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 온천, 그리고 마사지
사락거리는 촉감이 손가락 사이를 간질였다. 아주 얇고 검은 머리카락 수십 개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은 가히 실크를 떠올리게 했고, 그것을 다시 손가락에 얹어 보면 그렇게나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홀린 듯한 눈으로 연신 머리카락을 쓸고 흘리길 반복하던 진환이 일순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슴의 것을 닮은 풍성하고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어 댔다. 그 모습은 여태껏 수없이 보아 온 게 무색할 정도로, 마치 생소한 현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 눈썹을 두른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고,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않은 몽롱한 검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부채를 흔들 듯 눈꺼풀을 위아래로 몇 번 올렸다 내렸다 하며 깜빡일 때마다 기대감에 벅차오른다.
몇 번을 깜빡인 후에야 이쪽을 볼까.
보고 나면 그 맑은 눈동자에는 어떤 얼굴이 비칠까.
이쪽의 얼굴을 담고 나면 그 눈가는 얼마나 예쁘게 휘어질까.
기대감에 부응하듯, 멍하니 깜빡이던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에게로 향했다. 그 눈에 낯익은 얼굴이 담기고, 약간 놀라서 눈이 살짝 커지는 게 특히나 예쁘다. 그러더니만 보는 사람의 심장을 남아나지 않게 하려는 듯, 눈가를 휘며 사랑스럽게 웃는다.
“뭐 하는 겁니까?”
목소리마저 사랑스럽다.
은율의 머리카락을 손에 담아 매만지던 진환이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 율이 감상.”
“매번 지치지도 않고.”
이미 한두 번이 아니었던지라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진환이 다시 눕힌다.
“더 자. 아직 도착하려면 30분 정도 남았어.”
“괜찮습니다. 그러는 형이야말로 좀 자요.”
출발 직전까지도 촬영하다 온 사람이다. 피곤하지 않을 리 없으니 비행기 안에서라도 눈 좀 붙이라고 했건만 당최 말을 듣지 않는다.
진환이 고개를 저으며 은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안 돼. 나 자는 사이에 누가 우리 율이 보쌈해 가면 어떻게 하라고.”
“비행기 안에서 누가 보쌈을 합니까?”
은율이 어이없다는 듯 물어오자 진환이 씩 웃는다.
“나 같은 사람?”
“역시 졸리신가 봅니다. 주무시죠.”
진환이 작은 소리로 키득거렸다. 은율도 작게 웃으며 여태 기울여 두었던 좌석을 바르게 했다.
레이먼드 윌슨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영화 <에어윈드>의 모든 촬영을 끝마친 두 사람은 곧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촬영이 빨리 끝났다고는 해도 거의 반년이 지나서야 한국 땅을 밟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만에 돌아온 진환의 집은 비워 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했다. 매일 관리할 사람을 붙여 둔 덕에 고작 하루 정도 외박을 하고 돌아온 것만 같았다.
은율은 동생들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진환은 이전처럼 제집에서 은율과 함께 살 수 없게 된 걸 아쉬워했지만, 그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 계속 떨어져 있다가 드디어 다 같이 살게 된 삼남매인데, 이를 질투하면 너무 속 좁은 남자 같지 않은가.
떨어져 살아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빈 시간이 생기면 한달음에 달려가 그를 품에 안았다. 그럴 때마다 떨어져 있다는 게 실감 나서 속이 타 죽을 지경이었다.
은율은 BLESS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진환과 함께 대작 영화에 출연한 덕에 국내에서 벌써 상당한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애당초 곽철민 감독의 영화 <12>에서 그 대단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외모는 진환과 함께 찍었던 화보와 뮤직비디오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심지어 그가 살아온 과거까지 한껏 좋은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니, 곳곳에서 러브콜이 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은율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진환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원래부터 수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톱배우이자 한류스타인 그는 이번 레이먼드 윌슨 감독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더 견고히 다졌다. 하루에도 몇 건이나 되는 시나리오와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소속사 사람들도 온종일 바쁘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던 찰나, 두 사람이 동시에 오프를 받는 날이 생겼다. 무려 사흘이나.
물론 그들이 그렇게 오프를 받게 된 것은 소속사 사장이자 은율의 아버지인 칼바노아 알리예프 덕이었다.
은율과 매일 통화하던 칼은, 서로의 일 때문에 너무 드물게 만나게 된다는 아들의 푸념에 괜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진환이야 원래 일감이 쇄도하는 사람이었지만, 은율의 경우는 칼이 어떻게든 그를 더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 일을 늘린 탓이 컸다. 그랬기에 칼은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이 힘들어한다고 생각해, 스케줄을 대대적으로 조정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칼의 의도대로 사흘간의 오프를 받아 함께할 수 있었다.
진환은 은율에게 해외여행을 제의했다. 하지만 고작 사흘로 갈 수 있을 만한 해외 여행지는 마땅치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은율이 눈을 빛내며 고른 곳이 바로 지금 비행기로 이동하고 있는 일본이었다. 마침 겨울에 접어든 터라 눈이 가득한 홋카이도로 온천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거리를 활보하며 관광을 즐기는 여행도 좋지만, 은율은 둘째 치고 진환이 너무 눈에 띄었다. 일본에도 톱배우 이진환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상당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일에 지친 그가 푹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더 온천을 고집했다.
곧바로 개인 온천이 있는 고급 료칸을 예약한 진환은 은율의 유카타 입은 모습을 상상하며 괜스레 얼굴을 붉혔더랬다.
* * *
진환은 한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은 채 그대로 얼어 버렸다.
“왜요? 이상해요?”
은율이 부끄러운 듯 눈을 굴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진환의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은율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가득 띄운 채로 제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회색 바탕에 일본 특유의 물결무늬와 기하학적 무늬가 어우러진 유카타였다. 처음 입어 보는 거라 이전에 유카타를 입어 본 적이 있는 진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나름 빈틈없이 잘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진환이 보기엔 영 이상한 걸까.
깔끔하게 차려입은 진환의 유카타 차림을 보고 있는데, 그가 돌연 바짝 다가오더니 은율의 허리를 팔로 휘감아 안았다. 은율이 진환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짚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 코피 나겠다.”
농담 삼아 말했지만, 그 붉은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유카타의 교차한 옷깃 사이로 보이는 은율의 가슴골과 쇄골이 더없이 섹시하다.
은율이 장난기를 담아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사흘 내내 유카타 차림일 텐데 벌써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행복해 죽을 것 같아.”
은율을 홀린 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진환이 그에게로 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의 입술이 점차 가까워지자 은율이 사르르 눈을 감았다.
{실례합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일본어에 둘 다 흠칫 놀랐다. 은율이 얼른 진환을 밀어내고서 한 발 물러섰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상에 올려도 되겠습니까?}
두 사람이 료칸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무렵이라 곧바로 식사를 요청했었다. 진환이 수줍은 표정의 은율을 쓰다듬어 주며 일본어로 대답했다.
{예, 부탁드립니다.}
진환은 일본 합작 영화를 찍을 때 일본어 공부를 해 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 덕에 일본인과 어느 정도 무리 없이 회화가 가능했다.
닫혀 있던 미닫이문이 열리고, 단정한 기모노를 입은 여인 셋이 들어와 룸 가운데의 좌식 테이블에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정갈한 요리가 하나둘 테이블에 올라오나 싶더니, 넓은 테이블이 금세 꽉 채워졌다.
그 모습을 눈을 빛내며 보고 있던 은율이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문가로 물러난 젊은 여인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싱긋 웃어 주자, 여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여인이 자꾸만 그를 힐끔거렸다.
그런 은율의 어깨에 진환이 팔을 둘렀다. 시선은 그 여인에게 향한 채로 입술을 은율의 귓가에 가까이 대었다.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예쁘게 웃어 주지 말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여인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진환과 눈이 마주친 여인이 어깨를 잘게 떨었다. 분명 톱배우의 매력적인 미소인데, 어째 한기가 들었다.
음식을 날랐던 여인들이 모두 물러나고, 진환과 은율은 식사가 놓인 테이블을 가운데에 둔 채 마주 앉았다. 은율이 화려하면서도 우아해 보이는 음식들의 모습에 넋을 놓았다.
“하나하나가 예술품 같아요.”
멍하니 중얼거리자 진환이 피식 웃었다.
“내 눈엔 네가 더 예술품 같은데.”
“음식 감상할 때 밥맛 떨어지게 하는 거 아닙니다. 느끼해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너무하네.”
웃는 낯으로 말한 진환이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붉은 살 생선회로 만든 장미꽃에서 회 한 점을 집어 와사비가 섞인 간장에 그 끝을 살짝 찍었다. 그러고선 그대로 은율의 입가를 향해 내밀었다.
“자, 아-.”
은율이 움찔하다가 회 끝에 묻힌 간장이 방울져 떨어지려는 것을 보고는 얼른 입을 벌려 그것을 받아먹었다. 몇 번 오물거리다 눈빛이 바뀌는 것을 본 진환이 흐뭇한 표정으로 다른 음식을 집어 또다시 은율에게 내밀었다.
은율이 제 입 앞에 멈춘 와규 조각을 보며 미간을 모았다.
“형 드세요. 저도 알아서 먹을게요.”
“로망 좀 채워 주면 안 돼?”
“둘이 밥 먹을 때마다 하잖아요. 로망이 너무 헤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 있는 데서도 하고 싶은 거 참는 거야. 팔 아파, 빨리 먹어.”
“이참에 좀 더 참아 보시죠. 형 팔 근육 좋은 거 다 압니다.”
“안 넘어오네.”
아쉬운 듯 혀를 차며 은율의 입 앞에 가져갔던 와규 조각을 회수하려 했다. 갑자기 은율이 그 손목을 잡더니 얼른 입에 넣었다.
“형이 줘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네요.”
고기 조각을 씹으며 손을 놓아주니, 진환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이거 나만 로망인 게 아니었던 것 같은 느낌인데.”
“기껏 주신 거니까 성의를 생각해서 먹은 겁니다. 이젠 더 주지 마세요.”
은율이 젓가락을 들며 작게 중얼거렸다.
“하고 싶어지니까.”
진환의 눈이 번뜩였다.
“형이 눈치가 없었네. 아-.”
젓가락도 내려놓고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가만히 있는 진환의 모습은 퍽 귀여웠다.
“……뭡니까?”
“하고 싶다며.”
그렇게 말하던 진환이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아하, 우리 율이는 그런 쪽으로 하고 싶은 거구……! 읍!”
말을 다 잇기 전에 입 안에 먹음직한 생선회가 들어와, 진환은 입을 다물었다. 은율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새초롬하게 음식을 집어 먹었다.
“빨리 식사나 하시죠.”
부끄러워하는 은율을 보며 진환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사르르 녹는 것만 같은 생선회를 우물거리면서도 그 맛이 어떤 건지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그의 온 신경은 은율에게 쏠려 있었다.
갖은 음식을 맛보며 하나하나 눈을 빛내고 좋아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오늘따라 입술은 왜 저리 붉은지, 음식을 삼킬 때마다 움직이는 목울대는 또 어찌나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거기다 유카타 사이로 쇄골 라인이 도드라져 자꾸만 시선이 갔다.
멍하니 감상하던 진환은, 뒤늦게 눈치챈 은율이 한차례 타박을 한 뒤에야 식사를 시작했다.
* * *
식사를 마치자마자 진환은 은율을 데리고 곧바로 개인 온천으로 향했다. 방에는 널따란 욕실이 있었고, 그곳을 통해 나갈 수 있는 야외에 작은 온천이 있는 형태였다.
장정 네다섯 명 정도가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온천은 그 동그란 테두리에 맞춰 진회색의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욕실에서 온천 방향에 있는 문을 열자, 유황 냄새가 훅 끼쳐 왔다.
“와-!”
은율이 눈을 빛내며 온천 가까이 다가갔다. 뜨거운 열기와 유황 냄새만 신기할 줄 알았더니, 온천수도 특이하게 우윳빛이다.
은율이 온천 근처에 무릎을 세워 쭈그려 앉아서는 그 온천수를 웃는 낯으로 감상했다. 뒤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진환이 은율에게 다가가 그의 겨드랑이 밑에 두 팔을 넣어 번쩍 일으켜 세웠다.
“자, 우리 얼른 가볍게 씻고 들어가자.”
온천을 처음 보는 은율과 달리 진환은 꽤 많이 경험해 본 거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들떠 보인다.
욕실에서 간단히 씻는 와중에도 진환이 자꾸만 건드려 대는 통에 은율은 그를 얼른 씻겨서 먼저 내보내 버렸다. 진환은 연신 싱글거리며 욕실을 힐끔거리더니, 온천수에 살짝 발을 담갔다. 처음엔 따끔할 정도로 뜨겁지만, 막상 몸을 담그니 금세 열이 올라 곧 적응할 수 있었다. 온천 입구 근처 바위에 등을 대고 몸을 늘어뜨려 앉아 있노라니, 단번에 전신의 피로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많이 뜨겁습니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은율이 물어 왔다. 고개를 돌린 진환이 은율의 하반신을 가린 수건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왜 두르고 왔어?”
“그냥 들어가면 민망하잖아요.”
“난 그냥 들어왔는데? 우리 사이에 그런 게 어딨어.”
“전 있습니다.”
한사코 수건을 고집한다. 진환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는 낯으로 손을 뻗었다.
“처음엔 좀 뜨거워. 조심히 들어와.”
은율은 진환의 손을 잡고 발끝부터 조심히 담그기 시작했다. 우윳빛 온천수가 생각보다 꽤 뜨겁긴 했지만, 발끝부터 천천히 담가 들어가니 그래도 견딜 만은 했다.
이내 몸을 모두 담근 은율이 진환의 옆에 살포시 앉았다. 진환은 자연스레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서 물기 젖은 은율의 앞머리를 손수 쓸어 올려 주었다.
물이 뜨겁다 보니 은율의 하얀 피부도, 얼굴도 모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진환의 눈에는 붉게 달아오른 그 몸이 너무도 색정적으로 느껴졌다.
은율은 아이처럼 순수한 얼굴로 두 손에 온천수를 받아 떠 보며 연신 눈을 깜빡여 댔다. 우윳빛 유황 온천수가 어지간히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진환은 싸늘한 공기에 은율의 어깨가 식지 않도록 제 손으로 물을 살살 끼얹어 주며 그의 볼에 쪽쪽 입을 맞췄다. 온천수 감상을 방해받은 은율이 눈을 새초롬하게 떴다.
“형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 것 같아요.”
“우리 율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가만히 있어.”
진환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은율의 어깨를 당겨 제게로 좀 더 가까이 기대게 했다. 그러고선 다른 손은 물 아래로 쑥 집어넣는다. 진환에게 기댄 채 무방비하게 있던 은율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형!”
“응? 왜?”
진환은 태연하기만 했다. 은율이 당황한 얼굴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우윳빛 온천수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서 진환의 손은 은율의 수건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이런 데서……! 흐읏!”
은율은 수건 안으로 들어온 진환의 손이 자신의 회음부와 고환을 간질이는 통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얼른 두 다리를 모아 진환의 손을 붙잡아 봤지만, 그의 손은 가만히 있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형, 그, 그만해요!”
자신들이 물을 넣고 빼고 할 수 있는 욕조가 아니었다. 이런 데에서 사정했다가 나중에 이곳 직원들이 수군거릴까 봐 걱정되었다. 거기다 담이 높다랗게 자리한 개인 온천이라고는 해도 야외는 야외다. 혹여 자신의 목소리가 밖에 들릴까 싶어 진환을 만류했다.
진환은 은율의 어깨를 둘렀던 팔을 떼고서 그의 앞으로 이동했다. 진환이 씩 웃으며 은율의 다리를 세워 벌리고는 다시 오므리지 못하도록 제 허벅지로 좌우를 막았다. 그 재빠른 행동에 당황한 은율의 귀에 진환이 속삭였다.
“야외라서 소리 많이 내면 밖에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치?”
진환의 말에 은율의 얼굴이 금세 파리해졌다.
* * *
붉게 달아오른 몸이 자꾸만 움찔거렸다. 그와 함께 억눌린 신음도 흘러나왔다.
“흐응…… 흑, 아, 하아…….”
은율이 진환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움찔거렸다. 진환은 그의 목선과 목덜미를 연신 핥아 주며 아래를 건드는 손에 좀 더 박차를 가했다.
“흐…… 으읏-! 읏-!”
진환의 팔을 부여잡은 은율이 크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혀엉, 아, 안 돼……. 나올 것 같아……요, 하으…….”
“그렇게 흥분했어? 지금 가면 세 번째야.”
“흑…… 으응……. 그럼 만지지…… 마……. 히윽…….”
은율이 울먹거리며 눈가를 진환의 어깨에 비벼 댔다.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만 같은 그 행동에, 안 그래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던 진환의 것이 한층 부피를 더했다.
물에 젖은 수건 안에서 은율의 성기를 괴롭히던 손이 이번엔 더 아래쪽으로 옮겨갔다. 회음부를 길게 간지럽히며 내려간 손은 이내 구멍을 살살 눌러 대기 시작했다. 은율이 놀란 얼굴로 진환을 보았다.
“여, 여기서 하려고요?”
“응. 형 터질 것 같아.”
달래듯 은율의 얼굴에 입을 맞춰 주며 구멍 안으로 중지를 밀어 넣었다. 물에 담가져 있어서 꽤 말랑해진 입구가 금세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흣!”
은율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진환의 손가락과 함께 뜨거운 온천수가 흘러들어와 내벽을 자극했다.
“혀엉, 뜨, 뜨거워요.”
“율이 안쪽도 만만찮게 뜨거워.”
진환의 숨소리는 어느새 거칠어져 있었다. 전율하던 은율이 진환의 어깨를 잡은 채 그에게 몸을 기대 왔다. 그사이 구멍을 넓히는 손가락이 2개가 되었다.
“흐응, 읏! 흣, 아읏……. 흐읍…!”
기계처럼 전립선을 꾹꾹 눌러 오는 통에 신음을 억누르느라 죽을 맛이었다. 은율은 바들바들 떨며 신음을 참느라 필사적이었다.
‘이건 이거대로 오기가 생기는데.’
진환은 은율의 힘든 신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가 제대로 소리를 내게 만들고 싶었다.
적당히 풀어진 것을 느낀 진환이 그의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내고서 곧바로 제 것을 그의 구멍에 문질러 댔다. 그의 급한 행동에 은율이 기겁했다.
“형, 잠…! 흐아앗-!”
입구를 꾹 누르던 진환의 것은 일말의 여유도 없이 단번에 깊이 침투했다. 진환의 커다란 성기와 함께 온천수가 섞여 들어오자 은율의 눈이 크게 뜨이고 입이 벌어져 참을 수 없는 교성이 터져 나왔다. 고통과 자극, 그리고 쾌감이 뒤섞여 전신을 훑었다. 그와 동시에 은율의 잔뜩 부풀었던 성기가 백탁액을 뱉었다.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사정의 전율을 강하게 느끼는 은율을 보며 진환이 그의 얼굴 여기저기를 할짝였다.
“이젠 넣기만 해도 싸네?”
“흐…… 으……. 나빴……어…….”
“그럼 나쁜 김에 조금만 더 나쁜 형이 될게.”
그렇게 말한 진환이 갑자기 거칠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히악-! 항, 하으으-! 나, 바, 방금 갔는데에-! 하읏-!”
아직 사정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진환은 계속 은율이 느끼는 부분을 거세게 찔러 댔다. 과도한 쾌감에 은율이 몸을 비틀어 댔지만, 진환이 그의 몸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바람에 벗어날 수가 없었다.
“흐읏, 하읏, 자꾸 무, 물이……, 하으으…!”
추삽질을 해 댈 때마다 뜨거운 온천수가 안을 자극하는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일반적인 쾌감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진환은 조만간 꼭 하리라 했던 체위를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간 근육을 많이 기른 덕에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진환이 자신의 것을 깊이 넣은 채 추삽질을 멈췄다.
“율아, 형 목에 팔 두르고 꽉 잡아 봐.”
몽롱한 눈을 한 은율이 의아해하다 결국 그가 시키는 대로 그 목에 팔을 둘렀다. 진환은 은율의 엉덩이 바로 아래쪽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흐앗! 혀, 혀엉-!”
놀란 은율이 진환의 목을 더 꽉 둘러 왔다.
“허, 허리 나가요! 위험하다고요!”
“괜찮아. 이걸 위해서 요즘 얼마나 운동했는데.”
“그게 그런 이유였……! 흐앗-!”
다리에 힘을 가득 주고 선 채로 제 것을 한 번 세게 쳐올렸다. 크게 움찔한 은율이 코알라처럼 매달리며 내벽을 꽉 조이자, 진환은 자세의 힘겨움보다도 빨리 마구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만 거듭했다. 그가 은율의 엉덩이를 붙잡은 채 허리와 엉덩이의 반동으로 추삽질을 해 대기 시작했다.
“하윽! 흐으- 아아! 악! 하으응-!”
거친 추삽질에 은율의 입에서 끊임없이 교성이 터졌다. 사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꾸만 자극을 받았다. 거기다 진환은 은율을 든 채로 한없이 깊이 박아 대고 있었다. 은율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이상한 사정감에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만 같았다.
“하앗-! 아아-!”
진환의 것이 안을 깊이 쳐 댈 때마다 은율의 성기에서 맑은 물이 한 번씩 흘러나왔다. 그것을 본 진환이 홀린 듯한 눈으로 더 빠르게 추삽질을 해 댔다.
“햐악-! 핫- 흐앗-! 그만……! 하읏-!”
진환은 은율의 성기가 자꾸만 물을 뱉어 내자 자신의 것도 점점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혀엉, 그만, 그만해애-! 흐앗…!”
강한 자극과 사정감이 연달아 일어나자 은율은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가 진환에게 매달려 눈물 젖은 낯으로 사정했다.
“얼른 싸 줘……!”
이 지독한 쾌감이 끝나려면 진환이 제 안에 사정해야 한다는 것을, 은율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진환에게 먼저 입을 맞춰 오며 아래에 힘을 꽉 주었다.
“윽……!”
단숨에 조여든 내벽이 진환의 성기에 강한 쾌감을 주었고, 그것은 이내 많은 양의 사정과 함께 진환의 전신을 훑었다. 은율은 제 안에 온천수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퍼지는 느낌을 받으며 한 차례 더 사정했다.
두 사람의 우윳빛 정액이 같은 색의 온천수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 * *
나름 체력이 좋은 두 사람이었지만, 아무래도 서서 섹스를 하는 것은 무리가 좀 있었다. 피로를 풀려다 격한 운동을 해 버린 은율과 진환은 일찌감치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진환이 한층 피곤해 보이는 은율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많이 힘들었어?”
“그럼 안 힘들겠어요?”
진환이 뜨끔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보다도 형 허리가 더 걱정입니다. 제가 무게가 얼만데…….”
“우리 율이가 얼마나 가벼운데.”
은율이 피식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성인 남자인 데다 근육 무게도 상당한 은율이다 보니 보기보다 무게가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수시로 안아 들어 옮기는 사람이니 어느 정도 적응해 버린 걸까. 설마하니 안아 든 채로 해 댈 줄이야.
가만히 누워 있던 은율이 돌연 몸을 일으켜 앉았다.
“형, 유카타 벗고 엎드려 보세요.”
“왜? 뭐 하려고?”
은율이 생긋 웃더니 욕실로 총총거리며 들어갔다. 다시 나온 그의 손에는 욕실 비품인 보디로션이 들려 있었다.
“제가 마사지해 드리겠습니다.”
“마사지?”
“저 잘합니다. 일단 누워요.”
얼결에 유카타를 벗은 채 알몸으로 엎드린 진환은 약간 신난 표정의 은율을 보며 픽 웃었다. 은율은 진환에게 뭔가를 해 줄 수 있을 때마다 항상 들뜨곤 했다.
‘귀엽기는.’
그 귀여운 모습이 보기 좋아, 웃으며 등을 내주었다. 은율이 좋아만 한다면 뭔들 못 할까 싶었다.
은율은 보디로션을 든 채 진환의 옆에 앉았다. 그는 로션을 쭉 짜더니 그것을 진환의 등에 조심스레 바르기 시작했다.
‘아, 벌써 못 참겠는데.’
은율의 손이 등을 매만지는 느낌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분명 마사지를 위해 로션을 도포하는, 고작 그 정도의 일임에도 자꾸만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 위에 올라타겠습니다.”
“잠깐, 뭐?!”
은율의 손길을 멍하니 느끼다 진환이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안 됩니까? 아, 너무 무거우면…….”
“아니, 아냐, 아무것도.”
진환이 얼른 고개를 돌리고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올라탄다’는 말을 은율이 하면 이렇게 자극적이다.
고개를 갸웃하던 은율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진환의 엉덩이 약간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묵직한 느낌과 함께 진환의 얼굴이 예사롭지 않게 달아올랐다.
‘……참을 수 있을까?’
진환은 자신의 엉덩이 위쪽에서 느껴지는 은율의 사타구니와 엉덩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유카타 안에는 옷을 입지 않는 거라고 수작을 부려 뒀기에 그는 속옷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그걸 인식하고 맨살의 감촉을 느끼자마자 아랫도리에 피가 몰렸다.
순진무구한 얼굴의 은율은 진환의 얼굴이 벌게진 것도 모르고 그대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척추뼈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 좌우를 엄지로 꾹꾹 누르며 아래에서 위로 몇 번에 걸쳐 올라간 손이 진환의 드넓은 어깨를 주물러 댔다. 그 손은 이내 어깨뼈를 포함한 등 전체를 훑기 시작했다. 워낙 관리를 받은 몸이라 그런지 뭉친 곳도 없고 근육도 모난 데 없이 훌륭했다.
‘진짜 몸 좋다.’
은율은 제 손에 느껴지는 진환의 등 근육에 새삼 반하고 있었다.
‘액션스쿨 형들도 이만큼 좋은 근육은 별로 없는데.’
사실 진환이 운동을 열심히 했던 것은 절대, 결단코, 은율을 안아 들고 섹스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곧 크랭크인 할 영화에서 상당히 몸을 쓰는 캐릭터를 맡은 덕에 원 없이 운동 삼매경이다. 웬만해선 스턴트맨 없이 직접 액션을 소화하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었다.
진환은 연기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게 뭐든 열과 성을 다하곤 했다. 은율을 제외한 다른 것에는 그리도 무심하면서 연기에 관해서만은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낸다. 그 열정에 은율도 자극받기를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도 얼른 형이랑 같이 연기하고 싶은데…….’
<에어윈드>에서 합을 맞췄다고는 하나, 진환은 주연이었던 반면에 은율은 조연 중의 조연이었다.
은율이 맡았던 캐릭터 유은호는 영화 초반에 진환의 캐릭터 유재한과 다정한 우애를 보여 주고, 그가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게 되는 구심점 역할이라는 걸 나타내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은율의 캐릭터가 너무 짧게 나오는 게 아쉽다며, 레이먼드 윌슨 감독이 그의 재량으로 출연 분량을 대폭 늘리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진환과 함께 연기한 장면이 적었다는 것에는 변함없었다.
‘대등하게 연기하고 싶어.’
언제까지고 이 등을 쫓아갈 수만은 없어.
꼭 그 옆에 설 거야.
은율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매만지던 진환의 등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은율의 손을 타고 퍼져 나간 열기에 한껏 붉어져 있던 등 근육이 움찔한다.
“율아, 지금 안 그래도 참고 있는데…….”
“더 참아요.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은율이 피식 웃으며 진환의 허리를 주물러 댔다. 그의 기분 좋은 낮은 신음이 은율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진환이 나른하게 물어 왔다. 은율은 손도 멈추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액션스쿨에서 형들에게요. 아무래도 몸을 격하게 쓰다 보니 간단한 마사지 정도는 서로 돌아가면서 해 주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형들이라는 사람들에게 마사지 받은 게 언제야?”
“형이 <에어윈드> 크랭크인 때문에 해외로 가신 달쯤……! 앗!”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던 은율의 몸이 갑자기 홱 돌아갔다. 진환은 제 위에 올라타고 있던 은율을 붙잡아 자리에 눕혔다. 이번엔 그가 은율의 아랫배 쪽에 올라타 내려다보았다.
은율은 약간 화가 난 것 같은 진환의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그의 건실한 아래에 화들짝 놀랐다. 불끈 성을 내는 그의 것이 꺼덕거리는 게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 우리 율이는 마사지도 차암 잘하네.”
“형, 왜 갑자기 안 읽던 국어책을…….”
은율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진환의 화를 더 돋우는 계기가 되었다.
진환이 은율의 흐트러진 유카타를 잡아 홱 벌렸다. 은율이 깜짝 놀라는 사이, 오비라고 불리는 허리띠를 붙잡아 풀어내었다. 그것을 두 손에 채찍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어 보인 진환이 활짝 웃었다.
“그래서 이번엔 형이 해 줄까 하는데, 어때?”
그의 불길한 억지웃음에 은율이 짧게 몸서리쳤다.
* * *
“흐읏…….”
“몸 비틀지 말고 가만히 있어. 마사지할 땐 얌전히 있어야지.”
진환이 으름장을 놓으며 한층 더 손에 힘을 주었다. 보디로션을 가득 발라 미끌미끌해진 납작한 가슴이 그의 큰 손에 몇 번이고 주물러졌다. 진환의 손이 전해 준 열기에 자꾸만 가슴이 후끈거리고 숨이 거칠어졌다.
은율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그의 두 손은 위로 올려져 오비로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고, 다리는 무릎을 세워 좌우로 벌려져 있었다. 그 다리 사이에 자리한 진환은 자신의 허벅지로 은율의 다리가 오므라드는 것을 막으며 그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제 딴에는 ‘마사지’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농락하듯 야하게 만져 대고 있다.
진환은 은율의 가슴을 가운데로 강하게 모았다가 약간 힘을 풀어 둥글게 쓸어 주고 그러다 한 손에 세게 잡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은율의 입에선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의 숨은 한층 거칠어졌다.
“우리 율이는 마사지만 해도 느끼네?”
진환의 시선이 은율의 성기에 닿았다. 의도했던 만큼 반쯤 발기한 게 마음에 들었다.
“형이 그렇게…… 만지는데…… 어떻게 안 느껴요.”
은율이 원망하듯 말했다. 진환이 은율의 납작한 가슴을 두 손으로 꽉 붙잡고서 엄지로 유두를 톡톡 쳐 댔다.
“그래서 이렇게 위도 아래도 선 거야?”
“흣…… 만지지 말아요.”
진환은 짓궂게도 은율의 유두를 엄지손톱으로 꾹꾹 눌러 대다 튕기길 반복했다. 은율이 거친 숨과 함께 약간의 신음을 흘린다.
진환의 손이 가슴에서 갈비뼈로, 그리고 약간 복근이 있는 복부로 내려왔다. 마사지한다기보다는 느끼게 하려고 살살 쓸어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간지러우면서도 찌릿거리는 감각을 열심히 참아 내는데, 그 손길이 은율의 옆구리를 꽉 붙잡았다.
“흐읏!”
예민한 옆구리가 뜨거운 손에 붙잡히니 허리가 크게 움찔한다. 진환의 손이 은율의 옆구리를 몇 번이나 주무르고 쓸고 눌러 대었다. 그 손이 골반에 닿아 그 뼈 주위를 쓰다듬을 땐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형, 이제 이것 좀 풀어 주세요…….”
“안 돼. 마사지 아직 다 안 끝났어.”
“다 안 해도 되니까…! 하읏!”
진환이 보디로션을 두 손 가득 짜내고서 은율의 사타구니에 대었다. 차가운 감촉에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진환의 손이 은율의 사타구니와 안쪽 허벅지를 괴롭혀 댔다.
정말 마사지하듯 다리 안쪽에서 사타구니 깊은 곳까지 두 손으로 쓸어 올리길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은율이 들썩거리며 입술을 물었다. 야릇한 신음이 나올 정도까진 아니어도 워낙 예민하다 보니 몸이 반응하나 보다. 그 증거로, 그의 성기가 한층 빳빳해졌다.
‘괴롭히고 싶어. 괴롭히고 싶어. 괴롭히고 싶어.’
진환은 이로 문 은율의 입술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 싸움으로만 따지면 자신이 은율을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힘이라면 자신 있지만, 그처럼 다양한 무술을 구사하진 못한다. 평소의 은율에겐 저런 손목의 결박쯤 별것 아닐 것이다. 진환을 단숨에 제압하고 그를 억눌러 결박을 풀게 하는 방법도 있고, 여차하면 주변 물건을 이용해 스스로 풀어낼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은율은 철저한 ‘낮이밤저’ 스타일이었다. 밖에서는 빈틈 하나 없고 그 특유의 강한 모습도 여과 없이 보여 주지만, 진환과의 ‘밤’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걸 그에게 맡겼다. 입으로는 투정을 부리고 원망도 할지언정 진환에게 한없이 순종적이었다. 그게 너무도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덕분에 진환은 은율이 모든 걸 허용해 주는 ‘밤’에서만큼은 그에게 평소 꿈도 못 꾸는 일들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진환은 전신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은율과 그의 빳빳한 성기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모처럼 단둘이서 촬영 걱정 없이 사흘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럴 때 은율을 원 없이 울려 보지, 언제 해 보겠는가.
은율을 한껏 울리는 날이면 다음 날 자신의 명치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진환은 까짓것 맞아 주지, 하는 생각으로 손을 거두었다.
진환의 손이 떨어져 나가자 은율이 억누르고 있던 숨을 토했다. 그런 은율의 눈에, 진환의 손에 들린 검정 링 같은 것이 보였다.
“그게…… 뭐예요?”
이상하게 불안하다. 진환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비품용 머리끈.”
은율은 그제야 그것이 여성들을 위한 검정 고무줄로 된 머리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저걸 왜 들고 있는 것일까?
은율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걸로 뭘 하려고요?”
고무줄을 든 진환의 손이 은율의 성기로 향했다.
“잠…! 악!”
진환이 은율의 성기에 두 번에 걸쳐 머리끈을 묶었다. 은율은 제 성기의 뿌리 부분을 꽉 조인 머리끈의 압박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파요, 형! 너무 조여…….”
머리를 질끈 동여매는 용도의 물건이 제 뿌리를 바짝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절로 화끈거렸다. 진환이 은율의 귀두에 짧게 입을 맞추며 웃었다.
“마사지하는 동안 싸면 안 되잖아.”
“마, 마사지하는 동안 싸긴 왜 싸요?”
진환이 야릇하게 만져 대서 서긴 섰지만, 그렇다고 절정을 느껴서 사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진환의 생각은 달랐다.
진환이 제 손에 보디로션을 듬뿍 짜서 그것을 은율의 구멍에 질척하게 묻혔다.
“흐?!”
“정말 안 쌀 것 같아?”
은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진환이 또 자신을 잔뜩 괴롭히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진환이 보디로션이 잔뜩 묻은 은율의 구멍을 손끝으로 꾹꾹 눌러 댔다. 미끌미끌한 로션 때문에 살짝만 눌러도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쑥쑥 들어갔다.
“흐읏!”
은율은 제 입구를 괴롭히는 진환의 손가락에 연신 움찔거렸다. 진환은 오므라들려는 은율의 다리 한 짝을 잡은 채, 다른 손을 구멍 안으로 쑥 밀어 넣었다.
“으응-!”
미끄러져 들어간 2개의 손가락이 곧바로 은율의 깊은 곳에 있는 전립선에 닿았다. 예상대로 은율의 허리가 휘고 그 입에서 신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하읏-! 아, 하아, 흐응-! 아윽!”
“전립선 마사지해 주고 있는 거야, 율아. 고작 ‘마사지’하는 중인데, 싸면 안 돼. 싸고 싶어도 못 싸겠지만.”
전립선을 사정없이 꾹꾹 눌러 대는 통에 은율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 깊은 곳에서 익숙하면서도 강렬한 쾌감이 전해져 오는데, 정작 제 성기는 머리끈에 단단히 옥죄어 답답하고 아릿하기만 했다. 금세 사정감이 치고 올라와도 성기의 뿌리 부분에서 그걸 막아 대니 죽을 맛이었다. 성기는 이미 터질 듯 부풀어 있었고, 뒤의 쾌감과 성기의 아픈 압박감에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 갔다.
“흐-! 아아-! 흐앗-! 그만-! 하읏! 혀엉-!”
벌써 눈에 눈물이 고여 줄줄 흘러내렸다. 사정이 막힌다는 게 이렇게나 괴로운 것이었나.
진환은 은율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응! 흐아아아-!”
괴로운 사정감이 극한까지 몰려왔을 때, 은율이 눈을 크게 뜨고 몸의 근육을 경직시켰다. 저 깊은 곳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솟구쳐 올라와 전신을 훑고 머릿속을 강타했다.
은율이 입을 크게 벌린 채 헉헉거렸다. 쾌감의 파도는 곧바로 시원하게 사정하지 못한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분명 사정감을 느꼈음에도 아무것도 나온 게 없고, 극한의 쾌감 직후에 느껴지는 성기의 압박감은 한층 더 강한 자극을 주었다.
진환은 은율이 사정도 하지 않고 절정을 맛보는 것을 보며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가 은율의 다리 안쪽에 쪽쪽 입을 맞추며 웃었다.
“우리 율이, 드라이로 갔어?”
은율은 여전히 움찔거리며 그 촉촉한 눈으로 진환을 내려다보았다.
“혀엉, 이게…… 뭐야아…….”
처음 느껴 보는 드라이에 은율이 약간 겁에 질린 듯 물었다. 진환이 씩 웃으며 다른 손으로 은율의 성기 끝을 매만졌다. 방울진 끈적한 쿠퍼액을 귀두 주변에 문질러 주자 은율이 몸을 비틀었다.
“흐으-! 만지지 마아-!”
한껏 예민해진 성기가 과한 자극을 전달했다. 진환이 그의 구멍 속에 넣어 둔 손가락을 움직이며 다른 손으로는 은율의 성기를 붙잡고 귀두를 매만지며 괴롭혀 댔다. 당연히 은율의 입에서 교성이 터지고 그의 허리가 곡선으로 휘었다.
“하앗-! 아악-! 갔는데에, 흐앗-! 자꾸 만지면-! 아, 흐아- 아아!”
“드라이로 몇 번이나 갈 수 있나 볼까, 율아?”
“흐응-! 싫어어-! 하, 아읏, 하-! 흐아아-!”
은율의 성기가 진환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크게 움찔거렸다. 하지만 역시나 나오는 거라곤 아주 약간의 쿠퍼액이 전부였다. 은율은 뇌를 송두리째 흔드는 쾌감과 괴로움의 파도에 힘겨운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전립선을 눌러 대는 손길이 한층 빨라졌다.
“하읏- 아앗-! 또 가기 싫어어-! 흐응-! 하으으-!”
“우리 율이, 고작 마사지로 얼마나 가나 보자.”
“싫어-! 흐아앗-! 혀엉-!”
은율의 울부짖음에, 진환은 귀두를 괴롭히는 게 아닌 아예 그 성기 전체를 훑으며 갖은 자극을 주었다. 빨갛게 달아오르고 이제 핏줄까지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게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 마아-! 흐앗-! 아아-!”
은율의 눈물 젖은 눈동자가 애원해 왔다.
“끈…… 하읏! 푸, 풀어 줘…! 히으-! 괴로워어- 아앗…! 환이 혀엉…!”
은율이 숨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진환을 불러 댔다.
“환이 혀엉…… 제발……. 하으으-! 혀엉…!”
‘아, 못 참겠다…….’
더 괴롭히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이미 진환의 성기는 바짝 성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은율의 성기를 쓰다듬던 손이 떨어져 나가고, 그의 구멍 깊이 들어가 있던 손가락이 조심스레 빠져나왔다.
“흐…… 으…….”
손가락이 빠져나간 은율의 구멍은 사람 입이 오물대듯 잘게 경련하고 있었다. 진환은 은율의 구멍이 하늘을 올려다볼 정도로 그의 엉덩이를 쳐들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제 것을 그 입구에 대었다. 경련하던 입구가 진환의 것을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허윽…!”
위에서부터 깊이 파고 들어오는 굵직한 성기에 은율이 눈을 크게 떴다. 잇따른 드라이 오르가즘으로 인해 그의 성기도 내벽도 한껏 예민해진 상태였다. 위에서부터 눌러 들어오는 진환의 굵은 성기는 은율의 내벽을 과하게 자극했다.
“하…… 너무 조여……. 윽.”
뜨겁고 굵은 것을 받아들이며 은율의 성기가 사정없이 조여들었다. 밀어 넣는 것도 중간부터는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 조여 대니 진환 역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환은 벌써부터 사정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율아, 형 지금 진짜, 못 참을 것 같거든.”
“하으……?”
은율이 헐떡이며 몽롱한 눈을 진환에게 향했다. 진환은 또 한 번 욕지거리를 삼켰다. 완전히 엉망이 된 얼굴임에도 뭐 저리 색기가 넘치고 예뻐 보이는지, 얼굴만 보고도 쌀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좀 움직일게.”
아직 반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진환은 정신없이 치고 올라오는 사정감에 도저히 다 넣을 때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
진환은 은율의 두 무릎을 그의 가슴팍 앞까지 밀고서 위에서부터 아래로 제 것을 사정없이 움직여 댔다. 성기가 조여든 내벽 때문에 절반까지만 들어갔다가 귀두까지 완전히 빠져나오길 반복했다.
은율은 전립선 바로 근처까지 왔다가 내벽을 끌어내며 빠르게 빠져나가는 성기의 움직임에 몸을 격하게 떨어 댔다. 성기가 빠져나가 급하게 다물어진 구멍을 곧바로 뚫고 들어올 때마다 구멍이 아릿하게 아팠고, 빠져나갈 때는 배설의 느낌과 묘한 쾌감이 뒤섞였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이란 게 이런 걸까.
“햐아-! 아, 흐아-!”
“크윽-!”
진환이 얼굴을 확 일그러뜨리며 은율의 안에 제 성기를 깊이 박았다. 성기는 온전히 다 들어가지 못했지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절정을 느끼며 은율의 안에 제 것을 뿌렸다.
“흐…… 혀엉…….”
은율은 제 안에 흘러들어 오는 뜨거운 액체의 느낌에 진환을 불렀다.
“나도…… 흐윽…… 나도 싸고…… 싶어어…….”
아이처럼 매달리며 훌쩍이는 모습에 진환의 것이 다시금 불끈했다. 은율 역시 제 안쪽에서 그 성기가 부푼 것을 느끼곤 눈을 크게 떴다.
“후우……. 같이 싸자, 율아.”
진환이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제 성기를 반쯤 빼냈다가 그대로 깊이 처박았다.
“허……으윽-!”
은율의 고개가 젖혀지고 그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제 안을 삽시간에 꽉 채운 진환의 것이 오늘따라 버겁게 느껴졌다. 은율은 숨을 헐떡이며 입만 벙긋대고 있었다. 진환은 제 것을 깊이 박아 넣은 채 엉덩이를 이용해 살살 돌려 댔다. 예상대로 은율의 엉덩이와 골반이 벌벌 떨리고 그 내벽이 꽉꽉 조여들었다.
“하아……. 너무 좋아, 율아…….”
은율의 뜨거운 내벽이 진환의 성기를 마사지해 대니 황홀해도 이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 극한의 쾌감을 맛보는 느낌에 진환의 눈동자가 나른하게 풀려 갔다.
“이제 움직일게.”
“아, 안……! 하앗-! 아악-!”
진환의 추삽질은 언제나 그렇듯 격렬했다. 아까처럼 내벽이 딸려 왔다 들어가는 그 느낌이 마음에 들었는지, 귀두 직전까지 뽑았다가 그대로 깊이 처넣길 반복했다.
“허윽-! 아, 하으, 아아-! 너무……, 히읏! 너무 깊어-! 아아-!”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듯 박아 대다 보니, 몸이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굉장한 압박감에 괴로워하면서도 그 굵은 것이 전립선을 누르고 지나다 보면 아득해질 만큼 강한 쾌감에 전신이 퍼덕거렸다. 찌르면 터질 것처럼 부푼 성기가 당장이라도 정액을 토해 내고 싶어 안달이었다.
“흐윽, 흐으으-! 싸고 싶어어-! 힉! 으응! 혀엉, 풀어 줘어-! 하으응!”
“풀어 줄까, 율아? 싸고 싶어?”
“으응-! 싸게 해 줘……. 흑, 혀어엉-!”
자고 일어나면 분명 눈이 부어 있을 거다. 펑펑 울어 대며 은율이 진환에게 애원했다.
“싸고…… 흐읏! 싸고 싶어, 혀엉……. 하아아-! 하읏!”
“그럼 사랑한다고 해 줘, 율아.”
“히윽! 흑! 사랑해, 혀엉! 사랑해-! 하, 으으으-!”
“좋아……. 율아, 더 말해 줘.”
“사랑해-! 하악-! 사랑해애-! 흑, 흐윽! 사랑하니까 빨리이-! 흐윽-! 흐……! 힘들어어……!”
너무 괴롭혀 댔다.
진환이 느릿하게 움직이며 은율의 성기를 잡았다.
“하응!”
손으로 잡은 것만으로도 꿈틀거렸다.
진환은 그의 뿌리를 감은 머리끈을 아프지 않게 풀어내며 다시 격한 추삽질을 시작했다.
“햐악-! 하아-!”
머리끈이 풀어지자 피가 통하지 않았던 성기에 단번에 싸한 느낌이 몰아쳤다. 압박감 때문에 막혀 있었던 그 느낌이 극한의 쾌감이 되어 은율의 전신을 꼿꼿하게 만들었다. 그때에 맞춰 진환의 것이 뿌리 깊이 박혀 들고,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는 내벽의 조임이 그의 성기를 꽉 붙들었다.
“하- 아아아-!”
“큭!”
은율의 것이 상당한 양의 정액을 토했다. 엉덩이가 위로 향해 있던 바람에 은율의 것에서 터진 정액이 그의 가슴팍과 목 언저리, 그리고 일부는 얼굴에도 튀었다.
진환은 은율의 안에 사정하면서도 그의 얼굴에 정액이 튀는 것을 보자마자 더한 자극을 느끼며, 두 손으로 붙든 그의 허벅지를 꽉 붙잡았다.
은율이 먼저 시작했음에도 진환의 것보다 더 길게 사정했다. 그가 움찔댈 때마다 내벽이 조여들고 성기에선 조금씩 정액이 흘러나왔다. 진환은 그것을 두 눈으로 보며 제 것이 다시금 성을 내는 것을 느꼈다.
진환이 어렵사리 제 성기를 빼내고서 힘들어 보이는 은율의 몸을 바르게 눕혀 주었다. 그의 손을 묶었던 오비를 풀어 주고 그의 볼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훔쳐 내 주었다. 눈물범벅인 은율의 눈이 진환에게 향했다.
“형 진짜…… 너무해…….”
은율의 원망 어린 말에 진환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너무 괴롭혔지.”
은율의 얼굴 여기저기에 입맞춤을 한 뒤 그의 입에 입술을 맞대고 깊이 키스했다. 힘없는 혀가 그래도 나름 호응하려는 게 기특했다. 진환은 은율의 입 속을 탐하고 그의 치열을 훑으며 나름 그를 달래 주었다.
짧은 키스 후에 입을 뗀 진환은 벌써 부은 것 같은 은율의 눈꺼풀에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그런데…… 형 왜…… 화났던 거예요…?”
“응? 화?”
입을 떼고 은율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여 댔다. 그 눈을 마주한 진환이 헛웃음을 내보였다.
“정말 모르겠어?”
에이, 설마. 이렇게 티 나게 괴롭혔는데.
“……모르겠어요.”
진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사지 명목으로 그 몸을 타인에게 만지게 했다는 게 화가 났던 건데, 이 둔한 연인은 그것도 여태 알아채질 못했다. 일부러 더 ‘마사지’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거늘.
“우리 율이는 차암 둔해. 그치?”
“……예?”
“안 되겠다. 스스로 깨닫게 될 때까지 괴롭혀야지.”
“어…… 예……?”
진환의 손이 은율의 작은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이번엔 엉덩이 마사지부터 시작할까?”
은율의 몽롱하던 눈이 단번에 선명해지고, 그가 겁먹은 듯 몸을 떨었다.
그렇게 진환의 괴롭힘은 날이 밝을 때까지 이어졌고, 은율은 처음으로 섹스하다 기절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은율이 정신을 잃고 하루를 보낸 다음 날, 진환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두 손으로 명치를 부여잡은 채 죽은 듯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