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외전(오메가버스 ver.) 21
“잠, 잠깐만. 힘들다, 니까. 읏, 흐!”
“좆 세우고 그런 말 하면 누가 믿어. 지금 싸고 있잖아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울렸다.
“야, 정말 이…… 아흑.”
허억. 헉. 임성은 한쪽 뺨을 테이블에 비비며 뒤에서 쳐 대는 성기를 버겁게 받았다. 김희도가 양 손목을 등에 내리누르며 성기를 위로 쑤셔 올렸다. 테이블에 반쯤 걸쳐졌던 상체가 들리며 발끝이 달랑거렸다. 좀 전과 다른 각도로 자극이 치달았다.
제발, 어떻게 좀…….
달아오른 허벅지가 철썩철썩 소리를 내며 닿을 때마다 눈앞에 불꽃이 튀었다. 이대로 녹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마저 들었다.
벌어진 입 안으로 들어오는 이 달콤한 페로몬도 이성을 흐리는 데 한몫하겠지.
“너, 하아…… 억제제 안, 먹었어?”
“먹었어. 평소 용량보다 더.”
“근데, 허으, 읏…….”
“그러게요. 씨발, 이게 다 형 때문이잖아요.”
김희도가 잇새로 욕을 내뱉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억제제를 먹으면 뭘 하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고 활짝 웃는 임성을 보는 순간부터 뒹굴고 싶단 생각밖에 안 했는데.
김희도는 미친 듯 박아 대던 것을 멈춘 채 임성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상의를 모두 벗고 땀에 젖어 미끌거리는 등 근육이 탐스러웠다. 하나도 남김없이 핥고 집어삼키고 싶었다. 제 밑에서 헐떡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내 거, 내 임성. 내 오메가.
“힘들어요? 그만할까, 응?”
고개만 끄덕이면 당장에라도 그렇게 하겠다는 투였다.
임성은 허벅지 근육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엉덩이를 조였다. 이만하면 알아들었을 텐데 김희도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임성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겠단 투였다.
“계, 계속……”
“계속?”
눈을 지그시 감자 고여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해 줘, 더 세……게. 어떻게 돼도 좋으니까. 그만두지, 마.”
임성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보지 못했지만, 김희도는 지금 입을 벌리고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형이 어떻게 되는 건 내가 싫어요. 나한텐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에요.”
김희도가 상체를 내리며 입술을 맞췄다. 위에서 억누르는 힘 때문에 젖꼭지가 꾹 눌렸다. 그 작은 자극마저도 지독한 쾌감으로 변했다. 육체가 통제를 벗어나는 게 두려우면서도 기대됐다.
“아, 그만, 싫, 아, 아흑, 좋아. 거기, 거, 거기. 세게!”
멈췄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 임성이 그토록 바라던 폭발적인 쾌감이 다시금 쏟아졌다. 머릿속이 엉망이다 못해 몸 안의 모든 감각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김희도의 성기가 내벽을 뭉갤 듯 짓이기다가 각도를 달리하며 임성이 원하는 곳을 쑤셨다.
“어흑!”
벌겋게 달아오른 임성의 귀두에서 희뿌연 정액이 튀었다. 하지만 뒤에서 쳐 대는 김희도 때문에 여전히 서랍에 아플 정도로 짓눌린 채였다. 끈적끈적한 정액이 앞쪽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아흑. 하. 거, 거울 보, 기…… 싫, 어.”
“알았어요.”
김희도는 임성의 양팔을 붙잡고 뒤로 당겼다.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임성의 상체가 그대로 일으켜졌다. 그나마 지탱하고 있던 테이블마저 없어진 것이었다. 김희도와 서랍 사이에 눌렸던 성기가 퉁 튀어 오르며 허공에 정액을 흩뿌렸다.
“거울 보기 싫다면서요? 선배 말대로 해 줬는데 왜 울어요? 맘 아프게.”
맨정신으로 하는 섹스도, 본능만 남은 히트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놓인 행위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 미친 것 같은 쾌감 속에서도 김희도에게 매달렸다.
“으, 흣, 희도야. 좋, 좋으…… 아!”
김희도의 귀두가 안쪽 깊은 곳을 찍어 눌렀다. 아직은 열리지 않는, 임성의 질구가 은밀하게 자리한 곳이었다. 김희도는 꽉 닫혀 있는 그곳을 거칠게 쳐 댔다. 임성이 고개를 젖히며 젖은 신음을 뱉어 냈다. 폭력적인 쾌감이었다.
김희도의 성기가 찌르는 곳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었다. 이미 쾌감을 맛본 육체는 더 크고 강렬한 걸 원했다. 임성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젖히며 엉덩이를 내밀었다.
쯔걱, 쯔걱. 박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임성은 자꾸 무너지는 허리에 힘을 주며 겨우 버티어 섰다.
“아흑, 아, 아. 악.”
“임성, 형. 성이 형. 형. 전 항상 형이었어요.”
귓속을 흘러드는 목소리에 금방 사정했던 성기가 또다시 꿈틀댔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히트와 상관없이 김희도를 원하고 있었다. 흥분이 여실히 담긴 목소리가 잔뜩 예민해진 공기를 울렸다. 임성의 아래가 바짝 조여들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아하. 김희도가 제 아랫입술을 핥더니 임성의 귓가에 입술을 내렸다. 쪽. 쪽. 일부러 소리 나게 입술을 뗐다 붙였다. 귓가를 따라 돋은 솜털이 바짝 섰다.
임성의 등이 부르르 떨렸다. 제 안이 김희도의 것을 꽉 물고 게걸스럽게 달라붙는 게 느껴졌다. 더 해 달라는 듯, 더 거칠게 쑤셔 달라는 듯이.
이건 자신의 의지일까, 오메가의 본능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아, 흐으. 으.”
붙잡혀 있던 팔이 풀리며 이번엔 양쪽 어깨가 잡혔다. 임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뒤에서 박아 대는 남자의 옆구리를 잡았다. 땀에 젖어 자꾸만 미끄러졌다. 김희도가 임성의 손을 제 옆구리에 얹고 손을 겹쳤다.
쩍. 그때 성기가 거의 직각으로 몸 안을 파고들었다. 김희도의 앞 허벅지가 엉덩이를 밀어 올리며 내벽을 느리게 쑤셔 댔다. 임성은 그의 성기가 더 깊게 파고들도록 허리를 내렸다.
스스로의 행동이 믿기지 않았다. 엉망인 머릿속과는 반대로 육체는 기대에 부풀었다. 알파를 더 받아들이려는 듯 어느새 아래가 흥건히 젖었다. 쯔억, 쩍. 땀과 액이 뒤엉켜 성기가 더 깊게 들어왔다.
두 사람의 육체가 틈 하나 없이 맞물렸다. 닿은 곳마다 불길이 이는 듯 뜨거웠다.
“아흐, 말도, 안…… 미……친 것, 같아.”
“형은 이제야 미친 것 같아요? 난 형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는데.”
동시에 숨쉬기 버거울 정도의 아찔한 향이 밀려왔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떨렸다.
두 번째 히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가을보다 겨울에 가까운 추운 날씨, 정규 리그가 끝나고 코리안 시리즈가 열리는 잠실 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빈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찬 관중을 향해 올 시즌 우승팀이 큰절을 올렸다.
『코리안 시리즈 챔피언 이솔 페어리즈 -팬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구단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그라운드에 펼쳐졌다. 주장 최희탁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하자 눈이 아플 정도로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번쩍 터졌다.
첫 시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활약을 한 김희도에게 방송과 인터뷰 제의가 쇄도했다. 저 실력에 저 얼굴이라니, 세상 불공평하다는 푸념 섞인 우스갯소리가 들렸다.
KBO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올린 데다 코리안 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임성에게도 광고와 방송 등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야구 관련 인터뷰를 제외한 예능 및 패션 화보는 모두 거절했다. 김희도는 임성의 인터뷰에 잠시 출연한 게 전부였다.
정규 리그가 끝나고 김희도와 두 번째 히트를 보낸 뒤, 예민했던 후각이 한결 누그러져 편히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알파의 체취에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대망의 코리안 시리즈까지 마무리되고, 선수들은 이제 새로운 시즌을 위해 충전을 할 시간이었다.
임성은 거의 반년 만에 본가로 돌아가 여동생들과 놀아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찌감치 군대에 간 쌍둥이 남동생들의 면회를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생들은 제 형과 나타난 희멀건한 놈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예기치 못한 만남이 난감하긴 자신도 마찬가지라 어색하게 웃었다.
김희도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일부러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그는 “데려다주는 게 아니고 저도 거기 볼일 있어요.” 하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를 했다. 대꾸도 안 하고 빤히 쳐다보고 있자 시선을 옆으로 비스듬히 내리며 입술을 삐죽댔다.
“형이랑 드라이브하고 싶어서 그래요. 맛있는 것도 먹고 바람도 쐬고요.”
형. 동생 놈들에게 23년간 매일 들었던 말이 왜 쟤가 하면 특별해질까. 하필이면 후드 티를 입어선 귀가 늘어진 개처럼 보이잖아.
“그리고 혹시 애먼 알파라도 있으면 어떡해요. 형은 밀어붙이는 데 은근히 약하니까.”
“알파랑 오메가는 군 면젠 거 몰라?”
“그건 일반 장병들이죠. 오메가는 몰라도 알파 장교는 꽤 많을걸요.”
“알파 장교면 못해도 우성일 텐데, 나랑 엮일 일이 뭐 있어.”
“형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요. 오히려 모르는 게 나으려나.”
타세요. 중얼거린 김희도가 조수석 문을 열고 그 안을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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