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 *
내가 봐도 동생은 영 공부 머리가 아니었다. 도지완이 똑똑한 탓에 그 대비가 크게 났다. 물론 동생도 나름대로 그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긴 했다.
하지만 노력으로 따라잡기에는 도지완이 너무 뛰어났다.
동생은 예전부터 쿨한 도지완을 동경했기에 따라잡을 수 없어도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시 형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는 공부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컸다. 유튜버라고 해야 할까, 스트리머라고 해야 할까.
공부보다는 그림이나 음악에 관심이 더 컸고, 남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자기 엄마 몰래 스튜디오를 대여해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도지완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난…… 그냥 이렇게 살고 싶어.”
동생은 그의 모친이 무얼 원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했다. 좀 더 자유롭게, 욕심부리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길 바랐다.
어떻게 보면 철이 없었지만, 어떻게 보면…… 도지완과 싸우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결국 들키고 말았다. 제 품에서 아들을 놓지 않던 계모가 이복동생의 일탈을 눈감아 줄 리 없었다.
“너 이거…… 어떻게 하려고 그래?”
성적표를 팔랑거리며 화를 참아 내는 모친을 보며 동생은 입을 다물었다.
“너 이제 애 아니야. 내년에 고등학교 가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그녀가 스튜디오 계약서를 탁 던졌다. 숨이 거칠어진 것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애들 장난은 이제 그만둬. 내일부터 입주 가정 교사 부를 거야. 학교 끝나면 어디 쏘다니지 말고 바로 들어와서 공부해.”
“엄마…… 나 진짜 이거 하고 싶어.”
동생은 모친을 설득하려 했다. 자신이 얼마나 비전이 있는지, 1년 새에 구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그는 다 설명했건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그만해!”
“엄마!”
“이러다가 다 쟤한테 뺏기면 어쩌려고!”
“엄마!”
모친이 가리키는 것은 도지완이었다. 도지완을 친형처럼 따르는 동생은 모친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엄마, 난 엄마가 짜 둔 인생 계획대로 살고 싶지 않아.”
“너 진짜 철없다. 네가 여태까지 오냐오냐 자라 와서 모르나 본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야.”
“…….”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쳐. 그게 얼마나 가겠어? 10년? 20년? 정년은 보장되니?”
“…….”
“얘…… 정신 차려. 이게 다 네 거야. 지금은 어려서 화려한 거 좇고 싶겠지만 나중에 다 커서 돌아보면 이 엄마 말이 틀렸을 것 같아?”
“엄마아…….”
“정말 정신 차려! 이러다 네 거 다 도지완 걔한테 뺏긴다고! 걔를 이겨야 할 것 아니야!”
계속 도지완과 자신의 사이를 가르려는 모친의 모습에 동생은 화를 참지 못했다.
“나는 그런 거 관심 없어!”
“얘!”
“그냥 그런 건…… 가지고 싶은 사람이 가지면 되는 거 아니야?”
화를 낸 동생이 결국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쫓아가던 계모는 제 아들을 결국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저 언제나 있었던 조그만 다툼으로 끝날 법했던 일이었다. 다만 그날은 운이 좋지 않았다.
평소의 다툼이었다면 근처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 머리를 식힌 동생이 느지막이 돌아왔을 텐데, 그날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대해 욕을 들어서 그런지 그의 행선지가 달라졌다.
유튜브 방송용 스튜디오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뺑소니였다.
조금 늦게 발견된 탓에 처치가 늦었고, 처치를 마쳤음에도 동생은 깨어나지 못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계모가 울부짖으며 도지완에게 소리쳤다. 속으로 도지완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렇게 이기적일 수가.’
이해는 했다. 자기 죄를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겠지. 하지만 도지완에게 잘못은 없었다. 그저 그녀가 화풀이를 할 만큼 만만한 대상이었다는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계모는 도지완을 동생의 곁에 다가가지도 못하게 했다. 숫제 그가 뺑소니 범인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나는 동생의 근처로 다가갔다. 신성력으로 그를 깨울 수 있을까 하여 다가갔다가 손을 대 보고 당황했다.
쫓겨나 돌아오는 길에 도지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
“네 능력으로 깨울 순 없어?”
나는 슬퍼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의 거절에 도지완은 기분 나빠하거나 이유 따위를 묻지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끝이었다.
이유를 물었다면 나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네 동생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신성력이 통하지 않아.’라고 말한다면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제야 의문을 가진 것도 이상하지만 이 세계는 그냥 과거가 아니었다. 말하자면, 도지완의 기억이었다.
‘동생은 그냥 기억으로 만들어진 사람 모양의 더미일 뿐…… 신성력이 전혀 통하지 않아.’
여태까지 접촉을 한 사람이 도지완밖에 없어서 이제야 알아챈 것이다. 그제야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지 알았다.
도지완의 과거 기억 속에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도지완이 나를 알아보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미래에 아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었고, 내 신성력 때문일 수도 있었다.
‘뭐가 되었든 이곳에서 나가야 해.’
내가 찾아낸 것이 던전의 숨겨진 히든 룸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트랩이었나 보다. 이런 식으로 과거에 가두는 트랩은 대부분 갇힌 사람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유였다.
나와 도지완이 같이 들어왔음에도 도지완의 과거에 갇힌 이유는 아마 트랩을 발동한 자가 도지완이라서 그럴지도 몰랐다.
‘아니면 내가 천사라서 그럴지도.’
원래 몸의 주인인 신지호의 과거를 보여 줘 봤자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직접 겪은 적도 없었고 나는 신지호도 아니니까.
아무튼 너무 느긋하게 있었음을 반성했다. 빠르게 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대부분 이런 건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꿈에서 깨어나야 나갈 수 있는데…….
‘도지완을 어떻게 깨우지?’
하나같이 어려운 것투성이였다.
* * *
사고를 당하고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동생은 깨어나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 도지완은 고3이 되었다.
원래라면 동생도 이 시기에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했지만 깨어나지 못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겨우 목숨만 연명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결국 계모는 미쳐 버리고 말았다.
“이 살인마 새끼!”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도지완이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되었다. 그는 면허도 없고, 차도 없었음에도 그렇게 여겼다. 이미 범인이 잡혔지만 계모는 여전히 도지완이 동생을 죽이고 뺑소니를 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만해, 당신!”
“뭘 그만해! ……아하! 당신도 공범이야? 쟤한테 다 넘겨주려고 우리 애를 죽인 거냐고!”
“죽긴 누가 죽어! 대체 왜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동생은 죽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의사가 깨어나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거라고 말해서인 듯했다.
“네가 죽였어! 네가!”
“…….”
“네 뜻대로…… 될 것 같아!”
악을 쓰던 계모는 결국 해선 안 되는 일까지 벌이고 말았다. 도지완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해 버린 것이다.
도지완은 적이 많았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독고다이처럼 행동하던 그를 동경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는 손바닥을 뒤집듯 태도를 바꾸었다.
“사생아 새끼 주제에…….”
“그렇게 오만하게 행동한 이유가 있었네. 사생아라 우리랑은 지내기 힘들었던 거지, 뭐.”
킥, 킥. 걸어가는 도지완의 등 뒤로 비웃음과 야유가 쏟아졌다. 그나마 폭력이 가해지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한 번은 그럴 뻔한 일이 있었는데 싸늘하게 쏘아보는 도지완의 눈빛에 상대가 겁먹었다.
“뭐…… 뭘 봐! 사생아 새끼 주제에!”
겁먹은 것을 티 내지 않으려고 왈왈 짖어 댔지만 상대는 도지완이었다.
“사생아라서 뭐?”
“……뭐, 뭐?”
“내가 사생아가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어?”
도지완이 차갑게 말했다. 우물쭈물하는 상대에게 도지완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내가 사생아라서, 누구한테 처맞고 오면 우리 아버지가 사생아라서 처맞고 왔구나, 잘했다, 라고 할까?”
“…….”
“아니면 어떤 새끼가 때렸는지, 어떤 집안의 새끼인지, 왜 때렸는지 알고 싶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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