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찬 공기가 가득한 연말.
큼직한 홀을 빌려 진행된 영화 시상식은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자, 다음은 베스트커플상입니다. 이전 달부터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베스트 커플 투표가 진행됐죠.”
사회를 보던 연미복의 남자 배우가 운을 떼자 마찬가지로 사회자 역의 임소민이 말을 받아 이었다.
“그렇습니다. 한 해 동안 어떤 커플이 관객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바로 확인해 볼까요?”
말이 끝나자마자 대형 스크린에 두 명의 남녀가 서로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사진의 하단에는 작품명과 배우들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화면에 사진이 뜬 커플은 사회자들의 호명을 받아 서로 손을 잡고 무대로 올라섰다.
그렇게 네 커플의 사진이 지나가고 마지막 다섯 번째 사진이 떴을 때, 객석에서 웃음소리 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베스트커플상
Missing / 이진환&서은율
객석에 함께 앉아 있던 진환과 은율에게 카메라가 향하고, 스크린에 두 사람의 얼굴이 생중계되었다. 진환은 의외로 담담하게 웃고만 있었는데, 반면에 은율은 잔뜩 당황해서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의 이진환 씨, 서은율 씨, 무대에 올라와 주세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던 소민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객석의 이들도 대부분 그랬지만, 그녀 역시 뭔가 즐거워 보였다.
“잠, 형, 이게 대체……!”
“가자, 율아.”
자리에서 일어난 진환이 은율의 손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무대로 향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객석에서는 다른 어느 커플이 나올 때보다 더한 박수와 환호성을 내지르기 급급했다.
무대 위에서 작은 꽃다발과 트로피를 받아 든 은율은 여전히 당황하고 있었다. 다른 커플들은 전부 남녀 커플인데 자신들만 남자들이니 이게 제대로 선발된 게 맞나 싶었다.
다른 커플이 짧게 소감을 말할 때 진환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예전에도 브로맨스 커플이라고 해서 몇 팀 받은 적 있어. 남자들끼리도 잘 어울리면 종종 선발될 때도 있으니까 너무 당황하지 마.”
그 말을 듣고서야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소민과의 일 이후로 최대한 조심하고는 있었지만 설마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자신들의 모습이 어딘가로 퍼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불안하던 찰나였다.
어느덧 사회자 역의 남배우와 소민이 마지막 커플인 진환과 은율 앞에 다다랐다.
“베스트커플상 축하드립니다. 수상자들 중에서 유일한 남남 커플이에요.”
남배우가 웃으며 말하자 좌중의 모두가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소민이 웃는 낯으로 장난스럽게 진환에게 물었다.
“이진환 씨, 서은율 씨의 제일 큰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진환이 다정하게 웃으며 은율을 바라보았다.
“음, 매력이 아닌 곳을 찾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요?”
진환의 말에 객석에서 꺄악-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스크린에는 꿀이 흘러내리는 듯한 진환의 눈과 은율의 당황한 얼굴이 잡혔다. 은율이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하며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무리 무대에 익숙한 사람이라 해도 그렇지, 이런 상황에 당당해도 너무 당당하잖아.
“두 분 모두 짧게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남배우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진환이 객석을 둘러보다 힐끗 눈앞의 소민을 보았다. 그가 보란 듯이 눈가를 휘며 입을 열었다.
“저희, 예쁘게 사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은율의 어깨를 둘러 안았다. 그의 예상대로 일종의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라고 생각한 객석에서 엄청난 호응이 터져 나왔다. 얼결에 진환에게 밀착하게 된 은율은 제게 권해진 마이크에 어색해하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사랑하는 형과 함께 계속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른 커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환호성에 두 사람이 소리 내어 웃어 버렸다. 오히려 둘 다 당당하게 ‘사랑’을 언급하니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해 즐기기 바빴다.
웃는 낯의 소민이 일부러 질투 어린 눈빛을 보내더니 장난을 쳐 본다.
“이러다 진짜 공식 커플 되겠어요. 그러길 바라는 분들이 많으신데, 애정 표현이라도 한 번 보여 주시는 게 어때요?”
다소 수위 있는 장난이었지만,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된 객석에선 소민의 말에 동조하는 반응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을 놀리기 위한 요청이었지만, 진환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은율에게 자신의 트로피와 꽃다발을 안겨 주었다. 그러고선 그를 번쩍 안아 든 진환이 놀란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아니나 다를까,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홀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에 뒤덮여 버렸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이라도 온 것만 같은 열띤 반응이었다.
경악하던 은율은 좌중의 반응에 픽 웃더니만 진환의 목에 팔을 두르며 분위기에 휩쓸린 척, 그의 볼에도 짧게 입을 맞췄다. 아마 시상식이 끝나면 인터넷에 이런 애정 행각 모습이 가득 퍼지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이 모습이 단순한 퍼포먼스로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두 사람이 굉장한 호응을 받으며 객석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시상식은 한동안 열기로 가득했다.
뒤이어 작품상과 감독상에 이 노미네이트 되었을 뿐 아니라 수상까지 하게 되어, 말끔한 정장 차림의 이준수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차분하게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리다가 마지막에는 신주아 작가를 언급하며 때아닌 프러포즈를 했다. 두 사람의 연인 관계를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진환과 은율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환호성을 내질렀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신인남우상 후보가 발표되었다.
후보는 총 다섯 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인 은율이 연기하는 이서우가 스크린에 떠오르고 자막이 걸렸다.
신인남우상
Missing / 서은율
스크린의 자막을 본 순간, 은율은 가슴이 쿵 하고 거세게 울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두근거림에 저도 모르게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스크린에는 시상식에 참석한 다섯 명의 신인남우상 후보가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었다.
신인남우상을 발표하기 위해 나온 두 남녀 배우가 마이크 앞에 섰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 후보에 오르셨네요. 바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실링왁스로 봉인된 카드 봉투를 열어 안의 내용을 확인한 남배우가 그의 앞에 있는 스탠드 마이크에 대고 드디어 수상자를 발표했다.
“제89회 신인남우상은 영화 의 서은율 씨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스크린에 비친 은율이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옆에 앉아 있던 진환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연하게 박수를 치며 은율의 등을 쓸어 주었다.
“형…….”
아직도 얼떨떨한 얼굴로 돌아보는 은율에게 진환이 입을 가까이해 속삭였다.
“축하해, 율아.”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진환이 건넨 그 말이, 꿈만 같은 지금이 현실이라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그제야 딱딱하기만 하던 은율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미소가 번졌다.
수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무대로 나간 은율은 금색의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아 안았다. 생각보다 묵직한 트로피의 무게를 실감하며 그가 마이크 앞에 섰다.
객석의 시선이 오롯이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인지 이 공간에 혼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귀가 막힌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분명 무대와 객석에 빛이 환한데도 눈앞이 깜깜하고 사물과 사람이 분간되질 않았다. 마치 어둠 속에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만 빛이 있는 느낌이다.
극도의 긴장감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막상 트로피를 든 채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있으니 눈먼 백치가 된 느낌이었다.
쉽게 입을 떼지 못하던 은율의 눈에 저 멀리, 단 한 곳만이 빛나 보였다. 그곳에 시선을 고정하니, 한없이 다정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환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눈이 밝아졌다. 미친 듯 뛰던 가슴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영화 에서 이서우 역을 연기한 서은율입니다.”
언제 떨었냐는 것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마 제가 이렇게 큰 자리에 서서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 떨리고 기쁘네요.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 주신 의 이준수 감독님과 여러 스태프분들, 그리고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던 많은 선배 배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미리 준비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소감이 술술 흘러나왔다. 진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니 왜인지 마음이 편해진다. 그의 머릿속에 마치 파노라마처럼 의 관계자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은율의 머릿속에 아버지 칼의 모습과 두 동생이 떠올랐다.
“제가 언제나 아빠라고 부르는 K엔터테인먼트 대표님과 동생 하진이, 지희……. 모두 너무 사랑하고, 언제나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진환의 얼굴이었다. 뭉클한 기분이 들어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은율은 진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이런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사는 데 급급했고 꿈도 아무것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런 제게 꿈을 찾게 해 주고 이 자리로 이끌어 준 게 이진환 선배님이셨습니다.”
마주 보는 진환의 눈가가 기분 좋게 휘어지고 미소가 더욱 짙게 물들었다. 은율 역시 제 입가에 그와 같은 미소를 걸었다.
“평생 함께 연기해 주세요, 진환이 형.”
그 말을 남긴 은율이 다시금 감사의 말을 뱉으며 객석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선 후에야 뒤늦게 벅차올랐다.
상기된 얼굴로 제자리로 돌아간 은율은 자신을 맞아 주는 진환을 보며 울컥 뭔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진환이 등을 토닥이며 말없이 손수건을 내밀어 준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던 은율은 그의 손수건으로 조심히 눈가를 닦아 냈다.
어느덧 시상식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남은 건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그리고 영화대상뿐이었다.
연기경력이 각각 몇 십 년이나 되는 두 명의 연로한 남녀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가볍게 인사와 덕담을 건넨 두 사람은 이내 남우주연상 후보를 발표했다. 스크린에 신인남우상과 마찬가지로 다섯 명의 후보가 소개되었는데, 그중에는 의 강현태 역을 맡은 진환 역시 섞여 있었다.
은율은 제 옆자리에 앉은 진환의 손을 저도 모르게 붙들었다. 모두의 이목이 스크린에 쏠려 있던 그때, 무대의 남배우가 손에 든 카드 봉투를 열어 수상자를 발표했다.
“제89회 남우주연상은…….”
은율이 마른침을 삼키며 진환의 손을 꽉 잡았다.
“영화 의 이진환 씨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발표와 동시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은율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기쁜 얼굴로 진환을 바라보았고, 다소 놀란 표정의 그를 와락 안아 버리고 말았다.
“형, 진짜 축하해요!”
카메라가 비추는 중임에도 이를 인식도 하지 못한 은율이 제 일보다 더 기뻐하며 환하게 웃었다. 진환 역시 그런 은율의 등을 쓸어 주면서도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의 성원을 받아 무대에 오른 진환은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은 채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화려한 금색의 트로피가 무대의 조명을 받아 한층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남우주연상을 받아 본 게 처음이 아님에도 가슴이 마구 뛰고 묘한 흥분이 차올랐다. 진환의 눈이 어느새 은율에게 닿아 있었다. 그가 무대에서 그러했듯, 진환 역시 은율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입을 열어 형식적인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영화 관계자들부터 제 아버지까지 입에 담고 나니 그제야 마음에 담아 둔 진짜 소감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상은 저 혼자만의 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연기해 온 배우분들이 없었다면 아마 이 트로피는 제 손에 있지 않았을 겁니다.”
여태껏 무대 위에서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었던 따뜻한 눈과 자상한 미소가 진환의 얼굴에 담겼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은율 역시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예전엔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잘하고 내가 능력을 보이고 내가 완벽해지는 것, 그것만이 다인 줄 알았죠.”
오만한 마음가짐이었지만 그게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고 연이어 좋은 성과를 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더 중요한 다른 게 있었죠.”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예전처럼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고 혼자서만 연기하던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성장했노라고.
“제 선의의 라이벌이자 사랑하는 후배, 그리고 영원한 연기 파트너인 서은율 씨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가슴이 기분 좋게 두근거리다 못해 미치도록 간지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무대에서 뛰어내려 은율을 붙잡아 키스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평생 함께 연기해 줘, 은율아.”
프러포즈 같은 말과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고,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환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 백년가약을 닮은 두 사람의 다짐은 홀에 모인 이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 속에서 서로에게 깊이 스며들었다.
* * *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진환의 밴에 올라탄 은율은 운전석에 있던 연우가 상기된 얼굴로 히죽이는 것을 보며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았다. 진환이 은율의 손을 잡아 주며 연우에게 눈을 부라렸다.
“빨리 출발해. 시간 없어.”
“네네, 알겠어요.”
여전히 웃는 낯의 연우가 그제야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해 둔 셔츠와 재킷으로 갈아입었다. 은율의 옷매무새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던 진환이 걱정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피곤하진 않아? 눈 좀 붙일래?”
“괜찮아요. 비행기 안에서 자면 돼요.”
그렇게 말하며 진환의 손을 먼저 깍지 껴 잡았다.
레이먼드 윌슨 감독의 차기작에 투 톱으로 출연하게 된 탓에 일정이 빠듯해진 두 사람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신 비행기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 지금처럼 시상식 직후에 부랴부랴 출발해야 했지만 말이다.
은율의 매니저 승주는 미리 공항에 나가서 빠른 출국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우가 두 사람을 픽업해서 데려가는 대신 진환의 것까지 함께 준비해야 했기에 승주도 여간 바쁜 게 아닐 거다.
능숙한 솜씨로 운전을 하던 연우가 신호에 걸린 틈을 타 백미러로 뒷좌석을 보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서로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신혼여행 가는 줄 알겠네.’
그럼 시상식은 결혼식인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픽 웃었다.
“딴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운전해라, 연우야.”
귀신같이 알아챈 진환이 눈도 돌리지 않고 경고했다.
헛기침하며 차를 몰던 연우는 어느새 그 역시 미소 짓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진환이 깍지 끼고 있던 은율의 손을 들어 그 손등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서로에게 기분 좋게 퍼져 나갔다.
“약속 지켜야 해, 율아.”
진환의 말에 은율이 그 뜻을 파악하고는 사르르 미소 지었다.
“환이 형이야말로 약속 지켜요.”
눈을 마주한 진환이 점차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더니 은율의 입술을 느릿하게 집어삼켰다.
“당연하지.”
각자의 무대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맺었던 약속은 어느새 가슴 저 깊은 곳에 발을 내렸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스턴트 2부 마침