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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한 번 망했다-65화 (65/88)

65화

* * *

자려고 누웠는데 밖에서 콩설이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콩설아?”

문을 열고 바깥에 나가자 거실 한쪽에 마련된 제 방이 아닌 도지완의 방 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콩설이가 보였다.

나는 콩설이를 안아 들고 조용히 해야지, 하면서 달래 보았지만 콩설이는 다시 내 품에서 빠져나와서 도지완의 방문을 긁었다.

‘뭐지?’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그때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게 뜻하는 건 단 하나라 나는 화들짝 놀랐다.

‘마기! 그게 움직이기 시작했구나!’

그런데 왜 내가 그걸 못 느낀 걸까? 당황한 나는 도지완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 들어가는 콩설이와 함께 나도 방 안으로 들어가 외쳤다.

“형님!”

“으……으윽…….”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도지완은 굉장히 괴로워 보였다. 손을 붙잡고 신성력을 부어 봤지만 마기가 그것을 다 튕겨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그를 타락시킬 생각인 듯했다.

신성력을 마기가 튕기니 그냥 쏟아부을 순 없었다. 도지완이 정신을 차려 내 신성력을 제 의지로 받아들여야 했기에 나는 손을 들었다.

“이건…… 사심이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니에요.”

아니면 조금 들어갔을 수도 있고……. 나는 그대로 손바닥으로 도지완의 뺨을 내려쳤다.

“으윽……!”

“도지완 씨!”

내려치며 그를 불렀지만 한번에 깨어나지는 못했다. 다시 한번 손바닥을 들어 내려쳤다.

“형님! 정신 차리세요!”

“으흐……. 신……지호…….”

다행히 이번에는 도지완이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여전히 마기가 들끓고 있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를 부르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성력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멱살이 잡히더니 그에게 끌려갔다.

‘어…… 어어?’

어, 하는 사이에 어느새 도지완의 입술이 내 입술을 잡아먹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밀치려고 했지만 눈 깜짝하는 순간에 내 등이 침대에 닿았다. 그리고 그 위에 나를 깔아뭉개는 도지완의 몸이 있었다.

‘이게…… 뭐지……?’

갑자기 왜? 처음에는 당황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운데 어느새 도지완은 내 입을 벌려 제 혀를 밀어 넣었다.

“읍…… 잠, 흐…….”

절박하게 나에게 매달린 도지완은 내가 입을 벌리게 두질 않았다. 양손은 가슴 위에 놓인 채 도지완에게 깔아뭉개져 버둥거릴 수도 없었다.

“으……흐, 읏!”

산소가 모자라 머리가 멍해지는 가운데 혀가 치열을 쓱 훑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등줄기로 올라오는 소름과 달리 야릇한 감각이 배 안에 차올랐다.

힘이 빠져 누운 채로 헥헥 대는데 어느새 잠옷 티셔츠는 가슴 위까지 올라와 있었고, 도지완의 손이 배를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가슴 위를 스치자 나는 강하게 퍼지는 감각에 허리를 쳐올렸다.

“흐아!”

도지완의 배 위에 몸을 부딪쳐 버렸으나 그는 꼼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몸에 더욱 바투 붙어 자신의 배로 내 몸을 꾹 눌렀다.

옷 위로 비벼지는 중심부에 자꾸 쾌감이 치솟아 올랐다.

“흐아, 잠…… 하아…….”

왜 이렇게 되는지 몰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도지완은 나에게 더욱 밀착할 뿐이었다.

기분은 야릇한 데다 나에게 매달리는 도지완을 보니 이상하게 사랑스럽고 좋아서,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를 밀쳐 내지 않고 매달렸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오자 도지완은 흥분한 듯싶었다. 몸에 닿는 도지완의 중심부가 단단하게 내 몸을 짓누른 것이다.

그가 나에게 흥분하고 있다는 걸 알자 가슴 안쪽이 이상하게 술렁거렸다. 동시에 빠듯하게 차오르는 무언가에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두 입술이 떨어졌다. 그러나 도지완의 입술은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입에서 턱으로, 턱에서 목으로 점점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의 손에 밀려 올라간 티셔츠는 이미 내 몸에서 벗겨진 지 오래라 맨 가슴팍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호야. 지호…….”

도지완은 내 가슴팍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그게 무어라고 이렇게 색정적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부푸는 중심부에 부끄러워져 다리를 오므렸지만, 도지완의 손에 간단히 벌어졌다. 그는 내 다리 사이에 허리를 끼운 채 나에게 바투 붙었다.

그럴수록 내 엉덩이 쪽을 단단한 무언가가 꾹꾹 눌렀다.

손바닥으로 내 온몸을 매만지면서 핥고 맛보는 도지완의 아래에서 헐떡이던 나는 내가 왜 그의 방에 왔었는지 깨달았다.

‘아…… 신성력…….’

마기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깨달은 나는 손을 뻗어 도지완의 몸을 붙잡았다. 손바닥을 통해 신성력을 보내 봤지만 마기는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소멸당하지 않으려 발악했다.

그에 힘든 건 나와 도지완뿐이었다. 나는 신성력을 낭비하게 되니 힘들었지만, 도지완의 경우는…….

“흐……. 하아…….”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신음했다. 아파서 내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계속, 계속 만져 줘.”

도지완은 티셔츠를 훌렁 벗어 던지고 내 손을 붙잡아 제 몸에 비볐다. 솔직히 말해 한두 번 본 몸도 아닌데, 침실에서 보게 되니까 시각적인 야릇함이 대단했다.

나는 홀린 듯이 손바닥으로 그의 몸을 쓸었다. 핏대 선 목덜미부터 빗장뼈, 그리고 그 아래 부푼 가슴 위에 손을 얹자 긴장을 한 건지 피부 아래로 쫙 조여드는 가슴 근육이 느껴졌다.

그 하나하나가 성적인 자극 없이 몇 천 년을 살아온 나에게는 너무나도 색정적이었다.

‘기분이…… 이상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예감에 나는 발버둥 쳤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저기 형님, 일단…… 잠깐만…… 응……!”

내가 발버둥 치자 도지완이 나의 중심부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바지 너머였지만 그 야릇함이 대단했다. 허벅지를 파들파들 떨면서 헐떡이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바지가 벗겨진 상태였다.

단단해진 것이 도지완의 손에 잡혀 문질러지고 있었다.

“으……하앗……! 잠, 도지완……! 흣……!”

그 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냥 살갗이 비벼질 뿐인데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헐떡이는 것밖에는 할 게 없었다.

도와달라는 듯 도지완을 바라봤지만 그는 그저 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런데 그 눈빛이 정말로 강렬해 나는 그가 나를 한입에 삼켜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흐……하……! 잠깐, 흣, 이상해……! 잠깐만……!”

아랫배가 끓어올랐다. 뭔가 안달이 난 것처럼 긴장이 쫙 되었다. 벼랑 위에 선 것 같이 아슬아슬한 감각에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흐느끼자 도지완이 짙게 미소 지었다.

“이상해? 어디가 이상해, 지호야.”

“으…… 으읏…… 으……! 이상해……!”

거듭되는 아슬아슬함에 도지완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매달렸더니 그는 내 귓가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굉장히 서럽고 화가 났지만 내가 매달릴 상대는 도지완뿐이라 나는 그저 이 이상한 감각이 사라지길 빌 뿐이었다.

“으……아……아흥……!”

그러다 그 아슬아슬한 감각이 단번에 해소되었다. 이상하게도 누워 있었을 뿐인데 100미터 달리기를 한 것처럼 몸이 축 늘어졌다.

감각은 해소되었으나 여운은 아직 남아 허벅지를 잘게 떨고 있을 때 도지완이 바지를 내렸다. 방금 전의 내 것처럼 그의 것도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멍하니 그걸 바라보고 있자 도지완이 내 엉덩이를 더듬었다. 은밀한 부위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나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에 내 표정을 살핀 그가 물었다.

“무서워?”

나는 갈등했다. 죽을 것 같이 두렵냐 하면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려웠다. 무엇이 두려운지는 나도 알 수 없어 말하기가 어려웠다.

갈등하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지완은 내 엉덩이에서 손을 뗐다. 그의 자상한 모습에 안도하는 한편 그의 것을 저런 상태로 놔둘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손을 뻗어 도지완의 중심을 붙잡았다.

“너, 흣……!”

내 손이 닿자 도지완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의 눈썹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의 얼굴만 보고 있을 뿐인데도 야릇한 기분이 났다. 뭔가 내가 주도권을 쥔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신……지호. 흐으…… 신지…… 흐…….”

도지완은 내 어깨에 얼굴을 처박은 채 신음했다. 미끌미끌해진 손에서 야릇한 소리가 났다. 나는 어떻게 하면 도지완이 더욱 기분이 좋을까 궁리했지만 아무래도 내 어설픈 손놀림이 그에겐 모자랐나 보다.

내 어깨에서 한참을 신음하던 그는 내 다리를 붙잡았다. 양 허벅지가 붙은 채 엉덩이가 들리자 사색이 되는 나를 보았는지 도지완이 나에게 천천히 말했다.

“네가 싫어하는 건 안 해.”

그러더니 내 허벅지 사이로 중심부를 밀어 넣었다. 붙은 허벅지를 벌리며 들어오는 살덩이는 뜨겁고 축축했다.

내 양다리를 끌어안은 채로 도지완은 허리 짓을 했다. 행위가 연상되는 모습에 내 중심도 덩달아 자극을 받았다.

“지호야, 신지호…….”

끌어안은 내 다리를 이로 씹어 대면서 도지완이 나를 불렀다. 애타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짜릿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묘한 만족감이 배 안에 가득 차 끓었다. 허벅지 사이가 뜨거워 화상을 입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내 배 위로 흩어지는 도지완의 체액에서는 야한 냄새가 가득 났다.

모든 걸 끝낸 그가 내 다리를 놓아주자 양다리가 힘없이 벌어졌다. 엉금엉금 기어 올라온 도지완은 축 늘어진 내 몸을 끌어안은 채 내 얼굴, 목 할 것 없이 입을 맞추며 내 이름을 속삭였다.

“지호야. 신지호…….”

“…….”

“그래, 이렇게 얌전히 있어……. 내 곁에 얌전히만 있으면 돼…….”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던 도지완은 곧 고른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힘도 빠진 데다 그의 숨소리를 듣고 있자 나도 슬슬 잠이 몰려왔다.

그래서 마기를 소멸시켜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나는 도지완과 함께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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