꾸우욱, 애꿎은 포단이 회오리치듯 구겨지며 주먹 안으로 빨려 들었다. 그 모습을 건너다보던 태자는 주먹 쥔 손등으로 스스로 입가를 눌렀다. 잠깐 웃음을 참고 있는 듯했다.

“소, 소신이 하겠습니다…!”

시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결국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태자는 지난번처럼 손수 옷을 입혀 주겠다며 막무가내로 이불을 빼앗았고, 홍의는 망극하다며 펄펄 뛰고 거부했다. 그러나 스물한 살의 지구력과 끊임없는 육탄 공격에 패배하고 말았다. 홍의의 움찔거리는 발에 속곳을 끼워 살살 말아 올리던 태자가 발등의 핏줄에 입을 맞추며 짓궂게 웃었다. 아주 그냥 들었다 놨다 하는 솜씨가 널보다도 더하였다.

뒤늦게 휘장을 걷고 침전에 딸린 응접실로 나서자 갖가지 산해진미가 상다리 휘어져라 가득 차려져 있었다. 숭어 살을 저며 넣은 어만두와 달콤한 소갈비 찜, 쇠고기와 무를 넣은 젓국 조치, 짭조름한 굴비 구이, 동치미와 섞박지와 갖가지 나물 무침, 전복죽과 타락죽과 무죽, 무밥과 흰쌀밥, 파를 송송 썰어 넣은 양념장과 낙지젓과 갈치속젓 등등, 아침으로 먹기엔 버거울 정도로 뜨르르한 상차림에 홍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무래도 옥지가 지난번 홍의에게 한 소리 들은 이후 육 것과 비린 것을 골고루 배치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굳힌 듯했다.

“무가 배앓이에 좋다기에 신경 써서 내오도록 한 거야.”

태자가 칭찬을 바라는 듯 은근하게 속삭였다. 밥을 보니 기분이 곱절은 더 좋아진 홍의는 그 배앓이의 원인이랄 수 있는 태자의 수작에도 토를 달지 않고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잔뜩 들떠 있는 잘생긴 옆태를 보려니 태자는 순식간에 애석했다. 이대로 저 수라보다 곱절은 더 푸짐해 보이는 홍의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확 벗겨 먹고 싶어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침부터 배곯은 홍의에게 더는 못 할 짓이지.’

낭군의 도리가 아니었다. 태자는 쓰라린 시선을 거두고 참을 인을 되새기며 수저를 들었다.

“아이고 전하, 어찌 옥수로 이런 하찮은 일을 하려 드십니까? 소신이 알아서 먹겠습니다!”

“자꾸 거부하면 입으로 먹일 거야.”

“어이쿠! 크큼! 알겠습니다, 대신 소신이 요 윤기가 좌르르한 굴비 살을 발라 드릴 테니 먼저 젓수시옵소서.”

“그래, 좋아.”

“아아, 해 보세요.”

“아아.”

그렇게 벌쭉벌쭉 해롱해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냥 각자 알아서 먹으면 될 것을 기어코 서로의 입에 넣어 준다고 지랄 풍작을 떨고 있는데, 별안간 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비명 소리가 울렸다.

“태자비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태자비 마마!”

쿠당탕탕!

홍의는 젓가락을 쥔 채 그대로 밥상 위로 미끄러졌고 태자는 떼굴떼굴 구르는 유기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살벌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자비 마마! 이토록 격식 없이 거둥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뭣들 하는 게냐, 어서 발을 내리지 않고!”

옥지의 날카로운 고성에 위병들이 서둘러 내실 문간에 걸려 있던 발을 내렸다. 뜨악한 얼굴로 뒷걸음질 친 홍의가 허겁지겁 내실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

“…….”

밥 먹다가 날벼락도 유분수였다. 검은 발 너머로 아청빛 옥의 자락이 아슴푸레하였다. 홍의는 최대한 몸을 사리고 상황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정비를 맞이하는 낭군의 다정한 인사말도 없었고, 근 달포 만에 상봉한 지아비를 향한 애교 어린 입치레 또한 없었다. 스물한 살 태자와 스무 살 태자비, 젊고 풋풋한 부부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싸늘하고 괴이한 침묵만이 오갔다.

태자비가 이 댓바람부터 태자궁의 침전에 일별도 없이 쳐들어온 까닭이란 것은 굳이 말말이 묻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갔다. 태자가 파정에 성공하였으니 천관부의 신녀들이 내외의 팔자를 조합하여 음양 간의 기가 상통할 귀숙일을 잡았을 터다. 태자비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시라도 바삐 동침하여 후사를 안돈케 하는 것만이 능사인 것을, 이 중요한 때에 정실이 아닌 정부를 들여 보란 듯이 끼고 앉아 있는 태자의 행작은 대놓고 태자비를 능멸하고 모욕하자는 처사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초조해진 홍의가 기어이 세 살 버릇이 도져 손톱을 잘근거리는데, 발 너머에서 맑고 카랑카랑한 옥음이 울렸다.

“파정을 감축드리옵니다, 전하. 소첩이 밤이면 밤마다 비손하며 노심초사한 보람이 있으니 이는 천지신명께서 보우하신 경사가 틀림없사옵니다.”

“…….”

“귀숙일이 이달 병일로 전해졌다고 하니 곧 하교가 내려올 것이옵니다. 더 이상 소첩을 소박데기로 욕보이는 처사는 말아 주소서. 안 그럼 거기 있는 천박한 남첩 새끼 모가지를 도려낼 거니까.”

“…저 미친년이.”

풀기 센 성깔을 야무지게 쏟아 낸 태자비는 가볍게 팔랑 몸을 돌리어 버렸고, 홍의는 귀를 의심하며 그 자리에 돌부처가 되었다.

홀로 욕설을 짓씹던 태자가 침상으로 걸어가 딱딱한 편백나무 목침을 들더니 성큼성큼 문간으로 걸어가 발을 걷었다. 벌써 열 보는 멀리 간 태자비의 각종 떨잠과 꽂이로 화려하게 장식한 뒤통수와 하늘하늘한 뒤태가 보였다. 딱딱한 목 베개를 바투 쥔 태자는 망설임 없이 그녀 쪽으로 집어 던졌다. 아슬아슬한 차로 그녀를 빗긴 목침이 복도 끝까지 날아가 굉음과 함께 벽에 부딪쳤다. 기함한 태자비가 돌아보려는 순간, 다시 발을 내리고 내실 안으로 들어선 태자가 복도까지 들리도록 외쳤다.

“돌치와 깜치를 풀고, 저 미친년 등짝에 소금을 뿌려라! 당장!”

“꺄악! 야! 이 병신 고자 놈아!”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어서 마마를 뫼셔라!”

난데없는 소란에 뒤꼍의 검둥개들이 왕왕 짖어 대었다. 바락바락 악을 지르는 태자비와 궁인들이 실랑이를 하는 듯 복도는 계속 시끄러웠고, 홍의는 두개골 사이로 영혼이 새는 것을 느끼며 아스라이 웃음 지었다.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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